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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270화 (270/818)

제270화. 최후의 한방

먼지가 완전히 걷히자, 준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졌다.

류지안의 손에는 그가 내내 등에 메고 있을 뿐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새카만 창이 들려있었다. 창을 손에 든 류지안의 몸에서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기운이 퍼져 나오고 있었다.

잠시 후, 류지안이 손에 든 창으로 이준을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넌 이 창으로 상대할만한 가치가 있는 상대군.”

류지안의 한마디에 또 다시 관중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가 창을 들었다는 것, 그리고 상대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곧이어 사방에 적막이 깔리며 모두의 시선이 중앙에서 대치하고 있는 두 사람을 향했다.

류지안의 몸에서는 칼날처럼 차갑고 서늘한 기운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는 곧 그의 진정한 실력을 볼 수 있다는 의미였으니, 관객들은 이 진귀한 광경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기 위해 숨조차 쉬지 않고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었다.

류지안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무시무시한 압력에 엄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본원에서 임수혁과 보람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류지안의 창을 꺼내들게 하지 못 했었다. 아쉽지만 엄호 본인도 그만한 실력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에 찬 눈빛을 하고 있는 한율이나 엄호와 달리, 임수혁은 다소 아쉽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준이 아까 보여준 불꽃 무투기 이상의 패를 숨겨 놨다면 몰라도, 지금 이 정도로는 류지안을 이길 수 없어.”

“이준!”

그 때 류지안이 새카만 창을 치켜들어 이준을 가리키며 외쳤다.

“최후의 한 수로 승패를 정하자.”

곧이어 류지안이 파열의 창을 공중에 휘두르자, 금빛 염력이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공중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

“이건 내가 임수혁을 상대할 때 선보였던 비장의 무기다. 하지만 오늘보니 임수혁 외에도 이것을 보여줄만한 가치가 있는 상대가 있었군. 몰라봐서 미안하다.”

류지안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는 순간, 이준은 상대의 공격이 정말로 그가 말한 것처럼 경기의 승패를 결정지을만한 한수임을 직감했다.

이에 이준은 입술을 잘근거리다가 깊은 숨을 한번 내뱉고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좋습니다.”

“좋아. 마음에 드는 패기야!”

류지안이 두 발을 움직이며 두 손으로 파열의 창을 힘껏 움켜잡은 채 염력을 끌어올렸다.

상대가 자세를 잡자, 준은 온 몸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럼 갑니다!”

곧이어 준비를 마친 이준이 류지안을 향해 소리치는 순간, 천지를 뒤덮을 듯한 거대한 에너지가 사방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커다란 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지며 거대한 에너지가 온 광장안을 휩쓸기 시작했다.

광장안에 휘몰아치는 거대한 힘 앞에 관객석에 앉아있던 학생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심판석에 앉아 있던 장로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은 하나 같이 광장 중앙에서 검은 송곳을 들고 있는 청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저 녀석…이런 비장의 무기를 감춰뒀단 말인가?”

비록 이준의 실력은 아직 투령에 불과했지만, 대부분의 장로들은 눈 앞에 서있는 신입생을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 때, 에너지 파동이 점점 더 격렬해지며 붉은색의 에너지가 타오르며 이준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곧이어 붉은 에너지가 회전하며 이준을 감싸 안았고, 돌연 광풍이 형성되며 사방으로 날아가 바닥에 있던 돌조각들을 띄워 올렸다.

실력 있는 본원의 고수들은 하나 같이 이준 몸 주변에서 피어 오르는 붉은 에너지를 보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심지어 강자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몇 몇 강자들은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정도였다.

“헉!”

엄호 역시 눈 앞에 펼쳐진 무투기의 위력 앞에 마른 침을 삼키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저… 저건…… 무슨 무투기지?”

이준이 이번에 선보일 무투기는 아까 꺼내 보였던 그 불꽃 무투기보다 훨씬 더 강할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예상할 수 있었다.

심지어 언제나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던 임수혁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자연 에너지 파동을 일으킬 수 있는 무투기는…최소한 2격일 텐데.”

2격이라니!

한율은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틀어 막았다.

3격 고급 무투기와 2격 무투기는 겨우 1단계 차이밖에 나지 않았지만, 그 위력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3격 무투기는 대부분 시행하는 사람 본인의 염력을 바탕으로 시전되지만, 2격 무투기는 하늘과 땅, 즉 자연의 에너지를 통해 무서운 파괴력을 낼 수 있었다.

게다가 시전자 본인의 실력이 올라갈수록 끌어들일 수 있는 자연 에너지도 더욱 거대해지니, 그 위력은 가히 끝을 가늠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게다가 2격 무투기는 귀한만큼 수련하기도 어려웠다. 도저히 이제 막 투령을 돌파한 투사가 가지고 있을만한 물건도, 익힐 수 있을만한 물건도 아니었다.

“응? 왜…왜, 무슨 일이야?”

류헤이가 화들짝 놀라는 성치윤을 보며 다급하게 물었다. 그녀의 실력으로는 아직 이준의 몸을 휘감고 있는 그 에너지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감지할 수 없었다.

“2…2격이라니… 어떻게 저딴 놈이…”

치윤이 덜덜 떨며 내뱉은 말에 류헤이의 표정이 더욱 딱딱하게 굳어갔다.

“그래도…오라버니가 이길 수 있겠지?”

언제나 류지안의 실력에 조금의 의심도 갖지 않던 성치윤이었지만 이 순간만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이준은 자신의 무투기로 인해 사람들의 이목이 온통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오로지 류지안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한편, 이준의 몸을 감싸고 있는 불꽃 에너지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아본 류지안의 얼굴 역시 돌처럼 굳어 있었다.

전투 경험이 풍부한 그는 처음부터 그 에너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다만 이미 전투는 막바지로 접어들었고, 지금 와서 물러서는 것은 그의 자존심상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제 아무리 2격 무투기라 하더라도 류지안은 자신이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이준이 사용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이 2격 무투기 였지만, 고작 투령 따위가 그 무투기를 완벽하게 다룰 수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류지안이 숨겨놓은 비장의 무기는 그가 아주 오랜 시간 갈고 닦은 기술이었고, 일격의 위력만 놓고 치자면 2격 무투기에도 뒤지지 않으리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준비를 마친 류지안이 긴 한숨을 내쉬자, 눈을 찌를 듯한 강렬한 금색 불빛이 그의 몸에서 용솟음치며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은 눈을 찌르는 눈부신 빛에 눈조차 뜨지 못 했다.

결전의 시간이 임박하자 류지안은 자신의 몸에 흐르는 피가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이런 감정은 임수혁 이후로 실로 처음 느껴보는 것 이었다.

“하하, 이준! 좋아! 기대 이상이구나! 우리 둘 중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지 확인해 보자고!”

“좋아! 나도 이 승부는 절대 양보할 마음이 없으니까 제대로 붙어보자고!”

이준이 천천히 고개를 들며 소리쳤다.

말을 마치기 무섭게 번쩍이는 금빛이 점점 더 크게 타오르며 류지안을 집어 삼키기 시작했다.

경기장 절반을 가득 메운 금빛에 이준이 손에 든 검은 송곳을 천천히 들어 올렸고, 이에 따라 그 주변에 있던 에너지들이 점점 더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자, 까맣던 검은 송곳이 기이한 붉은색으로 뒤덮였다.

“이준 네가 내 공격을 받아내면 3위까지는 무사히 진입할 수 있을 거다!”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금색 창을 쥔 류지안이 이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쪽이 내 공격을 받아낸다면 내가 10위권에 들어가는 걸 포기하지!”

“좋아! 그럼 한방으로 결판을 내보자고!”

순간 류지안의 손이 파르르 떨리더니, 창날에서부터 무언가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퍼져나오기 시작했고, 엄청난 원기가 새어나오며 거대한 돌들이 한 순간에 가루가 되어 버렸다.

“바위의 분열!”

천둥 같은 고함 소리와 함께 시커먼 창 끝에서 황금빛이 해일 같은 기세로 터져나왔다.

류지안이 펼치는 엄청난 공세에 장로들마저 표정이 싹 바뀌었다. 류지안의 무투기는 이미 2격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준은 류지안의 공격을 보고도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자세를 잡을 뿐 이었다.

마침내 이준이 검은 송곳을 들어올리자, 관객석이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태양검!”

“깨어져라!”

다음 순간, 검은 송곳에서 거대한 붉은 빛이 무서운 기세로 터져 나오며 해일처럼 몰아치는 황금빛 물결을 향해 질주했다.

거대한 붉은 벼락이 허공을 가르며 세차게 땅으로 떨어지자, 벼락을 맞은 바위가 산산이 부서지며 자잘한 돌멩이가 되어 흩날리고, 반경 50미터의 땅에 거대한 균열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 광장 전체를 완벽하게 파괴했다.

곧이어 광장 위에서 눈부신 금빛과 마치 초승달 같은 암홍빛이 서로 마주보며 맹렬한 기세로 대치했다. 공간이 진동하며 균열이 퍼져나가고, 공포스러운 파괴력 앞에 무대를 바라보던 관중들의 얼굴이 흥분과 두려움으로 물들었다.

관객들은 마른 침을 삼키며 광장의 중앙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이렇듯 무시무시한 실력을 가진 두 사람 중 과연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마침내 무수한 눈길 속에서 금빛과 암홍빛 섬광이 맞부딪히자, 두 개의 운석이 부딪히기라도 하는 냥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관중들은 즉시 귀를 틀어막고 곧 들려올 거대한 폭발 소리를 기다렸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어떠한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의아한 눈빛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던 사람들은 금색과 암홍색의 두 가지 빛이 공중에서 서로를 침식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두 개의 광채가 맞닿은 곳에서는 막대한 에너지에 의해 공간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준은 검은 송곳에 기대어 간신히 균형을 유치한 채 창백한 얼굴로 하늘 위에서 류지안의 황금빛 염력과 맞서고 있는 자신의 검붉은 염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준에 비해 류지안은 비교적 멀쩡해 보였지만, 그 역시 안색만큼은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그도 준과 마찬가지로 긴장된 눈빛으로 허공에서 끊임없이 서로를 집어 삼키려 하고 있는 두 덩어리의 에너지에서 눈을 떼지 못 하고 있었다.

적막 속에서 끊임없이 삼키고, 삼켜지며 얽혀있던 암홍색과 금색의 에너지가 갑자기 끓어오르는 물처럼 격렬하게 요동치더니 이내 무시무시한 기세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두 개의 에너지 덩어리가 급격하게 팽창하자, 관중들에게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다.

잠시 후, 미친 듯이 부풀어 오르던 두 에너지들이 돌연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곧 기이한 빛이 흘러나오더니 돌연 광장 전체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심판석에 있던 장로들도 미간을 찌푸리며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류지안과 이준 모두 잠재력이 대단한 학생들이었지만, 아직 투왕 계급에 조차 이르지 못한 두 사람이 이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 했던 것이다.

그 때, 무언가를 느낀 대장로의 안색이 돌연 새파랗게 질리더니, 갑자기 심사석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리고 서천우가 몸을 날림과 거의 동시에 하늘에서 두 개의 동그란 빛이 세차게 폭발했다.

쾅!!!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눈부시다 못해 눈이 시릴 정도의 강한 빛이 하늘에서 번쩍이며 에너지가 맹렬하게 폭발하자, 암홍색과 금색의 에너지가 마침내 움직임을 멈추었다. 곧이어 하늘을 뒤흔드는 폭음과 함께 돌연 광풍이 휘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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