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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269화 (269/818)

제269화. 정면충돌

이준은 송곳을 잡고 있던 한쪽 손을 빠르게 놓고 주먹을 쥔 뒤 푸른 색 염력으로 주먹을 감싸 상대의 발톱에 맞섰다.

콰-앙!

주먹과 발톱이 세차게 충돌하며 낮은 폭발음이 진동했고, 공중에는 커다란 파문이 일어나 순식간에 주변으로 흩어졌다.

타닥타닥…

준은 온 몸에서 강력한 진동이 이는 것을 느끼며 뒤로 몸을 물렸다. 그의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단단하던 바닥에 균열이 일어나고 갈라지며 파편이 흩어졌다.

손에서 일어난 원기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이준은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류지안과 마주볼 수 있었다. 이준과는 달리 류지안은 반보도 뒤로 밀려나지 않은 상태였다.

한 합만에 이준은 상대가 실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전투 경험도 풍부한 엄청난 강자라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다. 결국 그와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쏟아내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일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어떤 방법이 가장 유리할지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류지안은 평범한 상대가 아니었고, 자기가 아무리 미친 듯이 공격을 쏟아 붓는다고 해도 끄덕하지 않을 듯했다. 하지만 시간을 끈다고 해서 딱히 뾰족한 수가 있어보이지는 않았다.

준은 저도 모르게 쓴 웃음을 한번 짓고는 다시금 검은 송곳의 손잡이를 단단히 붙잡았다.

류지안은 거대한 바위처럼 한치도 흔들리지 않은 채 가만히 준을 응시했다. 그의 그런 담대하고도 침착한 태도에 준은 절로 조바심이 이는 것을 느꼈다.

결국 이번에도 먼저 움직인 것은 이준이었다.

검은 그림자가 또 다시 번개처럼 경기장을 가로질러 몸을 돌리며 송곳을 날렸고, 류지안은 또 다시 눈 하나 깜짝 않고 손가락을 굽히며 금색 염력을 두른 채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검은 물체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캉!

다음 순간, 류지안이 황금빛 발톱으로 이준의 송곳을 잡아 공중에 멈춰 세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세차게 몰아치는 거센 염력에 류지안 역시 두 세 걸음 정도 뒷걸음질을 칠 수 밖에 없었다. 허나 다음 공격을 이어나가기도 전에 그의 손가락이 더욱 거세게 준의 송곳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류지안의 다섯 발톱이 상대의 송곳을 단단히 옥죄는 순간, 갑자기 급속도로 염력이 빨려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잠깐, 이거 좀 이상한데!’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그는 재빨리 상대의 송곳을 놓아 버렸고, 이내 검은 송곳이 바닥에 떨어지며 쇳소리를 냈다.

류지안이 송곳에 정신이 팔려 있던 사이, 흐릿한 형상이 그의 옆으로 날아들었다.

“태초의 힘!”

다음 순간, 이준의 주먹이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류지안의 안면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들었다.

처음으로 류지안의 얼굴에 표정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송곳을 놓친 순간 상대의 염력이 무시무시하게 치솟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흥, 성치윤과 백청을 쓰러뜨린 그 무투기군. 하지만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류지안이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손가락을 굽히자, 그의 금색 발톱에서 무시무시한 한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발톱의 분열!”

이윽고 그의 발톱에서 쏟아져 나오는 빛에 사람들은 넋이 나간 듯 눈을 떼지 못 했다.

오하늘을 비롯한 이들은 눈 한번 깜빡하지 못 하고 둘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준의 근거리 공격이 얼마나 강한지는 알고 있었지만, 상대는 류지안이었다.

“이준의 근거리 무투기가 발톱의 힘만큼 높은 등급인 걸로 아는데, 이번에는 정말 누가 이길지 모르겠군.”

엄호가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리자, 임수혁이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임수혁 역시 두 눈을 크게 뜨고 경기장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아니. 아마 안 될 거야. 이준 후배의 무투기가 강한 건 사실이지만 류지안만큼은 아니거든. 이준이 지게 될거야.”

쾅-!

주먹과 발톱이 부딪히며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두 사람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견고하던 바닥이 산산이 부서지며 사방으로 돌조각이 튀었다.

“폭발력은 좋지만 결과는 별로군.”

다음 순간…류지안이 거대한 바위처럼 우뚝 선 채로 입을 열었다.

“이제 끝이다!”

류지안은 발톱을 구부리며 상대의 팔을 밀어내고, 곧바로 거대한 손바닥이 준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류지안의 무시무시한 공격이 막 적중하려는 순간, 준의 몸에서 또 다시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글쎄, 그건 두고 봐야지!”

류지안의 발톱이 적중하는 순간, 이준의 몸에서 피어오르던 푸른 불꽃이 단단하게 응집되며 푸른 색의 불꽃 갑옷으로 변화했다.

청색의 화염 갑옷은 눈 깜짝할 사이에 온전하게 형태를 갖추어 상대의 발톱이 닿을 무렵에는 이미 완벽하게 주인의 몸을 뒤덮고 있었다.

자신만만하게 상대의 가슴팍을 향해 손을 뻗었던 류지안은 자신의 팔에서 느껴지는 작열감과 강렬한 통증에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공격을 거두기에는 너무 늦었음을 깨달은 류지안은 손을 빼기는커녕 더욱 더 맹렬한 기세로 염력을 뿜어냈다. 과연 본원의 양대산맥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대처였다.

몸속의 염력이 솟구치자, 류지안의 발톱이 더욱 날카로워지며 준의 가슴을 가격했고, 황금빛의 염력과 푸른 불꽃이 맞부딪히자 흡사 강철이 맞부딪히는 듯 경쾌한 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쨍’하는 울림 소리와 함께 견고하던 푸른 갑옷의 표면에 순간 깊은 홈이 패였다.

준은 가슴팍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반동에 휘청거리며 뒤로 두어걸음 물러서고 말았다. 화염갑옷 덕에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류지안의 일격이 품고 있는 무시무시한 위력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쾅! 쾅!

상대가 뒷걸음질을 치자, 류지안이 귀신처럼 달려와 휘황찬란한 빛을 발하는 손톱으로 이준의 갑옷을 연거푸 내리찍었다.

광기 어린 공세에 불꽃 갑옷에는 순식간에 상처가 늘어났고, 눈 깜짝할 사이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말았다.

광장에서 그 모습을 구경하던 관중들은 성난 사자처럼 적을 몰아붙이는 류지안의 기세에 등 뒤가 식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드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류지안의 노도와도 같은 공격을 견뎌내는 준의 실력에 관중석 곳곳에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류지안은 계속해서 이준의 갑옷을 공격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옷의 푸른빛이 흐릿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관중석에 있던 류헤이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옆에 있던 성치윤의 손을 붙잡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한껏 고조되어 있었다.

“저 자식이 졌어! 역시 오라버니야!”

하지만 성치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조용히 두 사람을 바라볼 뿐 이었다. 그는 류헤이보다 뛰어난 투사였기 때문에 이준이 계속해서 뒤로 밀리고 있었지만, 부상을 당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이준 녀석…순발력이 대단한데? 그 상황에서 바로 갑옷을 만들어 내다니…”

엄호가 감탄하듯 말하자, 곁에 있던 임수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마도 미리 준비해둔 거겠지. 머리가 좋아. 조금만 늦었더라도 곧바로 류지안의 공격에 치명상을 입었을거야.”

“하지만 저 갑옷도 류지안의 공격을 다 막지는 못하는 것 같은데…모양새를 보니까 곧 깨질 것 같아…”

한율이 눈썹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일단은 류지안의 공격이 이준에게 별 다른 타격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군. 계속 밀리고 있긴 하지만 조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잖아. 어쩌면…응?”

그 때, 무언가를 느낀 임수혁이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갑작스레 두 눈을 크게 뜨고 광장을 바라봤다.

“왜 그래?”

“이준이… 반격을 할 모양이야.”

”반격?”

엄호를 비롯한 이들은 깜짝 놀랐다. 류지안의 폭풍 같은 공세 앞에 반격이라니…하지만 임수혁은 엄호 자신이나 한율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실력의 소유자였고, 그런 그가 무언가를 느꼈다는 것은 분명히 무언가 근거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짧은 찰나였지만 강렬한 염력이 흘러나왔어. 뭔가 준비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그러나 이준의 몸을 감싸고 있던 화염갑옷은 시나브로 부서져 나갔고, 임수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산산이 박살나 허공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마침내 갑옷이 벗겨지자, 이준의 입가에서 한줄기 선혈이 흘러나왔다. 화염 갑옷을 입은 상태로도 류지안의 공격을 모두 막아내지는 못한 듯 했다.

류지안은 이준의 갑옷을 깨자마자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날카로운 발톱으로 이준의 가슴을 노렸다.

하지만 이준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류지안의 공격을 바라보며 조용히 상대를 향해 오른손을 뻗을 뿐 이었다.

이준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돌발행동에 놀란 것은 류지안도 마찬가지였다. 방금 전의 충돌로 인해 확실해졌다. 이준과 자신 사이에는 도저히 메울 수 없는 거대한 격차가 존재했다.

하지만 이준은 바보가 아니었고, 계란으로 바위를 치려드는 무모한 사람도 아니었다.

‘이 녀석…아직 감춰둔 패가 있는 것인가?’

류지안이 속으로 의문을 품고 있던 그 때, 푸른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섬광이 그의 시야에 포착됐다.

순간 류지안은 온 몸에 털이 삐쭉 서는 느낌에 자기도 모르게 염력을 끌어올리며 빠르게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늦었어!”

다음 순간, 이준이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씨익 웃음을 지었다.

“가라!”

이준의 명령이 떨어지자 청보랏빛 불꽃이 그의 소매 안에서 쏟아져 나왔고, 순식간에 광장의 온도가 치솟았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류지안이 공격을 멈추고 퇴각하려던 이유를 알아챘다.

그리고 청보랏빛의 불꽃 덩어리가 류지안을 향해 날아드는 순간, ‘쾅’하는 굉음과 함께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온 광장이 뒤흔들렸다.

천지를 가득 메운 폭발음에 광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하나 같이 얼음처럼 굳은 채 눈을 크게 뜨고 한곳을 응시했다.

곧이어 광풍이 일며 뜨거운 열기를 가득 실은 바람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광풍이 그치자 마치 무형의 거인이 날뛴 듯, 잔뜩 갈라지고 패인 경기장의 모습이 사람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

그렇게 수 십 초가 흐른 뒤에야 관중들이 하나 둘 정신을 차렸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하나 같이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고 창백한 얼굴로 거친 숨을 헐떡이는 청년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관중석에 있던 류헤이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연기가 무성한 경기장을 바라보며 입을 틀어 막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충격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은 옆에 있던 치윤도 마찬가지로 입을 떡 벌리고 아래쪽을 응시했다. 그는 놀라면서도 동시에 안도감이 들었다. 만일 천계의 탑에서 그 공격이 자신에게 맞았더라면…어제 경기에서 이준이 자신에게 그 공격을 날렸더라면…그렇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다리에 힘이 풀렸다.

……

“이준이 엄청난 위력의 불꽃 무투기를 쓸 줄 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이 정도로 강할 줄이야. 이건 거의 괴물이잖아…”

폐허가 되어버린 경기장을 보며 엄호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댔다.

“그 때 이준은 대투사였으니까. 지금은 투령 계급에 진입했으니 무투기의 위력도 더욱 강해졌겠지.”

임수혁이 웃으며 감탄하듯 말했다.

하지만 웃음기 어린 입가와 달리 그의 눈에는 숨길 수 없을 정도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준이 감춰둔 ‘비장의 수’가 그 정도 위력일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류지안은 어떻게 됐지? 설마?”

그 때, 한율이 주변을 살펴보며 말했다. 하지만 먼지가 너무 심하게 일어난 탓에 아무리 열심히 눈을 굴려보아도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그러자 눈을 가늘게 뜬 채 주변을 관찰하던 임수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준의 공격이 엄청나긴 했지만…이걸로 끝나지는 않았을 거야. 지금까지는 상대와의 실력차가 너무 역력한 탓에 보여줄 기회가 없었지만, 무쇠 같은 방어력을 가진 놈이니까.”

임수혁의 한마디에 그의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먼지더미를 한참이나 응시했다.

마침내 서서히 먼지가 걷히고, 광장 한 가운데에 서있는 거대한 인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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