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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255화 (255/818)

제255화. 전장으로

태령황제의 옥…준은 속으로 그 말을 삼키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럼 큰 형은?”

“형님도 나도, 모두 목숨을 잃을 뻔 했다. 다행히 위험한 순간에 지원병이 나타나 남은 사람들은 목숨을 건지게 됐어.”

“지원병? 가한 제국에 운남종과 맞서는 세력이 있다고?”

“그래. 복면을 쓰고 갑자기 나타나 우릴 도왔지.”

“누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가한제국에서 운남종에 맞서 이씨 가문을 도울만한 사람이라니…그 때, 이찬이 다시 입을 열었다.

“동해 선배였다. 그 사람이 살아남은 이씨 가문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갔어. 덕분에 형과 나도 무사할 수 있었지. 내가 타고 온 비행 마수도 유씨 가문에서 빌려준 거야. 연유는 모르겠지만, 그 분이 유씨 가문과 뭔가 연이 있는 듯 하던데… 어쨌든비행 마수를 타고 가람아카데미 근처까지 오는 데까지는 성공했는데, 오는 길에 흑각성의 범죄자들과 마주쳤다. 상처는 그곳에서 입은거야. 형님은 무사하니 걱정하지 마.”

큰 형이 무사하고, 가문도 전멸한 것은 아니라는 말에 비로소 준이 어느 정도 냉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 한구석에는 여전히 살기가 남아있었다.

“오라버니, 우리 부모님은…? 괜찮은 거지?”

“옥아, 안 본 사이에 너무 많이 변해서 못 알아볼 뻔했구나. 이모님은 괜찮다. 다만…이모부께서 한쪽 팔을 잃으셨어.”

이찬의 말에 이옥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녀의 양친이 모두 목숨을 건졌다는 점 이었다.

“둘째 형, 우선 형은 몸을 회복하는데 집중해줘. 나도 뭔가 방도를 찾아볼게.”

“그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절대로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너는 지금 우리 집안의 희망이야. 네가 죽으면 우리 가문은 끝장이야. 알겠어?”

이찬의 단호한 표정에 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 무언가 생각에 잠겨있던 준이 이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누나가 형 좀 보살펴 줘. 나는 잠깐 은이랑 할 얘기가 있어.”

* * *

“영혼의 궁전에 대해 알려 줘.”

“오라버니가 그걸 어떻게?”

“둘째 형이 말한 그 쇠사슬…영혼의 궁전 놈들 맞지? 다 알고 있어. 그러니 속일 생각 말고 알고 있는 대로 다 알려 줘.”

이은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영혼의 궁전은 아주 신비하고 기이한 조직이에요. 그들은 언제나 영혼체를 찾아 헤매지만 왜 그렇게 많은 영혼체를 찾는지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어요. 하지만 설마 가한제국에 그들이 나타날 줄은…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던 일인데…아마도 오라버니의 손에 있는 그 물건 때문인 것 같아요. 사실 태령황제의 옥은 어떤 열쇠의 일부분이에요. 나머지 다른 부분은 우리 집안과 영혼의 궁전이 나누어 가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이 열쇠들이 무슨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저도 아는바가 없어요. 다만 아주 확실한 게 있죠. 우리 집안도, 영혼의 궁전도 이 열쇠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라는 거요.”

이은의 설명에 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열쇠, 또 그 놈의 열쇠 때문이야?”

“오라버니, 내가 지난번에 했던 말들… 기억하고 있죠? 그 물건이 오라버니 손에 있다는 사실은 절대로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돼요. 심지어 이찬 오라버니에게도 비밀로 해야 해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 물건이 오라버니 손에 있다는 게 알려지는 순간 오라버니와 이씨 가문은 끝이에요.”

준은 둘째 형의 상처를 살피기 위해 본원으로 돌아가지 않고 며칠 정도 외원에서 더 머물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며칠 사이, 이찬은 건강을 회복했을 뿐 아니라 빠른 속도로 실력이 늘어 대투사의 경지에 이르렀다. 준이 치료 과정에서 몰래 지하의 유액 한 방울을 섞어 넣었기 때문에 가능한 성취였다.

하지만 상처가 회복되고 실력이 는 것 외에도 한 가지, 이찬에게 변화가 생겼다.

큰일을 겪고 났기 때문인지, 준이나 가까운 사람을 대할 때는 예전과 별 다를 바 없었지만, 낯선 사람이나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다른 사람처럼 날카롭고 광기어린 모습을 보이게 됐던 것 이다.

이에 대해서는 준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게다가 또 한 가지, 이찬의 거처 문제 역시 골칫거리였다.

본래 가람아카데미에서는 외부인을 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외원에서도, 본원에서도 이준을 아끼고, 비석의 간부인 이윤영이 외원의 부원장인 대건의 손녀이기에 외부인인 이찬이 이곳에 머무르는 것을 허락해준 것 이다. 일종의 특혜인 것 이다.

그리고 이준이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이찬이 그에게 찾아와 먼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준아. 나를 흑각성으로 보내다오.”

“형…흑각성은 안 돼. 거긴 너무 위험해. 이…이런 말하기는 그렇지만 형의 실력으로는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몰라…”

흑각성의 처절하고 끔찍한 환경을 몸소 경험한 준은 절대로 자신의 형을 그런 곳에 보내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아카데미에 머무를 다른 방법을 고민하는 편이 나았다.

“준아. 이제 나도 대투사다. 물론 너에 비하면 모자랄지도 모르지만, 내 한 몸 건사할 수 있는 실력은 있어.”

하지만 이찬의 태도는 너무나 단호했다. 만일 준이 끝가지 만류한다면 몰래 아카데미를 빠져나가 흑각성으로 향하기라도 할 기세였다.

결국 준은 한참을 망설이다 주머니에서 반짝이는 은색 두루마리 두 개를 꺼내들었다.

“번개 속성의 무투기야. 이거라면 3격 염력 수련법이나 무투기에도 대응할 수 있을거야. 굳이 가야겠다면 이걸 익히고 가…그리고 내가 연금비약을 제조해 줄테니까, 그 때까지만 여기 있어. 위험한 곳에 가려면 그만한 대비는 해야지.”

* * *

형의 뜻을 꺾을 수 없었던 준은 이찬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준비했다.

그 중 한 가지는 바로 5레벨 연금비약인 ‘용의 힘’이었다. 마침 유장로가 보내온 약재가 있으니 그것으로 형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연금 비약을 만들면 됐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준은 유 장로에게 남길 ‘용의 힘’만을 남기고 가지고 있는 기력의 조각과 상처 치료제, 용의 힘을 비롯한 온갖 연금비약을 형에게 건넸다.

그 외에도 또 하나, 약로의 ‘얼음불꽃의 정수’가 들어있는 검은 저장 반지 하나를 형에게 넘겼다. 정말로 목숨이 위험한 순간이라면 그 불꽃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것 이다.

이찬은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동생을 바라보며 담담한 표정으로 어깨를 두드렸다.

“걱정하지마라 준아. 언제까지 형들이 막내인 너에게 의지할 수는 없잖니. 가문을 지키려면 너 뿐만 아니라 우리도 강해져야 해. 믿고 보내다오.”

죽음을 각오한 듯 결연한 형의 눈빛 앞에 준은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고 고개를 떨궜다.

“후우, 알겠어 형. 몸조심하고… 무슨 일이 있다면 바로 나에게 와. 그리고 밖에서 가람아카데미의 집행인을 만나면 오하늘과 내 이름을 대. 그럼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거야.”

“그래. 알았다.”

이찬은 그 말을 끝으로 가람아카데미를 떠났다.

대문을 나서는 형의 모습을 바라보는 준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자, 이은이 다가와 조용히 그를 끌어안았다.

“오라버니, 걱정하지 마요. 어쩌면 찬 오라버니께서 흑각성에서 세력을 만들어 찾아올지도 모르잖아요.”

준은 등 뒤로 느껴지는 이은의 따스한 체온을 느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찬의 일이 대충 마무리되자, 준은 곧바로 본원으로 돌아와 곧 있을 경연대회를 준비했다.

최강자 명단에 들어가는 50명은 거의 다 본원에서 이름 난 강자들이었으니, 경연대회는 본원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였다.

만일 이 대회에서 10위 내에 든다면 본원의 장로 후보가 될 자격이 주어지니 본원에 있는 수많은 우수한 학생들은 하나 같이 이 경연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그리고 경연대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 되자, 경연대회에 참가할 자격을 얻기 위해 본원 곳곳에서 사투가 벌어졌다.

이를 반영하듯 불과 며칠 사이, 강자 목록의 앞순위 20명을 제외한 나머지 30명의 명단은 하루가 다르게 순위가 뒤바뀌고 있었고, 거의 매일 같이 처음 듣는 사람들의 이름이 올라왔다 사라졌다.

현재 준의 순위는 34위로, 상당히 애매한 위치였으니 매일 같이 날아드는 도전장에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평소라면 어떻게든 도전을 피했을 테지만, 가문의 일로 마음이 급해진 터라 실력을 기르고 싶었던 준은 도전을 피하지 않고 매일 같이 본원의 다른 학생들과 대결을 벌였다.

첫 날은 네 명의 2성 투령과 한 명의 3성 투령이 준에게 도전했고, 준은 이 다섯 번의 대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두 번째 날에도 세 명의 3성 투령, 두 명의 4성 투령과 싸웠지만, 역시 다섯 번 다 준의 승리였다.

세 번째 날에도 다섯 도전자와 맞섰는데 마지막 도전자는 6성 투령으로 최강자 명단 30위를 차지한 사람이었지만, 그마저도 준의 상대가 되지는 못 했다.

그리고 불과 3일 사이, 15명의 강자와 상대한 준의 실력은 또 다시 한층 나아져 어느 새 2성 투령에 이르러 있었다.

문자 그대로 파죽지세로 승리를 거두어 나가는 통에 준은 또 다시 화제의 중심이 됐고, 비석 역시 덩달아 주가가 높아졌다.

* * *

천계의 탑 6층에 도착하는 순간, 준의 눈앞에 믿기 어려울 만치 넓은 내부 공간이 펼쳐졌다.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층과도 비교할 수 없는 면적이었다.

6층의 내부는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 위로 따뜻한 바람이 새어 들어오며 온 몸을 나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넓은 공간이 아까울 정도로 사람이 적어 그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녀 봐도 드문드문 몇 사람을 마주칠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6층은 강자 목록에 이름을 올린 학원의 최강자들도 출입 자격을 부여 받기 힘들 정도이니, 사람이 적은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 이었다.

경연대회가 다가왔으니 천계의 탑 6층에서 한동안 나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비록 최근에 여러 일이 있으면서 2성 투령을 돌파했지만, 지금의 실력으로는 10위권 내를 노리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엄호나 임수혁, 류지안 등은 거의 투왕의 벽을 돌파하기 직전이었으니, 지금의 준에게는 거의 승산이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대회가 시작하기까지 아직 20일의 여유가 있었으니 이준은 그 시간 동안 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려 어떻게든 10위 안에 들 가능성을 높여보려 하고 있었다.

* * *

6층의 수련실은 외관상 5층보다 정교하고 아름다웠지만 수련실의 수는 불과 반 정도에 불과했다.

아무래도 이곳에 들어와 수련할 수 있는 사람이 소수이다 보니 많은 수련실이 필요 하지는 않은 듯 했다.

천천히 걸어 6층 중앙지점까지 도착하자, 열댓 명의 사람들이 여유롭게 걸어 다니는 것이 보였다.

쉼터에 있는 십여 명의 강자들에게서는 하나 같이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준이 6층의 휴식 공간을 걸어 다니자, 개 중 몇 몇 학생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위아래로 그를 훑어봤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2성 투령 정도의 인물이 6층에 출입하는 일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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