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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249화 (249/818)

제249화. 류지안

눈앞에서 일어난 마법 같은 광경에 경기장에 구름처럼 몰려있던 관객들의 입에서 하나 둘 감탄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이준의 체격이 변화하며 무시무시한 힘이 터져 나오자, 백청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장창을 휘두르며 준에게 달려들었다.

‘용의 힘’을 복용한 준은 약효로 인해 체격이 커지고 힘이 용솟음치는 것 뿐 아니라 시력이 예민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백청의 장창이 눈부신 금빛에 둘러싸여 있어 여전히 그 창끝을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상대의 동작만큼은 이전과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하나 하나 빠짐없이 선명하게 그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준은 가볍게 고개를 옆으로 돌려 상대의 창을 피한 뒤 곧바로 손을 들어 황금빛으로 물들어있는 창대를 덥썩 붙잡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놀라운 움직임이었다.

혼신의 일격이 너무나도 쉽게 막혀버리자, 백청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준은 상대에게 좌절할 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 창대를 붙잡은 손을 거세게 흔들어댔고, 이에 백청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마냥 휘청거리다가 결국 창대를 놓치고 말았다.

“이, 이 빌어먹을 자식이……”

“그만하죠. 승부가 난 것 같은데.”

“이……입 닥쳐!”

백청은 참을 수 없는 모욕감에 몸을 부들부들 떨며 염력을 끌어내 자신의 온 몸을 덮었고, 이내 황금색이 섞인 주홍빛 염력이 그의 몸을 감쌌다.

“하……!”

그러나 준은 귀찮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곧바로 주먹을 뻗었다.

5레벨 연금비약의 약효가 더해지자, ‘태초의 힘’을 사용한 준의 주먹은 그야말로 벼락처럼 빠르고 강렬했다.

허공을 가르고 날아든 준의 주먹이 아직 백청에게 부딪히지 않았음에도 공기가 일그러지며 백청의 염력 갑옷을 강타했고, 이와 동시에 그의 갑옷에 주먹만한 크기의 구멍이 뚫려버리고 말았다.

펑-

그리고 다음 순간. 준의 주먹이 백청의 염력 갑옷을 무참히 박살내며 우레와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조용했던 경기장은 마치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산산조각이 났고, 이내 바닥에는 팔뚝만한 굵기의 빗금들이 무수히 새겨졌다.

……

“커헉……!”

경기장을 뒤덮은 희뿌연 먼지가 사라지자,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피를 토해내는 백청의 모습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은 듯 염력을 쥐어짜내 준의 주먹에 대항하고 있었다. 백청은 막무가내로 고집을 피우는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나름대로의 계산이 있었다.

비술도 모자라 연금비약까지 복용한 준의 몸에서 그 기운이 빠져나갈 때 까지 버티기만 한다면, 준의 몸은 순식간에 엉망이 되고 말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 때 까지 버텨낼 수만 있다면, 승리는 자신의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계산대로, 마침내 준의 주먹에서 빠른 속도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무시무시한 기운이 썰물처럼 줄어들기 시작했다.

“큭큭큭.”

백청은 옅은 웃음을 지으며 곧바로 상대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치잇!”

그의 예상대로,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일듯한 기세로 달려들던 준이 황급히 몸을 날려 공격을 피했다. 힘이 바닥난 것 이다.

“푸하하하하! 끝났군!”

……

그러나 다음 순간, 백청과 거리를 벌린 준이 묘한 웃음을 지으며 오른 손을 치켜들었다.

관객들은 준의 영문을 알 수 없는 행동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콰직.

“응?”

그리고 승리를 확신한 백청이 막 몸을 날리려던 찰나, 갑자기 그의 가슴팍에서 무언가가 터지는 것이 느껴졌다. 밖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커헉……!”

백청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리며 갑자기 피를 토해냈다.

“너……!”

그는 끝내 마지막 말을 내뱉지 못 하고 의식을 잃은 채 바닥에 혼절하고 말았고, 이 충격적인 결말에 경기장에는 싸늘하게 정적이 내려앉았다.

경기장에 나타난 기골이 장대한 거구의 사내 하나가 나타났다. 짙은 눈썹을 가진 사내의 등에는 자신의 키만한 검정색 창이 메여 있었다.

사내가 나타나자, 장내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로 집중됐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강인한 기운에 사람들은 마른 침을 삼키며 감히 눈조차 마주치지 못 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준을 한번 흘겨보고는 시선을 돌려 경기장 한 가운데 쓰러져 있는 백청을 바라봤다.

“의외군. 네가 백청을 이렇게 만들어 놓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준이 바닥에 꽂혀있던 검은 송곳을 빼들며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군. 하지만 나도 저렇게 만들 수 있을까? 너와 나 사이에도 해결할 일이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해결할 일?”

준이 되묻자, 사내는 말없이 경기장 한쪽을 가리켰다.

“오라버니.”

사내가 가리킨 방향에서는 관람석에 있던 한 여인이 잰 걸음으로 경기장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오는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준은 곧바로 상대가 누구인지를 알아차렸다.

“당신이 류헤이의 오라버니인 류지안이군요. 제가 알기로는 그 쪽에서 먼저 싸움을 걸었고, 정정당당한 승부였는데, 그게 당신에게 원한을 품을 이유가 되나요?”

그 때, 이은이 달려와 류지안을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류지안은 이은을 한번 훑어보고는 흥미롭다는 듯 씨익 웃음을 지었다. 본원 내에서 감히 그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자는 손에 꼽을 정도인데, 본 적도 없는 신입생이 눈 하나 깜짝 않고 자신을 비난하자 어이가 없는 모양이었다.

“흥, 건방진 년, 겨우 백청 정도를 꺾었다고 기세가 등등해서는…지금 네가 누구에게 시비를 걸고 있는지 알고나…”

이번에는 류헤이가 류지안을 대신해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녀가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이은이 번개처럼 몸을 날려 그녀의 뺨을 후려 갈겼다.

‘짝’하는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지자, 관람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모두 넋이 나가 표정으로 이은을 바라봤다.

평소에 조용하고 얌전한 성품의 이은이 갑자기 누군가의 뺨을 때린 것도 놀라웠지만, 심지어 그 상대가 본원 최강자 중 하나인 류지안의 사촌동생 ‘류헤이’라는 사실이 더욱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너, 너 미친 거 아니야? 절대로 가만 두지 않을 거야.”

다짜고짜 뺨을 얻어맞은 류헤이는 너무나 분노한 나머지 거의 게거품을 물며 발작을 해대고 있었다.

바로 그 때, 류지안이 류헤이의 앞을 막아섰고, 그와 거의 동시에 이준이 이은의 팔목을 붙잡았다.

“저기 후배님, 이건 조금 심한 것 같군.”

“은아, 됐어. 그만해.”

류지안과 이준의 대화가 갑자기 두 여자의 싸움으로 번지자, 관객석 곳곳에서 소란이 일었다. 강자목록 3위의 강자와 최근들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신입생의 충돌은 확실히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다시 류지안과 이준이 살벌한 기세로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하자, 이번에는

임수혁이 경기장 위로 난입했다.

“임수혁…?”

갑작스런 임수혁의 등장에 류지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아는 한, 임수혁이 이런 일에 끼어들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네가 이런 일에 관심을 뒀지?”

“하하, 저 친구에게 빚을 진게 있어서 말이지. 그런데 설마, 방금 전 막 대결을 마친 신입생을 상대로 본원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는 강자인 네가 도전을 하려는건 아니겠지? 모양이 좀 아니잖아.”

“허…참! 임수혁. 나를 뭘로 보는 거야? 저런 애송이를 상대로, 내가? 웃기는 소리하지 마. 인사나 하려던 것뿐이라고. 괜히 계집애들이 끼어들어서 모양이 우습게 됐군. 오늘은 이만하지. 난 한 달 뒤에 있을 대회에서 만나게 되면 제대로 붙어보자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야. 백청을 꺾었으니, 한달 뒤에 있을 본원 경연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 졌을 테니까 말이야.”

“언제든지요.”

이준의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류지안은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끌끌 차고는 류헤이와 함께 자리를 떠났고, 준과 이은을 비롯한 비석의 구성원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들의 근거지로 돌아갔다.

* * *

준은 의자에 앉아 이은과 함께 자신이 수련을 떠난 이후 비석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윤영이 다친 건 좀 어때?”

“꽤 심하게 다치긴 했지만 오라버니가 만든 연금비약이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다만…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그리고 윤영이도 곧 9성 대투사의 벽을 뚫을 수 있을 거야.”

“으음… 역시 재능이 대단하네! 내 생각보다 성장이 훨씬 빨라.”

이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백청과의 대결에서 승리한지 이틀, 그는 줄곧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첫 째로는 그 날 염력과 체력을 모두 소진했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백청을 꺾은 탓에 자신이 강자 목록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본원의 규정에 따르면 강자 목록에 이름을 올린 강자를 꺾으면 대결에서 승리한 사람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으므로, 백청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는 준의 차지가 되어 있었다.

비록 34위는 대단한 위치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감이 있었지만, 낮다고 하기에는 제법 괜찮은 성적이었다. 동시에 10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린 강자들과는 달리, 상당히 많은 도전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위치이기도 했다.

강하기는 하지만 그 아래에 위치해있는 학생들이 넘보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의 강함을 가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준이 34위 자리를 차지한 뒤 적지 않은 도전자들이 나타났고, 준은 백청과의 대결에서 입은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는 이유로 그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본원의 규정에 따르면, 부상으로 인해 대결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도전을 거부한다고 해도 어떠한 불이익도 없었다.

“아마도 밖으로 나가면 최소한 예닐곱 명은 오라버니에게 대결을 신청할거예요.”

이어지는 이은의 말에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강자 목록에 오른다는 것이 이렇게 피곤한 일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그 때,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벌컥하고 방문이 열렸다.

“하하, 이준! 잠깐 못 본 사이에 투령이 되고 백청을 꺾다니!”

“동수 선배, 여긴 어떻게…? 아니 그보다, 불 독은 다 빠진 거예요?”

“하하하! 네가 준 연금비약덕에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지! 그보다, 정말 대단하군. 어떻게 고작 두 달 사이에 이렇게까지 강해질 수 있는거야?”

동수는 불과 두 달 새에 몰라볼 정도로 강맹해진 준의 염력을 보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은 후배도 대단하더군. 경기장에서 류지안에게 대놓고 맞섰다지? 본원 안에서 그 놈 눈을 똑바로 보고 얘기할 수 있는 놈도 손에 꼽을 정도인데 배짱이 정말 대단하군. 하지만 별로 현명한 처사는 아니야. 그 놈은 그렇게 만만한 놈이 아니라고.”

“강자 목록 10위 안에 드는 사람 중 쉽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동수는 영 찜찜 하다는 듯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준은 피식 웃으며 어깨를 한번 으쓱할 뿐 이었다.

“하…정말이지, 이걸 대담하다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하나…”

“흐음…류지안이 그렇게 대단합니까?”

“이봐 이준…그 놈, 본원 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는 강자라고. 2위가 임수혁, 3위가 류지안이야. 엄호가 4위, 나는 9위와 10위를 왔다갔다했지. 불독도 거의 빠졌고 실력도 올랐으니 이제 6~7위는 될거야. 설마 그것도 모르고 류지안을 들이받은 거야?”

동수의 설명에 준의 눈이 휘등그래졌다. 류지안이 3위라는 것도 충격적이었지만, 임수혁 정도의 강자가 2위라는 것도 상당히 놀라운 일 이었다.

“임수혁이 2위라구요? 그럼 1위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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