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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240화 (240/818)

제240화. 번개의 춤

“아참…….”

용무를 마치고 자리를 뜨려던 혁 장로가 갑자기 무언가가 떠오른 듯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준을 바라봤다.

“너희 비석에서도 앞으로 정식으로 연금비약을 판매하게 될 테니 규정을 알아둬야겠구나. 본원에서 대량으로 연금비약을 판매하게 될 경우에 수익으로 얻은 불의 힘의 2할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네?”

준이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묻자, 혁 장로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할 수 없다. 이건 규정이니까. 아카데미가 이득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연금비약을 판매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수입을 벌어들이는지 잘 알기에 본원에서도 적절한 대책을 세운 거란다. 가만히 손 놓고 있는다면 연금술사 모임이 가장 큰 세력이 되어 있었겠지.”

혁 장로의 단호한 말투에 준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공명정대하기로 유명한 혁 장로의 성품을 거슬러 좋을 것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준이 규정을 납득한 듯하자, 노인의 얼굴에는 다시 인자한 웃음이 돌아왔다.

“그래. 오늘 고생이 많았으니 이제 들어가서 쉬거라. 내일 연금술사 모임에게서 판매지점을 인수하도록.”

할 말을 끝내자 그는 곧장 뒤 돌아 광장을 빠져 나갔다.

잠시 후 이준이 피식 웃으며 비석의 멤버들을 바라보다 걸음을 옮기자 이은을 비롯한 비석의 구성원들 역시 환히 웃으며 그의 뒤를 따라 광장을 벗어났다.

* * *

연금술 대결이 끝난 지 3일. 그 사이 준의 연금술 실력에 대한 소문이 본원에 파다하게 퍼져나갔다.

유명세로만 따지자면 준은 이미 본원의 강자 목록에 이름을 올린 학생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5레벨 연금비약을 만들어낼 줄 아는 연금술사는 어딜 가든 투왕이나 투황급 강자와 비슷한 대우를 받을 정도이니, 학생들은 물론이고 선생들 중에서도 이준과 잘 지내고 싶어 하는 자들이 있을 정도였다.

* * *

3일이란 시간 동안 유명해진 건 비단 이준의 이름뿐만이 아니었다. 비석이 본격적으로 연금비약을 판매한다는 소식이 파다하게 퍼지며 많은 사람들이 비석의 연금비약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이다.

게다가 시합에 내건 조건 중 하나로, 연금술사 모임이 차지하고 있었던 다섯 판매 지점을 비석이 넘겨받게 되면서 비석은 빠르게 세를 확장해 나가게 되었다.

비석의 연금비약은 첫날에만 200개 판매고를 올렸고, 순식간에 폭증한 불의 힘 앞에 비석 구성원들은 기쁜 것을 넘어 반쯤 넋이 나가고 말았다.

연금술사 연합에서 약재 사재기를 포기하면서 준은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그는 밤낮 없이 꼬박 이틀에 걸쳐 연금비약을 제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요를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

* * *

결국 3일째 되는 날, 준은 이은을 찾아가 넌지시 그의 의견을 제시했다.

“연금술사가 더 필요할 것 같아. 나 혼자서 어떻게 해 볼 수준이 아니야.”

“사람을 구해요? 그러면 조합표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을까요?”

“그건 어쩔 수 없지. 그렇다고 해서 하루 종일 방 안에 갇혀서 연금비약 제조만 할 수도 없잖아? 어차피 조합표를 평생 비밀로 남겨둘 것도 아니고…사실 내가 지금 만들어 내고 있는 것들은 그리 대단한 물건이 아니야.”

실제로 그의 연금비약은 겨우 1레벨에서 2레벨 정도에 불과했으니, 그로써는 그다지 아까워할 물건도 아니었다.

준의 제안에 이은을 포함한 세 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비석의 대장인 그에게 수련할 시간을 모두 빼앗아가며 연금비약만을 제조하게 할 수도 없는 일 이었다.

“좋아. 그럼 연금술사 찾는 일은 너희들에게 맡길게. 단, 반드시 비밀리에 진행해야 해. 그리고 연금술사 연합과 관계가 없는 사람인지 꼭 확인하고.”

“응. 알겠어. 이 일은 우리에게 맡겨.”

* * *

이은과 윤영의 일 처리 속도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연금술사를 영입하기로 한 바로 다음 날, 두 사람은 세 명의 3레벨 연금술사를 찾았다. 그들이 찾아간 연금술사들은 사정이 있어 연금술학과로 들어가지 못한 자들로, 본원의 연금술사 연합과도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지내왔기에 비석 가입 제의가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사실 예전 같았으면 연금술사들도 비석 같은 신흥 세력에 큰 관심이 없었을 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비석에는 투령 강자는 없지만 5레벨 연금비약 제조가 가능한 연금술사가 있다는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비석은 엄청난 가치가 있었다.

이은과 윤영이 데리고 온 세 사람의 연금술사는 모두 준과 만나자마자 존경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준은 간략하게 세 사람의 연금술 실력을 시험한 뒤 그들을 비석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였다.

준은 한동안 세 연금술사의 행동을 지켜보며 그들이 믿을만한 사람인지를 판단한 뒤 비로소 은밀히 연금비약의 조합표를 넘겨주었다.

새로이 비석에 들어온 연금술사들의 도움을 받게 되자, 준은 비로소 밤을 새워가며 연금비약을 만들어내던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비석의 연금비약이 연금술사 연합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조금 저렴한 것이 사실이었으나 사람들이 매일 같이 사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따라서 며칠간은 물건을 내놓는 순간부터 불티나게 팔렸지만 그 상황이 오래 유지되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 실적을 봤을 때 연금술사 연합과 거의 대등한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 * *

연금비약의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을 바탕으로 비석의 구성원들은 천계의 탑에 들어가 빠른 속도로 실력을 늘려 나갔다.

현재의 수련 속도대로라면 이은, 윤영 그리고 하늘 세 사람 정도는 반 년 안에 투령 계급에 달할 수 있을 듯 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비석은 날개 돋친 듯 상승세를 탈 게 분명했다.

하지만 천계의 탑에 오래 갇혀 있었던 까닭인지 이준은 아직까지 공기가 탁한 지하의 탑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승급을 한지 얼마 안된 상태이니, 천계의 탑에 들어가도 큰 효과를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준은 여유 시간 동안 오하늘과 함께 몇 차례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장 내에서 벌어지는 뜨거운 싸움의 열기 탓인지, 준은 경기장에 발을 들이자마자 피가 끓는 것을 느꼈다.

준은 난간을 붙잡고 아래쪽에서 펼쳐지고 있는 전투를 지켜보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경기장에서는 강력한 염력이 일렁이며 시시때때로 벽이 깨지고 파편이 공중에 휘날렸다.

격렬하게 몸을 부딪치는 학생들을 바라보던 준은 문득 자신의 저장반지에 담긴 무투기를 떠올렸다.

‘이제 이걸 수련할 때가 온 것 같은데…… 또 혼자 산에라도 들어가야 하는 건가?’

이준은 그 길로 오하늘과 인사할 새도 없이 곧장 경기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 보름 정도 쉬었으니 슬슬 무거워진 몸을 움직일 때가 온 것 같았다.

* * *

깊은 산속, 울창한 초록빛이 시야를 가득 메워 마치 끝없는 초록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 듯했다.

끝없이 펼쳐진 나무 숲 위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지자, 새카만 그림자 하나가 공중에 뜬 채 끝없이 펼쳐진 숲을 바라봤다.

본원의 숲이 이 정도로 광활한지 상상도 못했던 터라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아래쪽에서는 마수의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

약로는 이준에게 항상 수련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번에는 늪지대를 찾으라는 것이 그의 요구였다.

약로의 요구에 부합하는 수련지대를 찾기 위해 준은 꼬박 하루의 시간을 써가며 산 곳곳을 유랑했고, 둘째 날 점심 무렵에 수련하기 좋은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준이 발견한 곳은 제법 넓은 늪지대로, 약로가 말한 조건에 거의 완벽하게 들어맞는 곳 이었다.

늪지대에 도착하자, 약로의 영혼이 모습을 드러냈다.

“좋아. 이곳에서 번개의 춤을 수련하면 딱 좋겠구나.”

“혹시 이쪽에 마수가 숨어 있진 않을까요?”

이준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그래 봤자 작은 녀석들일 테니 크게 방해가 되지는 않을게다. 네가 무투기를 수련하는 데는 오히려 도움이 될게야.”

약로가 가볍게 웃으며 옆에 있던 나무 위로 올라가 말했다.

“네가 이 늪지대를 무사히 건널 수 있는지 한 번 보자.”

스승의 말에 준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끄덕거리며 천천히 늪지대 위로 착지해 날개를 접었다. 날개가 사라지자 준의 몸이 서서히 진흙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발바닥이 늪에 닿는 순간, 그의 몸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져 나오며 늪에서 기포가 올라왔다.

펑—

자신의 몸이 점점 더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가자 준은 손을 아래로 향한 뒤 염력을 뿜어냈다.

그의 손에서 강렬한 힘이 터져 나오는 순간 몸이 가볍게 밀려나며 그의 몸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준은 늪에서 벗어나자마자 곧바로 날개를 펼쳐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그가 막 늪을 벗어나려는 순간, 주변에 있던 진흙이 치솟더니 화살처럼 준에게 날아들었다.

준은 영문을 알 수 없는 공격에 당황했지만 곧바로 침착하게 두 손을 뻗어 그 공격을 막아냈다.

날개를 움직여 늪지대로부터 십 여 미터 정도 위까지 날아오르자, 정체불명의 검은 물체들이 공격을 포기하고 늪으로 돌아갔다.

자세히 바라보니 자신을 향해 날아든 것은 진흙이 아니라 뱀처럼 보이는 무언가였다.

“하하, 어떠냐?”

다리에 온통 까만 흙이 묻은 제자를 보며 약로가 장난스레 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움직이기가 너무 불편하네요.”

“사실 네가 사용하는 폭풍걸음은 그리 좋은 무투기가 아니란다. 그저 단순히 염력을 이용해 지면에 폭발을 일으켜 그 힘으로 빠르게 이동할 뿐이지. 하지만 만일 번개의 춤을 잘 수련해낸다면 이런 땅도 네게는 평지나 다름없게 될게야. 심지어 이 기술에 도가 튼다면 공중에서 짧은 시간 걷고 멈추는 게 가능해지지. 번개바람 가문의 수장도 번개의 춤을 이용해 세 명의 투종 강자들에게서 달아난 적이 있으니까. 실제로 번개의 춤은 2격 하급 무투기일 뿐이지만, 속도에서만큼은 2격 상급이라 보아도 무방하단다. 잘만 배워둔다면 지금 네 실력으로 투황을 만나도 달아나는데는 문제가 없을게다.”

약로의 설명이 끝나자, 준의 눈이 반짝 반짝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로써는 처음 익히는 진정한 고급 무투기였으니, 마음이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으음…… 사실 바람의 춤은 수 만 명의 투사들이 바라 마지않는 무투기 중 하나다. 나도 번개바람 가문까지 찾아가 이 물건을 구하려고 한 적이 있을 정도니까. 하지만 거래에 실패했다. 듣기로는 번개 바람 가문에서도 아주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수련을 허락한다고 하더구나. 하지만 사실 번개바람 에너지라는 것이 상당히 위험한 거라 제대로 익히지 못 하면 제 몸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잘만 다루면 염력의 공격력이 몇 배로 강해지니 그리도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지.”

“아아…… 그럼 이제 어떻게 수련을 하면 좋을까요?”

이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기다리거라!”

“네? 뭘요?”

준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약로의 입가에 또 다시 장난스런 미소가 번졌다.

“바람이 세게 불고 천둥번개가 내리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이 족자 안에 있는 번개바람 에너지를 흡수하거라. 그게 이 무투기를 익히기 위한 첫 번째 단계다. 하늘을 보니 곧 수련을 할 수 있겠구나.”

그 후로 이틀…준은 가만히 산속에 틀어박혀 비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이틀 째 되던 날 밤, 마침내 거센 바람이 몰아치며 산속의 나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하늘을 가르며 천둥이 내리쳤고, 순간 푸른빛이 번쩍하며 이준을 비췄다.

은색의 두루마리를 치켜 올리자, 두루마리 안에서 번쩍이는 글씨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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