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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236화 (236/818)

제236화. 연금술사 연합

둘째 날이 되자, 비석 인원들은 곧바로 역할을 나누어 판매와 재료 구매에 나섰다.

판매를 맡은 것은 이은으로, 첫째 날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물건이 팔려나간 덕에 그녀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렇게 비석은 단 이틀만에 대량의 불의 힘을 손에 넣었고, 비석의 모든 구성원들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 * *

한편, 본원 한 구석의 화려한 방 안에서는 십 여명의 청년들이 둘러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방 중앙에는 커다란 탁자가 있었고, 그 위로는 약 솥이 자리잡고 있었다. 연금술사 복장을 한 남자는 그 솥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싸늘한 표정으로 나머지 사람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비석에서 대체 언제 연금술사가 튀어 나온 거지?”

“그쪽 수장, 이준이라는 녀석이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아래쪽에 있는 누군가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 녀석, 연금술사였어?”

사내는 몹시 화가난 듯 연신 날카로운 말투로 쏘아붙이듯 말을 하고 있었다.

“네…상황을 보니 그런 듯 합니다.”

“이 세 연금비약이 우리가 파는 것보다 효능도 뛰어나고 가격도 싸단 말이지…”

그는 눈 앞에 놓인 세 개의 연금비약을 매만지며 싸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쪽에서 명성을 얻기 시작하면 우리 입지가 점점 줄어들 거야.”

“그럼 어쩌죠? 그 꼴을 두고 볼 순 없잖아요!”

그 때, 남자와 가까이 있던 누군가가 불 같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걔네들이 구매하는 약재들을 조사한 다음 우리 쪽에서 사재기를 하도록. 아예 물건을 만들지 못하게.”

“네!”

수장의 명령에 다른 사람들이 입을 모아 대답했다.

“아, 그리고…이준이라는 놈, 백의놈들과도 마찰이 있다고 했지…? 가서 백청을 불러와. 내가 할 얘기가 있다고 전해라.”

* * *

한편, 신입생 기숙사의 대청에서는 이준이 자신의 불 수정 카드를 바라보며 입이 찢어져라 웃음을 짖고 있었다. 그의 불 수정 카드에는 348이라는 숫자가 적혀있었다.

대청에는 이은, 윤영 그리고 오하늘이 함께 앉아 있었다. 이틀 간의 연금비약 판매가 성공리에 이루어지며 그들의 연금비약은 점점 유명세를 얻어갔다. 불과 이틀만에 돌아다니며 물건을 팔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었으니,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결과였다. 그저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에 판매를 시작하면 모두 줄을 서서 물건을 사 들고 갔다.

“역시 연금비약처럼 남는 장사도 없는 것 같네요. 이게 다 오라버니가 높은 성공률로 빠르게 연금비약을 제조해 준 덕분이에요.”

이은의 칭찬에 준은 말 없이 웃음을 지을 뿐 이었다. 이미 며칠간 매일 같이 쉬지 않고 연금비약을 만들어두었으니, 족히 일주일은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연금비약의 재고가 남아있는 동안은 아무런 걱정 없이 천계의 탑에서 수련을 할 수 있었으니, 그것이 그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었다.

준은 오늘 구매한 약재로 연금비약의 재고를 확보해두고 수련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약재를 구매하러 간 동료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약재를 구매하러 간 동료들이 돌아올 시간이 제법 시간이 지났는데도 도통 소식이 없었다.

“오늘 재료 사오기로 한 애들이 왜 아직도 안 오지?”

“그러네요. 그래도 곧 오겠죠.”

그리고 이은이 대답하기 무섭게 누군가 다급하게 문을 두드렸다.

“어? 하태준? 무슨 일이야?”

거친 숨을 몰아쉬는 하태준을 보며 이준이 깜짝 놀라 물었다.

“대장! 큰일 났어!”

“왜 그래?”

하태준의 표정이 심상치 않자, 이준의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오늘 약재 사러 간 애들이 전부 빈 손으로 돌아왔어.”

“역시… 연금술사 연합에서 손을 쓰기 시작했네요. 생각보다 움직임이 빠른데요?”

“심지어 판매대로 가서 장사도 못하게 했나 봐. 몇몇 애들이 저항하다가 맞아서 부상까지 당했어!”

하태준의 이어지는 보고에 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살벌하게 일그러졌다.

“뭐라고?”

“이 자식들이! 연금술사 연합놈들 실력이 어떻게 돼?”

윤영 역시 곧바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눈을 치켜떴다.

그러나 하태준은 윤영의 질문을 듣자마자 고개를 저었다.

“그쪽이 아니야.”

“그럼 누구야!”

“그 새끼들, ‘백의’놈들 이었어.”

“백의?”

‘백의’라는 말에 준의 얼굴이 더욱 싸늘하게 굳어갔다.

“그 놈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대장, 어떡할거야?”

준은 하태준을 비롯해 윤영, 오하늘, 이은을 한번 쭉 훑어본 뒤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하태준.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아. 우리 비석을 건드리면 어떤 꼴이 나는지 똑똑히 보여주지.”

“좋아, 대장! 본때를 보여주자고!”

“오라버니, 백의랑 싸우려고요?”

하태준이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가자, 이은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죽이지만 않으면 되는거 아니야?”

하지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이은과 달리 오하늘의 얼굴에는 이미 살기가 가득했다.

“오하늘 말이 맞아. 싸워서 지더라도 붙어봐야지!”

윤영 역시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며 소리를 질러댔다. 외원에 있을 때부터 한 성깔하던 두 사람이니, 이런 일을 참고 있을 리가 없었다.

“어쩔 수 없어. 6개월 동안 우릴 건드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지 아직 두 달도 되지 않았어. 우리가 가만히 있는다면 그 다음부터는 다른 조직들도 하나 둘 우릴 업신 여기기 시작할거야.”

준 역시 단호한 태도로 백의와 싸울 의사를 밝혔다. 그는 잠시 입을 다물고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은아, 약재 채집팀을 최대한 빨리 꾸려줘. 약재를 구매할 수 없다면 우리가 직접 구하면 돼. 지금 백의 놈들을 친다고 해도 약재를 구하지 못하면 연금비약 판매는 불가능하니까. 그쪽도 급해.”

“알았어요. 내일부터 바로 준비하죠.”

“좋아. 그럼 이제 백의놈들에게 가자.”

* * *

이파리가 무성한 나무가 줄지어 늘어선 길 위, 살기등등한 표정의 청년들이 저마다 무기를 손에 들고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갑자기 시야에 등장한 낯선 무리에 이곳 저곳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녀석들 뭐 하려는 거지? ”

“방금 휘장을 봤는데, 비석 사람들 같던데?”

“응? 그 연금비약 파는 비석?”

“며칠 전에 또 백의놈들이랑 한 판 붙었다고 하던데…? 킬킬. 또 볼만한 구경거리가 하나 생기겠어……”

조용하던 거리가 금세 사람들의 말소리로 가득 찼다. 본원에서도 이 정도 규모의 싸움은 흔치 않았으니, 사람들의 표정에는 기대가 가득했다.

* * *

“큰일입니다, 대장!”

“무슨 일인데 이렇게 정신 없이 굴어?”

“이준이 비석놈들을 데리고 우리를 치러 오는 것 같습니다!”

수하의 보고에 백청의 얼굴이 급속도로 굳어갔다. 설마하니 자신들이 연금비약의 판매를 방해했다고 해서 이렇게 곧바로 전면적인 반격을 가해올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듯 했다.

“아주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군…투령급 투사 하나도 없는 놈들이 감히…”

“하하하! 좋아! 놈들이 먼저 쳐들어왔으니 이번 기회에 본 떼를 보여주자고!”

방주빈이 웃음을 터뜨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백청은 못 미더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주의를 주었다.

“너무 자만하지마. 그 녀석이 다루는 기묘한 불꽃 무투기가 박세원도 꺾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더군. 게다가 넌 얼마 전 그놈에게 지지 않았던가?”

“흥, 그 날은 정보가 부족했다고! 그놈이 뭔가 기묘한 기술을 쓰는 건 맞지만, 그래봤자 하루에 한 두 번이 한계라니까! 이번에는 내가 놈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지! 두고 보라고!”

하지만 방주빈은 기가 죽기는커녕 되려 큰소리를 쳐대며 성을 냈고, 이에 백청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좋아. 믿어보지. 어쨌든 빨리 사람들을 모아. 신입생들이 만든 신생 조직에 패배했다가는 백의는 그 날로 끝장이 나고 말테니까.”

“네!”

백청의 명령에 자리에 있던 백의의 구성원들이 일사분란하게 대답을 하고는 재빨리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너희 발로 찾아왔으니 우릴 탓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큭큭…”

백의의 우두머리는 삼삼오오 모여드는 자신의 수하들을 보며 싸늘하게 미소를 지었다.

* * *

백의의 근거지 근처에는 넓은 공터가 자리 잡고 있었다.

백청에게 보고가 올라간지 얼마 되지 않아 백의의 구성원들이 모두 집결해 비석의 구성원들과 그들이 대치하기 시작하자, 삼삼오오 구경꾼이 모여들어 두 세력을 에워싸고 신이 난 표정으로 저들끼리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세력은 인원수에서부터 확연히 차이가 났다. 한 쪽은 사람이 꽤나 많아 얼핏 보아도 40~50명은 되는 듯 했다. 이 정도 인원이 있다는 것 자체로도 대단했지만, 그보다 그들이 풍기는 엄청난 기운이 사람들의 이목을 더욱 사로잡았다. 한편 맞은편에는 어림잡아 서른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지지 않겠다는 듯 결연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준, 이렇게 많은 인원을 데리고 우리 백의의 영역까지 들어온 이유가 뭐지?”

잠시 후, 광장에 빽빽하게 들어찬 사람들 틈을 가르고 백청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뒤로는 백성찬과 방주빈을 비롯한 세 사람이 거만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서서 비석의 구성원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글쎄. 그쪽에서 먼저 우리 비석의 장사를 방해하고 우리 조직원들을 해친걸로 알고 있는데?”

준이 굳은 표정으로 따지고 들었지만, 백청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비웃었다.

“본원에서 그런 사소한 싸움이야 매일 같이 벌어지는건데, 그 때 마다 이렇게 세력간의 싸움으로 번졌다면 아주 볼만했겠군.”

준 역시 지지 않고 그의 말을 맞받아쳤다.

“하하하! 지난번에 내기에서 패배한 뒤 6개월간 우리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네놈들 입으로 약속하지 않았나? 실력만 없는 줄 알았더니 자존심도 신의도 없는 조직이었군. 아니면 머리가 나빠서 한 달만에 우리와 한 약속을 잊기라도 한건가? 그런거라면 우리도 그냥 돌아가지. 1년도 아니고 한 달만에 고작 한마디도 안 되는 약속을 잊을 정도라면 그건 화를 낼 일이 아니라 동정할 일이니까.”

준의 조롱 섞인 비판에 주변에 모여있던 구경꾼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오자, 백청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입심이 제법이군. 어디 그 입심만큼 실력도 대단한지 한번 보자.”

“그래, 결국 붙어 보자는 거군.”

결국 두 세력의 수장이 말을 섞기 시작한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양쪽 모두 무기를 빼어들었다.

“이야…혈기왕성하구만.”

바로 그 때, 누군가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인파 속을 뚫고 나오더니 시커먼 인영 하나가 순식간에 준의 앞을 막아섰다.

“동수 선배?”

“당신이 왜…?

“아주 볼만한 구경거리가 생겼다고 본원 전체에 소문이 파다하더군. 이런 재밌는 일에 내가 빠질 수 있나?”

임동수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준을 돌아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본원에서 내로라하는 강자의 갑작스런 등장에 구경꾼들의 눈이 더욱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본원의 수 많은 세력들에게 미운 털이 박힌 ‘비석’의 대장인 이준과 동수 사이에 무언가 친분이 있는 듯 하자, 곳곳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본원 강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강자의 개입에 백의 구성원들 역시 깜짝 놀라 서로 눈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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