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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216화 (216/818)

제216화. 분배와 요양

금색 채찍이 뜨거운 열기를 실은 바람과 함께 땅에 떨어지자, 촉촉했던 토지가 한 순간에 척박하게 메마르며 바닥에는 시커멓게 그을린 자국이 생겨났다.

그리고 살벌한 위력의 금빛 채찍에 흑색 사자 부대의 재학생이 눈을 빼앗긴 사이, 갑자기 비릿한 피냄새와 함께 무언가가 그의 복부를 가격했다.

“윽……!”

순간 발차기를 당한 검은 사자 부대원의 얼굴이 뻘겋게 달아오르며 목에서부터 울컥 하고 피가 한움큼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번개처럼 금색 섬광이 날아들어 그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순식간에 두 명의 상대가 드러누웠지만, 이준 측의 손실은 오직 오하늘 하나뿐 이었다.

오하늘이 비틀거리면서도 한명을 마무리하고 쓰러지자, 신입생들의 가슴에서 또 다시 무언가가 불타올랐다.

* * *

한편, 자신의 팀원 중 두 명이 바닥에 드러눕자, 한상철의 얼굴에도 초조한 기색이 역력해졌다.

눈앞의 상대도 만만치 않은데, 팀원들이 모두 패배해 협공을 당한다면 제 아무리 한상철이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반각의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신입생들에게 둘러싸여 사투를 벌이던 재학생 하나가 또 다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가자!”

또 한 번 상대를 쓰러뜨린 이은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었지만, 그녀는 쉴 틈 없이 자신의 옆에 남은 신입생 세 명을 이끌고 곧바로 윤영을 지원하러 나섰다.

다시 반각. 신입생들의 뜨거운 환호 소리와 함께 한상철을 제외한 나머지 한 명마저 이은, 윤영 그리고 끝까지 살아남은 세 신입생의 합동 공격으로 결국 전투력을 상실하고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

이제 공터에 남은 검은 사자 부대원이라고는 한상철 뿐 이었다.

하지만 쉴 새 없이 4번의 전투를 치른 이은의 몸에서는 점차 그 특유의 눈부신 금빛 섬광이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제 아무리 고급 수련법을 익힌 그녀라도, 이렇게 연달아 격전을 치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나마 그녀가 숨을 돌릴 수 있었던 것은 이준이 한상철과 대등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이준이 패색이 짙었다면 그녀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곧바로 다시 전투에 임했을 것이 분명했다.

* * *

한편, 영배와 수열, 영수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쓰디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쩌면 역사적인 순간을 목격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

서영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터뜨리며 나무에 몸을 기댔다. 이미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했다. 그가 이준의 실력을 얕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힘으로 한상철 같은 사람을 이렇게 오래 붙잡고 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한상철은 본원 경기장의 유명한 싸움꾼이었다. 전투 경험이 풍부하고 손이 매워 투령 계급의 강자도 싸움 경험이 적다면 그의 손에 무참히 쓰러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데 눈앞의 신입생은…그런 한상철을 상대로 일대일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과 전투를 끝낸 직후에 말이다.

* * *

이은과 윤영은 준의 전투 상황을 바라보며 약 반각 정도 휴식을 취한 뒤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거의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잠시 후, 금색과 녹색의 염력이 쏟아져 나와 한상철의 거구를 향해 날아들었다.

나머지 세 신입생은 염력이 완전히 고갈되어서 이은과 윤영의 공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때, 푸른 불꽃에 둘러싸인 주먹이 다시금 한상철의 황금빛 주먹과 맞부딪혔다.

“크으윽…!”

곧이어 준의 염력회오리에 있던 납령이 세차게 떨리며 또 한 차례 푸른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납령에서 쏟아진 푸른 불꽃은 그대로 주인의 혈관을 타고 흘러 적의 황금빛 갑옷을 거세게 두드렸다.

“아악…!”

다음 순간, 한상철의 입에서 마침내 비명이 터져 나왔다. 푸른색 불꽃의 열기가 마침내 그의 황금색 염력 갑옷을 꿰뚫고 만 것이다.

‘젠장! 대체 무슨 불을 쓰는 거야? 이런 빌어먹을! 이게 정말 외원에서 이제 막 건너온 놈이 맞냐고!’

거구의 사내는 자신의 팔을 덮쳐오는 끔찍한 열기가 선사하는 끔찍한 고통에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승기를 잡은 순간마다 상대의 몸에서 솟아나오는 정체불명의 푸른 불꽃으로 인해 이미 몇 번이나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는 통에 거의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불꽃이 그를 완전히 통구이로 만들지 않고 고통으로 인해 손을 빼면 서서히 잦아든다는 점이었다.

그로써는 준이 자신을 죽이지 않기 위해 화력을 조절하고 있다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

결국 금색과 녹색의 염력이 양쪽에서 자신을 덮쳐오고, 정면에서는 또 다시 푸른 불꽃이 타오르자, 결국 상철이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우리가 졌다…”

상철의 입에서 항복 선언이 나오자, 공터 안에 자리하고 있던 신입생들의 입에서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준은 긴 한숨을 내쉬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광활한 숲의 한가운데 자리한 암석 위에 앉아 겹겹이 쌓여 있는 카드를 바라보며 만면에 미소를 띄웠다.

‘2’

숫자로 알 수 있듯, 불 수정 카드의 주인은 재수 없게 재학생들을 만나 불의 힘을 빼앗긴 사람들이었다.

탁자 앞쪽의 공터에는 수십 명의 신입생들이 바닥에 편안하게 앉아 있었다. 그들은 완전히 흐트러진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말똥말똥한 상태로 탁자 위에 놓여진 불 수정 카드를 응시하고 있었다.

한편 공터의 한쪽 편에는 한상철, 서영수 등의 사람들이 나무기둥에 기대어 앉아 착잡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준은 선배들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쉴 새 없이 하늘 색 카드와 까만 색 카드를 비벼댔다.

준의 손에 닿은 카드에 적힌 숫자는 ‘2’에서 ‘7’로 변화하고 있었다. 이는 최초의 ‘5’에서 ‘2’가 더해진 것이었으니, 신입생들은 거의 축제 분위기에 빠져 있었다.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탁자 위에서 빛이 번쩍거리고, 드디어 마지막 카드 한 장을 내려놓는 순간, 준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걸 다른 아이들에게 돌려줘.”

이은과 윤영이 카드를 들고 신입생들에게 나누어주자, 여기저기서 기쁨에 겨운 웃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하하! 숫자가 돌아왔어!”

신입생 중 한 명은 자신의 불 수정 카드를 끌어안고 연신 웃어대며 기뻐서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기쁨과 환희로 가득 찬 신입생들을 보는 준의 얼굴에도 또 다시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준은 카드 분배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오하늘에게 다가가 기력의 조각 몇 알을 건넸다. 그가 마지막에 보여준 투지는 실로 대단했으니, 실제로 승리에 공헌한 정도를 떠나, 준은 이번 일로 그에게 꽤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준은 다시 탁자로 돌아가 탁자에 놓인 하늘색의 카드를 응시했다. 방금 전 배분을 통해 현재 그 안에 남아있는 불의 힘은 총 270개 정도였다.

이 남은 에너지를 네 명이서 나누면, 한 사람당 60일분이니 실로 엄청난 수확이었다.

그는 하늘색 카드에 남은 불 에너지를 일단 자신에 카드에 모두 긁어 넣고서 자신을 원망의 눈초리로 노려보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민망한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하하. 미안해라. 이렇게 많은 학생들을 불러 놓고 아무 보수도 주지 않는 건 말이 안 되니까 말이야. 어쩔 수 없이 조금 썼어.”

“하. 젠장.”

한상철은 카드 위에 남은 잔고를 보고 욕설을 중얼거렸다. 두 달 동안 경기에 참여하며 힘들게 모아 온 성과가 이렇게 날아갈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억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아…”

곁에 있던 서영수를 비롯한 이들도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신입생 중에 이런 괴물이 있을 줄…

“하하. 한상철 선배, 뭐 좀 물어보려고 하는데 어때?”

그 때, 준이 그들의 가라앉은 안색은 관심도 없다는 듯 베실거리며 한상철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20일 분량의 불 에너지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정보를 조금 알려주는 게 어때? 그럴 마음 없으면 다른 사람들을 찾아가 보고.”

“너…… 하아. 물어봐.”

이미 많은 수확을 거둔 것이 사실이었지만, 그것을 본원에 들고 가려면 아직 ‘하얀 사자’와의 일전이 남아있었다. 준이 노리는 것은 바로 그 하얀 사자팀의 정보였다.

“마지막 한 조인 하얀 사자 부대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

“하얀 사자 부대? 인정하긴 싫지만 우리보다도 강한 녀석들이지.”

한상철의 한 마디에 준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검은 사자부대를 이기는 것도 죽을힘을 다해야 했는데…그보다 더 강하다니, 답이 안나오는 상황이었다.

“실력 자체는 비슷할 수도. 하지만 그쪽 대장 라훈이 엄청난 힘을 가진 투령 강자거든. 뭐, 아직 투령 계급에 진입한지는 두 달밖에 안됐지만 상처투성이인 신입생 부대들을 데리고는 한꺼번에 덤벼도 어려울 거야.”

“만일 신입생들이 모두 상태를 회복한다면 가능할까?”

“너희 몇 사람에 50명 신입생들까지 같이 덤비면 그쪽이 아무리 강해도 막기는 힘들겠지. 머리수로 밀리니까.”

“흠. 그렇게 힘을 합쳐서 뚫고 갈수만 있으면 돼. 일단 저 친구들 부상은…상관없어. 어차피 내가 연금술사니까 저 정도 부상은 금방 치료할 수 있거든.”

태연자약한 준의 한마디에 상철은 입을 떡 벌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아까 전의 싸움에서 불을 다루는 실력으로 보아, 눈앞의 사내는 상당히 뛰어난 연금술사임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라훈과 마주치기 전에 신입생들 중 상당수가 원상태로 회복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상철이 멍해져 있는 사이, 준이 곧바로 다음 작업에 들어갔다.

“여러분, 이번 쟁탈전에는 아직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가 성공적으로 뚫고 나가기만 한다면 불의 힘을 순조롭게 본원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하지만 실패한다면 이 수확은 전부 하얀 사자 부대 것이 되겠죠.”

“그럼 한 판 붙어야지!”

이준에 말에 수많은 신입생들의 가슴에 또 다시 풀이 지펴지기 시작했다.

“여러분들이 포기하지 않는다고 하시니 그럼 같이 힘을 합쳐 마지막 관문을 잘 넘겨보자고요!”

“이준 대장만 믿고 따라보자!”

* * *

계획이 세워지자, 준은 거의 하룻밤을 꼬박새 상처를 치유하는 연금비약을 제조했다.

그리고 둘째 날 해가 서산으로 기울 무렵…조용한 숲에서 수십 명의 신입생들이 온 몸에서 염력을 뿜어대며 마지막 관문을 돌파하기 위해 전의를 불태웠다. 이준이 만들어낸 연금비약의 도움으로 모든 사람들이 최고의 컨디션을 회복한 것이다.

돌무더기 가득한 공터에는 돌을 피해 드문드문 뿌리를 내민 나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돌 무리와 멀지 않은 곳에는 산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었고, 산봉우리 위로는 또 다시 암석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돌 위에는 탑 모양의 휘장을 달고 있는 젊은이들이 서있었다.

산의 또 한 곳에 위치한 거대한 돌로 만든 반석에는 두 노인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바로 이준을 비롯한 신입생들이 숲에 도착했을 때 그들을 맞이하러 나왔던 서 장로, 차 장로였다. 그리고 또 하나, 중년의 사내 하나가 그들 곁에 서 있었다.

“듣기론 이번 신입생이 아주 대담하다던데. 재학생들의 불의 힘을 강탈했다지 아마?”

“그러게. 숲에서 나온 애들 얘기 들어보니까 이번 신입생들 중에 이준이라는 녀석을 필두로 하는 무리가 있는데, 그놈들이 주범이라더군.”

“킥. 그래 봤자지. 다 본인들 창피하니까 핑계 대는 거야. 본원에서 1년이나 수련 해놓고 신입생들한테 질 줄은 몰랐겠지. 쯧쯧.”

“검은 사자부대 한상철도 숲에 들어갔다는데…”

“뭐? 한상철이 거길 들어갔다고?”

“그러게. 신입생 애들 운도 딱 거기까지인 거지.”

하지만 쟁탈전에 대해 수다를 떨어대던 젊은이들은 흰 옷을 입은 다섯명의 젊은이가 나타나자 곧바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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