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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212화 (212/818)

제212화. 대반격

팀원간의 연계가 좋아지자 준 일행은 더욱 빠른 속도로 불의 힘을 모을 수 있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고, 준 일행은 자신들을 후퇴시켰던 본원의 학생들을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전과 달리 불과 반식경 만에 준 일행이 손쉽게 우세를 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막 승기를 잡으려는 순간…갑자기 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가자!”

준의 영혼탐지 능력에 다른 두팀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포착된 것이다.

“빨리!”

그러자 대장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네 사람이 일사분란하게 몸을 날렸다.

“젠장. 저 녀석들 어떻게 하루 만에 저 정도로 발전한 거야?”

……

날이 저문 뒤 준 일행은 총 다섯 개의 본원팀을 상대했고, 적을 만나면 만날수록 그들의 팀워크가 점점 더 견고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신입생 무리가 본원 재학생들을 상대로 사냥을 하며 ‘불의 힘’을 강탈한다는 정보가 숲 전체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야, 어떤 신입생들이 숲에서 재학생들을 사냥한다던데?”

“뭐? 말도 안돼! 그런 겁 없는 놈도 있어?”

“그 제일 강한 애들로 구성 된 조 있지?”

“아아, 그 이준이라는…?”

“엄청나지? 하하하! 며칠간 그 재학생 녀석들한테 우리가 당한 게 얼마야. 이번엔 걔네도 혼쭐 한 번 나겠지. 쌤통이다!”

“빨리 움직여보자. 혹시 몰라. 이준네 무리랑 만나게 될 지. 걔네 꽁무니만 쫓아다녀도 무사히 여길 빠져나갈 수 있을걸?”

숲 곳곳에서 ‘사냥꾼’으로 변한 ‘사냥감’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본원의 학생들은 화가 날 대로 났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고, 반대로 신입생들은 기세가 등등해져 준 일행을 찾았다.

목적은 다르지만, 숲속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준 일행의 행방을 궁금해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입생을 무시하고 숲 밖으로 걸어나가는 재학생들의 모습이 줄줄이 목격됐다.

학원의 규정에 따르면 본원의 선배들이 가진 불의 힘이 10개 이하로 떨어지면 그들은 ‘사냥꾼’자격이 박탈되어 숲을 나가야 했다.

즉…준 일행에게 당해 사냥꾼 자격을 빼앗긴 자들의 행렬인 것이다.

선배들이 줄줄이 숲 밖으로 나가자 신입생들은 더욱 기세가 등등해졌고, 본원의 학생들은 공포와 분노를 동시에 느꼈다.

지금까지 본원에서 몇 년을 지내면서도 신입생이 감히 재학생에게 덤비는 일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분명히, 수 많은 본원 학생들이 ‘사냥감’이 되고 있었다.

결국 하루가 더 지나자 ‘사냥대회’는 준 일행과 나머지 팀의 ‘술래잡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 * *

광활한 산림의 공터는 메마른 나뭇잎이 바닥을 소복하게 덮어 마치 노란색 카펫을 깔아놓은 듯 보였다.

공터에는 다섯 명의 얼굴이 먼지로 더럽혀져 있는 신입생들이 서로 등을 맞대고 원형으로 서 있었다.

“지금 바로 불의 힘을 넘겨. 그럼 한 대 덜 맞을 순 있어. 어때?”

재학생으로 보이는 장발의 청년이 다섯 명의 신입생들에게 건들거리며 말했다. 그의 눈빛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

“절대 안 돼! 한 번 해보시지, 가까이 오면 물어버리겠어.”

완전히 포위당해 나무에 묶인 다섯 명의 신입생들은 터진 입술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세차게 고개를 내저었다.

“하하, 정말 고집불통이네.”

장발의 청년은 어이가 없다는 듯 씩 웃으며 손바닥을 툭툭 털었다.

“퉤. 어디서 있는 척이야. 너희가 재학생이라 우리가 무서워할 줄 알았다면 꿈 깨시지. 어차피 너희도 이준 일행을 만나면 불의 힘을 모두 뺏기고 사냥에 실패한 사냥개마냥 꼬리를 내리고 숲을 나가게 될걸?”

그 때, 신입생 중 한 명이 폭소를 터뜨리며 그들을 조롱했다.

“이준?”

이준이라는 이름에 장발 청년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사라졌다.

“이제 보니 너희들이 이준이란 녀석한테 희망을 거는 것 같은데, 아쉽지만 걔네는 지난 이틀 간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어디로 숨어버렸는지도 모르지. 걔네들이 나타났을 땐 너희들은 이미 빈털터리가 돼 있을 걸? 그러니 괜한 기대 하지 말고 얌전히 내놔. 어차피 본원에 들어오면 얼굴 자주 볼텐데, 지금 너무 얻어터지면 서로 민망해진다고.”

“하하! 이 선배가 지금 우리 얘길 하는 거야?”

바로 그 때, 공터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소리가 난 곳을 향했다. 소리가 난 방향의 나뭇가지 위에는 남자 세 명과 여자 두 명이 여유로운 자세로 서있엇다. 그 중 대장으로 보이는 인물은 등에 검은 송곳을 짊어지고 있었다.

“이준이다! 이준이야!”

곤란에 빠져 있던 다섯 명의 신입생들은 준을 발견하자마자 구세주라도 만난 냥 환호성을 질러댔다.

“네가 이준이야? 세상 무서운걸 모르는 놈이구나? 정말로 먼저 모습을 드러낼 줄이야. 이놈들에게 선배가 왜 선배인지 똑똑히 보여줘야겠군.”

장발의 청년은 준을 발견하자마자 살기를 피워댔지만, 준은 그러거나 말거나 관심도 없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등에 짊어진 쇳덩이를 움켜잡을 뿐이었고, 준의 손이 검은 송곳에 가 닿는 것을 신호로 10명의 남녀가 진형을 갖췄다.

“정말 건방지군…”

쉭-

다음 순간, 검은 형상이 번개처럼 장발의 청년을 향해 날아들었고, 이내 광풍과 함께 푸른 색 불꽃이 일렁이는 주먹이 그를 덮쳤다.

“애송이 자식!”

그러나 준의 주먹이 장발의 몸에 닿기도 전에 다른 네 명의 동료가 사방에서 준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아무리 준이라도 혼자서 다섯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다섯 개의 주먹이 준의 몸에 닿으려는 찰나, 공중에서 네 개의 그림자가 내려와 장발을 제외한 나머지 넷을 막아섰다.

“컥…!”

“어억…!”

다음 순간, 장발을 비롯한 네 명의 입에서 낮은 신음 소리와 함께 붉은 핏덩이가 울컥하고 치밀어 올랐다.

본원의 선배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바닥에 나뒹굴었고, 다시 몸을 일으킬 틈도 없이 시커먼 그림자가 그들을 덮쳤다.

또 다시 불의 힘이 담긴 수정 카드 두장이 교차하는 순간, 준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카드에는 ‘74’라는 숫자가 떠올라 있었다.

“오라버니, 그 흑백 사자라고 불리는 두 조를 제외하면 아직 세 조나 더 잡을 수 있어요.”

“그런데 숲이 너무 커서 그 안에서 세 팀을 찾는 건 어려울 것 같은데. 만일 우리 위치가 발각 되어서 그쪽이 연합해서 우릴 포위하면 어쩌려고. 팀원이 나아진 건 맞지만 그건 한 조와 상대할 때 이야기고, 만일 두 조가 한꺼번에 달려든다면 상당히 어려울거야. 세 조면 필패. 욕심이 과한거 아니야?”

이윤영은 이쯤하면 됐다는 듯 발을 빼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확실히 위험이 너무 컸다. 그 때, 준이 뭔가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생각해보니까 지금 사냥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본원 학생은 흑백 사자를 빼면 딱 세 팀이잖아. 그래 봤자 열다섯 명이지. 그런데 우리 신입생들은 불 에너지가 10 밑으로 떨어졌다고 숲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그러니까…아직 이 사냥 대회에 참가한 상태로 숲을 떠돌고 있는 신입생들이 적지 않을 거란 말이야? 숲이 이렇게 큰데, 지도도 없고 노선도도 없으니 한참 돌아다니고 있을 거야.”

“뭘 하려는 건데?”

준의 발언에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

“신입생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거야. 그 다음에 일부러 소문을 내서 세 팀의 본원 학생들을 불러들이는 거지. 신입생들이 같이 힘을 모아서 벌떼처럼 달려들면 어떨 것 같아?”

“그 사람들을 불러들인다고? 본원 학생 3팀인데? 만에 하나 신입생들의 힘으로 어떻게 막지 못하면 우리는 제 발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꼴이 되는 거야.”

이준의 대담무쌍한 구상에 성찬의 표정이 급변했다.

“숫자 앞에 장사있어? 게다가 다른 신입생들을 너무 얕봐선 안 되지. 나름 선발 대회에서 50위 안에 든 녀석들이잖아. 실력이 그렇게 약하지만은 않을 거라고. 다만 아직 협력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 된통 당하는 거지. 게다가 계속 이런 식으로 시간 낭비를 할 수도 없잖아. 기회를 봐서 일망타진 해야지. 그래야 수고도 덜 수 있고 말이야. 너희들도 빨리 본원에 들어가서 ‘천 년의 탑’을 보고 싶지 않아?”

“동의. 시간 끈다고 좋을게 없어.”

오하늘은 언제나 그랬듯 준의 의견에 찬성하는 듯 했다.

“에휴…좋아. 나도 동의.”

결국 이윤영도 준의 의견에 찬성하자 백성찬도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이은의 의견은 물어볼 필요조차 없었다. 그녀가 준의 의견에 반대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휴, 그래. 그럼 네가 알아서 해라. 괜히 망치지만 말고.”

의견이 모아지자 준은 피식 웃으며 공터에 묶여있던 다섯 명의 신입생들을 향해 연금비약을 내밀었다.

“먹어, 상처를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거야.”

“선배님, 감사합니다!”

조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청년이 감격에 찬 얼굴로 이준이 건넨 치료제를 받아 들며 말했다.

“하하. 선배는 무슨…!같은 신입생끼리 돕는 게 당연하지. 그보다, 저 자식들한테 복수하고 싶지 않아?”

준의 한마디에 나무에 묶여있던 다섯이 목이 부러져라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지난 며칠간 쌓였던 울분이 상당했던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도움을 좀 청할 게 있어.”

“좋아! 뭐든지 말만 해.”

이준의 말에 청년 중 한 명이 곧바로 한 걸음 앞으로 나온 뒤 가슴을 치며 말했다.

의외로 너무 빠른 대답에 이준이 도리어 당황할 지경이었다. 준은 다른 신입생들이 재학생들을 해치우고 다니는 자신의 팀을 영웅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하… 그럼 고맙고. 그렇다면 부탁 좀 할게. 너희가 최대한 흩어져서 이 숲에 돌아다니는 다른 신입생들을 좀 찾아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 녀석들한테 잃어버린 불의 힘을 다시 되찾고 싶으면, 그리고 나 이준을 믿을 수 있다면 모두 이 자리로 모이라고 전해줘. 내가 모두를 데리고 그 기고만장한 본원 녀석들에게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니까.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해?”

“좋아!  마침 다른 신입생들이랑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어. 본원 재학생들한테 잡힐까봐 대부분 숨어있을 거야.”

그들의 양 볼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랐다. 생기가 충만한 모습을 보아하니 이준의 말에 피가 들끓는 듯했다. 모두 외원 내에서 한가닥하던 학생들이니만큼, 일방적으로 쫓겨다닌 지난 며칠간의 굴욕감이 상당히 컸던 탓이다.

“응. 최대한 서둘러줘. 만일 도중에 재학생을 만나게 되면 그냥 순순히 불의 힘을 넘겨줘. 어차피 다시 돌려받게 될 거니까. 그보다는 우리쪽 전력을 보존하는게 우선이야.”

다섯 신입생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인 뒤 쏜살같이 숲속으로 달려갔다.

“대장은 우리가 다른 신입생들 데리고 올 때까지 기다려줘! 네가 이끌어 준다면 우리도 재학생들에게 본 떼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좋았어. 이제 신입생들이 다 모이기만을 기다리면 되겠군. 기대하라고…’

그리고 신이 나서 달려가는 신입생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준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내려 앉았다.

* * *

반격에 대한 강한 열망 덕인지, 혹은 그간 당했던 수모 탓인지 아까 숲 속으로 흩어졌던 다섯 신입생들은 불과 반나절만에 대부분의 신입생들을 공터에 모으는데 성공했다. 그들은 반나절 만에 수많은 신입생들을 공터 안으로 모았다. 그 곳에 모인 신입생들은 하나 둘씩 모여 자연스럽게 이준 무리를 중심으로 원을 만들어 그들을 에워쌌다.

“다들 며칠간 쌓인게 많을 거야. 이제 우리가 당한 걸 갚아줄 차례인 것 같은데, 어떻게들 생각해?”

“맞아!”

“그래, 본 떼를 보여주자고!”

자신의 한마디에 신입생들이 입에서 온갖 험한 말이 튀어나오자, 준의 입가에는 또 다시 만족스런 미소가 번졌다.

“이준 대장, 네가 말한 대로 우리 위치를 나머지 세 본원 조들한테 알렸어. 지금쯤이면 벌써 이쪽으로 오고 있을 거야!”

“좋아.”

준은 손을 탁탁 털며 몸을 일으킨 뒤 공터에 모여든 신입생들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좋아, 판은 다 깔아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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