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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211화 (211/818)

제211화. 팀워크

파란 옷 청년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준의 손에 들린 검은 송곳을 보고는 저항을 포기한 듯 중요한 정보를 줄줄이 털어놓기 시작했다.

“본원 아주 깊은 곳에 ‘천 년의 탑’이라는 곳이 있어. 탑 안에서 수련하면 엄청난 효과를 거둘 수 있지. 게다가 탑 아래에서 수련을 하게 되면 수련 속도가 더 빨라지지. 물론 빠른 효과를 원할수록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하지만…천 년의 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불의 수정 카드 안에 있는 불의 힘을 화폐처럼 소비해야 하거든. 너희 카드에 5라고 쓰여 있지? 그건 탑 안에서 5일간 수련할 수 있다는 의미야. 매달 첫 날, 본원 사람들에게 7일 분량의 불의 힘이 주어져.”

“그럼 불의 힘을 다 쓰면 어떻게 되는 거지? 월 초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거야?”

“그건 아니지. 탑 청소나, 두루마리 본뜨기 같은 일을 하면 불의 힘을 얻을 수 있어…물론 그런 일로 얻을 수 있는 양은 너무 적으니까 그런 짓을 하는 놈들은 없지만…그러니 실력 있는 학생들은 마수를 사냥해 마핵을 불 에너지로 변환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내기 전투를 하면서 얻는게 보통이야. 물론 충분한 실력이 있어야 전투도 가능하지만…아니면 남의 에너지를 차지하기도 전에 다 빼앗기고 말테니까.”

청년은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자세하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또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한데…바로 본원의 강자 순위표에 이름을 올리는 거야. 이름만 들어도 알겠지만, 본원에서는 매달 상금을 걸고 등수를 매기거든. 위로 올라갈수록 상금이 높아져. 그 위에 이름을 올리면 하루 종일 천 년의 탑에서 수련할 수 있게 되지…”

청년의 설명을 듣던 준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흥미로운 곳이군…그리고 이 불의 힘이라는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알겠어.’

뒤돌아 이은을 포함한 나머지 조원들을 바라보니 그들 역시 준과 다름없이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아마도 모두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

“좋은 정보 고마워. 선배님.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갖고 있는 카드를 나에게 넘기는 게 어때?”

준이 불의 힘이 담긴 카드를 빼앗으려 하자 순간 청년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러나 준이 싸늘한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며 미소를 짓자, 결국 그는 무기력하게 ‘28’이라는 숫자가 표시된 카드를 내밀 수밖에 없었다.

준이 두 카드를 맞댄 뒤 세게 문지르자 번쩍하고 빛이 나더니 그의 까만 카드에 적힌 숫자가 5에서 26으로 변했다.

“이런거라면 마냥 도망 다니기보다 사냥을 하는 편이 이득이겠는걸?”

“훗! 기대도 안 했는데…!본원이 이렇게나 신기한 곳이었다니. 상상 이상이야.”

윤영은 손에 든 수정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해맑게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이미 재학생 손에서 18일 치의 불 에너지를 빼앗은 상태였다. 그녀의 불 수정 카드 위에는 빨간색으로 23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 사람들이 가진 불 에너지를 전부 뺏어올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7일 치를 남겨줘야 하다니.”

“난 순위표 쪽이 더 흥미롭군.”

한편, 오하늘은 이미 본원의 강자들과 붙어볼 생각에 기분이 들뜬 듯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앞으로는 어떡할 셈이지?”

내내 얼음처럼 차가웠던 성찬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었다. 그 또한 20일 치의 불 에너지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준은 기절해버린 다섯 명의 선배들을 지켜보다가 그들이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걸 제대로 확인하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곧이어 그는 저장반지에서 허접한 노선도를 꺼내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잠시 머뭇거리며 한곳을 가리켰다.

“지금 우리 위치가 아마 여기쯤 될 거야. 만일 계속 이쪽 길로 간다면 하루면 여길 나갈 수 있어.”

“그럼 빨리 가자고,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러나 준은 성찬의 제안을 듣고는 피식 웃으며 조원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말이야, 이렇게 불 에너지가 중요한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뭔가 욕심 생기지 않아?”

“욕심은 생기지.”

윤영의 답변에 나머지 사람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였다.

“그럼 혹시…이 숲에서 불의 힘을 챙기는건 어때?”

“너 그럼 혹시?”

“진짜 재학생 선배들을 때려눕히려는 생각이야?”

“그쪽도 우리 걸 빼앗을 수 있는데, 우리라고 못할 건 없지 않아?”

조원들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준은 이미 마음을 굳힌 듯 연신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 ‘흑백 사자’라고 불리는 선배들만 아니면 나머지는 꽤 손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몇 팀이 연합해서 치러 오는 것만 아니면 일 대 일로는 충분히 승산이 있어. 어때?”

준의 말에 세 사람은 깊은 고민에 빠졌고, 이은은 즉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오하늘이 가장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

“어휴, 정신 나간 놈들. 알았어.”

다음은 윤영이었다.

“좋아, 나도 이견 없어.”

그리고 성찬의 답을 마지막으로 그들의 행보가 정해졌다.

“좋아. 그럼 성공적으로 불의 힘을 얻게 된다면 어떻게 분배할지 정하자. 나중에 괜히 분배 관련된 문제 때문에 팀에 균열이 일어나면 곤란하니까.”

준의 예리한 지적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애초에 팀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자리에 있는 누구도 혼자만의 실력으로 이 숲을 빠져나갈 수는 없으니, 팀워크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공평하게 똑같이 나누자. 만일 완벽히 나눠지지 않는다면 다음번에 그 사람에게 더 보충해주는 식으로 말이야. 어때?”

이은의 말에 나머지 셋 역시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견 없어.”

“그렇다면 똑같이 나누는 걸로 하자.”

그렇게 모든 것이 정해지자, 준은 곧바로 그 옆에 있던 다른 신입생 무리들에게 약병을 몇 개 건넸다.

“상처 치료용 연급비약이야.”

“고…고마워.”

“그럼 이만.”

준은 연금비약을 받아들고 고맙다며 고개를 숙이는 동기들을 뒤로 하고 곧바로 발걸음을 돌렸다.

‘좋아, 사냥 시작이다.’

* * *

끝없이 펼쳐진 숲 속의 거대한 나무 꼭대기에는 두 노인이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올해 신입생들은 참 재미있군요.”

“저 다섯 친구가 올해 선발 대회에서 5위 안에 들었다는 녀석들이죠? 실력이 뛰어난 데에다가 잠재력도 보통이 아니군요. 재학생들이 당할 만도 합니다.”

“저기 저 친구가 이준이죠? 배포가 대단합니다. 마음에 드는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처음 봤을 때는 꽤나 삐걱 거리는 조인 것 같더니…어떻게 뭉쳤는지 궁금하군요.”

“흑백 사자들과 붙는다면 꽤나 재미있을 것 같군요.”

“드디어 꽤나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생긴 것 같습니다.”

* * *

“젠장. 재수도 더럽게 없지 않냐? 어떻게 지금까지 신입생 한 팀을 못 만나지? 이대로라면 이번 사냥 대회에서 빈손으로 돌아가게 생겼어!”

울창한 숲 속을 걷고 있는 다섯 명 중 한 청년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욕을 내뱉었다. 청년의 가슴에는 탑 모양의 휘장이 반짝이고 있었다.

“시끄럽게 굴지 말고 계속 찾아보자. 신입생이 50명이 넘는데 그렇게 조급해 할 게 뭐가 있어?”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가 인상을 쓰며 답했다.

“혹시 우리 찾는 거야?”

그 때, 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서 신입생 남자 셋, 여자 두 명이 나타나 그들에게 말을 걸어왔다.

생각지도 못한 뜻 밖의 상황에 다섯 명의 본원 학생들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 앞에 나타난 신입생들을 바라봤다.

도망 다니기 바쁜 신입생들이 자신들의 앞에 너무도 당당하게 나타나자 기쁨보다는 의심이 그들의 머리를 스친 것이다.

“알지, 다들. 한 사람씩 맡는 거야. 카드를 손에 넣으면 같이 분배하고.”

“응.”

“좋아, 그럼 가자고.”

그리고 본원의 ‘사냥꾼’들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사냥감’들이 먼저 몸을 날렸다.

* * *

울창한 숲 속에서 다섯 개의 그림자가 몸을 날리자 삽시간에 굉음과 함께 묵직한 타격음이 나뭇잎을 뒤흔들었다.

“크윽…!”

노란 옷을 입은 사내는 등 뒤에서 전해지는 강렬한 통증에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러보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시커먼 그림자가 또 다시 몸을 날리며 복부 깊숙한 곳에 주먹이 박혔다.

“안돼!”

검은 망토는 바닥을 기고 있는 노란 옷 남자를 향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당장 카드를 꺼내.”

“너…너희는 신입생이잖아…카…카드를 받아서 뭐하게…”

“당연히 불의 힘을 얻기 위해서지. 몰라서 물어?”

준은 살며시 웃으며 검은 송곳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촌각 안에 불 수정 카드를 내놓지 않으면 반죽음 상태로 만들어 준 다음 내가 알아서 가져가도록 하지. 난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친절한 표정으로 웃음을 짓는 신입생의 모습에 노란 옷을 입은 사내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결국 그는 카드를 내밀었고, 준은 그 위에 적혀있는 ‘32’라는 숫자를 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준이 죽지 않을 정도의 힘으로 노란 옷을 입은 사내의 머리통을 한번 걷어차자, 사내의 몸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머지 넷 역시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좋아…5장에 125개. 한 사람당 25일분으로 나누면 되겠어.”

“좋아.”

다섯명의 신입생은 신속하게 분배를 마쳤고, 사냥이 끝나자 준은 즉시 다섯 명의 선배들을 나무에 묶어 놓은 채 몸을 돌렸다.

“선배님들의 기부에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빨리 가자. 이쪽으로 다른 무리들이 몰려올 거야.”

준은 일을 마치자마자 앞장 서서 수풀을 뚫고 재빨리 이동했다.

그리고 준의 팀이 떠난지 반각 후, 본원의 다른 팀이 나타나 혀를 끌끌 차며 묶여있는 학생들을 비웃었다.

“젠장. 어떻게 신입생한테 반격을 다 받지?”

“너희도 그 녀석들을 만나면 별반 다를 거 없을걸?”

노란 옷을 입은 사내는 불쾌하다는 듯 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상대는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끌끌차며 계속해서 그를 비웃을 뿐 이었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본원 역사상 이런 일은 처음 아니야? 아주 수치스러운 방식으로 역사에 한 획을 그으셨구만.”

그 무리에서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비아냥거리며 조롱했다.

“개 같은 놈…큭큭, 너도 곧 그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될걸?”

노란 옷은 자신들을 내버려둔채 자리를 떠나는 무리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었다.

……

준이 노란 옷을 입은 사내와 만난 지 약 한 시간 반이 지날 무렵, 그들은 또 한 팀의 본원 학생들을 만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들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이번 본원 학생들의 팀워크가 이준의 예상을 훨씬 뛰어 넘었기 때문이다. 앞서 만난 두 조는 이준 일행의 출중한 실력으로 한 명씩 맡아 각자 공격할 수 있었지만 지금 만난 이들은 자석처럼 딱 붙어 있어 도저히 떼어낼 수가 없었다.

물론 그들도 이준 무리들의 습격을 받고 잠시 당황하여 우왕좌왕 했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그들은 아주 빠르게 침착함을 되찾았고, 다섯 명이서 등을 맞댄 채로 이준 무리들과 맞섰다. 결국 싸움이 길어지자 다른 팀의 개입이 신경 쓰인 준은 일단 후퇴를 명했다.

개개인의 실력은 압도적임에도 불구하고 팀워크가 부족해 상대를 쓰러뜨리지 못하자, 준과 나머지 넷은 하룻밤을 꼬박 세워 팀의 연계를 높일 방안을 강구해냈다.

불과 하룻밤이었지만 워낙에 재능이 출중한 넷이 모여 머리를 짜내니 금세 호흡이 좋아졌고, 부족한 부분은 각자의 개인기로 메우면 될 정도까지 팀워크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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