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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208화 (208/818)

제208화. 산림을 울리는 포효소리

청년의 목구멍에서 나오는 울음소리는 호랑이 같기도 하고, 사자 같기도 했다. 울음소리는 산골짜기 사이를 쉬지 않고 오가며 물소리와 함께 온 계곡을 울려댔다.

“크르릉, 콜록콜록…….”

‘젠장 할 소리 무투기는 왜 이렇게 익히기 힘든 거야? 오전 내내 꼬박 소리 지른다고 목이 다 쉬었네. 그런데 왜 이렇게 제대로 된 소리가 안 나는 거야. 이걸로 정말 공격이 되기는 하는 거야?’

준은 불이라도 붙은 듯 따끔한 목구멍을 어루만지며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 만에 얼추 비슷하게 울음소리를 흉내 낼 줄 알게 된 것만 해도 대단할 일이니 너무 초조해 하지 말거라. 그리고 훈련에 조금 더 힘을 쏟으면 울음소리를 내며 힘 조절이 가능할 게다. 지금처럼 목도 상하지 않을 거고 말이다.”

“거의 밤낮 할 거 없이 연습했어요. 스승님, 그런데…전에 소리 무투기를 연습할 때 매일 엄격히 지켜야 할 시간제한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세 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시간을 넘으면 성대에 무리가 가서 벙어리가 될 수도 있다고 하셨잖아요.”

“보통 사람들은 그렇지. 하지만 네게는 내가 있지 않니. 걱정할 게 뭐가 있느냐.”

“좋은 방법이 있으신 거예요?”

준의 질문에 약로가 인자하게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어젯밤에 준비해 두라고 일렀던 그 약재들은 모두 모아놨겠지?“

“그럼요. 가람성의 약재 창고는 가한제국보다 훨씬 크고 좋더라구요. 필요하다던 약재들을 은이가 전부 찾아줬어요.”

“좋다. 약재를 꺼내 보거라. 그리고 지금 약 하나를 제조하자. 조합표를 지금 바로 알려주마.”

약로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연금비약의 조합표 하나가 준의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얼음정령의 물. 타는 듯한 열감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다. 목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식히는 기능이 있다. 필요한 약재: 얼음정령 잎, 세잎풀, 물 속성 마핵……’

“예전에 심심해서 연구해 본 물건이다. 네 목을 보호해줄 수 있을 게다. 이 물건을 복용하고 난 뒤에는 시간 제약을 받지 않고 소리 무투기를 연습할 수 있단다. 물론 네 정신력이 버텨준다면 말이다. 어찌됐든 목이 먼저 쉬는 일은 없겠지.”

스승의 도움에 준의 눈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시간 제한없이, 목이 아픈 일도 없이 계속해서 연습할 수만 있다면, 이틀내에 소리 무투기를 익힐 자신이 있었다.

사실 얼음정령의 물은 약로가 재미삼아 만든 건강보조식품 비슷한 것이라 연금비약이라 불리기도 민망할 정도의 물건이었지만, 그에 걸맞지 않게 제조 방법은 제법 까다로운 편에 속했다.

물론, 준의 능력이라면 전혀 어려울 게 없었지만…

결국 30분이 지나자 얼음정령의 물이 완성되었고, 놀랍도록 발전한 제자의 실력을 바라보는 스승의 얼굴에서는 흐뭇한 표정이 사라지질 않았다.

“좋아, 좋아. 이제 제법 연금술사 태가 나는구나! 영혼탐지능력이 뛰어나니 결과도 아주 좋고 말이야. 한 시간에 하나씩 복용하거라. 그 다음부터는 걱정 없이 황금사자의 포효를 수련할 수 있을게야. 운이 좋으면 그 무투기를 조금 다룰 수 있게 되겠지. 번개의 춤은 일단 신경 쓰지 말거라. 일단 시간이 그리 많지도 않고, 무엇보다 2격 무투기를 익힌다는 것은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차라리 본원에 들어간 다음 수련을 하는 것이 나아.”

“네.”

준은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인 뒤 곧바로 얼음정령의 물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과연 약로가 만든 물건답게 시원한 액체가 목구멍으로 넘어가자마자 청량감이 입 안 가득 퍼지며 머리가 맑아졌고, 따끔거리던 느낌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좋았어!”

그리고 그 날 폭포에서는 온 종일 기이한 짐승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 퍼졌다.

푸른 물결이 흩날리는 아득한 숲, 바람이 살랑살랑 불며 온 숲의 나무가 파도처럼 출렁였다.

그리고 맑은 물이 쏟아지는 폭포의 자욱한 물안개 사이로는 청년 하나가 앉아 조용히 명상에 잠겨있었다.

청년은 돌처럼 가만히 앉아 한 시간이 넘도록 눈을 감고 있다가 서서히 눈을 떴다.

“수련하기 참 좋은 곳이야. 이틀 사이에 몸 안에 이렇게 많은 염력이 들어가다니. 이 속도라면 여기서 두 달만 수련해도 7성 대투사가 될 수 있겠는데…?”

준은 충만하게 차오른 염력을 느끼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흐음…그나저나…결국 황금 사자의 포효는 제대로 익히질 못 했군…”

그는 아쉬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만히 떨어지는 물줄기와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수면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차분해 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서있었을까…문득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가 내는 소리가 점점 잦아들고, 물이 흐르는 소리, 바람이 부는 소리,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하나하나 선명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큰 나뭇잎과 작은 나뭇잎, 마른 나뭇잎과 물기를 촉촉이 머금은 나뭇잎이 부대끼는 소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 느껴지고, 머릿속에서 듣기 싫은 소리를 하나하나 지워나가자 다른 소리가 더욱 더 선명하게 뇌리에 박혀왔다.

갑작스레 찾아온 놀라운 경험 앞에 준은 시간이 가는 것조차 잊은 채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모든 소리를 하나하나 분석하고 다듬어 나갔다.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숲에서 들려오는 모든 소리를 분석하다보니, 문득 자신의 울음소리에서 무언가가 빠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크르렁!”

그 때, 숲의 정적을 꿰뚫고 야수의 포효소리가 그의 귓등을 때렸다. 호랑이였다. 숲의 왕자가 내뱉은 낮은 울음소리는 온 숲을 가로질러도 그 위세가 조금도 줄지 않았다.

그 순간 준은 자신의 울음소리에 무엇이 빠졌는지를 알아차렸다.

‘아…!’

그는 소리에서는 진정한 야수가 가지고 있는 ‘위엄’이 빠져있었다.

무언가를 깨달은 준은 눈을 번쩍 뜨고 길게 심호흡을 한 뒤 염력을 실어 다시 한 번 울음소리를 내어보았다.

“으르렁!”

그러자 형태 없는 음파가 입안에서 터져 나오며 준의 앞에 있던 공간이 격렬하게 요동치고, 평온하던 호수의 물이 커다란 물결을 일으키며 위로 솟구쳤다가 다시 수면으로 낙하했다.

‘성공한 거야? 내가 해낸 건가? 이게 정말 황금사자의 포효라니, 정말 엄청나다!’

“정말 대단한 녀석이구나. 이틀 만에 정말로 소리 무투기를 익히다니! 보통 이 정도 수준에 도달하려면 반년은 걸릴 텐데 말이다. 하하하! 내가 제자를 아주 잘 두었구나!”

얼마나 뿌듯했는지, 약로는 박수까지 쳐대며 제자를 칭찬해댔다.

“하지만 이제 반 정도다. 절대로 마음을 풀어서는 안된다!”

“네, 스승님! 명심할게요.”

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몇 시간이나 서있는 통에 굳어버린 몸을 이리저리 풀어주었다.

“으음…누군가 다가오고 있구나.”

그리고 준이 몸을 푸는 사이, 스승이 그 말만을 남기고 또 다시 자취를 감췄다.

그 때, 푸른 옷을 입은 여자 아이가 수풀을 가르고 나타났다.

“오라버니, 오늘이 본원에 가는 날인 걸 잊은 건 아니죠?”

“설마…! 자, 가자!”

두 사람이 대건의 서재에 도착했을 때 즈음에는 이미 적잖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준과 이은이 나타나자 시끌벅적하던 곳이 조금 조용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경외심 가득한 눈빛으로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파를 헤치고 걸음을 옮겨 공터 앞쪽에 도착하자 이윤영과 오하늘이 준을 향해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백성찬은 여전히 준과 눈조차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고…50명의 학생들이 모두 도착하자, 부원장이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

“학생 여러분, 오늘은 여러분들이 본원에 들어가는 날입니다. 먼저 여러분들께 축하 인사를 건넵니다. 기나긴 노력 끝에 드디어 결실을 맺어 본원에 들어가는 여러분들 중 일부는 어쩌면 본원의 수련 방식에 적응하지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감히 자신하는 것은, 여러분들이 본원에 발을 들이는 그 순간부터 자신의 잠재력을 무한히 개발해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절대 과장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본원에서 일 년만 보내더라도 여러분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단, 본원은 가람 아카데미의 심장이나 마찬가지기에 그만큼 보안도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외원 학생과 교사들은 본원의 정확한 위치를 모르죠. 우리가 여러분들을 직접 그 곳으로 데리고 갈 겁니다.”

대건이 말을 마치자, 푸른 하늘에서 십 여개의 까만 그림자가 날아들었다.

십 여개의 거대한 그림자의 정체는 바로 비행 마수였다. 비행 마수의 머리는 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날개를 펄럭일 때 마다 세찬 바람이 일었다.

‘비행 마수잖아? 아니 본원이 그렇게 먼 곳에 있다고?’

대건이 손짓을 하자, 이내 열 마리의 비행 마수가 땅 위에 내려앉았다.

“자자, 시간이 다 됐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위로 올라타십시오. 다섯 명이서 한 조를 이루면 됩니다.”

흥분한 학생들은 신이 나서 황급히 비행마수 위로 올라탔지만 얼마 서지 못하고 금방 떨어졌다. 비행마수의 미끄러운 털 때문에 잠깐 서 있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 이었다.

“하하, 여러분, 괜히 일어서려고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비행마수 위에 좌석이 마련되어 있으니 편히 앉아서 가는 게 좋아요. 위에 올라서는 건 대투사는 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대건은 학생들이 미끄러지는 모습이 재밌었는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5위 안에 든 친구들은 모두 한 조로 편성 되었습니다.”

“네?”

상당히 의외의 조편성이었다. 가장 강한 다섯 명을 한 조에 배치하다니…그리고, 예상대로, 준과 한조라는 말에 백성찬의 안색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가자.”

그러거나 말거나, 준은 은에게 손을 내밀며 잽싸게 마수의 등 위에 올랐다.

철탑처럼 미동도 없이 마수의 등 위에 올라서는 준을 보자, 많은 학생들이 또 다시 눈을 반짝였다.

곧이어 나머지 네 명이 실수 없이 마수의 등 위에 올랐다. 과연 다들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이준, 이은, 힘내서 잘 하고 오렴! 본원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면 휴가를 얻을 수 있으니까! 그 때 놀러오고!”

고개를 숙여 아래를 바라보니 어느새 예진 선생님이 달려와 그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이옥, 이혁, 그리고 이안이 서 있었다. 준은 그들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잠시 후 비행마수가 빠르게 날갯짓을 하기 시작했고, 아래쪽에 있던 사람 형상이 점점 작아졌다.

“나는 본원이 가람 아카데미 밖에 있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어. 혹시 저 끝없는 뒷산 쪽에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본원을 왔다 갔다 하는 학생들도 비행마수 없이는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가 없대요.”

준이 눈을 반짝이며 먼 산을 가리키자, 이은이 웃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너희는 본원에 대해 뭐 아는 거 없어?”

“잘 몰라. 할아버지도 본원 이야기는 잘 안해주셔. 하나 확실한건, 본원 사람들은 엄청나게 강하다는 것 정도.”

이윤영은 준과 잘 지내기로 결심한 듯,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꼬박 꼬박 준의 말에 대답을 하고 있었다.

“나도 아는 건 없어. 그런 일들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오하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역시나 그는 말이 짧았고, 무뚝뚝했다. 준이 싫은 건 둘째 치고, 정말이지 정감 없는 사내였다.

반면 백성찬은 납이라도 삼킨 듯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본원에 형이 있는 그가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는 털끝만큼이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이준에게는, 단 하나의 정보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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