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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145화 (145/818)

제145화. 결착

준 역시 무천의 공격을 눈치 채고는 재빨리 고개를 옆으로 재꼈고, 무천의 주먹이 이준의 어깨 위로 스쳐 지나갔다.

준은 그대로 몸을 미끄러뜨려 다리로 무천의 목덜미를 감싼 뒤 목을 졸랐다. 하지만 이미 무천은 자신의 두터운 두 팔로 준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하… 제법이군.”

두 사람은 동시에 자리에서 달려나가 서로에게 주먹을 뻗었고, 준은 주먹이 부딪히는 순간 재빨리 푸른 화염으로 주먹을 감쌌다.

쾅!

순간 거대한 먼지가 일었다가 가라앉았고, 먼지가 걷히자마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임현’은 주먹을 움켜쥐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뿐 이었지만, 무천은 완전히 대자로 뻗어있었기 때문이다.

무천은 젊은 세대에서 전투의 천재로 손에 꼽히는 자였고, 또래 중에서는 그와 맞붙을 자가 없었다.

특히나 2년의 수련을 마치고 돌아온 무천은 이전보다 훨씬 강하고 거칠었다.

그런데 연금비약을 만드는 게 직업인 연금술사가 그런 무천을 싸움으로 이겼으니…장내의 분위기가 얼어붙는것도 당연지사였다.

“대체 저 괴물은 뭐야…”

여유로운 표정으로 임현과 무천의 전투를 바라보던 공주는 완전히 새파랗게 질린 상태였다.

‘이러면…말도 안돼! 무천을 말려서 저 자식을 내 편으로 만들려던 내 계획은 뭐가 되냐고!’

“너 괜찮아?”

그 사이 주희는 준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응. 멀쩡해.”

준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털었다. 하지만 이미 그의 주먹에서는 묵직한 통증이 올라오고 있었다.

‘8성? 9성? 괴물은 괴물이군…그래도 대지의 불꽃이 몸을 타고 들어갔으니 뜨거운 맛을 보고 있을거다.’

하지만 잠시 후…무천이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곧이어 녹색의 염력이 그의 몸을 타고 흐르자, 그의 호흡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나무 속성의 염력은 물 속성의 염력만큼은 아니어도 치유 효과를 갖추고 있었으니, 맷집이 상당하다는 것이 나무 속성을 가진 투사들의 장점이었다.

“제법이군. 약해빠진 연금술사인줄 알았는데…육탄전도 할 줄 아나? 그렇지만… 네가 누구든 내 여자를 건드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무천이 말을 마치는 동시에 푸른 색 염력이 그의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염력갑옷…? 이런 미친…’

비록 불완전하기는 했지만, 확실히 염력갑옷이었다. 본래 대투사나 되어야 쓸 수 있는 것 이지만, 무천은 분명히 부족하나마 염력갑옷을 형성해내고 있었다.

“무천, 이 정신 나간 자식, 멈춰!”

이 광경을 바라보던 주희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리를 질러보았지만, 무천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해서 염력을 끌어올렸다.

“내가 말했지, 널 건드는 놈들은 다 죽여버리겠다고!”

“나무 가시!“

곧이어 초록색 가시들이 무천의 주먹에 돋아나 준을 향해 날아들었고, 준은 푸른 화염에 둘러싸인 자신의 망토로 몸을 보호했다.

바로 그 때…벽력 같은 고함 소리와 함께 준의 눈 앞에 새하얀 형체 하나가 날아들었다.

“무천, 너 이 자식 멈추지 못해?!”

나설아였다. 그녀는 싸늘한 표정으로 백옥 같이 하얀 손을 내밀었고, 그와 동시에 푸른 회오리 바람이 뾰족한 가시를 사정없이 날려버렸다.

펑!

무천의 주먹과 나설아의 회오리바람이 충돌하자, 다시 한번 주변을 울릴 정도의 폭음이 터져나왔다.

“나설아? 하하, 2년 못 본 사이에 또 많이 강해졌구나? 운남종주가 아주 잘 가르쳐주나봐.”

무천은 주먹을 타고 흐르는 피를 핥으며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는 나씨 가문이야. 너희 무씨 가문이 아니라. 임현 선생님은 우리 나씨 가문의 손님이고. 절대 멋대로 굴게 놔두지 않겠어.”

경고의 말과 함께 나설아가 이를 악물고 염력을 끌어올리자, 무천은 흥이 깨졌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염력을 거두어 들였다.

“흥…오늘은 나설아를 봐서 놔주지. 다음엔 주희랑 떨어져 있어라. 아니면 죽여버릴테니까.”

“그러시던지…”

준은 무천의 위협에도 눈썹 하나 까딱 않고 맞섰다. 무천의 등급이 더 높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숨은 패를 모두 꺼내면 절대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호오…간이 크군! 황도에 돌아오자마자 너 같은 놈을 만나다니, 아주 흥분되는데?”

무천이 흰 치아를 드러내며 웃자, 주위 사람들은 모두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의 웃음은 확실히 미친 사람의 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잠시 후…나원승이 고함을 지르며 연회장으로 날아들었다.

“뭐하는 짓이야!”

그는 연회장에 도착하자마자 고개를 돌려 준의 안위를 살폈다.

“임현 선생! 괜찮나?”

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나원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일 준이 크게 다치거나 죽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의 목숨도 끝장이었다.

곧이어 싸늘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나원승은 연회장에 남은 전투의 흔적과 염력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말았다.

‘허…연금술뿐이 아니었어? 어떻게 이 나이에…’

그러나 감탄도 잠시, 자리에 남은 무천의 염력을 느낀 나원승은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분노를 느꼈다.

나무속성의 염력이라면 분명히 무천의 것인데, 남아있는 염력의 흔적으로 미루어보아 단순히 상대를 다치게 할 요량으로 날린 것이 아니라 명백하게 살의를 품고 날린 것이었기 때문이다.

“무천! 2년의 수련을 거치고 돌아오더니 더 난폭해졌군. 여긴 나씨 가문이지 너희 무씨 가문이 아니야! 무이신 그 녀석도 이렇게까지 무례하기 굴지는 않건만!”

“하하, 나씨 어르신! 너무 혼내지 마시지요. 저는 그냥 이 친구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지 나씨 가문에 와서 소란을 피울 뜻은 없었습니다. 망가진 물건들은 바로 사람을 시켜 변상하지요.”

무천의 태연자약한 태도에 나원승은 더욱 분노를 느꼈다.

“뭐라고! 임현 선생은 지금 우리 나씨 가문의 최고 귀빈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털끝 하나 다쳐서는 안 되는 분이란 말이다! 임현 선생을 건드리는 것은 나씨 가문에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나원승의 호통 소리에 장내의 분위기가 또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가주는 나원철 이었지만, 가문의 큰 어르신은 나원승이니, 그의 말은 가주 못지 않은 위엄을 담고 있었고, 상황에 따라서는 나원철의 말보다 더 중요했다. 그런 나원승이 고작 20살 남짓한 연금술사를 위해 ‘전쟁’이라는 말을 입에 담았던 것 이다.

나원승의 호통에 당황한 것은 무천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작 2레벨 연금술사 하나에 3대 가문의 한축을 담당하는 집안이 이렇게까지 격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 이었기 때문이다.

‘대체 뭐하는 놈이야? 돌아가면 제대로 알아봐야겠군.’

무천은 나설아 뒤에 서 있는 이준을 보며 조용히 속으로 이를 갈았다.

“무슨 일이지? 왜 이렇게 소란스러운가?”

잠시 후, 유천이 쑥대밭이 된 장소를 훑으며 걸어왔다. 그는 주희와 준, 무천 셋과 남아있는 전투의 흔적을 보자마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직감했다.

“돌아올 때마다 난리법석이구나. 무이신에게 이 일들을 모두 전해 널 다시 변방으로 보내줄까!”

“윽…유천 어르신…여기 계셨군요.”

유천의 모습을 발견한 무천은 나원승 때 보다도 더 기가 죽었다. 아무리 미쳐 날뛰는 망나니 같은 그라고 해도 유천만큼은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그가 변경으로 쫓겨난 것도 유천과의 마찰 때문이었다.

그리고 유천까지 길길이 날뛰자, 주위의 시선이 더욱 더 ‘임현’에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나원승이야 해독 문제 때문에 그렇다손 치더라도, 유천까지 2레벨 연금술사를 싸고 도는 것은 확실히 이상한 일 이었다.

‘정말 신비로운 사람이야. 진짜 뭔가 있는 녀석인가 보군. 숨겨놓은 비장의 무기 같은 게 있어…그렇지 않고서는 다들 이렇게 난리법석을 피우는 게 말이 안 되지.’

이 광경을 바라보던 공주는 더욱 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애시당초에 ‘임현’을 처음 봤을 때 조금만 더 예의를 갖췄더라면 무천을 이용해 이런 일을 벌일 일도 없었을 것 이다.

유슬보다도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연금술사와 좋은 인연을 만들 기회를 한 때의 치기어린 오만함으로 날려버린 그녀는 무천과 주희의 관계를 이용해 임현과 무천을 다투게 만들어놓고 이를 중재해 ‘임현’의 호감을 사려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임현이 무천과 호각을 이뤘고, 나원승뿐 아니라 유천까지 임현을 감싸고 도니, 그녀로서는 더욱 답답하고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두 어르신, 진정하세요. 오해라고 말씀 드렸잖아요. 알겠습니다. 저 친구가 저를 건들지 않는다면 저도 먼저 귀찮게 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오랜만에 황도에 돌아오니 너무 흥분했나봅니다…”

무천이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자, 나원승은 그제서야 조금 화가 누그러졌는지 고개를 돌려 웃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했다.

“여러분 계속 즐기시죠. 철없는 놈이 괜히 난리를 피웠습니다. 하하하!”

……

잠시 후…정적이 감돌던 연회장이 다시 화기애애해지자, 유천이 넌지시 나원승에게 다가가 웃으며 말을 건넸다.

“하하, 당신도 말이야 좋은 사람 끌어 올 기회를 놓치는 법이 없구먼.”

“흠. 당신도 이 친구에게 관심이 있나?”

“하하, 주희랑 친분이 있으니 우리 쪽이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네만…자네 손녀도 미인이지만, 운남종의 차기 종주는 아마 남자를 못 만나지 않나?”

……

“괜찮아, 나 진짜 안 다쳤어.”

주희는 한참이나 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의 눈에서 살기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너…성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막 투사 계급을 넘어선 상태 아니었어?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이렇게 성장한 거야?”

주희는 누가 들을 새라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준에게 귓속말을 속닥이다가 나설아와 눈이 마주치자 즉시 몸을 일으켰다.

“나설아 아가씨, 앞장서서 싸워주셔서 감사해요.”

“임현 선생님께서는 저희 가문의 손님이시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죠. 사실 그 분의 실력으로라면 굳이 제가 움직이지 않아도 됐겠지만요.”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된 후, 준과 주희는 계속해서 무언가 귓속말을 주고 받다가 자리를 떴고, 두 사람이 사라지자 무천이 나설아에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 녀석 대체 정체가 뭐야? 어디서 온거야? 한 번도 저런 녀석이 있다는 얘길 들어본 적이 없어.”

“나도 마찬가지야. 의술이 대단해서 각인독을 제거해주고 있는데…고하 장로님도 제거 못한 독이거든…”

“뭐라고?”

나설아의 설명에 무천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의 눈에 또 다시 주희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임현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빌어먹을 자식이…날 엿 먹여? 능력자고 뭐고…두고 보자.’

“일부러 나랑 친한 척 해서 그 녀석을 떨어뜨려 놓으려고 한 거죠?”

“미안해…”

소년의 말에 주희의 양 볼이 붉게 달아올랐다.

“때려도 욕해도 떨어지질 않으니까…화났니?”

“뭐 하루 이틀도 아니고.”

주희가 미안한 표정으로 자신의 눈치를 보자, 준은 피식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신경 쓰지 마세요. 누나. 그보다…이제 해독을 하러 갈 시간이라 먼저 가볼게요.”

소년은 어색한 분위기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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