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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131화 (131/818)

제131화. 실험

현재 준의 실력으로는 적지 않은 염력을 소모해야 자신의 몸속에 있는 납령에서 대지의 불꽃을 불러올 수 있었고, 그 공격이 실패하면 또 다시 많은 염력을 소모해 천지의 불꽃을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매번 대지의 불꽃을 쓸 때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걱정없이 천지의 불꽃을 다루게 된 것 이다.

……

준은 신이 나서 몇 분 정도 더 대지의 불꽃을 이리저리 조종해보다가 짐을 챙긴 후 기지개를 켰다.

몸을 움직이자 전신에서 폭발적인 힘이 흘러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몸도, 혈관도 강해졌고, 거기에 대지의 불꽃을 다루는 것까지 더욱 능숙해졌다. 고생은 했지만 이 정도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고도 남았다.

“하하, 이 정도면 6성 무투사급은 되겠어!”

고개를 돌려 침대 위를 바라보니 이불 위에 있는 칠색 이무기가 뾰로통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준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칠색 이무기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도 메두사의 의식이 남아있지는 않은 것 같았지만, 방금 전 입에 갑자기 손을 쑤셔 넣은 것 때문에 상당히 화가 난 듯 했다.

“미안해! 응?”

하지만 소년이 어색하게 웃으며 다가가자, 칠색 이무기는 고개를 홱 돌리며 준의 손길을 거부했다.

‘으음…이거 정말 화가 난 것 같은데…’

준은 어떻게 하면 귀여운 아기 뱀을 달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저장반지에서 하늘 사자의 정수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칠색 이무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반짝거리는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준에게 다가왔다.

이번에는 녀석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특별히 하늘 사자의 정수를 딴것이니만큼 준은 칠색 이무기가 원하는만큼 보라색 액체를 먹도록 가만히 놔두었다.

이무기는 하늘 사자의 정수를 한참이나 할짝거렸고, 거의 10분의 1에 달하는 양을 한번에 먹고 난 뒤에야 만족한 듯 약병에서 입을 뗐다.

준이 시험 삼아 다시 한번 손을 내밀자, 녀석은 늘 그랬듯이 애교를 부리듯 몸을 뒤틀며 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준이 막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는 순간, 아기 뱀의 입이 열리며 ‘꺼억’하는 소리와 함께 보라색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아악!”

갑작스럽게 뿜어져 나온 보라색 불꽃에 소년은 황급히 놀라 몸을 피했다. 뱀의 입에서 나온 불꽃은 순식간에 온 벽을 새까맣게 태워버릴 정도의 온도를 가지고 있었다. 확실히 천지의 불꽃만큼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불속성의 염력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불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불꽃이었다.

바로 그 때, 준의 머리에 번뜩 어떤 생각이 스쳤다.

“잠깐…하늘 사자의 불꽃과 대지의 불꽃을 융합하면 어떻게 되지?”

준은 잠시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잠겼다가 하늘 사자의 정수가 담긴 다른 약병 하나를 꺼내들었다. 병뚜껑을 열고 손가락을 집어넣어 손 끝에 살짝 보라색 액체를 묻혀보자, 손 끝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곧이어 손 끝에 묻은 액체에 염력을 흘려 보내자, ‘펑’하는 소리와 함께 보라색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나쁘지 않아…하지만 한 방울로 이 정도 불꽃이라면 너무 약한데…”

“그런데 이 녀석도 별로 흡수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불을 뱉을 수가 있지?”

이준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이무기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손바닥을 쳤다.

“이 녀석의 침 때문인가?”

……

잠시 후, 준은 이무기에게 거의 빌다시피 사정을 해서 녀석의 이빨에서 침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투왕 수준까지 진화한 뒤 녀석에게는 어느 정도 지능이 생겨났으니, 대화가 가능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작은 뱀에게서 강제로 침을 받아내야 했을 것 이다.

칠색 이무기의 침을 어느 정도 받은 준은 하늘 사자의 정수와 이무기의 침이 담긴 두 개의 병을 손에 들고 자신의 약솥을 꺼내들었다.

곧이어 준은 저장반지 속에서 약초 하나를 꺼내 대지의 불꽃으로 그것을 녹여낸 뒤, 다시 빈 약솥에 보라색 액체와 이무기의 침을 조금 집어넣었다.

준은 약솥 안에서 약초가 녹아 생긴 붉은 가루와 두 개의 액체가 만나 부글부글 끓는 것을 바라보며 불조절을 시작했다. 확실히 지금의 그는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하게 대지의 불꽃을 조정할 수 있었다.

‘흠…확실히 불꽃의 씨앗 덕분인지는 몰라도 불 조절이 엄청 쉬운걸?’

대지의 불꽃이 커졌다 줄어들었다를 몇 번 반복하자, 약솥 안에는 빨간색의 알약 세 개가 생겨 있었다. 준이 만들어낸 것은 연금비약과는 조금 다른 것으로, 생각 없이 삼켰다가는 사람을 태워죽일 수도 있는 위험한 물건이었다.

잠시 후, 준은 긴장한 표정으로 알약을 입에 넣은 뒤 그것을 살짝 깨물었다. 그러자 즉시 입안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고, 준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염력을 조종해 입밖으로 불꽃을 뱉어냈다.

화아아아악!

준은 자신의 눈앞에서 솟아오르는 보라색 불꽃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자수정원 한방울, 이무기 침 한방울, 불속성의 싸구려 약재로 만들어낸 것 치고는 굉장한 힘을 가진 불꽃이었다.

“호오…이건 생각 이상인데?”

* * *

한편, 사막의 칼날 용병단의 훈련장에서는 수 많은 단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사라, 사막용병단 출신 형제들도 이제 완전히 우리 형제가 된 것 같군요. 모두 당신 덕입니다.”

“아닙니다. 모두 단장님 덕이죠. 단장님이 이렇게 훌륭한 분이라는 점을 알았더라면 진작 두 용병단을 합칠걸 그랬습니다.”

사라와 이정은 그 사이 준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매우 가까워져 있었다.

잠시 후, 사라와 대화를 나누던 이정이 동해를 발견하고는 그를 향해 잽싸게 발걸음을 옮겼다.

“하하, 선생님, 모래바람성의 약재상에는 선생님께서 필요로 하던 약재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사람을 보내 그 근처에 있는 상점이라도 가서 찾아보도록 했으니좋은 소식이 있다면 곧장 연락이 올 것입니다.”

“하하! 고맙소이다. 이준 그 녀석은 이 약재를 내게 알려준 후부터는 그 방 안에 박혀서 나오지를 않으니 원…!”

그렇게 두 사람이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에서 남 이야기 하는 게 별로 좋아 보이지 않네요…”

“동생! 벌써, 상처가 다 나았나?”

동해의 질문에 준은 의미심장한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하하! 역시 괴물이 맞군. 그렇게 큰 상처가 한 달도 안 되어서 완치라니!”

바로 그 때, 준을 발견한 사라가 황급히 둘 사이로 달려왔다.

“작은 단장님!”

“사라, 오랜만이네요. 이곳은 어때요? 지낼만한가요?”

사라는 얼마 전 소금성에서 일어난 대소동이 준에 의한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지만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저 얼마 전 준이 자신을 죽이지 않고 협박에 가까운 방식으로나마 자신을 부하로 받아들여준 것이 고마울 뿐 이었다. 문씨 가문의 대장로는 팔을 잘리고 혀를 뽑힌 뒤 불타 죽었다고 하지 않던가…그게 자신이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온 몸에서 식은 땀이 쏟아졌다.

“사라, 바쁘지 않다면 저 좀 도와줄 수 있을까요? 확인하고 싶은게 있어서요.”

의견을 묻는 것처럼 말을 하고는 있었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으니, 사라는 대답할 틈도 없이 준의 뒤를 따라가야 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던 준은 사라가 불안한 표정으로 자신을 따라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씨익 웃음을 지었다.

“대단한건 아니에요. 걱정하지 말아요. 다만 이번에 좀 재미있는걸 만들어서요. 제가 뭘 하면, 전력을 다해 막아주시기만 하면 돼요.”

하지만 준의 말에 사라는 더욱 불안해질 뿐 이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불과 한 달전 온 몸에서 백색 불꽃을 내뿜으며 사람을 태워죽이던 공포스러운 소년의 모습이 스쳐가고 있었다.

잠시 후, 뭔가 재미난 구경거리가 생긴듯한 광경에 이정과 이찬, 동해를 비롯한 몇 몇 사람들이 사라와 준에게 다가왔다.

“조심해요.”

준은 새파랗게 질린 사라를 앞에 두고는 손을 움직여 붉은 색 알약을 하나 꺼내들었다.

곧이어 그가 정체불명의 붉은 알약을 입에 넣고 씹다가 입을 벌리자 보라색 화염이 튀어나왔고, 준은 자신이 뱉어낸 보라색 화염을 손으로 붙잡은 뒤 반대편 손에서 푸른 화염을 끌어냈다.

“제기랄, 또 그 짓이야?”

이 장면을 바라보던 동해의 눈에는 공포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동생! 그러지마! 여기 있는 사람 다 죽는다고!”

놀란 눈으로 동해를 응시하던 이준은 손바닥 위 화염을 내보이며 웃음을 지었다.

“동해 선생, 지금 내 상태로는 예전의 폭발력을 내지는 못할 거야. 지금 이건 그 때 그걸 개량하려고 비슷하게나마 흉내만 내는 거라고.”

“개량이라니?”

확실히 자세히 보니 보라색 화염은 천지의 불꽃이 아니었다. 굉장한 고온이 느껴졌지만 이준이 다루던 흰색 화염에 비하자면 훨씬 약했던 것 이다.

‘저 녀석, 저런 물건까지 숨겨두고 있었던 거야? 파란 불꽃에, 흰 불꽃에, 저 보라색 불꽃까지… 정말 정체를 모를 놈이군.’

하지만…보라색이고 흰색이고 위험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미친놈! 개량이고 뭐고 관심 없고, 나는 이런 위험한 장난에 관심 없어!”

동해는 소리를 지른 뒤 하늘 높이 날아올라 준의 형체가 작은 점이 될 때쯤에서야 멈춰섰다.

이준은 바쁘게 도망가는 동해를 바라보다가 이정을 비롯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저으며 말했다.

“노인네가 겁이 많아.”

“크흠…”

이정과 이찬은 잠시 미심쩍은 얼굴로 동생을 바라봤다. 동해의 실력을 정확히 알지는 못 했지만, 염력 날개를 사용할 정도면 적어도 투왕 이상이라는 것은 확실한데, 그렇다면 준이 앞으로 하려는 일이 ‘노인네가 겁이 많아서…’ 정도로 표현할 수준의 것은 아님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준아, 대체 뭘 실험하려 하는 거야?”

“그냥 새로 만든 기술을 확인해보려는거야. 사실 될지 안 될지도 몰라. 지난 번에는 거의 실패하는 바람에 타 죽을 뻔 했었거든. 그런데 너무 걱정 마. 이번에 힘을 훨씬 빼서 실패한다고 해도 지난번처럼 되지는 않을거야. 선배님이 호들갑 떠는거라니까. 정말 별 거 아니야.”

“……”

준의 태연한 말투에 두 사람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투왕급 이상의 강자가 타 죽을뻔한 일을 ‘별 것 아니다.’라니…

“하하하…아무래도 뒤로 조금 물러나 있는 게 좋겠지? 너도 너무 비좁은 것보다 자리를 넓게 쓰는 게 더 좋은 테고 말이야.”

두 사람은 어색하게 웃으며 약속이나 한 듯이 슬슬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실험대상이 된 사라는 도망조차 치지 못 하니, 거의 시체나 다름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작은 단장님…그…저는 안 될 것 같은데요…”

“괜찮다니까요.”

자신을 안심시키려는 준의 태도에 사라는 더욱 더 겁에 질려 팔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불과 몇 분전까지 눈 앞의 소년에 대해 호감을 느끼고, 심지어 용병단을 합친게 잘 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하고 있었다.

“아이 참, 사라! 정말이라니까요! 이 신기술은 동해 선배가 본 그거랑은 달라요. 그건 저도 무서워서 못해요. 저도 죽을뻔 했다니까요.”

준은 계속해서 사라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소년의 천연덕스러운 태도에 사라는 더욱 더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낄 뿐 이었다.

그리고 사라가 거의 눈물을 떨굴 정도로 겁을 먹었을 무렵, 준이 파란 색과 보라색의 화염을 맞붙이기 시작했다…

치직치직…

콰르릉!

곧이어 두 개의 화염 사이에서 기이한 파열음이 울려 퍼지자, 사라는 죽을힘을 다해 염력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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