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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89화 (89/818)

제89화. 공중전

비행하는 3일 내내 준은 여태 마수 위에서 한 발작도 움직이지 않고 약로가 연금 비약을 정제하는 것을 지켜봤다.

도중에 휴게소 두 곳을 경유했지만, 피의 결정을 만드는 것을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광경이었기 때문에 준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피의 결정을 만드는 것을 견학하는데 시간을 할애 했다.

……

꼬박 이틀 반의 시간을 거쳐 약로의 손바닥 위에는 사람 얼굴 크기만한 동그랗고 매끈한 연금비약이 만들어져 있었다. 표면의 광택을 보니 이미 5레벨의 연금비약이 거의 완성된 상태였다.

준은 연금비약을 제대로 보관하기 위해 자신의 저장반지에서 가장 좋은 약병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둔 뒤 뒤로 물러서 가만히 피의 결정이 완성되는 광경을 지켜봤다.

약로의 아름다운 하얀색 불길이 피의 결정을 집어삼키고, 작은 알약이 불꽃속을 몇 번 뒹굴자 강렬한 향기와 함께 농밀한 에너지가 퍼져나갔다.

피의 결정이 내뿜는 강렬한 에너지에 하늘을 날던 마수도 깜짝 놀라 몸을 뒤틀고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이윽고 피처럼 붉은 연금비약이 완성되자, 짙은 향기가 온 하늘을 가득 매웠다.

“이것이 바로 4레벨 이상 연금비약이 형성 될 때만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이다. 이제 조용히 연금비약을 넣을 시간 몇 분정도 필요하니 문 앞에서 잘 지키고 있거라. 특히 이 비행 마수에 같이 탄 다른 연금술사들을 조심하고.”

“네.”

4레벨 이상의 연금비약이라면 확실히 목숨을 걸만한 보물이었으니 약로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준은 방안에서 검은 송곳을 움켜쥔 채 방문을 지켰다.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방안에서 네 명의 연금술사가 뛰쳐나와 준의 방으로 걸어왔다.

준은 살기로 눈을 번뜩이며 적의 실력을 확인했다.

‘3레벨 하나, 2레벨 둘, 1레벨 하나…’

“하하, 젊은이. 나는 하랑이라고 하네.”

준에게 말을 걸어온 3레벨의 연금술사는 반백의 노인으로, 그의 말투는 점잖았지만 그의 눈빛에는 감출 수 없는 탐욕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하하, 젊은 친구. 방금 나타난 에너지 파동이 여기에서 나온 것이 맞는 거지? 우리는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 뿐 일세. 하하. 지금 모두들 천 미터가 넘는 고공에 있지 않나. 마수가 놀라서 사고라도 날까봐 말이야.”

바로 그 때, 노인의 옆에 서있던 2레벨의 연금술사 하나가 노인을 거들 듯이 입을 열었다.

“그러게. 젊은이. 지금 우리 모두 같은 배를 탄 사람인데 무슨 위험한 물건은 안 만들었으면 좋겠어. 허허,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한테 별로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이윽고 두 사람의 말에 나머지 두 사람도 이준을 향해 걸어오더니 일제히 말을 붙이려 했다.

“저의 스승님이 안에서 연금비약을 정제하고 있습니다. 다들 알 만한 사람들이니 모른 척 할 필요 없어요. 마수의 비행에 영향 주지는 않을 테니 각자 방에 돌아가 주시죠.”

준은 검은 송곳을 움켜쥔 채 냉랭한 말투로 그들에게 경고하듯 쏘아 붙였다.

“하하, 젊은이가 농담은. 우리는 절대 그런 뜻은 없네.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이 천 미터가 넘는 고공에서 혹시 무슨 사고라도 나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지 않는가…당신과 당신 스승이 비행 마수를 선택했다는 건 당신들도 염력으로 날개를 만들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소리인데…”

또 다시 하랑이라는 노인이 운을 띄우자, 젊은 2레벨 연금술사가 거들고 나서며 문으로 다가섰다.

“젊은이, 우리는 단지 검사를 하려는 것뿐이야. 다른 문제는 없을 테니 자리 좀 비켜주게.”

“꺼져!”

바로 그 때, 무시무시한 호통 소리와 함께 보라색 불꽃이 젊은 연금술사를 향해 날아들었다.

펑-!

“아악!…”

이준의 공격을 받은 그 2레벨 연금술사는 갑자기 주먹을 잡고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질렀다. 머리를 돌려 그 연금술사를 본 나머지 연금술사들은 깜짝놀란 표정으로 준을 노려봤다.

“이게 뭐야? 실체의 불꽃? 아니지. 이 녀석 좀 이상해. 덤벼! 이러다 정제 끝나!”

노인의 탐욕스러운 한마디에 소리에 방금 전의 젊은 연금술사보다 훨씬 강해 보이는 중년의 사내가 머리를 끄덕이더니 앞으로 오른 발을 들어 이준을 향해 발을 날렸다.

‘젠장…’

준은 신속하게 검은 송곳을 저장반지로 회수한 뒤 중년의 사내를 향해 몸을 날렸다.

‘태초의 힘!’

준의 오른 주먹이 사내를 향하자, 무시무시한 기운이 칼날처럼 중년의 사내를 향해 날아들었다.

쿵!

사내의 주먹과 준의 발이 부딪히자, 중년의 사내는 눈 깜짝할 사이에 뒤로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퍽-!

중년의 사내가 방문 위에 호되게 부딪치면서 작은 방이 무너졌고, 등 뒤는 아무 것도 없는 푸른 하늘 뿐 이었다.

“이 봐, 꼬맹이. 이 안에 있는 자식을 치워 버리고 너를 혼내주마!”

이윽고 반백의 3레벨 연금술사가 나무 문을 힘껏 내리치자 나무 조각들이 사방에 날렸다. 그리고 하랑이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준과 약로가 있던 방에 발을 들이는 순간…유령 같은 그림자가 나타나 하랑의 목덜미를 움켜잡았다.

“나를 해치운다고?”

방안에서 들리는 약로의 목소리에 준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 쉬었다. 스승님의 실력이라면 지금 이 비행마수 위에 타고 있는 연금술사 정도는 100명이 있어도 털끝만큼도 약로를 다치게 할 수 없었다.

하랑은 주름이 가득한 노인의 손에 붙잡힌 채 옴짝 달싹 못 한 채 그대로 복도로 다시 끌려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노인의 손을 뿌리치려 염력을 움직이려는 순간…하랑은 자신의 염력이 눈앞의 노인에 의해 완벽하게 통제당하고 있음을 느끼고 오줌을 지릴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이런 망할…얼마나 강한건지 짐작도 안가. 최소한 투황급의 괴물이잖아. 이정도면 염력 날개를 만들고도 남는 수준인데 대체 왜 이런 느려터진 비행 마수를 타고 자빠져 있는 거야.’

하랑은 상대와 깊은 바다처럼 끝을 알 수 없는 상대의 염력에 무한한 공포를 느껴 말까지 더듬기 시작했다.

“서, 서, 선생님… 저희는… 저, 절대 그… 방해를 하려던 게 아니라…”

바로 그 때, 약로가 오른손을 휙 흔들자 약병 하나가 나타나고, 달큰하고도 진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이걸 가지고 싶은 건가?”

“하, 하하, 그럴 리가요. 선생님 농담도 참…저희가, 어, 어찌 감히 그런 생각을…하겠습니까?”

“방금 전까지는 그렇게 말한 것 같지 않은데……”

준이 방문 옆으로 돌아와 빈정거리자 하랑의 얼굴이 더욱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하하, 방금은 장난이었지.”

바로 그 때, 하랑의 눈동자 사이로 검붉은 빛이 스쳐 지나가더니 그의 옷소매 사이라 작은 약봉지 하나가 나타났다.

“명을 재촉하는 놈이군.”

그러나 약봉지를 뿌리기도 전에 약로의 손끝에서 하얀색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 불과 1,2초 사이에 사람 하나가 재가 되어 사라졌다. 이윽고 약로가 무표정한 표정으로 손을 휘젓자 잿더미가 된 하랑의 시체가 바람에 날렸다.

사람 하나를 재로 만들어 놓고도 마치 귀찮게 구는 개미새끼 한 마리를 키운듯한 태연한 표정에 나머지 세 연금술사는 오금이 저려 발조차 떼지 못 했고, 약로는 손에 있던 약병을 준에게 집어던진 뒤 차가운 눈으로 그들을 훑어보았다.

“스승님, 이제 저 사람들은 어떻게 처리할 거에요?”

“연금비약 하나에 눈이 멀어서 어린 아이를 죽이려는 놈들이다. 살려둬서 세상에 좋을 것은 없어 보이는구나.”

약로는 손바닥을 뒤집어 하얀색 불꽃을 움직이며 세 명의 연금술사를 노려봤다.

“스스로 뛰어 내릴 테냐?”

“으아아아아!”

바로 그 때 남은 셋 중 가장 약한 사내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준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2레벨 연금술사 중 비교적 젊은 사내가 저장반지에서 긴 칼을 꺼내들며 마찬가지로 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약로가 손가락을 살짝 튕기자 하얀색 불꽃이 화살처럼 날아들어 1레벨 연금술사를 재로 만들고, 그와 거의 동시에 준을 향해 달려들던 2레벨 연금술사가 입에서 피를 뿜으며 자리에서 쓰러졌다.

“너…”

그러나 그 연금술사를 공격한 것은 준이 아니라 방금 전까지 준을 위협하던 중년의 연금술사였다.

중년의 사내는 차가운 표정으로 젊은 2레벨의 연금술사의 가슴에 다시 한번 검을 찔러 넣은 뒤 넙죽 무릎을 꿇고 약로에게 절을 올렸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따를 준비가 돼 있습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보았느냐. 세상에는 이런 놈도 있는 법이다. 너도 잘 보고 배워두거라. 아군으로 삼을 자를 잘못 정하면 이렇게 배신을 당하는 것 이지.”

약로는 비굴하게 무릎을 꿇은 중년의 사내를 벌레보듯 내려다보며 고개를 돌렸다.

“알아서 처리하거라.”

“네.”

……

얼마 지나지 않아 중년 사내의 비명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지고, 준은 약로가 있는 방으로 들어와 웃음을 지었다.

“아래로 던져버렸어요.”

“잘했다. 이제 곧 타르사막이구나. 남은 거리는 직접 날아서 가는 게 낫겠구나. 다섯이 탔는데 한 놈만 남고 넷이 사라지면 누가 범인으로 지목되겠느냐.”

말을 마친 약로의 몸이 살짝 흔들리더니 한 줄기 빛이 되어 이준 손가락에 있는 반지 안으로 들어가고, 준의 등 뒤에서 아름다운 보랏빛 날개가 그 우아한 모습을 드러냈다.

창문을 열고 몸을 날리자 상쾌한 바람소리가 귓가를 스치는 것이 느껴졌다. 준은 머리를 들어 열심히 날고 있는 비행 마수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은 뒤 속도를 올려 비행 마수를 그대로 지나쳐 허공을 가르고 금빛 사막 위에 세워진 성을 향해 날아갔다.

“여기가 내 타르사막이구나. 드디어 도착했어!”

* * *

이준은 성과 몇 백 미터 떨어진 지점에 도착하자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등에 솟아난 매의 날개가 은은한 보랏빛을 내며 차츰 줄어들고, 두 발이 땅 위에 닿았다.

대지에서는 후끈한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뜨거운 태양이 머리 위로 내리쬐어 눈앞이 아물거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준은 미칠듯한 열기에 숨이 막히면서도 온 몸에서 기운이 샘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타르 사막의 대기에는 불속성과 흙속성의 에너지가 가득하지. 그래서 그 두 가지 속성을 가진 수련자에게 이곳보다 좋은 수행지는 드물다. 게다가 네 몸 속에 있는 하늘 사자의 불꽃은 태양의 영향을 받는 에너지인만큼 너에게는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게다.’

반지 속에서 약로가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준에게 말을 걸어오자 준 역시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황토 빛의 성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성에 가까워질수록 하나 둘 사람들의 보이기 시작했다. 타르 사막의 뜨거운 기후 때문인지 사내들의 대부분은 윗옷을 벗은 채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고, 여자들도 가슴 정도만 가린 채 거의 맨살을 드러낸 옷차림이었다.

노란색 외피를 가진 성의 발치에 다가서 고개를 드니 커다란 성문 위의 황금빛 벽돌위로 피처럼 붉은 글씨가 새겨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모래바람성…”

준은 나지막이 성벽 위에 아로새겨진 글자를 읊조린 뒤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성문 입구에는 열 몇 명의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긴 창을 들고 성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있었다. 갑옷을 걸친 병사들은 굵은 땀방울을 뚝뚝 흘리며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행인들을 재촉해댔다.

그리고 준이 행인들 사이에 멍하니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때, 병사 하나가 놀란 표정으로 동료들에게 무언가 귓속말을 하더니 황급히 준을 향해 달려왔다.

“선생님께서는 그냥 지나가셔도 됩니다.

“네?”

“연금술사 선생님들에게 어떻게 통행료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어서 들어가시죠.”

아마도 준이 걸친 연금술사의 망토를 알아본 모양이었는지, 사내의 태도는 공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아…네. 감사합니다.”

소년은 연금술사의 권력을 실감하며 가볍게 고개를 숙여 그에게 인사를 한 뒤 성안으로 향했다.

“선생님! 최근 타르사막 뱀 인간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성을 나가시려면 조심하시는 게 좋습니다.”

뜻밖의 정보를 얻은 이준은 다시 한 번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거대한 성문을 지나 성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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