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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73화 (73/818)

제73화. 질주

“이런…”

이준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급히 속도를 늦추었지만, 빠른 속도 때문에 바닥에서 십 여 미터를 미끄러져서야 겨우 멈출 수 있었다.

소년은 새끼 하늘 사자와 불과 이 삼십 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대치하자 등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설사약의 약효가 부족한가…”

“미안한데 내가 또 까먹고 말을 못했구나. 저 놈과 하늘 사자의 정수는 서로 통하게 되어있다. 네가 아까 그 껍데기를 깨뜨렸으니 아마도 곱게 보내주지는 않겠지.”

반지 속에서 약로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준의 입 꼬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지금은 스승과 말싸움을 벌일 때가 아니었다.

준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하늘 사자의 새끼는, 새끼라고는 해도 하늘 사자에 비해 작을 뿐, 보통의 다 큰 사자와 비교해도 그 크기가 비슷한 수준이었으니 결코 작다고는 할 수 없었다.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꼬마 하늘 사자의 눈동자에 조금씩 보라색 빛이 드리우고, 몸 표면의 얇은 보라색 수정에서도 은은한 보라색 섬광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하늘 사자가 커다란 발을 앞으로 한 발 내딛자 동굴 바닥이 지진이 난 듯 흔들거리고 돌멩이들이 벽에서 우수수 떨어졌다.

준은 즉시 검은 송곳을 저장반지 안에 집어넣고 전투 태세를 갖췄다. 검은 송곳이 사라지자 몸이 가벼워지고 맹렬한 기세로 염력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 정면 승부는 무리야. 어떻게 달아나지?’

소년은 눈 앞의 마수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움직임을 줄인 상태로 탈출 방법을 모색했다.

쿵! 쿠웅!

하늘 사자가 다시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으며 커다란 꼬리로 땅을 힘껏 후려치니 바위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마수는 더 이상 분을 참을 수 없었는지 위협을 멈추고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크헝!”

우렁찬 포효 소리와 함께 사자가 몸을 날리자 준은 즉시 손을 들어 천장을 향해 손을 뻗어 흡장을 사용했다.

쾅!

준은 자신을 아슬아슬하게 빗겨간 하늘 사자의 단단한 몸이 동굴벽을 박살내는 것을 보자, 간담이 서늘해졌다.

“크르릉…”

다행히도 마수는 인간이 거미처럼 천장에 달라붙어 달아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는지, 연신 좌우로 고개를 돌려댈 뿐 위를 바라보지는 않고 있었다.

준은 하늘사자가 자신을 발견하지 못 하고 침입자를 찾는 틈에 전력을 다해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채 출구를 향해 기어나갔다.

“크헝!”

그러나 언제까지고 마수가 자신을 발견하지 못 할 리가 없었다. 마침내 괘씸한 침입자의 모습을 발견한 순간, 마수는 흉악한 아가리를 벌리며 입에서 보라색 불길을 뿜어댔다.

“젠장!”

보라색 불꽃의 뜨거운 열기를 느낀 이준은 즉시 손의 힘을 빼고 한 바퀴 회전하여 뛰어내리며 땅에 착지한 뒤, 발 끝으로 벽을 힘껏 박차고 전력으로 산굴 밖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크르르…”

하지만 마수는 추격을 포기할 마음이 없어보였다. 놈은 아름다운 보랏빛 날개를 펼쳐 번개처럼 침입자를 향해 몸을 날렸다.

“젠장!”

투황의 힘을 받아 속도가 빨라졌다고는 해도, 준의 실력으로 공중에서 날아오는 하늘 사자의 추격을 따돌리는 것은 도저히 무리였다. 그는 시나브로 자신과 거리를 좁혀오는 마수의 기운을 느끼자, 저장반지에서 손에 집히는 대로 약가루들을 꺼내 무작정 뒤를 향해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쨍그랑!

순식간에 옥병들이 깨지며 통로에 알록달록한 가루들이 퍼져 나갔지만, 그 중 어떤 약도 꼬마 하늘 사자의 추격을 제지하기에는 부족했다.

그리고…하늘 사자의 발톱이 곧 그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준은 갑자기 온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복부에서 퍼져나가기 시작한 그 열기는 눈 깜짝할 사이에 그의 전신을 파고 들었고, 준의 몸에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 한 강렬한 에너지가 들끓고 있었다.

‘설마…방금 핥아 먹은 정수의 힘인가?’

게다가 몸속의 열기는 그가 달리면 달릴수록 더욱 빠르게, 더욱 강하게 그의 전신을 향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덕분에 마수의 추격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지만, 소년은 몸에서 느껴지는 열감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더욱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거 너무 뜨거운거 아니야…?’

그러나 생각할 틈도 없이 그의 온 몸은 더욱 뜨거워지고, 채 몇 초도 흐르기 전에 온 몸에서 붉은 색 빛과 보라색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견디지 못 하고 옷감이 타들어가는 지경에 이르자, 준은 덜컥 겁이 나 심장이 내려 앉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마수는 이 광경을 보고 머리 끝까지 화가 치솟았는지 더욱 크게 울부짖으며 속도를 올렸다.

이윽고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쫓아온 마수가 그를 향해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려는 찰나, 준은 황급히 몸을 돌려 거대한 사자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그러자 그의 손끝에서 청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노란색의 염력이 폭풍처럼 뿜어져 나왔다.

퍼어어엉!

엄청난 굉음이 동굴 통로 안을 무너뜨릴 듯이 울리며 돌멩이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고, 준은 갑자기 폭발한 힘을 감당하지 못 한채 반대로 튕겨 나가고 말았다.

“크윽…이게 뭐야!”

다행히도 방금 전의 폭발전인 기운으로 인해 마수가 밀려나고 자신은 반대로 튕겨나간 덕에 거리는 벌려졌지만, 갑작스런 염력의 폭주를 제어하는데 실패한 이준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크헝!”

마수는 절대 준을 보내줄 마음이 없는 듯 잠시 머리를 흔들고는 또 다시 날개를 펼쳤다.

그 사이 준은 동굴의 출구에 거의 도착해 있었다.

“됐어!”

하지만, 이준이 동굴 밖으로 몸을 날림과 동시에 거대한 불꽃이 그의 등 뒤를 덮치고 말았다.

“아악…!”

준은 무시무시한 보라색 불꽃의 온도에 등 가죽이 벗겨지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며 죽을 힘을 다해 출구로 몸을 날렸다.

……

“빌어먹을!”

하지만 준의 기대와 달리, 산굴 밖으로 나왔다고 끝난 것이 아니었다.

산굴 밖에는 3레벨의 마수 두 마리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 이다. 분명히 아까 동굴에 들어가기 전 마주쳤던 그 두 놈이었다.

‘젠장…저 하늘 사자 새끼에게 쫓기느라 이놈들을 생각 못 했어.’

그는 두 마리의 마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눈 앞에 캄캄해졌다.

쉬익!

바로 그 때, 서슬 퍼런 칼날이 하늘에서 날아들어 두 마리의 마수를 반토막 내고, 푸른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는 은지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누나…하늘 사자의 수정…가져왔어요.”

그는 그 말을 끝으로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

은지는 온 몸이 용광로처럼 들끓고 있는 준을 끌어안은 채 심각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 때, 준을 쫓아 동굴을 나온 새끼 하늘 사자는 은지를 발견하자마자 황급히 발걸음을 멈췄다. 놈은 예민한 야수의 직감으로 눈 앞에 있는 정체불명의 여인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느끼고 있는 것이 틀림 없었다.

쉬익!

은지는 하늘 사자의 새끼를 발견하자마자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손에 들려있던 검을 휘둘러 선공을 시도했다. 그러자 커다란 청색 바람이 검 끝에서 뿜어져 나가 마수의 몸을 호되게 후려갈겼다.

“크앙!”

순식간에 마수의 몸을 덮고 있던 보라색 수정이 박살나며 허공에 날리고, 사자 왕의 자식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

“네 이년! 감히 누구의 아들에게 손을 대는 것 이냐!”

그 순간, 분노한 사자왕의 목소리와 함께 거대한 보라색 불꽃이 하늘을 물들였다.

“흥!”

하지만 은지가 가볍게 손을 돌리자 강력한 청색 회오리가 그녀의 몸 앞에 나타나 보라색 불길을 모두 막아냈고, 그녀는 한 손으로 준을 품에 안은 채 날개를 펄럭여 몸을 뒤로 물리며 다시 한번 사자왕의 새끼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녀의 손에 든 검이 기이한 포물선을 그리면서 신기루처럼 흔들리고, 동시에 무시무시한 기운이 칼끝에서 뿜어져 나갔다.

“비술, 바람의 창!”

“인간!”

자신의 뿔을 동강낸 일격이 자신의 자식을 향해 날아드는 것을 발견한 하늘 사자는 번개처럼 몸을 날려 새끼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은지의 비술을 막아내기 위해 하늘 사자가 전력으로 에너지를 끌어 올리는 순간…은지의 손에서 검이 사라지고, 그녀는 푸른 날개를 펄럭여 그대로 자취를 감췄다.

“교활한 인간들! 감히…!”

은지가 순식간에 몸을 돌려 사라지는 것을 본 하늘 사자는 그제야 자신이 상대방의 계략에 말려들었음을 눈치챘지만, 이미 그녀는 완전히 종적을 감춘 상태였다.

“으아아! 빌어먹을 인간 계집이!”

* * *

은지는 이준을 안고 빠르게 천둥산을 벗어나 사람의 시선이 닿지 않을만한 곳을 찾았다.

그녀는 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찬 숲으로 천천히 내려와 부드러운 손으로 준을 천천히 더듬어보다가 경악을 금치 못 했다.

“무시무시한 에너지야… 이 녀석,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지금 준의 몸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고, 그의 입에서는 뜨거운 화산의 분출구에서 연기가 나오듯 열기가 솟아 나오고 있었다.

은지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가 이를 악물고 불덩이 같은 그의 몸에 자신의 손을 가져다댔다.

이윽고 그녀의 몸속에 있던 푸른 염력이 파도처럼 준의 몸으로 밀려들어가고, 원래 준의 몸속에 있던 노란색 염력이 서서히 밀려 복부에 있는 그의 염력 회오리 안으로 회수되었다.

그녀는 노란 염력을 모두 기의 회오리 안에 몰아넣은 뒤 정신을 가다듬고 준의 몸 곳곳에서 새어나오고 있는 보라색 에너지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보라색 에너지는 매우 난폭했지만 투황의 염력이 끊임없이 흘러 들어가자 그 힘을 받아내지 못하고 이리저리 도망을 치기 바빴다. 보라색 기운은 도망을 가면서도 살과 뼈 속에 들어가 준의 온 몸 이곳저곳에 보라색 흔적을 남겼다.

얼마 후…투황의 염력에 의해 이리저리 쫓기다 막다른 골목에 이른 보라색 에너지들이 서로 합쳐져 주먹만한 크기로 변하기 시작했다.

“후…”

다시 한번 그녀가 염력을 불어넣자 바람 속성의 염력이 보라색 에너지를 포위하듯 둘러싸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라색 에너지는 아직 저항을 멈출 마음이 없는 듯, 똘똘 뭉쳐 무시무시한 열기를 뿜어내어 그녀의 염력을 깡그리 태워버리고 말았다.

“흠…”

은지는 조금 당황한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가 이내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이준의 몸속에 들어갔던 그녀의 염력이 허공으로 빠져나와 청색 회오리로 변하고, 준의 몸속에 있던 보라색 에너지가 그 회오리에 조금씩 빨려 들어가며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천천히 보라색 에너지를 지워나가다가 보라색 불꽃이 조금 약해진 것을 확인하고는 청색 회오리를 흩어버렸다. 회오리가 사라지니 한풀 꺾인 연한 보라색 불길이 이준이 몸속에서 스멀스멀 일어났다.

잠시 후 그 보라색 에너지는 준의 전신의 혈관을 지나 그의 염력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기세가 꺾인 보라색 불꽃이 이준의 염력 회오리 안으로 들어가자 회오리가 움직이는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주먹 두 개 정도의 크기였던 기존의 회오리가 급격하게 커지기 시작했다.

얼마 뒤 연한 노란색의 기운과 보라색 불길이 섞인 기의 회오리는 점점 커지다가 작은 바위만한 크기가 되자 그제서야 회전을 멈췄다.

기의 회오리가 더 이상 커지지 않는 것을 확인한 은지는 이준의 몸속에 있던 자신의 염력을 천천히 빼냈다.

그녀의 염력이 빠져 나오니, 전보다 더욱 강해진 불 속성의 염력이 이준의 염력 회오리 안에서 흘러 나와 온 몸의 혈관 속에 부드럽게 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은지의 도움으로 몸 속에서 미친 듯이 날뛰던 에너지가 사라지자 고통으로 일그러졌던 소년의 얼굴에는 다시금 평온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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