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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61화 (61/818)

제61화. 정화의 불꽃

정신을 차린 뒤에도 준은 온 몸을 바늘로 쑤시는 듯한 고통에 정신이 아찔해질 지경이었다.

그는 저장반지에서 통증을 완화하는 연급 비약을 꺼내 천천히 들이켰다. 연금비약의 약효가 돌자 통증이 가라앉고, 준은 그제야 두루마리에서 검은색 날개와 글자가 깨끗이 사라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짓말처럼 깨끗해진 두루마리를 바라보던 준은, 한참동안 눈을 깜빡 거리다가 저장반지에서 거울을 꺼내 자신의 등을 비춰보았다.

“이게…그 마수의 날개?”

놀랍게도 준의 등에는 주먹만한 크기의 검은색 날개 문신이 생겨나 있었다.

준은 정신을 집중하고 아까 통증이 느껴졌던 경로를 따라 염력을 이동시켰다. 그러자 검은색 문신에서 보라색 빛이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며, 등에서 날개가 솟아나오는 것이 아닌가!

“와…! 이게 뭐야…오오오오!”

그러나 아직 준의 날개는 팔뚝만한 크기에 불과했고, 열심히 파닥거려봐야 미약한 부력밖에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준은 자신의 등에 날개가 돋아난 것이 몹시도 신기했는지, 몇 번이나 날개를 파닥거리며 연신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그 날개로 제대로 비행을 하기에는 아직 네 염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큭큭…”

약로는 조그만한 날개를 연신 파닥거리는 준의 표정을 보고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나 준은 약로의 비웃음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연신 날개를 파닥거리며 웃음을 짓다가 염력을 거두어 들였다.

염력의 흐름이 멈추자, 그의 귀여운 날개는 다시 문신으로 돌아갔다.

준은 곧 하늘을 날 수 있을 거라는 꿈에 부풀어, 눈을 감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신을 상상하다가, 검은색 두루마리를 치우고 백골에 감추어져 있던 낡은 두루마리를 꺼내들었다.

‘그렇게 은밀하게 감추어뒀을 정도니, 대단한 물건일거야.’

소년은 낡아빠져 누렇게 닳아버린 두루마리를 보며, 흥분한 듯 두 손을 비비다가 조심스럽게 두루마리를 펼쳤다.

“이게 뭐야…”

두루마리를 펼치자 정체불명의 기괴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바로 그 때, 두루마리를 들여다 본 약로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건… 지도의 조각 같구나.”

“지도요? 그것도 한 조각이요?”

약로는 말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종이를 면밀히 뜯어보다가, 더욱 진지한 표정으로 몸을 숙여 그림을 들여다보았다.

“스승님, 뭔가 새로운 게 있어요?”

준은 제법 오랜 시간 약로와 함께 했지만, 이토록 진지한 표정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스승의 진지한 태도에 준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을 졸였다.

“정화의 불꽃…?”

“정화의 불꽃? 그게 뭐죠? 그것도 천지의 불꽃인가요?”

”그래…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신비한…이 불꽃은 천지의 불꽃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불꽃이야. 만물을 정화하는 효과가 있지…모든 물건을 정화하고, 불태운다고 알려져 있는 불꽃이다. 내가 처음 천지의 불꽃을 찾을 때도 이 물건과 관련된 흔적을 발견했었다. 흠… 이 지도는 설마 정화의 불꽃의 위치를 표시한 건가…?

준은 아쉽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쉽게도 한 조각 밖에 없네요.”

하지만 스승의 표정은 아주 심각했다.

“아니, 아니다. 이 불꽃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야. 그리고 지금은 그 물건을 찾아도 어찌할 방도가 없다. 이 정보는…어떤 금은보화와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것이다. 정화의 불꽃을 손에 넣기만 한다면…불개가 어느 정도나 강력해질지 기대가 되는구나.”

소년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강해져봤자 1격 상 수준 이상으로는 올라갈 수 없지 않나요?”

제자의 질문에 스승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차피 염력 수련법이나 무투기에 처음부터 등급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이고 쌓인 자료들을 토대로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 나눈 거지. 그러니 1격 이라고는 해도, 그 이상의 무투기나 염력 수련법이 존재하지 말란 법은 없다.”

준은 스승의 말에 미친 듯이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며 눈을 빛냈다.

“흠…하지만 이런 정보는 얻고 싶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지금 네 수준으로는 알아도 어쩔 수 없고, 일단은 차근차근 수련을 쌓으며 강해지는 것만을 생각하거라. 운이 좋다면 새로운 정보가 또 들어오겠지. 일단 지금 너는 손톱만한 시골 용병단 하나도 어쩌지 못 하고 있지 않느냐.”

이번에도 약로의 말이 맞았다. 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스승의 말을 받아들였다.

“저도 알아요.”

“그래 ,됐다. 이제 좀 쉬거라. 내일부터 고된 수련이 시작될 것이니.”

비행 무투기에 귀한 정보까지, 정말이지 꿈 같은 하루였다. 소년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따스한 햇살이 땅 위를 포근하게 비추고, 거대한 폭포가 햇살에 부서지며 은색 비단이 되었다가 다시 물안개가 되어 절경을 이루었다.

새로운 거처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준은 촉촉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웅장한 폭포를 올려다보았다.

준의 등 뒤로는 수 십 개의 말뚝이 박혀있고, 말뚝 위로는 비슷한 숫자의 말뚝이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거센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말뚝이 흔들거리며, 춤을 추는 광경이 자못 장관을 이루었다.

잠시 후, 검은색 반지가 반짝이며 약로가 나타났다. 약로는 말뚝을 바라보며 머리를 끄덕이고는 장난스런 눈빛으로 제자를 바라봤다.

검은색 반지가 살짝 떨리는 듯 하더니, 약로의 모습이 허공에 흐릿하게 나타났다.

“앞으로 매일 오전 이 위에서 수련을 하도록 한다. 내가 공중에 있는 말뚝을 움직여 너를 공격할 것이니, 잘 피해 보거라. 물론 등에는 검을 메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네 놈이 애용하는 척력장과 흡장도 사용할 수 없다. 오로지 몸으로만 피하는 게다. 알겠느냐?”

준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약로는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녀석, 자신감 하나는 맘에 든다니까. 좋다. 그럼 몇 개나 버티나 어디 한 번 해보자꾸나.”

약로가 손을 흔들자 거센 바람이 뿜어져 나오며 허공에 걸려진 말뚝들이 미친 듯이 춤을 추다가, 그 중 하나가 말뚝 위에 균형을 잡고 서 있는, 준을 향해 날아들었다.

준이 황급히 아래로 몸을 숙이자 아슬아슬하게 그를 비켜갔다.

그러나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또 다른 말뚝이 날아들었다.

“이 정도는…”

준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발아래 놓인 말뚝을 차고 날아 오르려는 순간, 그의 발이 무형의 힘에 붙잡혀 움직이지 않았다.

“뭐…… 뭐야……!”

소년은 황급히 몸속의 염력을 발쪽으로 보낸 뒤, 다시 한 번 말뚝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오…좋아. 제법이구나.”

하지만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섯 개의 말뚝이 연달아 날아들자, 준은 미처 다 피해내지 못 하고, 세 번째 말뚝에 정통으로 머리를 맞고 말았다.

콰당…!

“아아아…!”

땅에 떨어져 이마를 붙잡고 신음을 내뱉는 제자를 바라보며, 약로는 즐거운 듯 낄낄댔다.

“큭큭큭…그래, 어떠냐?”

“으… 대체 말뚝에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끌끌…요놈아. 이 스승님이 준비한 특제 말뚝이니라. 이 말뚝에는 일종의 풀이 발라져 있다고 생각하거라. 그리고 일단 한 번 올라서면 발을 뗄 때 마다, 염력을 운용해 풀을 제거해야하지. 언제나 전신의 염력을 강물처럼 유연하게 조종할 수 없다면, 매번 발을 뗄 때 마다 애를 먹을 것이야. 그리고 발이 떨어지는게 늦으면, 그 때 마다 이 사랑의 매가 네 놈이 정신을 차리도록 도와주는 아주 친절한 훈련 도구이니라.”

“으아아…스승님…!”

준은 오랜만에 태초의 힘을 배울 때의 고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때 약로가 얼마나 즐거워했는지도.

* * *

준이 수련을 위해 천둥산의 폭포 근처에 자리 잡은지도 어느 새 3개월, 그의 온 몸에는 시퍼런 멍이 가득해 멀쩡한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쉭!

“요 녀석, 이건 못 피할게다!”

열 개의 말뚝이 공중에서 춤을 추다가 일사불란하게 한 방향으로 날아들고, 소년은 미꾸라지처럼 능숙하게 말뚝 사이를 오갔다.

“피해?”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아있는 약로가 미소를 지으며 팔을 들자, 물 안개를 뚫고 날아들던 말뚝 세 개가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다.

‘어디로 간 거지?’

약로가 손가락을 들어 앞을 가리키는 순간, 소년의 온몸에서 옅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윽고 소년은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날아드는 세 개의 말뚝을 모두 멋지게 피해냈다.

완벽하게 시야 밖에서 날아드는 공격을 피해내는 제자의 모습을 보고, 약로는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또 한 차례의 수련이 끝난 후 , 준은 저장반지 속에서 약병을 꺼내 마지막 남은 기력의 조각 한 알을 꺼내들었다.

“흠…기력의 조각이 다 떨어졌네.”

준은 염력이 완전히 바닥난 후에 수련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염력을 더 이상 짜낼 수 없을 때까지 자신을 몰아붙인 후에야, 기력의 조각을 먹고 수련에 임했다.

천천히 호흡이 정돈되고, 은은한 노란 불빛이 그의 주위를 맴돌다가 그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편 약로는 손가락으로 바위를 두드리며 제자의 수련을 지켜보다가 무언가를 깨닫고는 웃음을 지었다. 오늘 그의 염력 수련 시간은 명백히 평소보다 길었다. 평소대로라면 진즉에 염력이 가득 찼어야 했다.

‘내 생각대로라면 아직 보름은 있어야 하는데…역시 지난 번 숲 속에서의 결투가 도움이 됐나보군.’

약로는 그대로 가만히 앉아 준의 수련 장면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팔을 들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한 줄기 빛이 뿜어져 나가, 준의 이마를 가볍게 두드렸다.

“스승님!”

수련을 방해 받은 준은 인상을 쓰며 눈을 떴다.

“쯧쯧, 요놈아, 그렇게 억지로 했다가는 설령 6성이 되었다고 해도, 한 달은 요양을 해야 한다.”

“그래도 6성 투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오는 것도 아니고…”

“됐다. 기회는 앞으로도 있으니, 지금 당장 말뚝 위로 올라가라. 이번에는 열 다섯 개다.”

“열… 다섯 개요?”

“왜? 못하겠느냐?”

준은 스승의 뜬금없는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으휴…답답한 녀석 같으니. 당장 검을 내려놓고 올라가거라. 지금 네 상태에서는 아주 약간의 자극만 있으면, 자연스럽게 6성이 될 수 있단 말이다.”

수련용 검을 내려놓아도 된다는 말에, 준은 즉시 무릎을 굽혀 검을 내려놓았다.

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검이 바닥에 닿는 순간, 준은 몸이 허공에 뜨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자 검에 의해 구속되었던 그의 염력은 마치 활화산이 폭발하듯 혈관을 타고 넘쳐흘렀다.

소년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바닥에 박힌 말뚝 위에 올라가, 바람에 흔들리는 열다섯 개의 말뚝을 바라봤다.

“시작하시죠!”

“흥, 녀석…”

스승이 손을 들자 강풍이 일며 열다섯 개의 말뚝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준을 향해 날아들었다.

검을 벗은 준은 한 마리의 제비처럼 날렵했다.

그는 바람에 날리는 깃털인양 몸을 띄워 허공에서 이리저리 방향을 틀면서 날아드는 말뚝을 걷어차고 피해가며 자유를 만끽했다.

약로는 준의 속도가 자신이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빠른 것을 보며 다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지 언제나 기대를 뛰어넘는 기특한 제자였다.

잠시 후 , 공중에서 어지러이 춤을 추던 십 수개의 말뚝이 우뚝 멈춰서자, 준은 기다렸다는 듯 말뚝 위에서 마지막 기력의 조각을 입안에 털어 넣고, 바닥에 뛰어내려 그대로 눈을 감았다.

소년의 호흡이 안정되고, 은은한 노란색 불빛이 소용돌이 치기 시작한지 20여분, 벌떡 일어난 소년의 눈에 노란색 섬광이 스쳤다.

“스승님!”

이준이 환히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자, 약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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