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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13화 (13/818)

제13화. 경매장

연금비약의 복잡한 정제과정에 대해 알자 이준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떡 벌리고 약로의 능력에 감탄을 하고 말았다.

비범한 인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제작과정을 듣고 보니, 새삼스레 그가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는 조심스럽게 노인에게 자신이 떠올린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스승님, 제가 제일 낮은 단계의 연금비약으로 수련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그 연금비약을 경매장에 가져다가 경매로 팔아보면 어떨까요? 지금은 제가 돈이 넉넉하지 않으니 돈을 모은 뒤, 더욱 좋은 재료를 사면 어떨까 해서요. 연금비약을 정제하는 게 위대하신 스승님께는 아주 간단한 일이지 않습니까? 어떠세요?”

약로는 자신의 비위를 맞춰 조심스럽게 말하는 제자의 태도에 기분이 우쭐해졌다.

“그런 뜻이었구만, 그럼 그렇게 말을 하지. 좋아. 그렇게 하자꾸나. 그 연금비약도 가장 낮은 단계의 수련약물이니 팔아도 괜찮을 게야.”

약로가 허락 하자 이준은 기뻐하며 물건을 정리하고 급하게 방을 나섰다.

* * *

이번에는 아주 좋은 약재를 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이준은 약재가게에서 연도가 가장 낮은 보라색 난초와 황혼의 잎새를 구매했다. 나무 속성의 마정석 역시 몇 번 골라보다가 푸른 빛깔을 내는 가장 싼 마정석을 구입했다.

필요한 재료를 산 후 이준은 객점 하나를 찾아 들어가 약로와 함께 연금비약을 만들었다. 싸구려 재료로 정제한 연금비약은 약효가 지난번보다 훨씬 약할 뿐만 아니라 색상도 흐릿한 청색이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일단 이 연금비약이 최고급 재료를 살 밑천이 되줄 것 이다. 준은 잽싸게 다른 병에 연금비약을 옮겨 넣은 뒤 객점에서 나와 빠른 걸음으로 은빛성에서 가장 큰 경매장으로 향했다.

* * *

가한제국의 3대 가문인 유씨 가문과 나씨 가문, 민씨 가문은 제국의 상권, 병권을 모두 틀어 쥔 막강한 세력이었다.

그 중에서도 유씨 가문은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래된 명문가로, 그들이 운영하는 경매장은 이윤이 높아 많은 가문에서 탐을 냈지만, 누구도 감히 그들에게 손을 댈 수는 없었다.

* * *

준은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가 검은 망토를 몸에 두른 뒤 유씨 가문의 호위 무사들을 지나 경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경매장에 들어서니 뜨끈한 열기가 가시고 몸이 시원해지면서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검은 망토를 뒤집어 쓴 소년은 온통 금빛으로 가득한 경매장을 찬찬히 훑어보면서 ‘감정소’ 라고 써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감정소 안은 생각보다 수수했는데, 안에 있던 중년의 사내는 무료한 듯 연신 하품을 하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는 문 쪽을 바라보았다.

“감정하실 물건이 있습니까?”

“네.”

검은 망토 속에서 중저음의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로의 목소리였다. 둘은 정체를 발각당하지 않기 위해 경매장 안에서의 모든 대화는 약로가 대신하기로 하고 경매장에 들어온 것 이었다. 약로가 대신 대답을 하자, 준은 가슴팍에 잘 넣어둔 백옥병을 꺼내 책상위에 슬며시 내려놓았다.

“이것은?”

사내는 조심스레 백옥병을 들어 냄새를 맡더니 놀란 얼굴로 준을 바라보았다.

“선생님은 연금술사이십니까?”

“그렇습니다만.”

“실례지만, 이 병 안에 어떤 연금 비약이 들어있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사내의 공손한 태도에 준은 새삼 연금술사의 지위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실감했다.

“아직 투사가 되지 못한 미숙한 수련자들을 위한 연금 비약입니다. 이것을 사용하면 염력 수련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죠.”

“네? 염력 수련 속도를 향상 시킨다고요?”

사내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투사가 되지 못 한 단계의 초보 수련자들은 아직 염력이 오가는 통로가 너무 약해, 외부의 힘이 과하면 그대로 맥이 끊어져 사망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연금 비약의 가치도 높을 리 없었다.

“하지만 이 연금 비약에는 어떤 부작용도 없습니다. 투사가 되지 못한 초보 수련자라도 죽기는커녕 털끝만한 부작용도 없지요.”

중년남자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백옥병을 책상 위에 놓더니 공손하게 말했다.

“선생님, 잠시만 기다려 주실 수 있습니까? 우리 경매장의 곡니 님을 모셔 와서 이 연금 비약을 감정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그럼 다녀오시지요.”

약로가 대신 답하자 준은 그대로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스승과 제자는 침묵을 지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감정을 기다렸다.

잠시 뒤 중년의 사내가 백발의 노인 하나와 함께 방으로 돌아왔다. 노인의 왼쪽 가슴에는 금별이 아닌 약주전자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약주전자 위에는 은으로 된 문양이 두 줄 그어져 있었다.

“선생님, 이 분이 바로 우리 경매장의 연금술사이신 2레벨 연금술사 곡니 님이십니다.”

준은 약로를 제외한 연금술사는 처음 보는 것 이어서, 신기한 마음에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그를 들여다보았다.

노인의 얼굴에는 붉은 빛이 감돌았고, 몸에 걸친 푸른색 옷 위에는 은은한 빛이 떠다니는 것으로 보아, 마정석으로 강화한 옷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 노인에게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첫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오만한 태도였다.

‘원래 연금술사란 작자들은 이렇게 거만한 표정으로 다니는건가…’

준이 속으로 혼잣말을 하는 사이, 중년의 사내가 책상 위의 옥병을 곡니에게 전달했다.

곡니는 거만한 표정으로 백옥병을 받아 향을 맡아보더니, 눈을 반짝이며 병을 살짝 흔들어 보았다. 이윽고 푸른색 액체가 병에서 흘러나와 그의 손바닥 위에 떠오르자, 그는 은으로 만든 가는 침 하나를 꺼내들었다.

은침에 액체를 묻힌 뒤 가만히 바라보며 1~2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노인은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가 놀란 눈으로 준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서는 방금 전까지 보이던 교만한 빛이 사라지고 놀라움이 가득했다.

“이 액체는 2레벨의 연금 비약이 틀림없네.”

노인의 말을 들은 사내는 크게 숨을 내쉬더니 더욱 공손한 태도로 준에게 말을 걸어왔다.

“선생님, 이 영액을 경매에 넘길 계획이십니까?”

“네,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처리가 가능할까요?”

“하하! 물론입니다. 이것을 가지고 1호 경매실에 가시면 됩니다. 아마도 선생님의 영액은 금방 팔릴 것입니다!”

중년 남자가 웃으면서 검은색 철판을 건넸다.

“네.”

준은 철판을 받아 쥐고 그대로 천천히 방을 걸어 나왔다. 등 뒤로는 두 사람의 시선이 느껴졌다.

“곡니 선생님, 저 사람은 연금술사입니까?”

“응, 연금술사가 틀림없어. 그 민감한 영혼 감지력이란… 틀림없네. 하지만 어느 세력의 연금술사인 것일까? 은빛성에 2레벨 연금 비약을 정제할 수 있는 연금술사가 나타났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는데 말이야.”

곡니는 의문스러운 듯 자꾸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그의 배경을 조사해볼까요?”

중년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곡니에게 물었다. 곡니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머리를 가볍게 저었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군. 연금술사들은 괴팍한 자들이 많네. 솔직히 말하자면 개차반이라고 부를만한 자들이 대부분이야. 그가 눈치라도 채고 우리 경매장에 안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된다면…좋은 일이 아닐세. 특히 경지를 모르는 연금술사를 함부로 건드리는 것은, 현명한 행동이 아니지.”

그는 머리를 돌려 중년 사내를 훑어보며 충고했다.

“저 사람이 우리에게 호감을 가지도록 최선을 다하게. 무슨 말인지 알겠지? 저자가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렀는지 알 수 없으니, 절대로 눈에 거슬리지 않는게 좋아.”

“네, 잘 압니다.”

“반드시 명심하게.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진 못하더라도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겨서는 안 되네.”

* * *

준은 검은색 옷을 입은 시녀의 안내로 경매장에 도착했다.

경매장에 들어서자 거대한 경매장의 중앙에서 붉은 치마를 입은 젊은 여인 하나가, 불빛을 받으며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손에 든 물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그녀는 유씨 경매장의 수석 경매사인 주희로, 성내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미인이었다. 그녀는 특유의 육감적인 외모와 고혹적인 분위기, 농염한 행동으로 성내의 숱한 남성들을 상사병에 걸리게 만든 유명 인사였다.

준은 남자의 몸이라도 더듬는 듯 유독 끈적하고, 유혹적인 손길로 경매 물품을 쓰다듬는 그녀의 손길을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요물…’

지금 주희의 손에 있는 물건은 자신에게 필요도 없고 관심도 없는 것 이었지만,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와 유혹적인 몸동작에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물건에 시선이 가고 말았다. 아마도 그녀에게 홀려 필요도 없는 물건을 사가거나 계획보다 훨씬 비싼 값으로 물건을 사가는 사내가 적지 않을 듯 했다. 준은 홀린 듯 그녀를 바라보다, 문득 앞줄에 앉아 있는 한 사내를 보고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고 말았다.

“어…… 아버지?”

‘아버지가 왜 이곳에…?’

그리고 아버지의 옆에는 은빛성 3대 가문의 나머지 두 축을 차지하는 가씨 가문과 박씨 가문의 두 수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 * *

주희는 누군가가 가격을 부를 때 마다, 경쟁자가 될 만한 다른 부유한 사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고, 그 때 마다 사내들은 홀린 듯 더 높은 가격을 불러댔다.

그녀의 농염한 육체와 요사스러운 웃음으로 경매장의 분위기가 한창 달아올랐을 즈음, 주희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새로운 물건을 소개했다. 그녀가 머리를 쓸어 넘길 때 드러나는 새하얗고 쭉 뻗은 가느다란 목줄기에 많은 사내들의 애간장이 녹아내렸다.

“여러분! 방금 경매장에서 새로운 경매 물품을 받았습니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물건일 듯 싶습니다.”

시녀가 쟁반 위에 옥병을 들고 오자, 그녀는 흥분한 듯 얼굴을 붉히며 옥병을 살포시 집어 들어, 소중한 것을 어루만지듯 가볍게 쓰다듬었다.

“이것은 2레벨 연금 비약입니다!”

그녀의 소개와 동시에 경매장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영약은 염력 수행을 빠르게 해주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투사 이하의 초보 수련자들이 이 영액에 몸을 담그고 수련하면, 수련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답니다. 이 물건이라면 여러분의 자녀를 천재로 만들어줄 수 있겠군요.”

주희는 자신도 이 물건만큼은 탐이 난다는 듯 새빨간 입술을 살짝 벌리고, 붉은 혀로 도톰한 입술을 보일락 말락 하게 핥았다.

“염력의 수련 속도를 향상할 수 있다고요? 주희 아가씨, 그 단계의 사람들은 연금 비약의 약기운을 이겨내지 못하지 않습니까?”

경매장내에는 주희의 매혹적인 색기에 홀린 사내들이 가득했지만, 아직 주희의 매혹적인 자태에도 냉정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호호, 이 축기영액은 우리 경매장의 곡니 연금술사께서 친히 감정을 한 2레벨 연금 비약입니다. 아무 문제가 없으니 마음 놓으셔도 됩니다.”

곡니가 친히 감정을 했다는 말에 장내는 다시 조용해졌다. 곡니가 2레벨 연금술사라는 것은 은빛성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준은 여유롭게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숨을 내쉬며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

그의 아버지는 자신을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 틀림없었다. 지금까지 미동도 않던 아버지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드러나고 있었다.

“영액의 가격은 8천 골드입니다, 경매를 시작합니다!”

주희는 웃으면서 장내를 둘러보고는 즉시 3대 가문의 촌장들을 차례로 훑어보았다. 과연 능숙한 경매사답게 그녀는 장내에서 이 물건을 가장 탐내는 사람은 누구인지, 가장 큰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를 한 눈에 알아보고 있었다.

“8천5백!”

주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사람이 가격을 불렀다.

“9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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