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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7화 (7/818)

제7화. 약로(药老)

“그럼 언제 저한테 연금술을 가르쳐 주실 겁니까?”

이준은 어차피 이 문제는 이해할 수 없다고 여겨, 즉시 가장 중요한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연금술사가 되려면 반드시 불꽃 속성의 염력이 받쳐줘야 하는 법. 때문에 약술을 배우기 전에 너는 투사가 되거나, 불 속성의 염력 수련법 한 가지를 수련해야 한다!”

“불 속성의 염력 수련법이요? 스승님, 이미 저는 스승님의 제자가 되었으니, 제가 수련할 수 있게 스승님께서 1격의 불 속성 수련서라도 주시면 안되나요?”

“이런 미친놈…1격 염력수련서가 무슨 땅 위에 널린 고구마라도 되는 줄 아느냐?”

약로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욕지거리를 해댔다.

“영감탱이가…그럼 내가 당신 밑에 들어갔는데, 나 혼자 밖에 나가서 수련법을 찾으란 말이에요? 우리 가문의 제일 높은 불꽃 속성의 수련법 이래 봤자 ,내 기억으로는 4격 단계 밖에 되지 않는데, 그걸 가지고 뭘 하란 말이에요?”

“아니 이 육시랄 놈이! 스승님이라고 해야지, 영감탱이가 뭐야!”

약로는 화가 나서 펄펄 뛰며 다시 욕을 내뱉었다.

“이 약로가 제자를 받는 일이 어디 흔한 일인줄 아느냐? 1격의 수련법은 없다! 하지만 나한테는 그보다 좋은 것이 있지!”

약로가 자신만만한 눈빛으로 호통을 쳤다.

“1격의 염력 수련법보다 좋다구요?”

이준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정말로 그런 것이 있다면…!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요. 역시 스승님! 저 따위는 알지 못 하는 천하제일의 수련법이라도 가지고 계신가 보죠? 그럼 그건 무슨 단계의 수련법입니까?”

“4격의 하.”

약로의 웃음소리에 이준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지금 장난하십니까?”

준이 씩씩거리며 노인을 노려보자, 약로는 다시 능글맞은 웃음을 흘렸다. 이준이 화를 내는 모습이 그에게는 꽤 재미있는 일인 듯 했다.

“4격 하 수준 수련법이 1격의 수련법보다 좋다구요?”

약로의 장난스런 얼굴을 보자 이준은 더욱 분통이 터졌다.

“그럼. 훨씬 좋지. 이건 진화하는 수련법 이란 말이다!”

노인의 말에 소년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약로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런 수련법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염병,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의심은…가한제국은 커녕 마을도 못 벗어나 본 놈이 입만 살았구나. 이 광활한 투기대륙에 얼마나 많은 불가사의가 있는 줄 아느냐?”

약로의 태도에 준은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그럼 스승님은 수련법이 진화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들은 적 없으니까, 이 수련법이 독특한 것 아니겠어?”

“정말 진화할 수 있습니까?”

노인의 진지한 얼굴을 보면서 이준이 참지 못하고 다시 한 번 묻자, 노인은 자신 있게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약로는 아주 자신 있게 머리를 끄덕였다.

“수련해 본 적이 있습니까?”

그렇게 대단한 수련법이 있다면 왜 3년 동안 자신의 반지에서 기생충처럼 염력을 쪽쪽 빨아먹었단 말인가. 준은 도저히 믿음이 가지 않았다.

“어… 없다 이놈아.”

약로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리자, 소년의 이마에 핏줄이 솟았다. 이준은 당장이라도 노인에게 달려들어, 그 뻔뻔한 낯짝을 갈겨주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수련해본 적도 없는데, 진화할 수 있다는 걸 어떻게 압니까?”

“수련법에서 그렇게 소개를 하니까.”

스승의 짤막한 대답에 준은 도저히 믿지 못 하겠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저한테 보여줄 수 있습니까?”

“됐어, 지금의 네 놈은 봐도 소용이 없다. 네가 진정한 투사가 되면 전수해주마.”

노인의 말에 준은 전신의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이 노인네는 자신이 살면서 만나 본 모든 사람 중에 가장 대단한 사람이었다. 적어도 사람을 열받게 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자신은 1년 내에 자신의 염력을 7단계까지 끌어올려야 하고, 혼자서는 방법이 없으니…결국 이준은 입술을 꾹 깨물고 화를 억눌러야 했다.

노인은 재미있다는 듯 계속해서 낄낄거리며 손가락으로 수염을 비비 꼬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1년 안에 네놈의 염력을 7단으로 끌어올리는 일이야.”

“무슨 뾰족한 방법이 있어요?”

“초급 염력 수련은 중요한 혈관을 열고, 염력이 흐르는 통로를 강화시켜, 이후 염력 수련법으로 염력의 양이 늘어나도 견딜 수 있게 기초를 닦는 과정이다. 수련 순서는 반드시 순서대로 천천히 진행해야하고, 아주 약간이라도 외부의 힘을 이용해서는 안되지. 그렇지 않으면 몸속의 염력이 점점 강해지면서 생기는 충격을 감당하지 못해서 맥이 끊겨 죽을 수도 있어!”

이준도 그 사실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그가 몰락한 지난 3년간, 촌장인 그의 아버지가 급한 마음에 염력을 넣어주려 한 적도 있었지만, 노인이 설명한 이유 때문에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말이다…다른 놈들은 안 되는데, 너는 돼. 너는 3년 동안 이미 단단하게 기초를 쌓았단 말이야. 3년 동안 발전도 없는데 그 헛지랄을 하루도 빼먹지 않고 잘도 하더구나. 내가 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지켜봤으니 아주 잘 알지. 지금 네 기초는 다른 놈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탄탄하단 말이다.”

“설마 외부의 힘으로 저의 실력을 향상시킨다는 말씀이십니까? 예를 들면 연금비약을 먹는다거나…?”

“비슷해. 하지만 지금 네 놈의 몸으로는, 용의 정수 같은 허접한 약조차도 감당하지 못 할 거란 말이지!”

“용의 정수가 허접하다구요?”

용의 정수라면 제국내의 모든 투사가 탐내는 영약이다. 그런 약을 허접하다니…준은 노인의 허풍에 기가 찰 지경이었다.

“그럼 스승님의 방법은…?”

이준은 평정심을 되찾고 본론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따져서 뭐하겠는가. 용의 정수가 허접하든 아니든 자신에게는 쓸모가 없다는 것이 중요하지.

“때문에 우리는 조금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너는 내일 보라색 난초 세 송이를 준비해 오거라. 난초는 오래된 것일수록 좋다. 그리고 황혼의 잎새 두 장이 필요하다. 이건 오래된 것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리고 나무 속성의 1급 마정석 한 알. 이것들은 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니까 알아서 잘 찾아올 것이라고 믿는다…잠깐,, 누가 올라오고 있으니, 우선 나는 반지 속으로 돌아가마. 그리고 명심하거라! 아무에게도 내 존재를 알려서는 안 된다. 너와 가장 가까운 사이일 지라도.”

약로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은색 반지 안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준은 이 짧은 시간동안 벌어진 일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보라색 난초 세 송이? 황혼의 잎새 두 잎? 나무 속성의 1급 마정석 한 알? 이 노인네가 정신이 있는 거야? 내가 무슨 황태자라도 되는 줄 아나? 이 물건들 정도라면 적어도 1,000 골드는 되는데, 내가 무슨 돈이 있어 이런 것들을 마련할 수 있단 말이오? 몇 년 간 아껴 쓰고 모은 돈도 고작 400 실버밖에 없는데, 그걸로는 하급 마정석 한 알 구하기도 힘들다고!”

이준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이놈아,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지. 이 몸이 만들 연금비약은 억만금을 주고도 못사는 귀한 것이란 말이지! 그 정도 재료면 거저야.”

노인의 장난스런 웃음소리가 머릿속을 통해 전해졌다.

“제기랄. 연금술사가 정제하는 약들은, 돈 많은 작자들만 쓸 수 있는 것들이군.”

소년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났다.

“후…다른 사람한테 빌릴 수밖에 없겠네…”

준은 답답한 마음에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그 때, 산길쪽에서 누군가가 그를 향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 * *

산 아래쪽 에서는 아리따운 소녀 하나가 나비처럼 가볍고 우아한 발걸음으로 산 정상을 향하고 있었다. 이준은 소녀를 보자 잠시 입술을 깨물고 눈을 굴리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이은은 준을 찾아 산 정상으로 향하다가 손을 흔드는 준의 얼굴을 보고는 그의 마음에 무언가 변화가 일어난 것을 알아차렸다. 소년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고, 그런 표정은 근 3년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 이었다.

“오라버니 상태를 보니 내가 위로할 필요가 전혀 없겠는데요?”

“많은 좌절을 당하다 보면, 성장하게 되어있지.”

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멋쩍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나설아는 꼭 후회할거에요.”

소녀가 앵두같은 조그맣고 빨간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준은 웃으며 이은에게 다가가 어느 새 훌쩍 자란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호수처럼 맑고 깊은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자, 준은 가슴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싱긋 웃으며, 솜털 같이 부드러운 소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그 코 찔찔이가 언제 이렇게 컸지? 못난이가.”

어린 시절, 준은 이은의 포동포동한 볼을 만지는 것을 좋아했다. 그가 얼마나 머리를 쓰다듬고 볼을 만져댔는지, 나중에는 그녀도 볼을 만져주지 않으면 뭔가 허전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3년 전 ‘그 일’ 이후,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고, 두 사람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담이라도 쌓인 듯 했다. 은이 아무리 다가 가려해도, 준은 그녀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절대로 가까이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은아, 3년 동안 내가 너에게 너무 무심했구나. 그래도 고맙다. 내 옆을 지켜줘서.”

이준은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이은을 바라봤다. 그의 다정한 말투에 소녀는 지난 3년을 모두 보상받은 듯 행복해졌다.

소년은 동생의 귀여운 볼을 꼬집다가 갑자기 어색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은아… 너 혹시 모아둔 돈 좀 있어?”

준에게 가까운 사람이라고는 이은과 아버지 이한 뿐 이었다. 하지만 오늘 아버지에게 큰 상처를 주었으니 도저히 아버지에게는 손을 내밀 수 없었다. 사실 동생에게 손을 벌리는 것도 그에게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 그는 너무나 절박했던 것이다.

“돈이요? ”

이은은 놀란 토끼눈을 하고 그를 바라봤다.

“어… 뭐 좀 살 게 있는데, 돈이 좀 모자라.”

준은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전생과 이번 생을 통틀어 여자에게 손을 벌려보는 일은 처음이었다.

이은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자신감을 찾은 준이 처음 하는 부탁이니, 그녀는 이유가 무엇이든 들어주고 싶었다. 게다가 자신이 아는 이준은 어지간히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이런 부탁을 할 리가 없는 사람이었다.

“저한테 천 골드 정도 있어요. 만약 모자라면…”

소녀가 등 뒤에 있던 손을 펴서 손가락을 튕기자 보라색을 띈 황금색 카드가 그녀의 손 안에 나타났다. 카드 위에는 다섯 줄기 색깔의 무늬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가 꺼낸 5문 보라 골드 카드는 투기대륙에서 투령의 실력을 가진 자와 특수한 세력들만이 가질 수 있는 카드로, 일종의 신분 증명 카드나 다름없었다. 준은 또 다시 그녀의 정체가 궁금해졌지만, 물어봤자 대답이 없을 것이 뻔했기에 굳이 묻지 않았다.

“충분해.”

기쁘게 머리를 끄덕이던 이준은 또 이은의 볼을 꼬집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았다.

“걱정 마. 나중에 꼭 갚을게!”

이준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음을 짓자, 이은은 입을 삐죽 내밀며 등뒤에 나타났던 카드를 거둬들였다.

“칫! 누가 갚으래…”

“늦었어, 이제 내려가자. 내일 오빠가 성 구경 시켜줄게.”

준은 흥분한 듯 앞에서 뛰어가며 이은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소녀는 갑자기 3년 전으로 돌아간 듯 밝아진 소년을 보자 의아하긴 했지만, 어쨌든 자꾸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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