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장
관광의 묘미는 역관광이지 (2)
쿠아아앙!
폭발음이 들리고, 천장이 뚫리면서 500대의 기간트가 위용을 드러냈다.
기간트는 연구를 위해서 황금마탑의 지하에 숨겨 놓았었다. 500대의 기간트 가 한꺼번에 뛰쳐나온 결과물이 화려하 다. 30층의 골든타워가 버티지 못하고 부서져 버렸다. 졸지에 연구 중이었던 마법사들이 함몰된 건 부수적인 결과물 이다.
쿠과과과광!
뻥 뚫린 공간으로 황금마탑이 무너져 내리는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 판이 뒤 집히는 광경이었다. 죄인은 오히려 앨 런가가 되었다. 저 앞에 그 영상에서 봤 던 기간트가 버젓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물며 황금마탑의 지하에 숨겨져 있었 으니, 빼도 박도 못하게 되었다.
참고로 기간트에 수신 장치를 달아 놨다고 했으니, 의심하기 어려운 명백 한 증거다. 황금마탑이 개방된 공간도 아니고, 누군가 침입해서 기간트를 바 꿔치기한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어때, 이래도 발뺌할래?”
빠져나갈 구멍이 막힌 카멜라다.
그녀로서는 난생처음 당해 보는 당황 스러운 현장이었다. 누가 감히 자신을 이렇게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까?
가문의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하나 그녀는 황금마탑의 노블퀸이다. 이 와중에도 그녀는 당황하기보다는 당 당했다.
아니 뻔뻔하다고 해야 하나.
“흐흐호, 정말 대단해. 반할 만큼 뛰 어나. 한데 이 자리에서 밝힌 건 현명하 지 못한 처사야.”
“인정은 하는 거네.”
“이렇게 된 마당에 밝히지 못할 것도 없지. 내가 했어.”
“그럼 벌을 받아야지.”
“누가 나를 단죄할 수 있을까? 분명히 말하지만, 난 가문을 위해서 나섰을 뿐 이야.”
좌증이 조용해졌다.
조금 전까지의 흥분이 거짓말처럼 사 라졌다. 사태의 심각성이 단순하지 않 음을 깨달았다.
기간트는 현 시대가 완성한 최강의 병기다. 가문에도 기간트가 있지만, 눈 앞에 있는 기간트보다 우위에 있지 않 아 보였다. 펜타곤을 뚫어 낸 것만 봐도 범상치 않았다. 하물며 500대나 되었다. 저 정도의 기간트라면 한국은 머지않아 미국의 힘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외부로 새어 나가선 안 된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앨런가는 물론 국가 전체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거야.’
앨런가로서는 알려져선 안 되는 최악 의 치부였다. 다른 가문에서도 절대 가 만있지 않을 것이다. 자칫 앨런가가 공 중 분해되어 버릴 수 있었다. 가문을 위 한다면 한국의 마법사를 돌려보내선 안 되었다.
“더 화나게 해 줄까?”
정우는 일부러 기간트를 방치했다고 밝혔다. 너희들이 와서 훔쳐갈 거라는 걸 예상하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기간 트는 작금의 기술력보다 위에 있었고, 올칸이라는 마물을 집어넣어 수신이 가 능하도록 했다는 것까지. 물론 송수신 이 되려면 기간트를 완전히 장악해야 하고, 그럼 티가 날 수 있어, 직접 올 수밖에 없었다.
“남의 걸 함부로 탐하면 재수가 없는 거지.”
헐!
카멜라, 록스, 벤자민은 물론 모든 마 법사는 혀를 내둘러야 했다. 작금의 이 상황이 모두 저자의 손바닥 안에서 움 직였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런 줄도 모 르고 덥석 미끼를 물고, 좋다고 가지고 와서 연구를 한 것이다. 차라리 몰랐으 면 했던 정황이라, 경악과 분노가 교차 한다. 앨런가로서는 지워지지 않을 수 치와 모멸을 당한 것이다.
부들부들!
카멜라는 범인으로 지목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이용당한 현실이 더 화가 났 다. 자신은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지 고한 존재였다. 하찮은 동양의 애송이 한테 농락을 당하다니, 씻기 어려운 치 욕이었다.
“날 가지고 놀아?”
“칭찬으로 받지.”
“넌 실수한 거야. 그렇지 않나요, 가 주‘?”
카멜라의 두 눈이 요사스럽게 변하며 가주를 향했다. 한데 그녀와 록스, 벤자 민의 예상과 달리 전혀 다른 반응이 나 왔다.
“실수는 당신이 했지.”
“……어떻게?”
부연 설명은 언제나 정우의 몫이다.
목을 가다듬었다.
“악마의 유혹이라, 이름 잘 지었네. 이걸로 암시를 써서 가주를 조종했겠지 만, 내가 이 분야에서 좀 많이 잘하는 편이거든.”
“..설마!”
밝혀져서는 안 되는 비밀.
황금마탑과 앨런가의 관계를 증명하 는 가문의 비사였다. 그들이 어째서 가 문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단순한 관계가 아니었고, 황금마탑이 앨런가를 지배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나를, 내 아버지를 그대들이 관리했 었군.”
“악마의 유혹은 절대 풀 수가 없어!”
“세상에 절대라는 말을 함부로 쓰면 안 되겠지.”
“이래선 안 돼! 가주, 정신을 차려!”
가문 내 훈훈한 장면을 완성한 정우 는 흐뭇해했다. 남의 싸움을 지켜보면 서 말리는 시누이보다 악질이 되어 있 었다.
‘예로부터 싸움은 말리기보다, 부추기 라고 했지.’
기름을 잘도 부어 주고 있었다.
앨런가의 입장에서는 자중지란을 일 으키는 암적인 존재임에도, 누구도 신 경을 쓰지 못했다. 마법사들은 앨런가 에 충성을 해 왔다. 황금마탑이 동반자 적인 관계라고 해도 도를 넘어선 일이 었다. 여태까지 황금마탑에 이용을 당 해 왔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 수밖에 없었다.
“마녀여, 이제 단죄를 받을 때다.”
“누구보고 마녀라는 거야, 지금의 앨 런가가 있게 된 건 마탑이 있었기 때문 이야. 네놈의 잘난 피의 유전이 아니 고!”
카멜라는 분노했다.
감히 자신을 향해 마녀라고 삿대질을 하다니, 상상도 못했던 현실과 마주하 고 있었다. 작금의 앨런가를 만들어낸 기반은 황금마탑이다. 앨런가는 마탑의 지시를 받아야 마땅한 일이었다.
“죄를 인정하지 않고 가주의 권위에 도전하겠다는 건데, 이거 아주 개판이 네. 우리 집도 이러지는 않았다.”
작게 말하는데도, 정우의 발언은 또렷 하게 울려 퍼진다. 진언을 실었기에 듣 기 싫어도 들어야 했다. 앨런가의 마법 사들로서는 해결해야만 하는 극한 국면 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이러고도 가만 있으면 너희들은 호구라는 걸 인정하는 꼴이 된다.
“기르던 개가 주인한테 밥을 가져오 라고 강요하는데도 얌전히 가져다주려 나. 마음이 태평양보다 더 넓네.”
듣고만 있어도 열불이 터지는 단어의 나열이었다.
황금마탑은 졸지에 기르던 애완견이 되었고, 앨런가는 개를 상전으로 모시 는 개 같은 집안으로 전락해 버렸다. 둘 중 하나라도 화를 삭여야 그나마 풀릴 수 있는 실타래지만, 황금마탑과 앨런 가는 돌아설 수 없는 강을 건너게 생겼 다.
“……이 찢어 죽일 놈이!”
카멜라, 록스, 벤자민의 분노는 상당 했다.
지금껏 앨런가를 배후에서 지배하면
서 아무런 탈 없이 굴러갔다. 그런데 한 순간에 앨런가는 적이 되었고, 황금마 탑은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다. 그 모든 원흉이 저 앞에서 능글맞게 옷고 있는 정우 때문이었다. 놈의 계략에 넘 어가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애초에 벌어지지 않았다.
“목좀 풀었더니, 칼칼하네.”
아공간을 열어 간단한 육포와 땅콩, 맥주를 꺼냈다. 너희들끼리 잘해 보라 는 듯, 탁자까지 꺼내 놓고 보란 듯이 기다렸다. 그 상황을 망연히 지켜봐야 하는 황금마탑과 앨런가는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왔다. 지금 이 와중에 맥주와 땅콩이 넘어가기는 한단 말인가. 정도 를 벗어나는 무책임함이었다.
“어쩔 거지? 참으려나. 그래도 되고.”
이 상황을 해결하려면 방법은 하나분 이다.
앨런가의 가주인 에드워드는 오랜 세 월 황금마탑에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견 디기 힘들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에 게 애정을 주지도 못한 해 세월을 허비 했다. 하물며 형의 석연치 않은 죽음과 동생의 동조도 의심스러웠다.
“황금마탑은 오늘로서 폐쇄한다.”
“가주, 잘 생각하고 결정해. 우리와 척을 지면 앨런가는 끝장이야!”
“죄인을 단죄하라.”
“진정 끝을 보려는 거야.”
에드워드는 발언을 취소하지 않았다.
앨런가를 지탱하는 기둥이라고는 하 나, 황금마탑은 해서는 안 되는 돌이키 지 못할 금단의 강을 건넜다.
“병신같이, 말이나 잘 들었으면 수명 대로 살 수 있었을 텐데.”
앨런가의 마법사가 포위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카멜라, 벤자민, 록스는 태연 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 던 것이다. 그만큼 그들의 마법은 절대 적이었다. 황금마탑의 최고위 마법사를 해할 존재는 세상에 없었다.
-황금마탑의 마법사들은 들어라, 앨 런가를 지워라.
마도권능을 이용한 전언을 사용했다. 마탑이 부서지긴 했어도, 고위급 마법 사가 함몰되어 죽진 않는다. 또한 황금 마탑에 소속된 마법사는 앨런가의 가주 가 아닌 골든노블의 명을 최우선으로 따랐다.
-본가의 마법사는 반역의 무리를 처 단하라!
에드워드 역시 마도권능의 영역에 도 달해 있었다. 그가 본신의 마력을 발동 하자, 공간 전체를 삽시간에 장악했다.
‘역시, 숨기고 있었구나.’
악마의 유혹과 세뇌는 무서운 수법이 다. 절대마법사라도 빠져나가기 힘들다. 하지만 마도권능의 영역에 도달하면 얘 기가달라진다.
“좋겠네.”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든든한 아버지를 뒀잖아.”
“이 와중에 그런 말이 나와.”
가주는 본인의 암시를 풀어냈지만, 다 른 이들까지는 어려웠다. 황금마탑의 마수가 어디까지 뻗쳐 있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특히 윤정에게도 암시가 걸려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만약 정우가 해결책을 제시하고, 마법사들의 암시를 풀지 않았다면 하지 못했을 극 약 처방이었다.
“나한테 말을 했어야지.”
“넌 9레벨도 도달 못했잖아.”
이 와중에 팩폭을 하는 정우로 인해 윤정은 뒷목을 잡을 뻔했다. 이토록 엄 청난 일을 말도 안 하고, 아버지랑 속닥 거렸다는 사실에 배신감이 들었거늘, 한마디로 정리해 버리고 말았다. 여하 튼 대단한 걸 떠나 엄청났다.
“내가 여태 네 비밀을 까발린 거야?”
“어.”
“넌 그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말해 줬지.”
사람 가지고 노는 수가 인간의 경지 를 벗어났다. 그러나 인정해야 했다. 앨 런가의 핵심인 황금마탑을 이런 지경에 처하도록 만든 수법은 그야말로 악랄함 의 극치였다. 누구도 빠져나가기 힘든 악마의 계략3] 었다.
꽈아0}0 앙!
마법의 향연이 펼쳐졌다.
황금마탑의 세 마법사는 강했다. 마도 권능에 도달한 마법으로 에드워드를 주 축으로 하는 마법사를 막아 내고 있었 다. 에드워드가‘ 없었다면 그나마도 백 중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황금마 탑의 마법은 대단했다.
“뭐해, 가서 아버지를 돕지 않고. 이 래서 딸 키워 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건 가?”
“그러는 너는?”
“외부인은 가족 일에 나서는 거 아니 래.”
“……그걸 말이라고!”
황금마탑의 마법사까지 합류하면 일 이 더 커진다. 앨런가의 마법사가 수적 으로 우위에 있기는 하지만, 질적인 차 이를 무시하기 힘들었다.
“이런, 잘못했네.”
정우는 전생을 꺼내 황금마탑이 있는 방향으로 내던졌다.
쪼르르!
500대의 기간트가 황금마탑에서 쏟 아져 나오는 마법사들을 향해 부스터를 작동시켰다. 500대의 기간트가 앞을 가 로막으니, 황금마탑의 마법사들이 당황 했다. 골든노블의 명을 받들려면 기간 트부터 넘어서야 했다.
“이럼 도움이 좀 되지?”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네!”
아니라고 부정하지 못한 윤정이다. 그 녀는 얼른 아버지를 돕기 위해 나아갔 다.
‘아버지!’
몰랐었다. 아버지가 어떤 고민을 가지
고 있었는지. 엄마와 자신을 지키기 위 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 우가 아니었다면 평생 아빠를 원망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황금마탑 에 대한 적의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아름다운 부녀의 모습이야.”
다들 바쁜 와중 혼자 느긋한 정우다. 마치 커맨드 센터에서 명령을 내리는 사령관처럼, 입만 쉴 새 없이 바쁘다.
응?
노려보는 시선이 있었다.
화르르르!
여인의 황금색 머리카락이 불꽃 모양
으로 휘날린다. 두 눈이 양쪽으로 찢어 진 채 강렬한 분노를 발산했다.
노블퀸 카멜라다.
“너 때문이야!”
사태가 이 지경으로 악화된 근본적인 원인이 저 앞에 있었다. 그 와중에 본인 만 빠져서 제삼자인 척하고 있으니, 복 장이 더 터진다.
쌔애행!
그녀가 공간을 이동해 정우의 영역으 로 파고들었다.
정우의 시선과 그녀가 마주했다.
“널 죽여……
“병신.”
쩌리들이 항상 나대다가 먼저 죽는 거다. 가만히 있어 줄 때 고마운 줄 알 았어야 했다.
정우는 시간 끌지 않았다. 현천의 10 단공을 개방했다. 굳이 마력으로 상대 하지 않았다. 그럴 때는 이미 지났다.
파스스스!
황금마탑의 실질적인 서열 1위 노블 퀸 카멜라가 가루조차 남지 않고 사라 져 버렸다. 하지만 누구도 그 사실을 부 정하지 못했다.
후아아앙!
공간이라는 영역을 벗어난 절대의 극. 마법과 무공의 차이가 아니었다. 인간 의 영역을 아득히 초월하여 극한에 이 브렀다고 할 수 있었다. 이것이 과연 인 간이 가질 수 있는 기운이란 건가. 실제 로 존재한다는 사실마저 잊고 말았다.
멍
마법을 전개하던 모든 마법사들이 멈 춰섰다.
“왜들 그러고 있어, 하던 거 마저 해.”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정우를 바라 보는 그들의 두 눈은 경악을 넘어서 있 었다. 같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다. 저 런 자를 자신들이 판결을 내리겠다고 설쳤단 말인가? 애초에 건드려선 안 되 는 불문율이었던 것이다.
“?괴물!”
벤자민, 록스는 절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