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장
남의 걸 탐하지 말라 (3)
“이놈, 올리버 공자님…… 크악!”
올리버를 호위하는 케인과 페이튼은 정우의 손짓에 튕겨 나가 바닥을 제멋 대로 굴렀다. 단 일격, 공기폭발마법의 일종이었다. 아주 단순한 마법이지만 누가 쓰느냐에 따라서 위력은 천양지차 였다. 그분인가.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의지를 일으키는 순간 발동되어 페이튼 과 케인을 무력화시켰다.
‘……뭐야…… 이 괴물 같은 능력…… 은’
올리버는 잘못 건드렸다는 걸 뼈저리 게 체감해야 했다. 페이튼과 케인이 비 록 마법 레벨은 낮은 편이지만, 특수속 성을 운용한 마법 전투에 특화된 전투 마법사였다. 그런 둘을 손짓 한 번으로 무력화시킬 마법사는 가문에서도 열 손 가락을 넘지 않을 거다. 아르만이 죽었 을 때 아버지가 한 말을 되새겨야 했다.
“버러지는 항상 본인이 버러지라는 걸 몰라서 고통을 자초한단 말씀이야.”
“……날…… 죽이면 네놈……도…… 무사치…… 않을…… 거다!”
“난 날 건드린 놈을 가만 둔 적이 없 어.”
“……아버지가 널 용서치…… 않아!”
“양키도 별수 없구나.”
정우의 조롱에 올리버는 치를 떨었지 만, 살고 싶다는 욕구가 더 컸다. 자신 은 앨런가의 가주가 될 운명이었다. 이 토록 허무하게 죽어선 안 되는 고귀한 혈통이다.
애* ? ? ? ? ? o"| ? 라^셕 ? ? ? ? ? 을“ 리그0어 ? 더 는 문제 삼지…… 않겠……다!”
정우도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다. 다만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는 있을 거다. 왜냐고, 마력족쇄를 마나컨트롤에 심어 놓았다. 이제 3레벨 이상의 마력 은 사용하지 못할 거다. 평생 하급마법 이나 펼치며 살아야 한다. 정우보다 상 위의 대마법사라면 풀 가능성이 있겠지 만, 마법사마다 고유수식이 있기에 쉽 진 않을 거다.
“어금니 꽉 깨물어라.”
그건 그거고.
분풀이는 해야지, 정우는 올리버의 얼 굴을 주먹으로 시원하게 마사지해 주었 다. 몇 대 안 때렸지만, 부모가 알아보 기 힘든 형태가 되었다.
꽈당!
3명을 간단히 처리한 정우가 시녀를 돌아봤다.
시녀가 움찔했다. 그녀는 이 엄청난 사태를 해결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올 리버 공자의 행동이 지나치다 해도, 저 토록 무지막지하게 대하다니. 이후의 후폭풍을 고려하지도 않는 건가.
“가자.”
“..아!”
시녀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누가 마법사아니랄까봐.”
“그러는 너는!”
윤정과 만난 정우는 간단하게 근황토 크로 안부 인사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녀는 대공녀의 신분을 회복하고, 후 계자가 되었지만 위치는 애매했다. 한 국에 지부를 설치하면서 공적을 쌓은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아버지하고는 어때?”
“사실 잘 모르겠어. 내가 알던 분이 아닌 것 같아.”
“너도 그래?”
“난 그때나 지금이나 같아.”
“아닐걸.”
정우는 앨런가에 대해서 아는 바가 많진 않았다. 다만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윤정이 내어 준 음료와 과자를 먹어 보니 확신 이 들었다. 극도로 미세한 영역, 육체를 완벽히 컨트롤 하지 않은 이상 감지하 기 힘들었다.
“사정이 복잡하네.”
“뜬금없이 무슨소리이?”
“어쩌면 관계를 회복할 수도 있을 거 야, 원래 그런 거면 책임 못 지지만.”
“아버지하고의 일은 신경 쓰지 않아 도 돼.”
윤정은 오랜만에 정우를 봐서 반가웠 다. 가문에 돌아왔지만 누구 하나 그녀 를 반겨 주지 않았다. 혼탁한 피를 받고 태어났다는 신분적인 한계와 소외감을 느꼈다. 넌 절대 가문의 후계자가 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어땠어?”
윤정은 마지못해 말해 주었다.
어린 시절의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 맞나 싶었다고 했다. 한데 역대 앨런가 의 가주는 아버지와 비슷한 성향이었다 고 한다. 정에 연연하지 않고, 가문을 위해 냉철한 판단을 해 왔다.
“이런 걸 알아서 뭐 하게?”
“일단 널 근거로 확인 좀 해 봐야겠 다.”
“날 쉽게 보지 마.”
“오해는 하지 말고.”
수척해진 모습이기는 해도 윤정은 여 전히 아름다웠다. 나이가 들수록 성숙 미가 완벽히 개화하면서 인형을 방불케 한다.
“어쨌든 미안한 일 좀 해야 할 거 같 아.”
“무슨 짓을 하려고?”
“사실 이미 했어.”
“하아, 넌 전혀 변하지를 않는구나. 그때나 지금이나 하나도 모르겠어.”
선 조치, 후 보고.
정우는 전체를 얘기하진 않았다. 진실 에 근접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했다. 원 래대로 돌려놓을 필요도 있고.
‘차라리 잘됐지.’
괜히 미안해질 뻔했는데, 퉁 치면 되
겠다 싶다.
앨런가의 가주, 에드워드와의 만남이 있었다.
그는 윤정이 말한 대로 시종일관 무 심했다. 필요한 말을 제외하고 극도로 정제된 단어를 썼다. 마법은 두말할 필 요 없이 절대레벨이다. 앨런가의 가주 답게 압도적인 위엄이 있었다. 순수 전 투능력은 점검을 해 봐야 알겠지만, 최 소 이전에 상대해 본 마법사들보다 위 에 있다. 앨런가의 순수 혈통이 지닌 마 법적 재능을 확인한 자리가 되었다.
‘약발이 먹히려나.’
정우는 전생을 꺼내 반응을 살펴보았 다. 거리가 예상보다 더 떨어져 있으면 곤란할 수도 있었겠지만, 다행히 지척 에 있었다. 미국이나 중국이나 기본적 으로 500킬로미터는 지근거리로 표현 했다. 우리나라와는 땅의 규격이 다르 다는 걸 체감하게 해 준다.
‘조심성 없이 꺼내 놓고 있어. 쯧쯧 쯧’
세계최강국을 지배하는 가문이라는 자부심의 발로, 그도 아니면 마법사로 서의 자부심일까? 물론 둘 다일 수도 있겠지만, 틀리다. 정우는 리차드 교수 에게 부탁해 각각의 기체마다 특정 속 성을 부여하도록 했다. 리차드 교수는 특성을 부여하고, 정우는 권능을 사용 해 활성화시켰다. 기간트마다 새겨진 특수속성을 확인하기 위해선 연구가 필 요할 것이다. 마법사로서의 자부심이 큰만큼, 당연한 수순이다.
‘슬슬 올때가됐군.’
정우는 방에서 나와 앨런가의 정원을 걸었다. 정원이라고 해서 작다고 생각 하면 오산이다. 규모를 짐작하기 어려 운 호수와 숲이 어우러져 초행이면 혜 맬 수도 있다. 옆에는 전담시녀인 레안 이 있었다.
“불편해 보이네.”
“마스터는 불안하지 않으세요.”
“뭐가‘?”
“올리버 공자는 가만있지 않을 거예 요.”
레안은 어제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조용할수록 더더욱 숨이 막힌다. 올리버 공자의 다혈질적인 성 향을 알기에 작금의 평온이 두렵게만 다가온다.
“지금이라도 사과를 하시는 편이 어
떠세요.”
“어쩌지, 늦었는데.”
밴댕이 소갈보다 작은 아량을 가진 놈들이 사과를 한다고 받아나 줄까? 더 심한 모욕을 줘서 사람 열 받게 하지 않 으면 다행이었다. 평상시에는 안 그런 데, 열 받으면 힘 조절이 안 될 때가 있 었다. 그럼 곤란하다. 아직 계획이 실행 중이었다.
“그만 나와.”
정우의 시선이 정면의 숲을 향했다.
레안이 뚯 모를 표정을 짓기가 무섭 게 숲이 물결처럼 파장을 일으키더니 누군가 나타났다. 그를 본 레안은 공포 에 젖어 버렸다. 앨런가에서 절대 건드 리지 말아야 할 존재 중에 하나였다.
“과연 건방질 만한 실력은 있구나.” 숨어서 관찰 중이던 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앨런가 서열 2위인 마이클이다. 가주의 동생이며 황금마탑을 구성하는 골든노블(Golden-Noble)에 속해 있다.
“그러는 당신은 혼자 오기 겁이 났나 보지.”
포커페이스라고 불리는 마이클의 안 면에 실금이 갔다. 속을 긁어 대는 재주 가 놀라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화가 나 는 건 올리버의 철없는 행동이다. 건드 리지 말라고 그토록 신신당부를 했거늘, 기어이 사달을 일으켰다. 아르만의 죽 음을 상기했다면 신중할 필요가 있었 다.
“금제를 풀어라, 그럼 이쯤에서 덮어 주마.”
“싫다면?”
“후회하게 해 주지.”
“아들을 살려 준 것만 해도 고맙다고 인사해도 부족한 판국에 협박을 하시겠 다.”
“난 지금 많이 참고 있다.”
올리버의 자질이 부족하다 해도 마이 클에겐 하나뿐인 아들이다. 그런데 마 력이 금제되어 저레벨의 마법밖에 사용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다른 가문 도 아니고, 마법의 조종인 앨런가에서 마력금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평생 그리 살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 도모른다.
“참는다라, 혹시 위에서 죽이지 말라 고 시키던?”
“네놈! 정녕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평상시에는 보기 힘든 마이클의 반응
이다. 그만큼 자존심이 상했다. 동양의 미개한 애송이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고귀한 혈통의 주인이다. 하물며 한국 은 미국이 아니었으면 식민지와 전쟁의 참화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후진국이다. 개는 주인에게 순종적이야 산다. 시키 면 시키는 대로 해야 마땅했다. 주인을 무는 개는 더 이상 살아 있을 가치가 없 다.
“사람은 착각 속에 사는 동물일 수밖 에 없지. 하지만 주변 눈치나 보면서 자 신이 대단한 존재이길 바라는 건 앞뒤 가 맞지 않잖아.”
“삶이 지겨워진 놈들이 간혹 있지, 네 놈처럼!”
마이클은 아들이 당하자 놈을 단죄하 기 위해 움직이려고 했다. 그런 와중 공 교롭게도 황금마탑에서 놈을 죽이지 말 라고 명을 내렸다. 놈의 말대로 황금마 탑을 거역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래 서일까? 냉정함을 유지하기 힘들다. 실 상 같이 온 이들도 골든노블에 속해 있 었다. 그들은 도움을 주기보다는 감시 의 역할이었다.
“같이 싸우지 않나 보지, 아니면 감시 역할인가?”
“죽어라, 헬 캐논!”
마이클의 경지는 9레벨에 도달해 있 었다. 그저 가문의 직계 혈통이라고 해 서 골든노블에 들어가지 않았다. 에드 워드에 비해 부족할 뿐, 다른 마법사들 과는 차원이 다른 실력을 갖추고 있다.
슈아앙!
마법을 발현하기가 무섭게 9레벨의 헬-캐논이 정우의 정면을 노린다. 파이 어볼 계열의 헬-캐논은 화력의 집중이 탁월하며,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 다. 반응을 하기도 전에 마법은 공간을 관통하여 불사른다.
?블레이즈 허리케인
(Blaze-Hurricane), 4중첩.
¥ 개방, 엔드레스루프
(Endless-Loop).
마이클은 단발로 끝내지 않았다.
그는 마력을 극한까지 끌어내고 있었 다. 그 이유는 놈을 대마법사로 인정했 기 때문이다. 아들의 육신에 걸어 놓은 금제를 풀려고 했지만, 해제가 되지 않 았다. 대마법사 고유의 속성과 수식을 알지 못하면 해제는 불가능했던 것이 다.
‘네놈에게 앨런가의 위대함을 보여 주
마’
마이클은 하나로 끝내지 않고 모든 마법을 꺼내 들었다. 공중, 지상을 가리 지 않고 일점사를 가해 패턴을 완성, 속 성인 무한루프와 연계했다. 이 패턴에 한번 갇히게 되면 죽을 때까지 9레벨의 마법을 상대해야 했다.
뢰아아아잉', 화르르르!
화염과 바람이 공간을 휩쓸고, 지표면 이 변화하며 움직임을 방해한다. 제아 무리 뛰어난 마법사라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수렁이었다.
“항복?하지 않으면 잿더미가 될 것이
다.”
마이클은 아들의 금제를 풀어야 했다. 또한 지켜보는 시선이 있기에 살의를 최대한 자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 하나, 공격이 어설프진 않았다.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전력을 투입했다.
“그거야 당신 생각이지.”
불의 장벽을 투영하여 들려온 목소리 에 마이클이 흠칫 놀랐다. 소리조차 삼 켜 버릴 절대마법의 포화였다. 그러나 뇌리를 파고든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스왁, 파앗!
휘몰아치던 연쇄 폭발의 공간이 거짓 말처럼 갈려 나갔다. 마치 마법의 근원 을 끊어 버린 듯, 아름다운 정원의 수목 과 바위, 거죽이 가루가 되어 홉날리다 흩어진다. 그리고 원래의 신색을 유지 하고 있는 정우와 시녀가 서 있었다.
“……말도 안 돼!”
“이게 바로 레벨 차이란다.”
정우의 시선이 마이클과 마주했다.
마이클은 자신의 마법이 무력화되었 다는 사실에 당황하고 말았다. 이런 경 우는 처음이라, 마법의 발현이 늦었다.
“마법에 비해 실전 경험은 애송이네.”
u 헛소리 허억『
어느새 코앞에 나타난 정우.
마이클은 심장이 멎는 기분이었다. 일 대는 데리고 온 두 마법사에 의한 결계 가 쳐져 있었다. 자신의 공간이었다. 그 안에서 이토록 간단히 공간을 이동하다 니, 압도적인 차이가 아니고서는 불가 능하다.
“대가는 받아야지.”
“?안 돼!”
정우의 권능이 마이클의 마력의 근원 을 잡아채고, 억제했다. 올리버와 같은 금제다. 이제 두 번 다시 하이 레벨의 마법을 펼치지 못하는 그저 그런 평범 한 마법사가 되어 버렸다. 재능만으로 사람을 무시한 부자의 최후에 걸맞은 벌이다.
털썩!
무릎을 꿇은 마이클이 원독에 가득 찬 눈으로 정우를 노려보았다.
“이런 짓을 하고 무사할 성싶으…… 푸악!”
“그건 그거고.”
이들이나 이비나 이직 날 잘 무5’구 있었다.
정우는 금제로 만족하지 않고, 마이클 의 혈통 좋은 얼굴을 옥동자로 만들어 주었다. 이놈의 집안은 성질은 더러운 데, 얼굴을 참 잘생겼단 말이야. 영화에 서 나오는 금발의 전형적인 미국인을 연상케 한다.
크억!
위대하신 발로 마이클의 얼굴을 마사 지한 후, 같이 나온 두 마법사를 돌아보 았다. 작금의 광경을 지켜봤음에도 잠 시 놀라기만 했을 분 변화는 없었다. 감 시 역할에 상당히 충실했다. 물론 감시 만이 아니라는 걸 파악하고 있다.
“안 덤벼?”
“우린 마이클을 감시하기 위해 왔을 분이네.”
정해진 멘트를 날려 준다.
정우도 받아는 주었다.
“원래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미운 법 이야.”
“그렇다고 해서 싸울 이유는 아니지 않나.”
도발적인 언행에도 두 마법사는 물러 섰다. 그러나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엄 청난 광경을 보였음에도 냉철했다.
흥이 식은 정우는 손을 내렸다.
“손님으로 와서 난장을 계속 까기도 그렇고, 이쯤에서 봐주지.”
“고맙네.”
두 마법사도 더는 관여하지 않은 채 마이클을 수습했다. 그러면서 뭔가 중 얼거린다. 찰나였을까? 정우는 현기증 을 느꼈는지, 살짝 비틀거렸다. 곧바로 신색을 회복한 정우는 묘한 눈으로 저 둘을 보다가 돌아섰다.
후후.
두 마법사는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