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95화 (495/500)

제 6장

남의 걸 탐하지 말라 ⑵

정우는 마력을 뿜어내 존재감을 과시 했다.

유니크 연합 내 간부를 대폭 물갈이 하면서 능력으로 선별이 되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자들이다. 능력도 없 이 자리만 차지했던 자들과는 거리가 멀다.

우웅

공간을 가득 채우는 마력을 각인했다.

“?…”그만.”

오장훈을 비롯한 핵심수뇌부는 더더 욱 놀라고 말았다. 9급 케이브 공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던 정우의 마법 을 의심하진 않았지만, 직접 경험해 보 니 일방적인 상리를 벗어났다. 감히 따 르지 못할 거대한 벽, 그 자체였다. 8급 의 유니크를 존재감만으로 제압해 버릴 수 있는 마법사가 흔할 거란 기대는 하 지 않는다.

그러나 정황 증거만으로 미국을 몰아 붙일 순 없었다. 그랬다가는 엄청난 후 폭풍을 맞을 수도 있었다.

“자네의 능력은 국내 유니크 중에서 도 최고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 하지 만 그것만으로 미국과 대치하라는 건 가?”

“오 국장님의 말씀대로네. 솔직히 이 쯤 되니 자네가 더 의심스럽네.”

충분히 심증이 가는 의심이다.

창고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결계와 마법트랩을 설치한 장본인이 정우였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기간트를 훔쳐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그는 하이퍼 팩토리의 이사다. 방위산 업체로 선정된 하이퍼 팩토리와의 계약 조건을 확인해 보면 여러모로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합리적인 의심입니다. 그래서 말씀드 립니다.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사라 진 기간트에 관해선 지불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것만으론 부족해, 차후 하이퍼 팩 토리의 기간트가 외부로 유출되었을 시 책임을 져야 하네.”

기간트의 가치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한데 호의가 계속되니 권 리를 내세우고 있었다. 정우는 가당치 않은 제안을 받아들일 만큼 호인이 아 니다.

“과욕을 부리면 빈정이 상할 수도 있 습니다.”

“협박을 하는 건가?”

“제 가치를 아신다면 그리해선 안 됩 니다.”

“능력이 있다고 원칙에서 벗어날 순 없다.”

오 국장의 단호함에 회의장 안이 싸

늘하게 식어 버렸다. 자칫 사달이 날 수 도 있었다. 정우의 능력을 경험했기에 모두는 도발하지 않았으면 했다.

“후우, 어려운 분이시네요.”

“자네는 대마법사로서의 특권을 원하 겠지만 안 될 말이지. 마법사라고 해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동등한 대접을 해 줄 수밖에 없어.”

“그럼 이렇게 하죠, 마법사에게 마나 의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들어 서 알고는 있을 겁니다. 제 마나를 걸고 약속을 하겠습니다. 이번 사건의 범인 은 미국입니다.”

“허! 대단한 심지군.”

이때만큼은 오 국장도 마'음이 혼들렸 다.

마법사로서 쌓아 놓은 마나를 건 맹 세였다. 이렇게 된 이상 정우를 믿어야 했다. 맹세를 어기는 순간 마나를 잃어 버리게 된다. 유니크로서 속성을 사용 하지 못하는 상태와 같았다. 과연 그런 맹세를 할 수 있는 자가 얼마나 될까? 하물며 정우는 대마법사였다.

“자네를 믿지. 단 미국에 대한 추궁은 다른 문제야. 심증만으로는 불가능해.”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확신할 만한 근거가 있는 건가?”

“저들이 곧 저를 요청할 겁니다. 가서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리지 않는 이상, 대놓 고 부른다고 해서 증거를 보이는 곳에 두겠는가. 그리고 미국이 본인을 부를 거라 어째서 확신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확신하는 근거라도 있나?”

“제 능력이 워낙 출중하니까요.”

정우의 자화자찬에 또다시 할 말을 잃었다. 본인이 너무 뛰어나서 미국이 부르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정신 같지가 않았다. 이쯤 되니 마법사의 맹세도 의심이 들었다.

할 말을 끝낸 정우가 회의실을 나갔 다.

오 국장을 비롯한 수뇌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재확인해야 했다. 정우의 호 언장담이 허언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 았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고려해야 했다.

“진짜로 미국이 했다면 어쩌실 요량 이십니까?”

“밝혀야지.”

“그랬다간 미국이 가만있지 않을 겁

니다.”

“자넨 미국이 무서워서 입을 다물잔 말인가!”

오 국장의 강직함을 알기에 모두는 답답한 심정이었다. 분명 사실이라면 억울한 일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동맹 이 무너질 수 있었다. 그 파급력을 고려 해야 했다. 진실은 명백히 밝혀져야 한 다는 말은, 현실적이지 않았다.

회의가 한창인 가운데 오 국장은 전 화를한통받았다.

“됐냐‘?”

“역시 대통령 빽이 세긴 세네요.”

이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책임자로 정우를 선택하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했다. 비밀기지를 털어 간 침입자가 마 법사인 게 밝혀진 이상, 정우를 제외하 고는 책임자를 선정하진 못한다. 그간 의 공적과 능력을 검토해도 당연한 결 과다. 문제는 침입자를 미국으로 단정 했다는 점에 있었다. 가뜩이나 한미 동 맹이 혼들리고 있는 현 실태였다. 중국 의 영향력이 커지고, 대중 수출의 비중 이 늘어나면서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었다. 그런 와중 미국을 도둑놈으로 몰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히 예상이 되었다.

“그냥 케이브에 넣어 놓지, 창고를 만 들어서 이 사달을 만들어.”

“그러게요. 제 실수예요.”

“너도 사람이었구나.”

“제가 사람이지, 마물입니까? 어쨌든 제 실수이니만큼 결자해지해야지요.”

이 대통령은 순순히 수긍하는 정우의 태도에 미간을 찌푸렸다. 이럴 녀석도 절대 아니다. 그간 해 온 일들을 보면, 이토록 큰 실수는 하지도 않는다. 하물 며 이 대수롭지 않은 태도는 다른 꿍꿍 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미국이 훔쳐간 거 확실해?”

“제 감을 믿으세요.”

“미국과의 동맹이 걸린 문젠데, 네 감 을 신뢰하란 거냐?”

“제 감이 꽤나 예리하거든요.”

“다른 거 있지? 나 속이는 거면 가만 안둔다.”

“전 결백합니다. 기간트도 빼앗겼는데 의심하시는 겁니까?”

“하아, 수상한데.”

이 대통령의 감이 말하고 있었다. 이 놈이 뭔가 수작 부리고 있는 게 분명하 다고. 한데 뭘 하려는 건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자신도 함께하고 싶다는 강렬 한 전투 욕구가 피어올랐다.

“시청광장에서 시위하고 장난 아니던 데요.”

“네가 하자는 대로 했다가 그 사달이 난 거잖아.”

“진통은 예상한 거 아닌가요?”

“오라! 귀찮은 거 시킬까 봐, 미리 손 쓴 거구나.”

노조와 노점상, 불법체류자 단속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었다. 법과 형평 성에 맞도록 절차와 규정을 바로 세웠 지만, 저들의 입장은 달랐다. 인권과 생 존권을 보장하라고 연일 대모를 하고 있었다. 김 수석과 함께 모색한 방법도, 막무가내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부디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합의점을 찾길 바랍니다.”

“그냥 가겠다고?”

‘‘혹, 자신 없는 건 아니고요?”

“좋아, 보여 주마. 너 아니어도 충분 해!”

이 대통령은 투덜거리면서도 할 일은 하고 있었다. 해야만 하는 당위성까지 생겼다.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몰라보게 높아졌다. 일부 문제가 있기는 해도, 대 통령으로서의 업적이 나날이 쌓인다. 지금처럼만 하고 물러나면 역사에 이름 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젠장, 또 당했네.’

정우의 도발에 흥분한 이 대통령은 후회했지만, 뱉어 낸 말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정우의 예상은 적중했다.

유니크 연합의 오 국장을 비롯한 수 뇌부는 소름 제대로 돋았다. 명목상으 로는 대마법사를 배출했으니, 마법포럼 에 참석하라는 요청이었다. 그러나 시 기가 참으로 공교로웠다. 하필이면 기 간트가 털리고 난 후였고, 정우는 미국 에서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부를 거라 고 말해 놓았다. 앉은 자리에서 돗자리 를 펴고, 장사를 해도 될 만한 예지력이 다. 이후로는 잡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윤정이는 잘 있나요?”

“잘 지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버지하고는 화해하고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정우와 함께하게 된 이는 앨런가 한 국 지부장 리드였다. 금강문과 협약을 맺을 때를 제외하고, 별다른 활약은 하 지 못했다. 실상 한국 지부장이라고 해 봤자, 앨런가 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만큼 대단하진 않았다.

‘어렵나 보네.’

현재 윤정의 위치를 나타내는 정황을 엿볼 수 있었다. 한국 내 지부 설립에 비중이 컸던 윤정이었다. 그녀의 지위 가 높아졌다면 한국 지부를 방치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 보지 않은 이상 파악하긴 어렵다. 학교를 졸업하 기도 전에 본가로 소환된 윤정은 얼굴 은커녕 전화 통화도 하지 못했다. 앨런 가 내에서 감금생활을 하고 있다는 의 심이 들었다.

‘가보면 알겠지.’

딱히 윤정에 대한 걱정을 하진 않았 다. 성인이 됐으면 결정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 친구로서 해 줄 수 있는 건 적당한 응원이었다.

미국에 도착한 정우는 리무진을 타고 앨런가의 본가 대저택으로 향했다.

“그가 어떻게 나올 것 같으냐?”

“협조하지 않을 거예요.”

“확실해?”

“마법분만 아니라 다른 쪽으로도 대 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마검사의 역량까지 갖추었으니, 가벼 이볼순 없겠어.”

그는 필요한 정보를 얻은 후 걸어 놓 은 암시를 풀었다. 몽환적이었던 그녀 의 눈빛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의심이 들 만도 한데 전혀 의식조차 못한다. 그 만큼 강력한 암시가 그녀에게 걸려 있 다는 의미였다. 시전자가 풀어 주지 않 으면, 절대로 벗어나지 못한다. 그녀는 지금 마법사로서 자문을 구하기 위해 찾아온 줄 알고 있었다.

“조합마법을 좀 더 연구하면 성과가 있을 거야, 동생.”

“감사합니다, 마스터.”

그녀가 나가고 난 후, 그들은 의논을 계속했다.

처음에는 마법사로서의 재능에 놀랐 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절대마법사 를 배출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하물 며 놈의 능력은 마법에 국한되어 있지 않았다. 동양을 대표하는 무공까지 익 히고 있었다. 마검사가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양쪽 다 완벽하지 않 은 어정쩡한 위치였다. 하지만 이번에 는 다르다. 절대레벨의 마법과 최상승 의 무공을 겸비했다.

“마도공학까지 뛰어날 줄이야.”

“아주 위험한 놈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 아닌가요, 색 다른 맛도 있고.”

입맛을 다시는 여인의 행동에 두 마 법사는 한숨이 나왔다. 그녀가 지니고 있는 능력은 대단할지 몰라도, 성격파 탄자다. 남자로서 절대 품어서는 안 되 는 독을 품고 있다.

“결정은?”

“끌어들여야 합니다.”

“안 되면?”

“죽여야지요.”

다행히 말 잘 듣는 순한 양이 있으니, 끌어들일 여지는 충분했다. 제아무리 뛰어난 놈이라고 해도, 악마의 유혹에 서 벗어날 순 없다. 누구든 한번 걸리면 암시를 풀지 못한다. 그것이 가문의 숨 겨진 비밀 중에 하나였다.

정우는 앨런가의 대저택에 도착했다.

확실히 미국을 좌지우지하는 5개의 가문답게 엄청난 규모와 위용을 자랑했 다. 거의 여의도 면적에 버금가는 규모 였다. 스케일의 차이가 상당히 컸다. 눈 이 따르는 지평선의 끝이 저택에 포함 되었다.

앨런가의 가주와 저녁에 만나기로 약 속을 했다.

시간이 남아서 윤정을 보기 위해 움 직였다. 저택이 하도 커서 길을 잃을 수 있기에 시녀를 배정받았다. 그녀에게 윤정을 볼 수 있는지 확인했고, 허락이 떨어져서 가고 있는 중이다.

스윽!

통로의 맞은편에 젊은 사내 3명이 서 있었다.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것치고 는 공교롭게 통로를 막는 위치였다. 비 켜서기라도 하면 될 텐데, 거리가 가까 워지고 있음에도 요지부동이다.

“네놈이 한국에서 왔다는 마법사냐‘?”

“그러는 네놈들은 뭔데, 앞을 막고 있 는거냐.”

받은 대로 돌려준 정우의 기브 앤 테 이크에 세 사내는 말문이 막혔다. 생각 지도 못한 대응이었던 것이다. 누가 감 히 마법의 조종인 앨런가에서 자신들에 게 함부로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저분은 앨런가의 직계이신 올리버 공자님이세요.”

시녀가 더 당황해서 한 박자 늦게 상 대를 소개하고 말았다. 본가 내에서도 불같은 성향으로 알려진 올리버다. 또 한 그의 아버지는 앨런가의 2인자인 마 이클이다. 대공녀와 함께 차기 가주의 후계자이기도 하다.

“죄송합니다. 올리버 공자님! 이분이 오늘 처음…… 악!”

“닥쳐, 누가 나서라고 했어!”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깔고 있는 미국답지 않은 불평등한 계급체계를 보 여 주고 있었다. 앨런가가 여전히 중세 시대의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 음을 확인했다. 이를 증명하듯 시녀도 두말하지 않고 물러섰다.

“노란 원숭이새끼가 날 모욕해!”

“다짜고짜 시비 걸더니 욕까지 해, 싸 가지 없는 양키 새끼네.”

정우의 대응은 점입가경이었다.

상대가 모욕을 하니, 더한 모욕으로 갚아 주고 있었다. 기가 찬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올리버의 행동이 옳진 않아 도, 앨런가를 안다면 저래선 안 되었다. 그의 능력이 뛰어난 것과 별개로, 여긴 앨런가의 본가였다.

“사과해, 그럼 이쯤에서 봐줄게. 아니

면 망신당하는 걸로 끝나지 않을 거야.”

“건방진, 네놈이 진정 죽고 싶은 모양 이구나!”

올리버의 진신은 윤정과 마찬가지로 헥시온 컨트롤이었다. 그는 현재 7레벨 의 극한에 도달해 있었다. 마법아이템 을 몸에 차고 있어 실제로는 8레벨의 마법이 가능했다. 죽어 버린 루크에 가 려졌을 분, 그의 재능도 상당한 수준이 었다. 다만 윤정이 8레벨에 오르면서 비교되고 있었다.

‘옐로우 몽키 따위가 대마법사라고, 헛소리지!’

올리버는 정우가 대마법사란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마법의 불모지나 다 름없는 동양에서 대마법사가 배출될 가 능성은 제로였다. 하물며 자신보다 어 린 놈이 대마법사라니, 개도 안 믿을 일 이었다.

“네놈이 대마법사면 난 신…… 크억!”

“동양이나 서양이나 병신들은 하나같 이 멘트들이 식상해.”

병신도 신이긴 하지.

정우로서는 헛웃음이 나오는 상황이 었다. 앨런가가 나서서 요청을 해 왔고, 대마법사임을 보장했다. 보는 눈이 없 어서 앨런가가 대마법사라고 단정을 했 을까? 젊은 혈기가 지나치다 해도, 병신 같은 행동이었다.

“7레벨 주제에 분수도 모르고 까불 어.”

“……내가 누군 줄알고!”

올리버는 납득을 강요받고 있었다. 황 금마탑의 마나심법인 헥시온 컨트롤이 꼼짝도 못했다. 본색을 드러내기가 무 섭게 절대마법사의 권능이 발휘되어 마 나를 강제로 제압해 버린 것이다.

수를 쓰기도 전에 당해 버려서 싱거 워 보이지만, 올리버에게는 다르게 다 가왔다. 압도적인 역량의 차이를 경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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