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93화 (493/500)

제 5장

협상의 대가 (4)

“힘드네, 좀 쉬자.”

정우가 쉬는 동안 장경도 회복을 하 고 덩달아 쉬었다. 공격을 하거나 회피 해야 하는데 몸이 따라 주지 않았다. 마 치 저놈의 아바타가 된 것처럼 몸과 마 음이 따로 논다. 보고두 믿기 어려운 현 실과 마주했다.

덜덜덜!

장경은 자신이 떨고 있다는 걸 깨달 았다. 살아오면서 가져 보지 못한 두려 움과 공포가 밀려온다. 인정하기 힘들 었다. 자신이 왜? 라는 의문은 곧 풀렸 다. 여홍을 즐기듯이 서 있는 대호법의 실체가 점점 더 거대해지고 있었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마치 이 세상 전체가 된 듯 헤아리기 어려운 거인이 되었다.

“넌 뭐야? 어째서 너 같은 놈이……!”

“완벽하진 않군, 보완을 좀 해야겠

어.”

정우는 답을 하는 대신 본인의 권능 을 재점검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대 결마저도 무력을 점검하는 수준에 불과 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지상도 거의 끝이 나는군.”

“이놈! 내 말이 말 같지 않느냐!”

“자책하진 마, 지금의 벽을 넘으면 도 달할 수 있는 경지니까.”

“……뭐라고?”

지금의 경지라니?

장경은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흑 혈마신경의 극의에 도달해 마신이 되었 다. 한데 저놈은 마신의 영역마저 넘어 서라고 했다. 그 말은 놈의 경지가 마신 경마저 아득히 벗어났다는 뜻이 된다.

“……말도 안 돼!”

있을 수 없으며, 있어서도 안 되었다. 신이 되었다고 여겼거늘 그 신마저 넘 어서는 초월신의 경지란 건가?

“아, 참고로 넌 신이 되지 않았어. 그 러니 마신이라고 하진 마라. 마왕 정도 로 해 줄게.”

“……거짓말! 난 신이다!”

병신같이 말까지 더듬으면서 신이라 고 하면, 보는 사람 어쩌란 거냐. 교도 들도 안 믿을 광경이었다.

“끝나 가는 마당에 거짓말을 하겠냐, 그건 너 자신이 더 잘 알잖아.”

“……죽여 버리겠어!”

죽이지 못한다. 그걸 모르지 않는 장 경이다. 인정하지 않으려는 오기가 발 동했다. 무인으로서 지지 않으려는 승 부욕이 남달랐다.

정우는 그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건 그거고.

후일 마신의 영역에 발을 들일 재능 은 갖추었다. 속성도 완전한 불사신의 극의에 이르면 지금처럼 처리하기 곤란 할 수도 있었다.

“잘 가, 멀리 안 간다.”

“……난 죽지 않아…… 불사……!”

장경은 마지막을 토해 내지 못했다. 푸삭!

정우의 권능이 소멸을 담았다. 규정한 공간은 무엇이 됐든 흔적도 남지 않는 다. 장경의 육신이 가루조차 남기지 못 흐}고 사라져 버린다.

“미진하네.”

백혈도를 가볍게 처리했음에도 정우 는 불만족스러웠다. 남지 않아야 할 흔 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물리적 인 흔적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인간을 구 성하는 육신과 영혼까지 소멸시켜 버리 려고 했다.

한데 영혼의 조각이 남아 있었다.

“좀 더 발전시키면, 영혼도 말살시킬 수 있겠어.”

이제부터 정우가 내려 주는 대가는 아주 아플 거다. 단순히 이번 생으로 끝 나는 게 아니라, 환생마저도 차단이 될 테니까.

“혹여나 내 자식으로 태어나면 기분 나브잖아.”

내가 죽인 놈이 내 자식으로

상상만으로도 기분 묘하다. 이미 몇 번이나 환생을 해 본 경험이 있어서, 아 니라고 부정하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애한테 넌 전생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 어, 라고 혼낼 수도 없고. 아주 짜증나 는 상황일 거다.

부르르르!

백마 서열 1위 유강필은 치를 떨고 있었다. 믿고 싶지 않은 지옥 같은 현실 과 마주하고 있었다. 평생을 동고동락 했던 동료들의 절반이 잡아먹혔고, 남 은 절반도 온전한 상태와는 거리가 멀 었다. 하지만 전장에서 승부의 결착은 필연, 단순히 패배했다는 사실만으로 분노하진 않았다.

“이럴 순 없다고!”

비현실의 극치였다. 백마가 고작 한 명의 계집에게 당해 쓰러지다니 말도 안 되는 현실이었다. 비록 저 괴물 같은 마녀가 결계를 이용했다고는 해도 믿어 지지 않는 결과였다. 하물며 마녀는 지 독했다. 그녀의 손속에 걸린 백마는 살 가죽 하나 남지 않고 빨려 들어가서 자 양분이 되고 말았다. 문제는 그 이후다. 마녀는 흡수한 자의 속성을 그대로 쓸 수 있었다. 강탈능력자가 있다고는 해 도, 3개 이상의 멀티 속성을 갖기 힘들 다. 마녀는 속성 유니크에게 재앙 같은 존재였다.

하아, 하아

백마를 대적한 공연화도 숨이 차 왔 다. 40명의 백마를 쓰러뜨린 대가였다. 아무리 그녀가 홉수능력에서 자타공인 최강의 병기라고는 하나, 10만의 공력 전이를 받아들이고 멀쩡할 순 없었다. 물론 흡수한 공력으로 그녀의 범용 범 위는 훨씬 확대되기는 했다. 백마와 10 만의 공력을 공짜로 얻었으니, 일석이 조의 효과다. 하지만 당장은 육신을 컨 트롤하기가 쉽지 않았다.

백마도 이젠 그녀의 전투방식을 읽었 다. 대응이 달라지면, 약점이 노출될 수 밖에 없었다. 공력 전이를 하는 순간을 노릴 텐데, 타격은 불가피하다.

“네년만은 결코 살려 두지 않겠다!”

...

남아 있는 백마의 사기를 정면으로 받고 있는 공연화지만, 표정 변화는 없 다. 그녀는 주인의 명을 받아 실행해 나 갔을 분, 사적인 감정을 전투에 개입하 지 못한다. 무심한 그녀의 얼굴에 백마 는 더더욱 살의를 불태웠다. 동료의 원 수를 갚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괴물 같은 여인이로다!’

‘대호법의 여인인가?’

‘그렇다면 실로 무섭구나.’

구파일방의 검신과 검성은 소름이 돋 았다. 대호법과 백혈도의 전투는 천외 천, 인간의 관점으로 바라보기에는 무 리가 따랐다. 그에 반해 여인과 백마의 전투는 그나마 이해 범위다. 아는 전투 가 더 무섭다고, 납득이 되기에 더더욱 그녀의 굉장함을 바라볼 수 있었다.

‘10만의 진력을 흡수하고도 멀쩡하다 니.’

검신과 검성도 진의 도움을 받아, 공 력 전이를 한다면 그와 같은 전투를 벌 일 수도 있다. 문제는 내구력에 있었다. 천의무극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도 인 간의 육신은 한계가 버젓이 있다. 검신 과 검성도 그녀처럼 전투를 지속할 자 신이 없었다.

한편으로 소름이 돋는다.

받아들인 내력을 소모한 만큼 전력이 상승하고 있었다. 공력 전이는 20퍼센 트만 되어도 높은 효율성을 자랑한다.

반면에 그녀는 50퍼센트 이상의 효율을 보인다. 그뿐인가, 홉수한 속성까지 자 기 것으로 활용했다.

그렇다 해도 그녀는 이제 지쳤다. 결 계를 풀고 전력 싸움을 벌여야 할 때가 왔다. 검신을 필두로 구파일방이 준비 했다.

“저자는 도왕이 아닌가!”

하북팽가의 전대가주가 된 도왕이 결 계를 벗어나 백마와 마주했다. 검신과 검성은 터무니없는 무모한 행위로 봤다. 자신들이 아는 도왕은 백마를 감당할 주제가 되지 못했다.

꽈아0}0 앙!

거친 파공성에 결계마저 거대한 웨이 브를 그린다. 전력을 쏟아 내는 혼원벽 력공의 극한이 줄기줄기 뻗어 나가 백 마를 견제했다. 뇌전강기(雷電剛氣)의 무시무시한 힘에도 백마는 대응을 해 온다.

쿠。]아앙

백마의 거센 반격을 공연화와 팽우경 이 연계를 하며 막아 내고 있었다. 전투 형태는 단순했다. 팽우경이 정면을 맡 고, 공연화가 회복 후 강력한 공격을 퍼 붓는다. 게임 캐릭터와 비슷한 구도다.

탱커와 딜러의 아름다운 하모니였다.

“도왕의 무력이 진일보했구나.”

“그동안의 수모가 그를 단련시킨 둣 하외다.”

도왕 팽우경의 선전에 검신과 검성을 비롯한 수뇌부는 반성해야 했다. 자신 들이 안주하는 동안 오대세가는 약해진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서 전심전력을 기 울였던 것이다. 그걸 확인할 수 있는 계 기가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력 전이로 힘들어 하는 구파일방의 무인들과 달리 오대세 가의 무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무 공의 성취와 마음가짐이 달랐던 것이 다.

“그래도 위험합니다.”

“나서야 할 때요.”

도왕의 합류가 백마의 공세를 막아 내기는 하나 그분이었다.

쿠아아앙!

이를 증명하듯 공연화와 팽우경이 튕 겨져 나가 바닥을 굴렀다. 백마는 기회 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공연화와 팽우경을 죽일 수 없 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대호법과 저 들만 죽이면 정파연맹은 껍데기에 불과 했다.

“끝내 주마!”

유강필을 필두로 백마의 전력이 고스 란히 전이된 최강 수다. 그의 장심 안으 로 공력의 소용돌이가 형성되더니 마신 의 형상을 이룬다. 형상화된 장강(掌剛) 의 파괴력은 능히 태산을 부수고도 남 음이 있었다. 산산조각으로 흩어 내겠 다는 백마의 결의가 깃들었다. 저들을 죽이고 난 후, 남은 10만의 전력으로 정파연맹을 짓밟아 버릴 심산이었다.

꽈아아0}앙‘!

번천지복할 파괴력이 대지의 거죽을

뒤집고, 하늘을 떨게 한다.

휘아아앙!

후폭풍만으루.두 파괴력이 어느 정도 인지 짐작하게 한다. 백마의 전심전력 이 깃들어 있음을 결계가 사라지면서 모두는 깨닫게 되었다.

“거기까지.”

팽우경과 공연화의 앞에 정우가 서 있었다.

대호법의 등장에 정파연합의 기세가 폭포수처럼 터져 나온다. 전투의 결과 가 명확해졌다. 반면 백마는 놀람, 경악, 분노가 복잡하게 섞였다.

부들부들!

혹마신장을 뿌린 유강필의 눈엔 불신 이 담겨 있었다. 장법에 관해서는 누구 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여겼던 그로서 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다. 하지 만 저 괴물은 그저 손을 휘저었을 뿐이 다. 장력이 낱알처럼 와해되는 광경과 함께 무지막지한 반진력이 자신과 동료 를 두드렸다. 모두가 합심하여 진력을 분산, 상쇄하지 않았다면 심맥이 파열 되거나, 육신이 찢겨 나갔을 것이다.

“……두목을 어떻게 한 것이냐?”

“알잖아.”

긴박한 전장에서 딱 보면 견적이 나 와야 했다. 몰라서 물었다고 하기에는 멍청한 질문이다. 외견은 산적두목처럼 생기긴 했어도, 백마의 재능은 뛰어난 축에 속했다.

“네놈이 감히 두목을……r

“덤비게? 그래도 되고.”

대호법의 대수롭지 않은 대응에 백마 는 소름이 돋았다. 가벼운 농담처럼 들 리나, 받아들이는 입장은 달랐다. 백마 는 자신들의 가치가 대호법에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달려 드는 순간 허무한 주검이 되어 버릴 것 이다.

“우릴 어떻게 할 거지?”

“계속 반말하면 빈정 상하는데.”

기분 상하게 하면 다 죽일 수도 있다 는 뉘앙스지만, 현실이 될 수도 있었다.

백마는 갈팡질팡했다.

백혈도의 죽음을 갚아 주어야 한다. 그것이 백마로서 해야 할 사명이다. 그 러나 상대는 자신들을 길 가다 눈에 띈 개구리 정도로 보고 있었다. 괴물은 재 미로 돌을 던질지 몰라도, 자신들은 개 죽음일 뿐이었다.

“동료애가 있으면 동귀어진하겠지, 안

그래?”

...

정우는 미소를 지었다.

선택은 너희들 몫이라고 하며,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가볍게 저승 으로 던져 주겠다는, 키스톤 콤비로 염 라대왕이 선정되었다. 아마 잘 받아서 지옥불에 담가 줄 걸로 기대한다.

‘……이악마 같은놈!’

세간은 백혈도와 백마를 악마로 표현 하지만, 진짜 악마를 보지 못해서 하는 소리였다. 저 앞에 있는 대호법이야말 로 악마의 화신이었다. 덤벼 주면 오히 려 명분을 주는 꼴이 되어 버린다. 아마 자신들과 10만의 마인들까지 저세상으 로 직행할 것이다.

“마인들도 사람인데, 안됐어.”

“……무슨 말을 하는것이냐?”

“남아 있는 부산물이 너희들분이 아 니잖아.”

“..설마?”

“설마라고? 마인들의 씨앗을 남겨 둘 것 같아? 저길 봐.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기를 줄기줄기 뻗어 내는 걸. 중과 도 사라는 것들마저 눈이 돌아갔네.”

발본색원, 삭초제근.

구파일방이 입은 피해가 엄청났다. 그 들이 간직하고 있던 유산들이 남아 있 지 않았다. 과연 그 분노를 불법과 도력 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백마는 고개를 저어야 했다. 저들은 분명 자신들과 연 관된 모든 걸 찾아 색출할 것이다. 이는 반대의 상황이라도 다르지 않았다. 마 교로 오해받아 죽고, 소수민족이라 억 압을 받아야 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였다.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없어.”

“그럼 왜 이런 말을 하는 겁니까?”

“난 평화주의자거든.”

백마는 울화가 치밀었다. 수십만을 죽 여 놓고, 평화주의자라니.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태연하게 하고 있었다.

“이대로 돌아가면 되는 겁니까?”

“그래.”

백마는 허탈감을 느꼈다. 그냥 가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작금의 현실 이 무겁게 다가왔다. 신교의 중심인 교 주가 죽고, 백마의 수가 반도 안 되었다. 10만의 무인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전 력이 극도로 익화되었다.

“대호법의 말대로 저들이 가만히 있

겠습니까?”

“돌아가면 난 빠질거다.”

“그 말씀은 개입하지 않겠다는?”

“맞아.”

유강필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괴물이 대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파 악이 되지 않는다. 다 차려 놓은 밥상이 었다. 이제 떠먹기만 하면 모든 걸 가질 수 있다. 이런 기회를 발로 차 버리다니, 일반적이지 않았다.

다른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교주를 제외하고 저자를 대적 할 자는 없다. 그런 자가 뭐가 아쉬워서 꿍꿍이가 있을까?

“부상을 입었느니, 기운이 다했느니,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공격해 봐.”

“……아닙니다.”

그는 감히 덤빌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전세는 기울었다. 교주가 죽어 버린 이 상, 대적해 봤자 개죽음이 되었다. 무엇 보다 저자에게서 풍기는 냄새는 정도 무림과는 거리가 멀었다. 수틀리면 언 제든 칼을 내미는 자신들과 비슷한 부 류였다.

“결정해, 난 한가한 사람이 아니야.”

“돌아가겠습니다.”

“사상자를 수습해 가도록.”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정우는 두말하지 않고 뒤로 돌아섰다. 등을 보이고 있어 언제든 공격해도 되 었다. 그럼에도 백마는 공격이 아닌 후 퇴를 택했다.

“어째서 저들을 보내 주는 겁니까?”

정우의 평화적인 선택에 반발하는 구 파일방의 수뇌부였다. 그들은 백마를 보내 줄 수가 없었다. 저들로 인해 구파 일방은 씻기 어려운 피해와 굴욕을 맛 보았다. 하물며 마인을 풀어 주면 또다 시 재앙을 몰고 올 게 분명했다. 저들이 지은 죄는 죽어서도 속죄하지 못할 대 악이었다. 재앙의 씨앗조차도 발본색원 해야만 한다. 그것이 정파의 무인으로 서 해야 할 마땅한 사명이다.

“다 죽여야만 합니다! 마인의 씨앗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들은 원한을 잊지 않 을 겁니다!”

검성과 검신이 한목소리를 내며 강하 게 주장했다. 문파를 잃고 수많은 문도 가 죽었다. 덧없는 일로 만들어선 안 되 었다.

“정파답지 않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교라 하여 다 죽이고, 소수민족이 라고 해서 억압하고. 저들이 어째서 이 토록 분노한 것 같아? 자신들 스스로는 떳떳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본인들이 세상의 중심일 때는 주변을 잘도 억압했으면서 이제 와 피해자 코 스프레를 하시겠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니 말까지 달라지고 있었다.

“수천의 인명을 해한 저들의 행위가 정당화될 순 없습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난 더 이상 피를 보고 싶지 않아.”

정우는 피를 보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후물러섰다.

오대세가는 대호법의 명을 따른다. 물 러서겠다고 하자, 두말하지 않고 전력 을 후방으로 물리며 후퇴를 실행했다.

“이럴 수는 없어!”

“이래선 안 된다고!”

구파일방의 무인들은 화를 삭이지 못 하고 폭발시켰다. 마교로 인해 모든 걸 잃어야 했던 그들의 분노는 피로 씻어 야만 해소가 되었다. 하지만 현실이 그 들을 가로막았다. 오대세가가 빠져 버 리면 구파일방의 무인들로서는 마교를 대적하기 힘들다. 백마의 절반이 살아 있고, 10만의 마교도가 남았다. 전력을 기울인다 해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었 다.

‘후후.’

노발대발하면서도 섣불리 나서지 못 하고 우왕좌왕하는 구파일방을 뒤로한 정우는 히죽이고 있었다.

‘그거야 너희들 사정이지.’

정우의 목적은 해결이 아닌, 분열이었 다.

마교와 정파의 대립이 팽팽할수록 정 부의 입지가 좁아진다. 소수민족이 힘 을 얻고, 독립을 할 기회가 생긴다. 아 마 당분간 중국은 사분오열되어 단합된 힘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로선 최고의 협상이지.’

마교와 구파일방, 오대세가의 힘은 약 화되었다. 그 와중에 덜 약화되고, 보완 이 된 오대세가는 막대한 권력을 가지 게 된다.

정우가 바라는 이상적인 그림이 그려 졌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선택 권과 동시에 명분까지 챙겼다.

‘그래도 싸우겠지.’

흑혈마교와 구파일방은 소모전 양상 이 되리란 걸 뻔히 알면서도 멈추지 못 한다. 두 세력이 싸우는 동안 오대세가 를 이용해 대륙의 지배권을 효율적으로 늘리면 된다. 싸워서 얻을 부산물만 빼 먹겠다는 심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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