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92화 (492/500)

제 5장

협상의 대가 (3)

정파연맹은 대호법이 중심이 되었고, 오대세가의 수뇌부가 주축을 이루었다. 구파일방은 거드는 역할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대략적인 전략을 제외하고 아 는 바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래도 그렇지.

흑혈마교의 진형에서 교주에게 시비 를 털고 있었다.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 을 지경이다. 설령 백혈도와 일대일 승 부가 가능하다고 해도, 백마가 버젓이 버티고 있었다. 그런 와중 백혈도가 선 제공격을 했다. 멀찍이 떨어져 있지만, 그 위력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백마를 죽였어!

-그것도 10명이나!

체면을 구기긴 했어도 검신과 검성쯤

되면 눈과 귀가 상당히 좋다. 멀찍이 떨 어져 있다고 해도 귀 기울이면 잘 들린 다. 저들의 대화부터가 정상적이지 않 아 노심초사했건만, 대호법의 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백마의 일인에게 고 전을 면치 못했던 검신과 검성으로서는 격의 차이를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우린 일초지적도 안 된다!’

‘……괴물 같은자로구나!’

구파일방이 건재할 당시만 해도 내심 오대세가를 아래로 여기고 있었다. 일 전의 구원을 받았을 때도 심리적으로 쫓기지 않았다면 백마에게 패배하지 않 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명백한 오판이었다. 전력을 드 러낸 대호법과 몰아붙이고 있는 백혈도 는 상식적인 잣대를 아무렇지 않게 부 수어 버렸다.

-대호법이 주신 검을 지면에 꽂아라.

-내력을 주입하고, 결계사는 속성을 개방하라.

■육합천괴멸살진 (A合天壞滅殺陣) 개 진

제갈세 가의 절진인 육합천괴멸살진에

오대세가 전체가 투입되고, 구파일방이 뒤를 받친다. 순식간에 거대한 결계가 펼쳐지며 10만의 무인을 감싼다.

‘실로 놀랍구나!’

‘평범한 결계가 아니다!’

검신과 검성은 제갈세가가 어째서 신 기제갈로 불리는지를 체감했다. 하물며 10만의 무인이 결계를 지탱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기를 흡수하고 있어 결계를 강화했다. 당연히 결계의 유지 시간이 길어질수록 진기의 소모가 커서 위험할 순 있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 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백마와 100만 의 전력을 감당하려면 감수해야 할 대 가였다.

‘저건 설마?’

검신과 검성조차 아연실색하게 만든 광경이 펼쳐졌다.

다들 망연자실한 광경을 지켜봐야 했 다. 결계를 완전히 친 후에는 벗어나는 것도 불가능하다. 떨어지는 지점이 혹 혈마교라고는 하나, 엄청난 크기의 운 석이 맹렬한 속도로 불태우며 떨어지고 있었다. 피해의 범위를 재단하기란 불 가능했다.

쿠아아0]아앙!

천지가 개벽하는 경천동지할 파괴의 현장. 영화나 뉴스에서 나올 광경이었 다. 임팩트가 상당했다. 현장에서 본 사 람은, 진귀한 구경을 대가로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딱 좋았다.

72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자금성을 송 두리째 날려 버리는 걸로 부족해 주변 까지 파장을 일으켰다. 자금성 근처에 잘 지어 놓은 공원도 원래의 형태를 잃 어버렸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아수라 장을 연상케 했다.

투드드드!

파장의 여파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운석이 파고든 거대한 분화구를 중심으 로 지평선 끝까지 균열이 번져 나가고 있었다. 이 일대에 화산활동이 활발했 으면 더 엄청난 광경을 선사했을 텐데, 시전자로서는 아쉽게 되었다.

그O O O <기

뜨거운 열기와 만난 서늘한 공기로 인해 수증기가 발생하며 자금성을 뒤덮 는다. 후끈 달아오르는 전장의 기세를 이어받고 있었다. 이보다 더 달아오르 기도 쉽지 않을 거다.

두둥!

폭풍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공간 속에서 정우와 장경이 칼을 마주 대고 있었다. 얼핏 화산지대에서 열기에 아 랑곳하지 않고 혈투를 벌이는 주인공과 대적자를 연상케 했다.

둘의 명암 대비가 뚜렷했다. 어둠과 분노에 휩싸여 있는 장경과 느긋함과 여유가 철철 넘치는 정우의 희비가 엇 갈린다.

“어때, 나도 제법 하지?”

정우는 본인의 작품을 만족스러운 듯 감상했다.

기본 구성은 이렇다. 흑혈마교에 큰소

리를 쳤으니, 대놓고 함정을 설치했다. 함정의 핵심 포인트는 공중에 설치한 메 테오타이머마법트랩 (Meteor-Timer-Magic-Trap)이다. 정 해진 시간이 되면 공간이 열리고, 대기 시켜 놓은 운석이 떨어지도록 했다. 당 연히 가속, 화염마법이 조합을 이루었 다.

그 위력은 보다시피.

혹혈마교의 중앙에 떨어진 유성은 도 망치는 무인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벌떼처럼 모여 있었던 무인들은 우르르! 빠져나기기에 바빴다.

저항을 하려고 해도 엄두가 나지 않 았다. 정비를 하기에는 떨어져 내리는 속도7} 너무 빠르다. 직경이 300미터에 달하는 석화(石火}를 무슨 수로 막는단 말인가. 무엇보다 당황하다 보니 대응 이 늦었고, 우왕좌왕이 설상가상을 증 폭했다.

-크아아악, 살……려 줘!

-……죽고 싶지 않……아!

100만 중 절반인 50만이 흔적도 없 이 사라졌다. 죽음의 고통은 남은 절반 의 몫이었다. 살아남은 50만의 절반은 운신이 불가능한 상태로 화마와 화상에 죽어 가고 있었다. 그 안에서 다시 15 만은 경상을 입었지만, 정신적 충격에 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나마 10만이 온전하긴 해도,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네놈을 절대 곱게 죽이지 않겠다!”

장경의 분노가 하늘을 관통해 우주에 도달했다. 그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결 과였다. 100만의 교도가 이토록 간단히 와해될 거라 상상도 못해 봤다.

하지만 그보다 더 화가 치미는 일은

놈의 장단에 철저히 놀아났다는 사실이 다. 자신이 나서서 운석을 막았다면 피 해가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았다. 놈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발목만 잡아 끈 것이다.

“왜 이러실까, 숫자를 맞추려고 내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정우의 목적은 백혈도가 아닌 혹혈마 교의 무인들이었다. 저들의 수를 줄여 놓아야, 공평한 대결이 될 수 있었다.

“이제 10만 대 10만, 샘샘이지.” 장경의 분노와 융화된 흑혈마신경은 마지막 경지를 개방했다. 마공은 순천 이 아닌 역천의 심공, 경지가 높아질수 록 인간이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하물 며 혹혈마신경은 마신이 되기 위한 마 경이었다. 보통의 인간은 마경에 정신 과 육체를 사로잡히게 된다.

속성 개방, 불사신!

장경이 불완전했던 흑혈마신경을 유 일하게 대성한 이유가 속성에 있었다. 심신을 파괴하는 혹혈마신경의 오의를 불사신으로 재생하여 완전한 마신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투득, 투득!

장경의 육신이 두 배로 커지며 전신

을 어둡게 물들였다. 마신지체로 변한 그는 여태까지와는 또 달랐다. 존재하 는 것만으루.두 사위를 압도하는 거대한 위압감을 형성한다.

“빌어먹을 빵즈! 빌어도 소용없다!”

“빌어, 누가?”

정우의 눈빛은 오히려 더 차갑게 가 라앉으며 현천공의 9단을 개방했다. 시 간이 지날수록 진일보한 현천공은 완성 의 영역에 도달해 있었다. 이만한 전력 을 내보일 상대는 많지 않았다. 9단의 전력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면 인정받 을 만하다.

사위를 뜨겁게 달구었던 흑마기를 식 히는 현천기였다.

장경은 체감했다. 이놈이 보통이 아니 라는 것을. 혹혈마신경의 극의에도 뒤 처지지 않았다. 필생의 대적이었다. 가 벼워 보이는 언행 뒤에 숨어 있는 차가 움과 강인함, 자신과 다르지 않은 놈이 었다.

“그렇군.”

“이제 와 뭘 그렇군이야?”

“네놈이야말로 나의 생사대적이다.”

“어쭈, 정신 차렸네.”

보통은 이 정도 상황에 처하면 정신 을 못 차리거나, 분노에 사로잡혀 제 실 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백혈도 는 달랐다. 대륙의 다혈질적인 돌아이 로 불리는 것과 달리 냉철하다. 구파일 방이 왜 이놈에게 당했는지 알 수 있었 다.

‘후환은 남겨 두지 않아.’

정우는 장경의 진신을 읽었다. 내버려 두면 귀찮은 놈이 되기에 충분했다. 한 번에 끝낼 일을 두 번, 세 번 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이번 기회에 싹을 잘 라 버려야 했다. 다른 놈은 제쳐 두더라 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그것이 네놈의 본질이었구나.”

“깨달았다 해도 늦었어.”

“잘난 체하지 마라, 내가 끝나지 않은 이상 아무것도 끝나지 않는다.”

望수 있으면 해봐.”

정우와 장경의 칼이 서로를 겨누었다.

칼을 마주했을 분인데 교감을 일으켜 일대를 흔들어 놓았다. 환경마저 권능 으로서 가두어 두었다. 무수히 많은 무 형의 칼의 폭우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리며 살벌한 대치를 이룬다. 다가 설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 있었다.

“……죽일 놈!”

백마 서열 1위 철마객(鐵魔客) 유강필 은 만연한 사태에 치를 떨며, 놈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놈으로 인해 오랜 기 간 참고 기다렸던 인내의 시간이 물거 품이 될 지경이다. 신교의 전력은 10분 의 1로 줄어들었다.

“두목을 도와야 하지 않을까?”

운석의 폭발로 백마도 타격을 받았다. 하나 내상을 조금 입기는 했어도, 신속 히 대처해 막아 냈다. 그들은 교주를 도 와 반도의 오랑캐를 상대할지 고민했 다.

“아니다.”

유강필은 일언지하에 고개를 저었다. 교주는 절대무적이어야 한다. 협공을 가하는 순간, 신뢰가 깨져 버린다. 신교 에 소속된 무인들의 대다수는 근래에 모집된 자들이다. 저들은 교주의 신적 인 무력에 감화되어 복속되었다. 신이 인간에게 패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 다.

“그러다 자칫!”

“무엇보다 저 공간을 뚫고 들어갈 수 가 없다.”

유강필은 단순히 교주와의 신뢰 때문 에 협공을반대하진 않았다. 할수 있다 면 했을 것이다. 문제는 저 둘의 공간을 파고들 수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상 리를 아득히 벗어났다. 편린에 불과한 흐름조차 격이 달랐다. 협공을 하려다 가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럴 바에는 저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정파 연맹을 부서뜨리는 편이 나았다.

“저들을 친다.”

“알았어.”

온전한 상태가 아니기는 해도, 정파연 맹을 도륙할 힘은 있었다. 오랜 기간 평 화에 젖은 정파 무림은 자신들의 상대 가 아니었다.

‘실로 무시무시한 작전이구나!’

‘더군다나 천외천의 무력까지!’

구파일방의 수뇌부와 무인들은 압도 당하고 말았다. 스케일이 남다르다 못 해 무지막지했다. 손자병법이나 육도삼 략은 비할 바가 아니었다. 대호법은 그 모든 걸 넘어서는 심기와 무력을 갖추 었다. 그야말로 무의 완성형이라고 해 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 서운 것은 수많은 목숨을 불태워 버릴 잔혹함이었다.

‘결계도 지금을 위해서 준비한 거였 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전략을 수행하 다니.’

폭발이 일어나기 직전 바닥에 꽂은 검은 결계를 강화하기 위한 아이템이었 다. 결계로 보호를 받은 정파연맹은 피 해 없이 온전한 전력을 유지할 수 있었 다. 얼추 추정된 피해를 계산해 보면 수 적으론 비슷한 전력이 되었다.

“백마!”

검신과 검성은 백마가 다가오고 있는

걸 확인했다. 분노에 사로잡힌 백마의 기세는 무시무시했다. 저들의 분노가 이해가 되었다. 마교의 전력을 허망하 게 잃었으니, 눈이 뒤집히지 않은 게 다 행이었다.

빠드드득!

검성과 검신도 이를 갈았다.

구파일방의 분노도 저들에 비해 부족 하지 않았다. 문파가 부서지고 동료를 잃었다. 백마에 대한 분노에 전의를 불 태웠다.

“아직 차례가 아니네.”

당장에라도 튀어나가 백마를 죽이고

싶었던 검신과 검성을 암제가 막아섰다. 배분상 암제는 개방의 전대방주에 비견 되었다.

암제의 만류가 있은 후, 진형에서 여 인이 빠르게 튀어나갔다. 여인은 주저 하지 않고 맹렬한 기세를 불태우는 백 마를 향해 달려들었다.

쌔애애행!

검신과 검성은 물론 구파일방은 깜짝 놀랐다. 그에 반해 암제의 반응이 덤덤 하다. 백마와의 결전은 결코 가볍지 않 았다. 여인 혼자만 내보내다니, 이해하 기 어려운 전략의 연속이다.

“우리는 진기를 보내 주면 되네.”

제갈세가의 필살진은 소림의 백팔나 한진처럼 진기의 전이가 가능했다. 정 파연맹의 진기를 흡입한 결계는 최종적 으로 여인에게 전달된다.

푸아아아아앙'!

백마와 여인의 격돌은 거대한 와류를 형성했다.

추우웅

정우와 장경은 공중전과 지상전을 가 리지 않았다. 솟구쳐 올라 대기권에 이 브렀다. 인간의 대결과는 거리가 멀었 다. 일대를 모조리 다 쓸어버렸다. 격돌 로 인해 기후변화마저 일어나고 있었다. 소요가 눈 폭풍을 완성해 둘을 완전히 가렸다. 치열한 격돌을 벌이는 정우와 장경은 태풍의 눈 속에 있었다.

하아, 하아!

지상 2만 킬로미터 상공.

호흡이 거칠어질 수밖에 없는 높이다. 가만히 있어도 보통은 숨이 차서 헐떡 거리는데, 극한으로 내-외력을 쏟아붓 고 있었다. 말로는 천년공력이라고 해 도, 그만한 힘을 가진 자는 흔치 않았다. 장경의 내력은 천녀에 육박했으며 불사 신의 속성을 발휘하여 마신의 영역에 도달했다. 이분인가, 동시에 연성한 혈 해마공(血海魔功)의 대성으로 완전해졌 다.

한데, 어째서?

“신도숨이 차는가 보네.”

“……네놈은 대체 뭐냐고!”

“궁금하냐? 궁금하면 5위안(환율~100 원).”

“너 따윈 인정 못 해!”

“……이 빌어먹을 자식이! 지금 고급 개그 지나갔는데.”

외면당해 울컥했던 정우는 본래의 모

습을 찾기는 했다. 여태 격전을 벌이고 서도 당황하지 않았지만, 고민한 현지 화 개그가 통하지 않자 살짝 심기가 불 편했었다.

“있을 수 없어!”

장경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전력을 쏟 아부었고, 백중세로 보였다. 하지만 전 력을 쏟아부은 건 자신분이란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마신혈뢰도의 극의, 마 신강림(魔神降臨)을 썼음에도 놈은 멀쩡 했다. 애초에 놈의 근처에도 닿지 않았 다. 흠집 하나 없이 원래의 모습을 간직 하고 있었다.

꿈이라면, 지독한 악몽이었다.

“해 볼 건 다 해 봤으니 끝을 내야겠 지.”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신지력(魔神之方)의 근원을 끄집어 내는 장경이었다. 불사신의 속성을 쓴 다 해도, 본원진기와 일맥상통하는 마 신지력을 쓰게 된다면 막대한 타격을 받는다. 공력을 영영 잃을 수도 있는 위 험한 행위다. 그럼에도 마지막 카드를 꺼내 써야 할 만큼 절박하다.

“반도의 오랑캐 따위가 신을 능멸해!”

장경의 자존심은 넝마가 되어 가고

있었다. 신의 위엄은 박살 나 버린 지 오래다. 살기 위한 생존본능이 발버둥 을 치고 있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신이 되기 위 해서 살아왔고, 신이 되었다고 자신했 다. 그런 자신이 왜 하찮은 인간 따위에 게 발악을 해야 한단 말인가. 도저히 용 납할수 없었다.

“인종차별은 나쁜 거야, 왼쪽.”

정우는 왼쪽으로 공격을 하겠다고 선 언한 후 칼을 휘둘렀다. 어지간한 무인 은 회피하기 어려운 궤적과 속도이기는 하나, 장경의 경지라면 능히 피하고도 남는다. 지금까지 보여 준 움직임만 봐 도 중분히 가능했다.

“네놈이나를 놀려……크억!”

수작을 부린다고 여겼던 장경은 고통 을 느낌과 동시에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왼쪽 어깨부터 사선으로 핏줄기가 그어 지면서 좌우로 살이 벌려진다. 불사신 의 육체이기에 곧바로 회복이 되었지만 망연자실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오른쪽이다.”

“개수작…… 커억!”

장경의 오른쪽 어깨부터 사선으로 핏

줄기가 형성되고, 벌어지다가 회복이 되었다.

기도 안 차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었 다. 왜? 라는 의문이 들었다. 차라리 속 임수라면 이해가 될 텐데, 오른쪽으로 칼을 휘둘렀다. 문제는 왼쪽으로 피하 거나 막아야 하는데, 오른쪽으로 가서 몸뚱이를 대 주고 있었다.

“이번에는 정면 찌르기야, 막진 말 고.”

“……무슨 짓을…… 크어억!”

칼이 찌르고 들어오는데 막지 말라고? 그런다고 막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돌아이라도 살려는 인간적인 반응은 나오기 마련이다.

장경은 두 팔을 활짝 벌려 가슴을 내 어 주었다. 지름 20센티미터의 구멍이 명치에 생겼다. 명치는 인체의 치명적 인 급소이자, 사혈이었다. 등까지 뻥 뚫 려 여름에는 시원할 거란 농담은 통하 지 않는다. 뚫리지 않더라도 충격을 받 으면 급사할 수 있었다.

“……어째서?”

보통 사람은 죽었을 사혈이나, 장경은 불사신이었다. 육신이 뚫리는 중상에도 회복되고 있었다. 실로 믿어지지 않는 재생, 회복력이다. 그러나 장경은 불사 신이라는 사실을 좋아할 수 없게 되었 다.

“아무렇게나 휘두를 거다, 알아서 맞 아라.”

자진납세도 아니고.

하란다고 할 사람이 어디 있나.

병신이 아니고서야.

장경은 하고 있었다.

병신증명을.

정우가 휘두르는 칼에 알아서 맞고 있었다. 마치 GPS 장치를 달아 놓은 양 온몸이 칼로 난자당했다. 육신이 피로 물들어 가고, 팔다리가 잘려 나갔다. 목 만 잘라 버리면 끝날 것도 같은데 정우 는 느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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