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89화 (489/500)

제 4장

백혈도 (4)

-자하신검(紫≪神劍) 극의, 자하무극 (紫® 無極).

속성개방, 강기증폭.

백무정의 근간을 이루는 자하신공이 극한으로 운용되자, 뻗어 나온 자색의 기류가 일대를 물들인다. 화산파 역사 상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극한의 오의 가 검에 실려 형태를 이룬다. 가공할 압 력이 발생했다, 순식간에 정면을 휩쓸 어 버린다.

?■혹룡혈인장(黑龍血刀掌) 극의 혹룡혈 세 (黑龍血世).

속력개방, 산공(散功).

진대악과 백무정의 진의가 충돌하자 가공할 와류기가 발생해 일대를 뒤집어 놓는다. 휘몰아치는 검력과 장력은 두 절대고수의 자존심이 실려 있었다. 확 실하게 우열을 가리겠다는 필살의 의지 가 깃들었다.

쿠0]아0]아앙!

마지막을 알리는 거대한 용트림

허공으로 도로의 거죽과 건물이 치솟 아 오르며 분쇄되었다. 사방으로 홑날 리는 먼지가 휘몰아치는 기파에 튕겨 나가는 장면이 장관이었다. 하지만 끝 을 모르고 치솟았던 기의 파장도, 국가 의 흥망성쇠처럼 잦아들었다.

털썩!

백무정의 무릎이 꺾이며 바닥을 짚었 다. 기침을 할 때마다 핏물이 식도를 타 고 넘어와 분수처럼 뿜어냈다. 곧 죽어 도 이상하지 않은, 내외상이 심각했다.

“ 산공독을 비 겁한!”

“정파 꼰대다운 말투로군. 그래 봤자 당한놈이 병신이지.”

진대악의 속성은 산공독의 효능을 가 지고 있었다. 전력을 쏟아붓는 와중 진 기의 흐름이 끊긴 백무정의 틈을 놓치 지 않았다.

“이대로 끝날 성싶으…… 쿨럭!”

“곧 따라가게 될 거다.”

진대악은 빈틈을 주지 않았다. 행여나 백무정이 살아나면 골치 아픈 존재가 될 수 있었다. 평온함에 젖어 있을 때와 원한에 사무쳐 독기를 뿜어낼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바닥을 친 인간이 일어 섰을 땐 믿지 못할 기적을 이루기도 한 다.

찰나.

찌릿!

폐부를 찌르고 들어오는 이질적인 위 화감, 본능이 위험을 감지한다. 진대악 은 신속히 돌아서며 물러서려고 했다.

꽈아아앙!

회피할 시간이 부족하다.

진대악은 공격으로 전환했다. 장강과 도강이 부딪치며 폭발한 후, 중간지점 에서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크윽!

진대악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예상보다 강한 수준을 넘어섰다. 방심 을 하지 않아도 위험한 수였다. 그도 그 럴 것이 내부를 타고 들어오는 전사경 이 육신을 괴롭힌다. 이토록 세밀한 진 경은 처음이다. 상극이 아님에도 파고 든 기경이 혹룡마공을 흔들어 놓는다.

한데.

“……설마…… 독!”

일반적인 독이 아니다. 도강을 타고 내부를 파고들어 와 혈맥과 기맥을 삽 시간에 녹이고 있었다. 하지만 채 육신 을 다스리기도 전 도강이 단전을 꿰뚫 었다. 첫 번째 도격은 페이크고 진짜는 따로 있는, 이중도격이었다.

푸욱

도극(刀戰)은 뚫고 들어갔다, 빠져나 왔다.

스륵!

진대악의 두 눈은 불신을 담았다.

미처 반응할 사이도 없이 벌어진 참 극. 예상치 못한 기습이었다고는 해도 이토록 맥없이 당할 줄은 몰랐다. 그만 큼 상대의 움직임은 일반적인 궤적을 벗어났다. 능히 자신에 비견되는, 어쩌 면 그 이상의 절대고수다.

“네놈은 누구……『

진대악은 의문을 끝까지 완성하지 못 했다.

서걱, 데구르르!

목 부위에 핏줄기가 사선으로 그어지 더니, 수급이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 졌다. 팽가의 가주를 엿 먹이고, 화산의 검신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린 자의 최후치고는 지나치게 빠른 퇴장이었다.

“물어보면 대답해 줘야 하는 거냐.” 정우는 대답 대신 칼로써 답해 주었 다.

중상을 입어 운신이 불가능했지만, 백 무정은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그 역시 도 불신을 감추지 못했다. 화산의 검신 인 자신을 쓰러뜨린 진대악이 저처럼 허망하게 죽어 버릴 줄 상상이나 했겠 는가. 기습이었다는 건 변명에 지나지 않았다.

‘진대악이 사각을 대비하지 못했다.’

절대고수의 감각은 일반적이지 않았 다. 무의식적인 본능이 위험을 감지하 여 육신이 저절로 반응한다. 진대악은 반응은 커녕 속수무책이었다 . 무시무시 한 고수가 아닐 수 없었다. 대체 어디서 이런 고수가 왔는지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그의 중얼거림에 또 한 번 충격을 받아야 했다.

“백마 찌끄레기 주제에 주연하고 맞 먹으려고 하면 곤란해.”

커억!

백무정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호해졌다. 은공의 감투를 논하기 전 에 자존심은 완전히 박살 나 버렸다. 진 대악이 찌끄레기면, 그 찌그레기한테 이 모양 이 꼴이 난 자신은 뭐가 되냔 말이다.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듯 육체적인 부상보다 정신적인 충격 이 더 컸다.

‘……이런 개…… 같은!’

울화가 도진 백무정은 기절해 버렸다.

“심력이 약하네.”

혹금단은 이런 정도로 정신을 잃거나 쓰러지지 않았다. 명색이 구파일방을 대변하는 검신이면 정신적으로도 강했 어야 했다.

혹혈마교는 대륙의 9할을 장악했다.

그 과정에서 죽어 간 자의 수가 무려 천만이나 되었다. 통계적으로 모순되어 보이나 무인분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 들까지 포함된 수다. 모택동이 혁명이 란 그럴싸한 포장을 해 민중을 학살한 수에 필적했다.

여파는 상당히 컸다.

외신에선 인권을 말살하는 극악한 행 위로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강하게 냈 지만, 중국 정부는 묵인했다. 피의 숙청 에서 벗어나기 위한 중국정부의 발버둥 은 치졸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여반장 이라고 했던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를 버리고 흑혈마교와 손을 잡았다. 중국 정부는 흑혈마교의 학살을 기울어 가는 대국을 구하기 위한 거국적 행사라고 선전했다.

-강자의 말이 법이고, 교주의 의지가 천명이다.

강자지존, 약육강식.

무림의 율법을 반영한 원칙으로 현실 과는 동떨어져 보였다. 아이러니한 현 실은 하나의 중화를 외치는 중국의 발 언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었다. 국제 법이 아닌 힘의 논리를 자주 거론했던 걸 보면 말이다.

실상 흑혈마교에 속해 있는 절반 이 상이 소수민족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중국정부는 타도의 대상이었다. 인간의 이중성이 도드라진다. 똥 싸기 전과 후 가 달랐다. 이제 자신들이 힘을 가졌으 니 역지사지를 버리겠다는 의미다. 그 러니 권력을 가져 보기 전엔 인간의 심 성을 논해선 안 되었다.

혹혈마교는 본격적으로 대전을 세우 고, 교리를 전파했다. 그런 와중 뜻하지 않은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진대악이 죽었다고?”

“그렇습니다, 두목.”

백혈도 장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구파일방을 무너뜨린 이후, 남아 있는 잔존세력도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럼에 도 하북성으로 벗어날 기회를 준 것은 오대세가를 끝장내기 위한 빌미를 얻기 위해서다. 물론 명분이 없다고 해도 문 제는 되지 않는다. 교주의 말이 곧 법이 고, 질서이기 때문이다. 하나 계획이 틀 어졌다는 건 다른 문제다. 하물며 진대 악은 백마 서열 20위 내의 고수다. 간 단히 죽을 만큼 약하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몸 하나 뺄 실력은 되었다.

“검신이 예상보다 강했나?”

“오대세가 연합이 기습을 해 왔습니 다.”

“원하던 일이긴 한데 건방지군.”

“이번 기회에 모조리 다 쓸어버려야 합니다.”

장경의 의문은 오대세가에 백마를 대 적할 고수가 있느냐다. 화산파의 검신 도 안중에 두지 않을 만큼 백마의 무력 은 독보적이었다. 구파일방과의 전투에 서 1명의 백마도 잃지 않았었다. 그런 데 과거보다 못한 오대세가의 연합에 10명의 백마를 잃었다. 상식적으로 수 지타산이 맞지 않는 뜻밖의 변수였다.

“암제가 검신을 앞선다고 보긴 어려

워.”

무언가 다른 변수가 있다는 강력한 경고가 장경의 뇌리를 울렸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구파일방을 쓸어 버리면서 무공과 속성은 완성되었다. 유일무이한 절대마신의 경지에 올라섰 다. 그런 자신을 누가 감히 위협할 수 있단 말인가.

“두목!”

백마 서열 10위, 흑마혈호(黑魔血虎) 감무성이 급히 들어와 예를 올렸다. 백 마와 장경은 딱히 격식을 차리지 않았 다.

“무슨 일이야?”

“오대세가에서 연락을 해 왔습니다.” 장경의 눈빛이 점점 더 어둡게 물들 었다.

예측 선상에서 계속 빗나가고 있었다. 여태까지 모든 상황을 주도했었던 그에 게 있어 최근 몇 년간 예상치 못한 사건 이 벌어졌었다. 혹룡성이 간단히 무너 졌을 때부터 엇나가는 무언가가 있었 다.

“누구지?”

“오대세가 연합의 대호법이란 자입니

다.”

대호법의 신상 명세를 찾아왔다. 금강 문의 무인이며, 절명사신이라 불렸다. 그런 자가 이제는 세가연합의 수장이 되었다. 밟아 온 행보만 봐서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파격적이었다.

“연결해.”

“예, 두목.”

영상 스크린을 개방했다.

거대 스크린을 통해 대호법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태의 심각성과 어울리지 않는 여유가 있었다. 이태리산 특제 의 자에 앉아 평온한 신색을 유지했다. 그 것이 장경과 백마의 심기를 어지럽혔다. 하나 감정을 내색할 만큼 어리석진 않 았다.

“사과를 할 심산인가? 하나, 변명은 통하지 않아.”

-사과는 남의 구역에 함부로 넘어온 그쪽이 해야지.

“내 수하를 죽이고 잘도 지껄이는군.”

-이쯤에서 마무리 짓고 하북성을 넘 어오지 않는다면 없던 일로 해 줄게.

돌아이는 돌아이를 알아본다고 하지 않던가.

대륙의 돌아이와 반도의 돌아이가 서

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판이 깔아지니 점입가경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서 로 주제에 맞지 않는 데다가 심기를 지 속적으로 자극했다. 누가 더 돌아이인 지를 확인하려는 대치국면이었다.

“죽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이지?”

?두말 안 해. 이쯤에서 만족하는 편이 신상에 이로울 거야.

겁이 없거나, 사태파악을 못하는 거라 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여유롭다. 단순 히 미친놈이라고 하기에는 대호법의 지 위가 마음에 걸렸다. 오대세가가 과거 에 비해 전력이 약화되기는 했어도, 미 친놈을 따르지는 않는다. 무언가 다른 꿍꿍이가 있을 거란 불길한 냄새를 풍 긴다.

“대체 뭘 믿고 그리 자신하는 것이 냐?”

-그건 중요하지 않아. 난 분명 선택의 기회를 줬어.

장경은 기도 안 차는 호언장담에 혀 를 찼다. 자신의 진면목을 알고 있다면 가당치도 않은 무리수였다. 그렇다면 저놈이 자신을 모를까? 그럴 리가 없었 다. 귀가 있고, 눈이 있다면 당연히 알 고 있어야 했다.

“미친놈에겐매가약이지.”

으욕심이 많네, 후회할 거야.

“날 건드렸으니, 후회를 해 봤자 늦었 다.”

늦을수록 돌아가라고 했어.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는데 묘하게 장 경의 심기를 긁는다.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면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고 해도 부족했다.

“건방진 빵즈. 人}지를 갈가리 찢어 주 마.”

?욕하진 말고, 이상.

대호법이란 자가 통신을 먼저 끊어

버리자, 장경의 미간에 세 줄기 수직선 이 그어졌다. 정상적으로 살아왔다고 보긴 어려워도, 자신을 이런 식으로 대 한 놈은 처음이었다.

“크하하하하하! 정말 죽이고 싶은 놈 이구나!”

시원하게 웃는 장경의 동공은 차가웠 다.

“이쯤 했으면 알아들었겠지, 내가 이 래 봬도 협상의 대가거든.”

본인의 협상 능력에 자화자찬하는 정 우의 언행에 모두는 입을 다물지 못하 고 있었다. 자신들이 협상에 대해서 잘 못 알고 있었나 하는, 정체성에 심각한 오류를 겪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협 상보다는 도발 또는 염장 지른 것 같았 다.

솔직히 저 정도면 성인군자도 화가 나서 당장 달려들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물며 상대는 마교의 교주이며, 대륙 의 돌아이로 불리는 다혈질의 백혈도였 다.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나오지 않은 것만 해도 대단한 인내심을 발휘했다고 볼수 있었다.

=1=1=1=11

만족한 듯 웃고 있는 대호법을 보고 있자니, 다들 혈색들이 급격히 나빠졌 다. 보고 있기만 해도 병이 생기는 희귀 한 광경을 목도했다. 진심 말기 암세포 다. 저것도 살아 있다고 소중하게 대해 야 하나. 심장에 좋지 않다는 걸 매번 체감하게 해 준다.

“슬슬 준비를 해야겠지?”

“……그렇습니다.”

준비가 된 후에 도발을 했으면 이해 라도 하지, 이제부터 하겠다는 말에 다 들 뒷목을 잡을 뻔했다. 무대책이 상책 이라고 해야 하나. 달리 보면 자기는 죽 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을지도 모른다. 죽어 나가는 건 자신들이 될 공산이 컸 다.

“日야 워낙 욕심 없는 초탈한 성격이 지만, 다들 내 맘 같지가 않잖아.”

“……대호법께서 특별한 분이시라서 그렇습니다.”

대호법이 욕심이 없으면 모든 사람들 은 무위자연을 외치며 산속에 살고 있 을 거다. 누가 봐도 욕심 가장 많아 보 였다. 수틀리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무자비한 성향까지 더하면, 인간 말종 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대호법의 무력은 진짜다.’

진대악을 단숨에 제압한 무력분만 아 니라, 대호법이 가지고 있는 전력도 무 시하지 못했다. 이번 백마와의 격전에 서 횔약한 팽우경과 공연화는 군계일학 이었다. 그럼에도 그 둘처럼 되고 싶진 않았다. 인간이 아닌 강시가 되어 최강 자가 되어 봤자, 대호법의 도구에 불과 했다.

“그럼 패잔병들하고 얘기를 해 보실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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