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장
정상회담 (3)
“저 사람 그 마법사 아냐?”
“하라기다리나 봐.”
“대마법사도 커피 마시네.”
“야, 마법사는 색다른 것만 먹고 사는
줄 아냐.”
“연금술로 뚝딱만들지 않나?”
정우는 방송국 앞 카페에 앉아서 하 라를 기다렸다. 하라는 방송국에서 예 능 촬영을 하고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먼저 나와 있었다. 방송 사정상 시간을 정확히 맞추기란 어려웠다.
주변의 시선이 집중되었지만, 대마법 사로서의 포스가 있어서 직접적으로 다 가오진 않았다. 다만 각자의 자리에서 사진을 찍어 대기는 했다. 실상 가까이 서 찍지 않아도 훌륭한 사진이 나올 만 큼 휴대폰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졌다.
“어떻게 됐어?”
-전력을 투입하진 않아 밀리진 않았 어도, 형편이 좋지만은 않아요.
여운랑과 통화 중이다.
주변을 통제하고 있어 통화에 문제는 되지 않았다. 기막(氣膜) 조절을 시험하 는 데 이보다 적합한 장소는 없었다. 밀 폐공간이 아닌, 탁 트인 장소에서 필요 할 때마다 기막을 조절해서 내용을 왜 곡시켰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공력의 세밀한 조절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권 능으로 주변을 통제하여 마인드컨트롤 하는 방법도 있지만, 감을 잃지 않으려 면 실생활에 꾸준히 사용해 주어야 한 다.
“구파일빙의 동향은?”
-청성과 아미가 궤멸하면서 소림의 주도로 무림맹 창설을 앞당기고 있어 요.
방관자적 자세를 취하며 멀찍이서 구 경했던 소림이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 다. 그 일면만 봐도 사태의 심각성이 예 상을 훌쩍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세속에 초탈 해야 할 중도 별수 없군. 한편으로 인간 적으로 보이기는 해. 살면서 느끼는 거 지만, 위선은 본인을 속이는 짓이거든.”
-제3세력이 설마 그렇게까지 대단한 힘을 갖추고 있을 줄은 몰랐던 거죠. 내 부에 동조하는 자들도 상당해요.
불과 보름 전이다.
아미파와 청성파는 사천성을 차지하 기 위해서 소림의 의사를 거부하고 사 천당문을 공격했다. 연합 공격을 하면 과거에 비해 전력 대부분을 소실한 당 문을 제압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예상 과는 다르게 진행되었다.
원인은 혹금단의 개입에 있었다. 아미 파와 청성파의 동향을 여운랑에게 보고 받은 직후, 흑금단을 당문에 급파했다.
미리 대비를 했고, 암제가 독과 병기를 대량으로 쏟아부어 장기전이 되었다. 이때 아미파와 청성파의 배후가 급습을 당했고, 내부의 배신자들까지 있었다.
-소림에서 오대세가도 동참해 달라고 연락이 왔이요.
“그새 전력을 파악하진 않았을 테고, 칼받이를 원하나 보군.”
정우는 제3세력이 움직이는 시기가 공교로웠다는 걸 파악했다. 아미파와 청성파의 독단적인 행동이나, 사천당문 을 공격한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구파 일방의 주도로 창설된 무림맹을 지지할 명분을 잃어버린 것이다. 오대세가와 구파일방이 갈라서는 타이밍을 노려 아 미와 청성의 배후를 쳐 궤멸시켰다.
“9급 마물로 피해를 입었을 시기에 움직이지 않은 건 잘한 거야.”
-한가로이 적을 칭찬할 때예요? 사태 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고요.
“잘한 건 잘한 거지.”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라고요.
중국의 내부 사정이야, 정우가 알 바 아니었다. 사전에 혹금단에겐 적당히 상대하다 당문을 버리고, 당가타로 가 라고 명을 내렸다. 암제도 청성파와 아 미파의 공격으로 오래 버티기 힘들다는 걸 깨닫고, 당가타로 남은 가솔을 대피 시켰다. 만약 끝까지 버텼다면 제3세력 의 의해 청성과 아미의 전철을 밟았을 수도 있었다.
‘전력 싸움은 아직 이르지.’
정우는 혹금단에게 방어에 목적을 두 라고 했고, 결정은 암제가 하도록 강요 한 것이다. 상황을 암제가 선택할 수밖 에 없도록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금제 를 당한 암제는 나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가족들은 다르다. 남아 있는 가솔을 챙겨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었다.
‘희망이란 참잔인해.’
희망고문이란 말이 왜 나왔겠는가. 지 금보다 나아질 거란 기대가 있지만, 현 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숨겨진 힘이 그 정도라면 불만이 상 당하는 의미겠지.”
-그동안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정부 와 결탁해서 그들을 억압했으니까요.
“소수민족을 무시한 대가지, 그러게 좀 잘해 주지 그랬어. 억누른다고 다가 아니라고, 숨통을 틔워 주어야 적당히 부려 먹기도 좋지.”
-당 내에도 의견이 사분오열돼서 집 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구파일방의 핵심 수뇌부에도 배신자 가 있었다. 정부라고 해서 없다고 하긴 힘들다. 자중지란을 일으켜 힘을 집중 시킬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고 있었다. 때마침 정부는 북한문제로 인해 미국과 충돌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기가 아주 절묘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는 세력 이 약해지고. 정부는 외부 세력에 휘둘 리고 있으니. 절호의 기회였다.
-언제 오실 거예요?
“지금은 안 돼.”
당장에라도 올 줄 알았던 여운랑의 목소리가 격앙되었다. 그의 도움이 간 절히 필요할 만큼, 대륙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 어째서요?
“휴가를 뺄 수가 없어.”
정우는 일본 출장으로 30일을 휴가로 썼다. 일반 군인들이 안다면 돌을 던져 도 할 말 없는 휴가일수다. 여기서 다시 휴가를 더 빼면 욕먹을 짓이 될 수 있다. 물론 그간의 공적을 감안하면 가능한 일이나, 정우로선 대륙의 혼란을 손쉽 게 정리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그게 무슨.
“여자친구 온다. 끊어.”
-아니. 지금.!
여운랑과의 통화를 급마무리한 정우 는 느긋하게 커피를 마셨다. 여자친구 가 온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거리가 꽤 있었다.
정우는 기막을 실험하면서 여의도 일 대를 기감으로 분별했다. 개개인의 기 감을 모조리 다 읽어 내고, 특수성을 파 악하는 소일거리였다. 수집한 정보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통해 수치화했다. 개인의 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하고 있 지만, 개의치 않았다.
‘익기도 전에 따 먹으면 시잖아.’
중국 내부의 문제가 확대될수록 이득 이었다. 내부 사안이 커지면서 대외적 으로 강하게 나가고 있지만, 길지 않았 다.
‘마지못해 손을 잡아 줘야, 아쉬운 줄 알거든.’
벼랑 끝에 몰린 사람도 구해 주면 보 따리를 내놓으라고 역정을 내기도 한다. 중국은 그런 족속들이다. 상식적인 잣 대를 들이대선 안 된다. 한국 입장에서 야 중국이 강해질수록 좋지 않았다. 역 대로 중국이 강성할 때 한국은 엄청난 압박과 수탈을 당해야 했다. 그래서 오 대세가의 힘을 약화시키면서 구파일방 의 탐욕을 증폭시켜 놓은 것이다. 제3 세력이 있다는 걸 확인했을 때부터 짜 인 계획이었다.
카페의 자동문이 열렸다.
휘광을 받고 카페로 들어오는 여인, 시선집중은 필수다. 그녀 외의 나머지 는 미안하지만 오징어가 되어 버렸다. 리얼리티와 판타스틱의 경계가 사라지 는, 배우의 아우라가 상당했다. 예능에 서 망가지기를 서슴지 않았던 동네 친 구 누나와는 완전히 달랐다. 배우가 왜 배우인지를 보여 주었다.
‘와, 여신이다!’
‘배우는 다르구나!’
배우와 일반인의 구분이 확실했다. 국 민여신으로서 빈틈없이 완벽함을 추구 하고 있는 유하라가 카페 안으로 들어 와 정우의 앞에 앉았다. 한데 굉장히 맘 에 들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치사하게 혼자 일본에 가냐.”
“일 때문에 간 거야. 무려 18분 34초 나 기다린 사람한테 할 소린 아니지.”
정우의 당당함에 순간 하라는 멈칫했 다. 약속을 하고 기다리게 한 건 맞지만, 미안해야 할지 고민하고 말았다. 그래 서 더 화가 치민다. 보통은 고민하지 않 아도 되었다. 주도권을 순간적으로 빼 앗긴 것이다.
“휴가 하루 남기고 얘기하는 너는!”
“사소한 일로 싸우지 말자, 커피 마실 래?”
정우의 명백한 해명에도 하라는 마음 이 풀리지 않았다. 자신도 바빠서 시간 을 빼기 힘들지만, 이 인간은 너무 혼자 논다. 우리가 정말 사귀고 있는 건지 간 혹 의구심이 들 때가 있었다. 나만 안달 이 나서 더 속상하다.
“은근슬쩍 넘어가지 마, 약속해?”
“ 뭘?”
“어디 갈때 꼭 나하고 가.”
“거기가 어딘 줄 알고?”
“몰라, 그냥 너랑 있고 싶어.”
하라는 돌려 말하지 않고, 속내를 드 러냈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어쩌랴. 이 인간을 사랑하면서 겪어야 할 통과의례 다. 무엇보다 정우와 함께하면 그곳이 지옥이라 할지라도, 안전할 거란 확신 이 들었다.
“약속 못해.”
“이럴 땐 그냥 한다고 해.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
“난 하지 못할 약속은 안 해.”
“아휴, 내가 너 땜에 못살아.”
“어쩌냐, 이런 성격인걸.”
하라는 한숨이 나오지만 정우를 포기 하지 못했다.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판 다고, 하라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정우에 대한 무한 한 신뢰다. 절대 자신 외에는 다른 여자 에게 정을 주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 었다.
“집으로 가자.”
“거봐, 목적은 내가 아니라 할아버지 였다니까.”
전화를 할 때부터 냄새가 났었다. 하 라는 경유지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뿔이 더 났다. 최소한 목적지는 되어야 했다.
“아냐, 너야.”
“웃기시네.”
정우와 하라의 티격태격은 카페 안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었다. 별것도 아닌 걸로 사랑싸움하는 걸로 비쳐졌다. 하 라를 대하는 정우의 시크함에 사내들은 엄지척을 세우다가 눈총을 받았다. 시 크가 멋있기는 하나, 아무나 하면 부작 용이 상당했다. 작은 예(?)로 평생 모태 솔로라든가.
‘할가비는 보이지도 않는 게냐.”
“잘 보이고요, 할아버지도 좋아해요.”
“첫번째가 아니지 않느냐.”
버지도 젊은 시절에는 증조할아 버지가 1순위는 아니 었잖아요.”
하라와 유 회장의 대화였다. 철혈의 기업가도 손녀에게는 사랑받고 싶은 팔 불출 할아버지였다. 안과 밖이 다른 포 장된 위선에 다들 속고 있었다. 물론 실 태를 안다고 해서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대했다가는 큰 코 제대로 다칠 거다. 유 회장이 하라나 정우한테나 만만하지 결 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내 똑똑히 들었다, 이 할아비랑 평생 같이하자고.”
“한창 철없던 다섯 살 때거든요.”
“나이는중요하지 않아.”
“진짜, 내가 못살아!”
더 있다가는 코가 꿸 것 같아 하라는 자신의 방으로 대피했다. 옷을 갈아입 어야 한다는 핑계를 댔다.
“속마음을 숨기지 않고 거침없으시네
요.”
“숨겨 봤자 다알 텐데, 뭐 하러 그런 수고를 해.”
유 회장이 숨긴다고 해서 될 일은 아 니다. 하라의 신안은 이 대통령도 당할 만큼 완벽해지고 있었다. 어지간한 유 니크는 본인이 마인드컨트롤당했다는 것조차 모르게 지배가 가능했다. 이 집 안은 하라가 태어난 이후로 솔직함이 무기가 되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솔직 하고, 팩폭이 난무해 상처받은 사람들 이 꽤 많았다. 물론 팩트융단폭격기에 겐 역관광만 당하고 있어, 멀미가 날 지 경이지만.
“하라에게 대체 뭘 준 거냐?”
“천원일기공이라고, 별거 아니에요.”
“별거 아닌 거 맞아?”
“반경 1킬로미터 내의 생명체를 강제 로 통제할 수 있을 정도밖에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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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하면 5킬로미터까지도 가능할 거예요. 나보단 못하지만.”
유 회장은 눈만 껌뻑껌뻑했다. 방금 굉장히 무서운 내용이 스쳐 지나갔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말이 1킬로미터지, 무지막지한 능력이었다. 이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위인은 눈앞에 있는 손 녀사위뿐이다. 한편으로 손녀에게 내준 천원일기공의 가치가 범상치 않음을 실 감했다. 하긴 통제되지 않는 신안을 자 유자재로 운용할 수 있게 된 것만 봐도 대단한 것이다.
“이만하면 하라를 많이 사랑하는 거 맞죠?”
“너답다고 해야 하느냐.”
평소 같으면 반박을 할 텐데, 유 회장 도 인정할 건 인정했다. 정우가 아니었 다면 하라는 여태 신안으로 인해 고통 을 받고 살았을 것이다. 하라가 정우에 게 기대는 게 어쩌면 당연한 운명이었 다.
“제가 거래 하나 따 왔습니다.”
“거래라니?”
“일본에 초고층 타워 10개를 지어야 합니다.”
“정말로?”
일본이 한국에게 건축을 맡기는 경우 는 거의 없었다. 한국에 대한 경쟁 심리 와 반한감정으로 인해 거들떠보지도 않 는다. 그런데 1개도 아니고 10개나 따 오다니, 유 회장으로서도 놀랄 일이었 다. 해가 서쪽에서 뜨기를 바라야 하는 기적이 이루어진 것이다.
“어떤 마술을 부린게냐?”
“12지신가를 아시죠?”
“알다마다.”
“12지신가의 내부다툼으로 인해 용신 가의 가주와 총관이 죽고, 네즈미가 일 대가 전부 부서졌습니다.”
무시무시한 내용을 마치 술안주 삼아 얘기하고 있었다. 용신가의 가주라면 켄신이며, 그는 일본 무림의 대들보이 자 자존^이었다. 그를 죽였다면 그 파 장은 상상도 못할 만큼 엄청날 것이다.
현재 12지신가는 켄신의 죽음을 공식적 으로 거론하지 않은 상태였다. 한일 정 상회담으로 인한 파급력을 고려하지 않 을 수 없었다.
“더 알고 싶으세요?”
“……아니다, 됐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유 회장은 상 상이 되었다. 이 녀석은 지금 12지신가 를 먹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들이 순 순히 항복하지는 않았을 테고. 아무튼 대단했다. 혼자서 일본 무림을 평정했 다고 봐도 무방하다.
“단순히 그 일 때문에 온 것 같지 않
구나.”
“제 주변을 단속할 필요가 있어서요.”
“크홈, 지금으로도 안 된다는 것이 냐?”
“가진 게 많아지면 위험도 커지는 법 이죠.”
정우는 대외적으로 대마법사로 알려 졌다. 그로 인한 파급력의 실체가 서서 히 드러나고 있었다. 일례로 그동안 미 국을 비롯한 소수 국가의 전유물이었던 기간트가 제조되었다. 기간트는 하루아 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기술을 빼 가기 위해서라도 위협을 가 해 올 가능성이 있었다.
“어쩌려고?”
“준비를 해야죠;
한일정상회담이 열렸다.
이 대통령은 일본의 국빈으로 대접을 받았다. 카베 총리가 직접 나와 영빈관 으로 초대했다. 2미터가 넘는 이 대통령 과 카베 총리의 규격이 비교되었다. 그 저 악수를 했을 뿐인데도, 카베 총리는 식은땀을 홀려야 했었다.
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카베 총 리로서는 보여 주고 싶지 않은 회담이 다. 그에게 있어 오늘과 같은 굴욕적인 회담은 처음이었다.
이 대통령은 ‘내 집이다’라는 마인드 로 의자에 편히 앉아 하고 싶은 말만 했 다.
“독도는 누구 땅?”
“……한국의 땅입니다.”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친 카베 총리는 답답함에 말까지 더듬었다. 어디까지 양보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으르렁거렸던 12지신가의 행위가 이해 가 되지 않았다.
“과거사 청산할 거야 말 거야?”
“……하겠습니다.”
“잘못했어, 안 했어?”
“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협상은 순조로운 반면, 카베 총리에게는 협상이라기보다는 통 보로 들렸다. 그럼에도 총리는 반론 한 번 못해 보고 승인해야 했다. 일본의 역 사상 최악의 굴욕적이 협상이었다.
“인상 좀 펴라, 을사늑약 때보다는 낫 잖아.”
힘이 없어 일본이 원하는 대로 해야 했던 시대, 조선왕조의 무능을 유감없 이 보여 주었던 협?]다. 조선의 병신 같은 행보는 선조와 인조 때부터 달라 지지 않았다. 잠깐 정조 때 정신을 차렸 지만, 극히 짧았다. 왕은 하늘이 내렸다 고 떠벌렸으면, 최소한 백성은 지킬 힘 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것마저 힘들 다면 유연하게 받아들일 외교력을 갖추 든가.
백성들이 독립투쟁을 할 때 왕족이라 는 것들이 취한 행태는 추악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도 당시의 왕족에 대한 역사왜곡 영화가 나오는 걸 보면 한심 했다. 청과 일본을 불러와 농민을 때려 잡은 걸 보면 답은 나온다. 악질적인 일 본도 지탄받아야 마땅하지만, 당시의 왕족은 욕을 먹어도 쌌다.
“대마도를 달란 것도 아니고, 고맙잖 아.”
“……고맙습니다.”
카베 총리는 혼이 나가 버릴 것 같았 다. 이 괴물 같은 위인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 상당한 심력을 소비해야 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9급의 유니크라니, 사기잖아. 협상이고 나발이고 축축한 입술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이어도는 건드리지 말자.”
“그건 중국하고도 협상해야 하는 문
제입니다.”
삼국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지대다.
일본 혼자 발 뺀다고 될 사안은 아니 기에 카베 총리의 말도 일리가 있다. 단 이 대통령은 대화가 서툴렀다.
“잘해봐.”
“예?”
이어도는 섬이라기보다는 산호초에 가까웠다. 한국에서는 과학기지를 세워 놓고 있지만, 한중일이 날 선 대립을 하 고 있다. 물론 그간의 다툼에서 한국은 배제된 채 중일이 치고받았었다. 그 일 대의 광물자원과 해양지배력을 확보하 기 위해 이어도에 대한 실효지배권을 가져와야 했다.
‘……이 날도둑놈 같으니라고!’
카베 총리는 울화가 치밀었다. 이 인 간의 말을 전적으로 수용하면, 자신은 국민의 거센 질타를 받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어쩌랴, 12지신가의 가주들이 담합해서 위협을 가해 왔다. 말 듣지 않 으면 총리 자리는 물론, 앞으로의 인생 이 고달파질 거라고.
“서류에 도장부터 찍자고.”
“아직 다 읽어 보지 않았습니다.”
“찍고 나중에 읽어, 배고프다고.”
“……예(이망할 종자가‘)!”
협상안을 확인하고 검수하는 작업만 해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자 기 배고프다고 일사천리로 진행시켜 버 렸다.
이 대통령은 카베 총리의 안내로 식 당에 도착했다.
식탁에는 미리 주문해서 쪄 놓은 영 덕 대게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일본 영 해에서 잡아도 되는 걸, 굳이 영덕에서 사 오느라 비용이 몇 배로 더 들었다.
“잘 먹을게.”
"맛있게 드십시오.”
“대게는 역시 씹는 맛이지.”
“그렇습니…… 첩!”
대게를 껍데기째 씹어 먹고 있었다. 간장에 푹 담근 게장도 아니고, 대게의 단단한 껍질이 저토록 연해 보이기도 처음이다.
오도독, 우드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는데, 카베 총리는 본인의 뼈가 아작 나는 기분을 맛보았다. 작은 게도 아니고 대게를 뼈 까지 씹어 먹다니. 치아마저도 금강불 괴가 분명했다. 하물며 1마리에 3kg이 나 하는 대게를 10초도 안 돼서 해치워 버렸다.
‘뭐 이런!’
카베 총리는 대게 포식자의 무지막지 한 흡입력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1마리 에 5만 엔이나 하는 대게 100마리가 사 라지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독도를 더 이상 다케시마라고 주장 하지 않겠대.
-원래 이게 당연한 수순이거늘, 그걸 여태 못하고 있었던 거였느니라.
-말투 극혐!
-이어도도 협상 대상에 들어갔단다.
-침략 전쟁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하 겠다고 약속했어.
-대통령 일 잘하네.
-스트롱 사이다 대통령이었어!
-찐 고구마를 100개나 먹었는데도 청 량하다.
우리의 정당한 주권 확보와 과거사에 대한 사죄와 보상이 협상의 주요 안건 이었다. 누구도 통과되리란 기대를 하 지 않았기에 국민들은 열광했다.
일본이 역사왜곡과 날조를 하고 있는 데도, 똑같이 행동하지 말자고 했던 지 난 일들이 거론되었다. 그로 인해 10번, 100번의 거짓말을 진실로 믿는 국가가 생겨났었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단번에 역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