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투신 VS 투신 (4)
투콰꽈꽝!
용의 포효와 마주했던 정우의 제공권 으로 무한의 칼이 휘젓고 들어왔다. 신 을 멸하는 천룡의 날카로운 발톱이었다. 검이 부딪칠 때마다 격렬한 굉음과 파 장을 일으켰다.
‘이거 봐라.’
성난 사자의 울부짖음일까, 9단의 현 천공과 마주하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좀 전에 마신 수상한 음료가 아무래도 에너지 드링크인 모?]다. 효과가 좋 다 못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게다가 절대마력이 휘감고 있어 현천공의 권능 이 제약을 받았다.
‘불공평하네.’
누군 대마법사의 경지가 되려면 몇 년을 뺑이 쳤는데, 저 자식은 드래곤 소 환으로 단번에 해결해 버렸다. 이러려 고 마법을 배웠나 하는 인생은 참, 불공 평의 연속이었다.
이상.
정우의 주변 사람들에게 돌 맞을 사 소한 불평이고.
‘마물로이드냐?’
육체와 공력을 비상식적으로 늘리는 비법, 기연을 얻어 영약이나 영단을 복 용한다면 가능하기는 하나, 정우나 켄 신의 경지에 이르면 단순한 공력의 상 승이 전투력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오 히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부자연스러워질 수 있었다. 하물며 켄 신의 폭발적인 능력의 상승은 이치에 맞지 않았다.
“그런 거 너무 마시면 밤에 잠 안 오 고, 발기 안 된다.”
“그 시건방진 소리도 곧 끝나게 될 거 다!”
강해진 만큼 아까와 달리 침착하진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성적인 전투가 불가능해질 만큼 어리석은 녀석 은 아니다. 오히려 야성적인 전투감각 이 발휘되어 빈틈을 잘도 찾아내고 있 었다. 이성과 야성의 합리적 융화를 이 루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나 언제까지 균형을 유지할 수 있 을까?
휘릭!
켄신의 파상공세는 전신을 불사르는 대가였다.
그 엄청난 공세를 받아 내는 정우는 흔들리기는커녕 침착했다. 용과 켄신의 합격에 연신 밀리면서도, 정해진 지점 까지 현현보를 밟으며 칼을 휘둘렀다. 칼의 궤적은 용의 포격와 켄신의 무한 류를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비틀었다.
푸。}아아앙!
대지로 쳐낸 켄신의 도격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며 폭발을 일으킨다. 그럴 때마다 주변의 지형이 어김없이 변화를 일으켰다. 동경에서 일어난 대지진과 후쿠시마 쓰나미에 비견되는 파괴력이 었다. 휘말리는 대지와 건물 사이에 몸 을 간신히 숨겼던 무사들이 갈가리 찢 겨 나가며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산 화되었다.
크아아악!
비명은 살아남은 자, 육신의 반 이상 이 찢겨 나가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자들 이 내질렀다. 그들로서는 관전조차 불 가능했다. 허락되지 않은 자들의 비참 한 말로였다.
포격은 끝나지 않았다.
원인은 정우의 회피궤적에 있었다. 교 묘한 움직임과 방어술은 켄신의 공격력 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적을 섬멸하는 도구로 썼다.
“네놈!”
“눈치 빠르네.”
좀 더 이용해 먹으려던 정우는 이쯤 에서 멈춰야 했다. 사실 더 하지 않아도 되었다. 애초에 켄신의 전력을 끄집어 낸 후, 끝을 내려고 했었다. 사람은 자 신의 눈으로 본 것조차 각색하는 능력 이 뛰어나다. 절대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언하지 않았다. 켄신을 손쉽게 제압 했으면 은연중 불신이 생겼을 테고, 시 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질 것이다. 사람 이란 원래 그런 존재다. 기억을 다 믿지 마라, 잊고 싶을수록 왜곡되기 쉽다.
부글부글!
이용당했다는 걸 깨달은 켄신의 얼굴 이 흉신을 담았다. 그로서는 씻지 못할 치욕의 연속이었다. 여유로웠던 초반과 는,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극도 로 대조적이다.
역시 남의 신경을 긁어 대는 데 극딜
캐릭인 정우다웠다. 여유를 찾으려고 할 때마다 비집고 들어와 판을 깨버리 는 데 특화되었다.
“산산이 부서져라!”
-용의 포효, 출력 최대치.
-켄신무한류 극격, 천룡신멸(天龍神 滅).
작정한 켄신의 전력이 발출되었다.
그 힘의 편린이 정우를 잡아챘다. 마 력과 결합하여 완성된 의지의 발현, 권 능의 영역이었다. 어지간한 자는 상대 가 되지 않는다. 중국에서 가장 강했던 암제도 켄신의 적수로는 부족했다.
“뭐, 그 나물에 그 밥이지만.”
버러지들이 발악을 한들, 재밌게 놀아 주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 안에서 다른 개미들보다 낫다고 해 봤자 정우에게는 그다지 와 닿지 않았다.
-빙룡신공 극의, 빙룡풍(氷龍風)!
?속성 : 무저갱!
정우의 기감은 요호를 포착했지만 안 중에도 두지 않았었다.
‘어라.’
방심했나?
사용하는 속성이 만만치가 않았다. 켄 신과의 합격을 짜맞춘 듯, 절묘한 위치 에 속성을 개방했다. 천룡신멸과 브레 스, 빙룡풍이 결합하여 육신을 밀어내 자, 배후로 무저갱이 있었다.
후아아0 앙!
무저갱의 흡입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블랙홀?”
속성만으로 블랙홀을 만들어 낼 줄이 야, 이거 너무 얕본 모양이다. 수작질이 참으로 대단했다. 이기기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협공과 기습을 해 왔다. 이에 대해서 딱히 반감을 가지진 않았다. 깜냥이 안 되면서 되도 않는 오 기나 만용을 부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 다.
“죽어맛!”
“지옥으로 사라져!”
켄신, 요호, 드래곤이 전력을 퍼부었 다. 회피공간을 배제하는 완벽한 협공 이다. 피할 공간도, 빠져나갈 궤적도 나 오지 않는다. 사방이 가로막힌 사면초 가, 피어오르는 먼지구름이 일대를 가 릴 분이다.
퍼퍼퍼퍼펑!
한쪽에서는 안도를, 다른 한쪽에서는 공포가 뒤섞인 복잡한 형세였다.
그때.
찌릿!
모두를 소름 돋게 하는 한줄기 기파 가 휩쓸고 지나갔다. 그러자 정지 화면 을 누른 듯, 만물이 멈춰 서서 흐름마저 장악되었다.
데구르르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거대한 물체.
u..저건『
용두(龍頭).
용의 머리가 힘을 잃고 떨어져 내려 바닥을 굴렀다. 혀를 쭈욱! 빼놓은 용의 눈빛이 잿빛으로 변하더니 흐릿해지며 사라졌다. 소환된 용의 허무한 퇴장이 었다. 그렇게 죽을 줄 몰랐는지 잿빛의 동공이 의문을 담고 있었다.
“설마?”
“……아니겠지!”
그들은 불신했다.
켄신의 무력은 12지신가의 수장으로 부끄럽지 않은, 그 이상의 괴물 같은 능 력을 선보였다. 솔직히 자신들이 한꺼 번에 달려든다고 해도 승산이 없는 무 시무시한 전투력이었다. 그런 켄신이 패배를 하다니, 있을 수 없었다.
이를 어쩌나?
설마는 항상 사람을 잡는다고 했다.
휘이잉!
한줄기 바람이 뿌옇게 수놓은 공간을 휩쓸고 지나가자, 망연한 광경이 선명 하게 드러나고 말았다.
쿨럭, 주르르!
무릎을 꿇은 채 죽은 핏물을 쏟아 내 고 있는 사내, 일본 무가의 자존심인 켄 신이었다. 그의 추레한 모습은 모두를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부들, 부들!
켄신은 패배의 충격은 물론 용혈의 반작용에 의해서 움직이지 못했다. 살 면서 오늘과 같은 처지에 처하게 될 줄 은, 꿈에도 생각 못했기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허
켄신의 입에서 허탈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흑금단 주는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 걸 어오고 있었다. 생사결의 승부라 여겼 거늘, 본인만의 착각에 불과했다. 멀쩡 해도 너무 멀쩡하다.
“……전력이 아니었나?”
“당연하지.”
알아듣기 쉽게 말해 주랴, 너와 난 레 베루(Level)가 달라.
“?…"이제?…" 어쩔 셈이냐?”
“정리해야지.”
스스럼없이 대화를 하지만, 켄신은 느 끼고 있었다. 혹금단주는 자신을 살려 두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 돼요!”
요호가 비틀거리면서 다가와 켄신을 끌어안으며 막아섰다. 그녀는 필사적이 었다. 켄신은 죽어서는 안 되는 일본 최 고의 무신이다. 그의 상징과 가치를 감 안하면 오늘의 허망한 죽음은 용납할 수없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자는 괴물이었다.
켄신의 무력을 초월하는 강대한 무력과 용언을 짓밟아 버리는 마법권능, 블랙 홀마저 튕겨 내 버리는 무지막지한 공 력까지. 어느 하나 끝을 알기 어려웠다.
“……우릴 살려 주면 당신의 뜻에 따 르겠어요. 그것이 금강문에도 이로울 터, 우릴 죽이면 혼란만 가중시킬 분이 에요.”
그녀는 싸우기보다 설득하려고 노력 했다. 용신가의 모든 것, 아니 일본 무 림을 통째로 넘겨준다고 해도 켄신은 살아 있어야 한다. 살아만 있으면 언젠 가는 뜻을 이룰 수 있었다.
“……전부를 다 드리겠어요. 일본을 달라면 줄 수 있어요!”
비굴함과 애처로움이 공존했다. 그만 큼 요호의 절박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 이었다. 사내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 했다.
그 일련의 광경을 지켜보는 모두는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저렇게까지 해서 살아야 하는지, 비굴해 보였다. 한 편으로 살려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 리도 있었다.
실상 승패는 결정이 났다. 더 이상의 싸움은 의미가 없었다. 12지신가의 누 구도 괴물과 대적할 엄두가 나지 않았 다. 일본의 괴물이라고 여겼던 켄신마 저 저토록 허무하게 당했는데, 누가 감 히 이빨을 드러낼 수 있단 말인가.
‘살려 주겠지.’
용신가는 일본무가의 상징이다. 켄신 을 죽여 봤자 큰 이득이 없다. 오히려 살려 두고 금제를 가하는 편이 이득이 라고 봤다. 켄신을 선봉장으로 세우면 전략을 펴기도 쉽다.
스왁!
빛살 같은 도기가 사선으로 그어졌다. 켄신과 요호의 두 눈이 불신을 담았 다. 왜? 라는 의문과 원망을 담기도 전, 생명력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스륵!
사선으로 베인 몸뚱이가 떨어져 내리 며 바닥으로 쓰러진다. 용신가의 두 기 둥인 켄신과 요호의 허무한 최후였다.
“난 굳이 혼란을 종식시킬 생각이 없 거든.”
용신가가 12지신가를 단속하면 아무 래도 혼돈이 빠르게 정상화될 것이다. 그러나 지향하는 방향이 달랐다.
정우는 정리정돈을 바라지 않았다.
일본이 혼돈 속에서 헤매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물며 뒤통수에 대고 공격을 한 주제에 살려 달라니, 누굴 호구대인 으로 아나. 헛다리 짚었다. 실상 용신가 의 무력은 켄신이지만, 두뇌는 요호였 다. 애초에 둘 다 죽여 버릴 계획이었 다.
화르르르!
혹시나 하는 기대조차 남기지 않는다.
정우는 지옥의 굉염으로 켄신과 요호 의 육신을 불태워 홑날리는 바람과 함 께 소멸시켰다. 목이 잘렸다고 안심하 거나, 방심하진 않는다.
“살려 주면 내가 너무 물러 보이잖
아.”
아량을 베푼다, 그것도 상대방의 성향 에 따라 다르다. 일본은 겉으론 숙이는 척해도, 빈틈을 보이면 언제든 칼침을 놓는다. 짓밟을 때는 확실하게 밟아 놓 은 편이 기어오르지 않았다.
하물며 켄신은 12지신가의 수장 중에 서도 군계일학이었다. 그런 자가 있으 면 혼란이 가중되지 않는다. 압도적인 1등이 빠져 주었을 때, 고만고만한 놈 들이 설칠 기회가 생기는 법이다.
아!
안타까운 탄성과 신음이 뒤섞였다.
켄신의 죽음은 그만큼 큰 파장을 안 겨 주었다.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며 안 색이 창백해지는 자들이 꽤 있었다. 그 들로서는 예상치 못한 난국의 연속이었 다. 켄신의 패배에 이은 죽음을 받아들 이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괴물 같은 무력과 잔혹한 심성.’
‘만약의 사태조차 불허하는 완전무결 함까지.’
충격과 파격의 결정판이었다.
네즈미가 연합은 안도의 한숨을 쉬어 야 했고, 반대편에 선 용신가 연합은 공 포에 젖어 들었다. 켄신을 망설이지 않 고 죽였다는 사실에 모두는 마른침을 삼켜야 했다. 가벼운 언행과는 다른, 흑 금단주의 잔혹함에 숨을 죽였다.
스윽!
정우의 두 눈이 반대편에 선 자들을 향했다.
꿀꺽
혼고, 무사시, 토요나가, 카타세, 시바 시키, 라이토는 무가의 수장이라는 체 면마저 잊은 채, 떨고 있었다. 저항도 어느 정도 빈틈이 있어야 하지, 차원이 달랐다. 수장으로서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그래 봤자 켄신의 최후처럼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화장 될 게 분명했다.
‘……어쩌지?’
‘……죽는다!’
저항하면 반드시 죽을 거다.
그들은 개죽음을 원하지 않았다. 살려 면 도망쳐야 하는데, 괴물에게 등을 내 보일 자신이 없었다. 가도 된다고 하면 서 뒤통수를 칠 것 같은 공포가 밀려왔 다. 충분히 그리하고도 남는 독심의 소 유자임을 확인하지 않았던가.
스륵!
도망칠 타이밍조차 늦었다.
괴물이 길목에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산보를 하듯 한가로운 여유가 전장과 불협화음을 이루어 이질감이 진하게 배 어 나온다. 일본의 투신을 조금 전에 죽 여 놓고도 흥분이나 동요가 전혀 없다. 마치 배고프면 식사하고, 졸리면 잠을 자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은 일상처럼 다가온다.
‘이런 괴물이 문파의 일개 단주라고?’
‘금강문의 문주는 신이라도 된단 말이 야!’
금강문주는 한국의 대통령이다. 그들 의 뇌리로 일전 총리의 불만 섞인 투정 이 스쳐 지나갔다. 이번 기회에 쓴맛을 보여 주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총리는 살아 있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금 강문주가 작정하고 달려들었으면 못 막 았을 거다.
“야.”
...
“대답 안 해.”
“……아닙니다.”
In-Out 시퀀스는 오랫동안 써먹었기 에 이쯤에서 제한했다. 말 길게 하려고 무게 잡지 않았다. 짧고 간단하게 명료 한 의사표현을 지향했다.
“싸울거냐?”
...
결정을 못하고 미적거렸다. 항복하고 싶은데, 누구든지 먼저 꺼내 주기를 바 랐다. 본인들의 체면과 위신이 걸려 있 기에 눈치를 보았다. 이 와중에 눈치게 임이 되어 버리는 웃지 못할 사태를 유 발■시켰다.
“침묵은 긍정이라지. 몰살시켜 주마.”
어떻게 결론이 그렇게 나와.
몰살이라는 단어를 이토록 간단히 말 해도 되나 싶은, 인명경시풍조의 끝을 보고 있었다. 비록 삼분지 일이 격돌의 여파에 희생을 당했지만, 무려 700이나 되는 수가 남았다.
“……항복하겠습니다!”
“사무라이는 명예를 위해 할복도 마 다하지 않는다던데, 내가 잘못 알고 있 었나 봐.”
아픈 부위를 잘도 찔러 대는 정우였 다. 히죽이는 가운데 저들을 두 번 더 죽이고 있었다.
하나 사무라이라는 본질을 알면 딱히 존중해 줄 필요가 없다. 말이 좋아 사무 라이라고 포장을 하지, 칼 든 양아치에 불과했다. 자기 맘에 들지 않는다고, 칼 을 시험해 보겠다며 아무나 죽이던 버 러지 같은 것들을 시대가 변하면서 미 화했을 뿐이다. 일본과 중국의 전형적 인 국뽕 마인드로 무장해서 과거를 조 작하는 데는 특화되었다. 거짓말도 이 쯤 되면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미적지근하게 대응을 하다 뒤통수 맞은 우리나라도 반성해야 할 일이었다.
“아쉽다.”
“예?”
사람 죽이지 못해 하는 소린가, 인간 백정 같은 자다.
“너희들한테 한 말 아냐, 돌아와, 올 칸!”
“?그런!”
그들이 주춤하며 뻘쭘해할 때 정우의 주변으로 인간형으로 변신한 회백색의 올칸들 수천이 다가왔다. 순식간에 공 간을 다 채운 올칸의 위용은 상당했다. 주변의 금속을 홉수해서 육신을 완성한 것이다.
‘이건 또 뭐지?’
‘보통이 아니다!’
올칸에게서 붐어져 나오는 존재감에 다섯 수장들의 안색이 변했다. 공간을 가득 채우는 위압감에 절로 위축이 되 었다.
‘후까시(개폼), 잘 잡네.’
일본어를 적절히 써 주는 정우였다.
실상 올칸의 위압감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어쨌든 가벼 운 입방정만 떨지 않으면 9급 마물의 위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내 이름 올칸이다.
영화 제목 같은 울림이 계속 번지고 있었다. 혼자 말하면 되는데, 다 같이 떼창을 했다. 한국 콘서트의 위엄을 되 새겨 주는 장면이었다. 떼창 하면 한국, 한국 하면 떼창. 그새 배운 올칸의 빠른 습득력이었다. 일본과는 명확히 다른 습성이기도 하다.
“개폼 그만 잡고 돌아와.”
-알았다, 주인.
올칸은 저항하지 않고 은백색의 가루 가 되어 전생에 흡수되었다. 연출 효과 는 기가 막혔다.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 키면서 저항의지를 완벽히 꺾어 놓았 다.
‘반말은 안 되지.’
-크아아악!
은근슬쩍 반말을 했었던 올칸은 넘어 가는 줄 알았지만, 날벼락 맞았다. 강력 한 경력이 전생에 투입되어 올칸의 핵 만 건드렸다. 올칸의 수하들이었던 알 갱이들이 적이 되어 공격한다. 안됐지 만, 올칸은 그저 바지 수장에 불과했다.
오싹!
용신가 연합의 가주들은 몰살이 단순 한 위협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항복 하지 않았으면 모두 죽었을 거다. 언행 의 가벼움 뒤엔 섬뜩함이 자리했다. 말 한번 잘못했다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황 천길로 직행할 뻔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