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73화 (473/500)

제 6장

내가 아니더라도 지옥에

갈 사람은 많아 (4)

-뇌격살. -화격살.

-빙격살. 수격살.

간단한 마법을 펼치며 달려드는 요원 들을 정리해 나가는 정우였다. 지하 비 밀벙커에는 100명의 특급 유니크가 자 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속성을 꺼내 들 며 달려들지만 무의미했다. 9륜의 마력 을 드러내며 공간을 장악해 버려, 보이 는 족족 뇌화빙수(雷火氷泳)에 저격당했 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지 만, 정우에게는 해당사항 없었다.

저벅, 저벅!

제집을 돌아다니듯 정우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나오는 요원들은 차량 방지턱 수준도 되지 않았다. 속도를 줄 이기는커녕, 날벌레에 불과했다.

“자료?”

“?난? 몰라!”

“그래.”

“……으아아아악!”

마법으로 잠들지 못하게 한 후, 분골 착근의 수법을 썼다. 근육이 뒤틀리고, 뼈가 어긋나는 고통을 지속적으로 맛보 고 싶다면 저항을 해도 된다.

“……지……하 3층…… 오른쪽 7번 ..째 방에...99

“시간 끌지 말자, 어차피 넌 버틸 수 없잖아.”

정우는 자료실로 가서 필요한 정보가 있나 검색을 했다. 사전에 조사를 했더 라도, 빠진 부분이 없다고 장담하지 않 았다.

“접속코드.”

“?불멸 2973?…”

오늘로서 불멸의 종지부를 찍어 주마.

아마 살면서 겪어 보지 못한 험한 꼴 은 다 당하게 될 것이다.

남아 있는 자료를 모두 전송한 후, 지 하벙커에서 나왔다. 뒤처리는 혹금단이 맡았다. 알아서 깔끔하게 정리해 놓을 것이다. 이래서 대빵이 좋다. 일단 질러 놓으면 따까리들이 알아서 정리를 한다. 그것이 대빵과 따까리를 가르는 아름다 운 수직상하원칙이다.

반론을 하는 대장도 있을 거다. 단체 의 수장으로서 고뇌가 깊다고, 그런데 왜 대장을 하지 못해서 안달일까. 까는 소리는 하지 말아야 한다.

비밀 지하벙커에서 나왔다.

밤이 더 깊어졌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경계만이 희미 하게 비친다. 황량하게 변해 버린 공장 지대는 과거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나와.”

공허한 어둠, 부른다고 대답이 들려오 진 않는다. 그럼에도 정우의 두 눈은 혼 들리지 않고 어둠을 직시했다.

“나오라니까.”

목소리에 짜증이 베어 나왔다. 또 부 르게 하면 그때는 수를 쓰겠다는 엄포 가 실렸다. 그러나 관전자의 입장에선 허공에 대고 독백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다시 부르면 미친놈 취급을 할 수도 있었다.

스륵!

어둠이 걷힌다.

검은색 로브를 깊게 눌러쓴 자가 나

타났다. 로브에 가려진 음영, 짙은 어둠 의 가면을 쓴 듯 드러나진 않았다.

그가 관심을 보였다.

이해하기 힘든 현실이었다. 은폐, 은 닉, 잠영에 관해선 조직 내에서도 최고 로 꼽히는 그다. 이토록 간단히 정체가 발각된 적은 단연코 없었다. 예상치도 못한 장소, 반도의 소국에서 정체가 발 각되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어떻게 알았지?”

“그냥 찔러 본 건데, 네가 걸린 거야.” 심세번까지 해 보고 아니면 가려고 했다는, 무책임한 대답에 어둠으로 무 장한 사내의 기세가 사납게 변했다.

“헛소리를 잘도 지껄이는군.”

“농담좀 했기로서니 예민하긴.”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모른 척 했으면 조금이라도 더 살 수 있었을 거 다.”

“모른 척했으면 섭섭해할 거면서.”

후드를 쓴 사내는 마법사다. 그것도 일반적인 수준이 아니라, 최소 8레벨에 이르렀다. 풍겨져 나오는 마력의 농도 가 그리 전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마력 의 성질이 굉장히 음산하고 사이하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마법사가 이와 같이 사특한 기운으로 무장을 하고 있진 않 았다. 음지에서 공개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난제를 해결하는 청부사와 비슷 했다.

“건방진! 하지만 네놈의 육신은 맘에 드는구나.”

“감당하지 못할 욕심은 부리지 않는 게 좋아. 그러다가 너……지옥의 광염.”

대화를 하는 척, 기습했다.

선빵불변의 법칙이 작용했으면 한다. 정우는 선제마법을 가했다. 어둠을 머 금고 불타오르는 광화(狂火)가 공간을 불사른다.

“어림없다! 칠흑의 거울, 대반전!”

한 번으론 섭섭할 테니, 9발을 준비했 다. 마력의 강도를 조절해서, 속임수까 지 화려하다. 초반과 중반까지 강?화하 다가, 하락시켰다가, 다시 배로 늘린다. 기기묘묘하며 냄새나는 수작질이 마구 섞인다.

퍼퍼퍼펑!

검은 마법사도 간단히 당하지 않았다.

무광의 어둠이 자석에 이끌린 철가루 처럼 휘말려 들어오더니 광염을 쳐낸다. 어둠은 뭉쳐지고, 흩어지고를 초미세진 동처럼 반복했다. 피해량을 흡수하고, 받아들이고, 흩어 내는 일련의 과정을 연속으로 행한다.

꽝아앙, 화르르르!

굉음을 동반한 검은 화염이 염라지옥 을 완성했다. 능수능란한 마법연계에 화려함까지 돋보인다. 칠혹의 거울을 포위하듯, 광염이 검은 마법사를 에워 쌌다.

이대로 불살라 잿더미로 만들겠다는 고약한 심보는 덤이다. 웬만하면 사로 잡겠지만, 못 잡아도 상관없다는 무책 임도 포함되었다.

가공할 파괴력과 거대한 무책임, 이

둘이 조합하여 무지막지함을 그려 냈다. 근처에 있다가는 같이 녹아 버리는 대 인살상까지 가능했다.

후아아앙

정우는 텀을 주지 않고 염라지옥을 폭사시켰다.

반경 30미터 이내가 영향권이다. 사 전에 공간이동을 방해하기 위해 마력훼 방을 걸어 놓았다. 블링크를 썼다가는 마나역류로 마나코어가 망가질 수 있었 다. 가공할 파괴력과 화려함 뒤에 교묘 한 암계까지, 완벽한 마법의 연계였다.

‘응‘?’

예상과 달랐다.

검은 마법사는 공간이동을 썼다. 마력 훼방은 간단하지 않았다. 흐름을 복잡 하게 꼬아 놓아, 본인이 아니면 풀기 어 렵다.

‘속성?’

공간점프의 일종일 수도 있지만, 정우 는 고개를 저었다. 검은 마법사는 무식 한 수를 썼다. 마력훼방을 그대로 받아 들이며 치고 들어왔다. 마나코어가 받 는 충격을 아랑곳하지 않은 것이다.

‘고통에 무딘 놈이네.’

마나코어는 무인의 단전과 같다. 심장

의 서클이 받을 데미지는 살과 힘줄을 찢어발기는 고통의 열 배 이상이다. 인 내심의 한계를 벗어나는 고통을 참아 냈다는 점에서, 마법사의 강인한 정신 력이 빛을 발한다.

“접근전은 자신 있다 이거냐.”

마법사의 수준이 높아지면 원거리와 근거리의 차이가 거의 없다곤 해도, 비 슷한 실력이라면 무인이 더 근접거리에 유리했다. 하물며 마법 수준 자체는 정 우가 더 높았다. 죽여 달라고 맹수의 아 가리로 들이박는 모양새다.

-8륜 개방, 칠혹의 칼날!

심검처럼 어둠이 날카로운 칼날로 변 해 정우의 전면을 뒤덮는다. 물론 심검 과 같은 위력일 순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상당하다. 8륜의 마력치고는 파괴 력이 더 있었다. 사이하고, 괴이한 성질 이 더더욱증폭되었다.

-9륜 개방, 절대 방패.

그리 나온다면 이쪽에서도 모순의 위 력을 보여 줘야겠지. 정우는 마력을 집 중시켜 순백의 방패를 완성, 어둠과 대 조를 이루었다.

퍼퍼퍼펑!

칼날이 부딪치며 굉음이 파장을 일으

킨다. 고요했던 밤은 순식간에 격렬한 전쟁터로 변해 대지를 어지럽힌다.

사삭!

찰나였을까?

곳곳에 깔아 놓은 정우의 마력을 거 스르며 빠르게 치고 오는 움직임이 있 었다. 검은 마법사가 제공권을 파고들 었다. 정우는 신속히 일대의 중력을 열 배로 강화하고, 광염포를 사용하려고 했다.

-마력 제한, 역류!

검은 마법사의 속성이 발휘되었다. 정 우의 마력이 일순간 포획되며 중력강화 와 광염포의 대응 타이밍이 늦춰졌다.

“죽어맛!”

완벽한 살수.

은사처럼 가는 칼날이 수직, 수평, 사 선으로 그어졌다.

스와아악!

정우의 신체가 종잇장처럼 베어져 나 갔다. 선혈이 분출되며 잘린 고깃덩어 리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려야 했다.

“아니!”

검은 마법사가 미처 계산하지 못한 상황이다.

조각조각으로 베어진 신형은 환영처

럼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환영에 속을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실제의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휘릭!

사라졌던 정우가 나타났다.

검은 마법사의 배후를 장악하면서.

“이번엔 내 차례지.”

8급의 속성과 마력이 결합하면서 9륜 의 마력을 제한했다. 그러나 정우는 미 리 자기복제와 마력결계를 펼쳐 빠져나 왔었다.

선수를 잡았다.

지체하지 않고 검은 마법사의 육신을

다크핸즈로 잡아챈 후, 광염포를 발출 했다.

푸。}아앙, 화르르르!

광염포에 직격당한 검은 마법사는 지 면으로 떨어져 내리며 화염구름을 형성 했다. 화염에 휩싸인 공간이 물처럼 녹 아내리며 지대를 낮추었다.

“이거 대단한데.”

광염포에 직격당하면서 방어마법이 깨지고, 육체에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사는 건장한 신 체를 드러내며 화염 속을 걸어 나왔다. 물론 겉으론 온전해 보이진 않는다. 화 염에 살이 타면서 일그러지고, 녹아내 린 부분이 있었다. 공포영화에 나옴 직 한 형상을 했다.

“네놈이야말로 노린내 나는 원숭이 주제에 제법이구나.”

녹아내렸던 검은 마법사의 육신은 순 식간에 재생되어 원래대로 돌아갔다. 육체의 회복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회복, 재생마법을 쓰지 않았음에도 육 체가 자생적으로 복구되는 경우는 혼치 않았다.

어라.

묻지도 않는데 호구조사를 자연스럽

게 하네.

인정한다는 건가.

본인에 대한 자부심이 지나친 놈들의 특징 중에 하나다. 널 인정했으니, 지금 부터 본 실력을 보여 주겠다는 자랑질 을 포함한다.

“내 이름은 아르만이다. 영광으로 알 거라.”

“됐고.”

9륜의 마력을 개방해 바람의 칼날을 잔뜩 만들어서 날려 봤다. 거리를 단번 에 잘라 내며 아르만의 육신을 잘게 베 었다. 살 조각으로 분해가 되어 버린 이 상, 대다수의 인간이라면 다시 살아나 기 어렵다.

“이 몸은 불사신이다, 결코 죽일 수 없다!”

아르만은 조각난 육체가 원래대로 돌 아오자, 칼을 꺼내 들어 달려들었다. 한 데 마법사의 영역을 벗어나 있었다. 칼 에 검은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형성되어 무시무시한 기세를 발산했다. 이어서 검사의 전유물인 고속스텝을 밟았다.

쌔애행!

맹렬한 속도는 가속마법과 융화하여 빛살이 되었다. 아르만은 마검사였던 것이다. 마법과 검의 장단점을 분석하 여 최적화된 능력을 발휘했다.

흥!

정우의 지척까지 치고 들어왔지만, 감 흥 없이 코웃음을 쳤다.

눈빛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거기까지.”

마력과 융화된 정우의 의지는 곧 실 현이 된다. 마도권능, 9륜에 이르면 무 공의 극에 이른 것처럼 형식이 간단해 진다. 원하면 그대로 행해지는 경지다. 지금까지는 아르만의 반응을 보기 위해 서 살짝 보조를 맞춰 준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미국이 개입한 정황이 나온 이 상,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야 했다.

“혹마법을 쓰는것까진 좋아.”

정우는 혹마법, 백마법을 따로 구분하 지 않았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었다. 이는 정공과 마공, 사공을 익힌 무인을 구분할 때와 같았다. 무공 의 영향을 받기는 해도, 무인의 의지가 굳건하다면 혼들리지 않는다. 물론 마 공과 사공을 익혔을 때 먹히는 경우가 정공보다는 비율적으로 많다.

“자기 몸도 아니면서 불사신이라고

자랑하는 꼴이 우습다고 생각하지 않 냐.”

“……그걸 어떻게?”

대결을 하는 동안 정우의 현천안이 아르만을 훑었다. 그랬더니 영혼과 육 체가 따로 놀고 있었다. 영혼은 마법사 지만, 육체는 검사다. 그렇다면 저자는 혹마법으로 검사의 육신을 가로채 사용 한다는 가설이 세워진다.

“잡스런 재주 잘봤다.”

“설령 알았다고 해도 날 죽일 순 없 다.”

마력으로 잡아채었음에도 아르만은

두려워하기는커녕 으르렁거린다 . 자기 몸이 아니니 고통을 받지도 않는 것이 다. 그런 주제에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꼴이 같잖게 보일 따름이다.

“색다르긴 해.”

리치의 라이프 배슬(영혼석)을 응용하 여 검사의 육신을 장악하고, 키메라 생 산방식으로 개조하여 불사신을 완성했 을 것이다. 이런 식이면 마검사를 꽤나 많이 양산해 낼 수도 있었다. 여러모로 까다롭기는 했다.

“하나, 완벽하진 않아.”

정우의 마도권능이 아르만의 육신을

관통했다.

“소용없……

아르만은 뒷말을 잊지 못했다.

그대로 실이 끊어져 버린 꼭두각시처 럼 추욱! 늘어져 버렸다.

“아쉽네.”

육체를 조종하는 고리를 찾아가면 실 체를 확인할 수도 있겠지만, 눈치가 빠 르다. 조금이라도 낌새가 이상하면 도 마뱀 꼬리처럼 자르고 도망쳤을 것이다. 그래서 마도권능을 극대화하여 영혼 자 체에 충격을 주는 수법을 펼쳤다.

후후후.

아쉬운 것치고는 정우는 웃고 있었다.

사방이 꽉 막혀 있는 좁은 공간.

미라처럼 마른, 피접이 상접한 사내가 피를 폭포수처럼 토하며, 몸을 떨었다.

부르르르!

꼭두각시를 조종했던 아르만은 죽어 가고 있었다. 그로서는 기가 차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 해하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했다. 자신 이 죽어 가다니. 그 먼 거리에서 직접적 인 타격을 받았다.

“?…"괴?…"물!”

이 사실을 알려야 했다. 그러나 육신 은 죽어 가고 영혼은 뭉개졌다. 전하고 싶어도, 방도가 없어졌다. 남아 있는 영 혼을 통해 알아내려고 해도 불가능하 다.

“.건드려...선..”

채 말을 잇지 못한 아르만의 숨이 꺼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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