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71화 (471/500)

제 6장

내가 아니더라도 지옥에

갈 사람은 많아 (2)

‘ 엥‘?’

부대로 복귀하기 위해 인천지부에 도 착했더니, 입구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 차 있었다. 그것도 시커먼 사내들로 바 글바글하다. 세어 보니 족히 1,235명이 었다. 연합에 지원하기 위해 왔다고 보 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현재 시간이 저 녁 7시. 공무 수행은 오전 9시부터 오 후 6시였다. 이 시간에는 급한 용무가 아니고서는 일반인의 출입을 허가하지 않았다.

듣보잡들이 정우를 보고 맹렬히 아는 체를 한다.

“와, 오셨다!”

“형님! 저 매젭니다!”

“누가 매제야, 매제는 나라고!”

“웃기시네, 내가 매제야!”

“수연 양을 사랑합니다!”

정우를 본 사내들이 우르르! 몰렸다.

시커먼 사내들이 파도처럼 밀려오자,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하물며 하는 말들이 이상했다. 결혼도 하지 않은 동 생한테 남편이라니 기가 찼다. 그리고 1명도 아니고 1,245명이었다. 그사이에 10명이 더 늘었다. 이게 다 동생의 남 편이면, 내 동생이 헤픈 여자라는 소리 가 된다. 순간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 다. 맘 같아서는 지옥의 광염으로 다 녹 여 버리고 싶었다.

움찔!

정우의 심경이 불편해지자, 험악한 기 운이 흘렀다.

이를 느낀 사내놈들이 다가오려다가 주춤하더니 뒷걸음질 쳤다. 달려들다가 황천길로 직행할 것 같은 불안감이 엄 습했다. = 인해 별거 아니지만, 남아 있는 인원이 100명으로 확 줄었다.

“수연 씨를 보고 첫눈에 반했습니다!”

“제가 꿈에 그리던 이상형이었습니 다!”

“부디 일합을 받을 영광을 주십시오, 형님!”

“수연 양의 유일한 남자가 되고 싶습

니다!”

낯 뜨거운 발언을 서슴없이 할 수 있 다니, 보통 낯짝들이 아니었다. 하물며 굉장히 진지하기까지 하다. 자세히 살 피니 유니크 등급이 6급에 이른 자들이 꽤 있었다.

“좋아, 뭔지 모르지만 받아 주지.”

-감사합니다!

일제히 힘찬 함성이 울린다.

지부에서도 소란이 일자 통제하기 위 해서 나서려고 했지만, 일련의 과정이 보고되면서 손을 쓰기가 애매해졌다.

“감사한지는 이걸 받아 보고 결정해

야지.”

-9륜 개방, 지옥의 광염!

해가 지고 있는 시간, 기온이 낮아지 고 있었다.

지옥의 광염이 불타오르자, 삽시간에 공간이 후덥지근한 열기를 발산했다. 가공할 화염, 그것은 육체분만 아니라 영혼까지 불태우고도 남는다.

화르르르르!

열화가 솟구쳐 오르면 흉상을 그렸다. 다가오면 모조리 다 불태워 버리겠다는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

오빠의 심술이라고 욕해도 된다.

심술 맞으니까.

-……설마?

-……아니지!

-저거 헬파이어잖아.

-일합은커녕 다가가지도 못하겠어!

■죽어도 좋다며, 양보하마.

지옥의 광염, $급의 마물도 받아 내지 못하고 녹아 버렸다. 이 증에 상급의 유 니크가 있기는 해도, 받아 낼 엄두가 나 지 않는다. 딱 봐도 저거 맞으면 그대로 녹아서 황천길로 직행할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도전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 나.

휑, 휘이잉!

응집했던 사내들의 의기는 삽시간에 사라졌다.

정우는 광염을 회수하고, 지부로 들어 가서 자초지종을 파악했다. 사태 확인 은 어렵지 않았다. 다들 알고 있는 눈치 였다.

차선후가 그들을 대표해서 설명했다.

“그러니까 내 동생이 공개구혼을 했 다는 거야?”

“기자들이 양념을 친 것도 있지요.”

“망할 놈의 기레기들이 감히 내 동생 을 건드려.”

“어쩌시려고요?”

“벌을 받아야지. 그건 그렇다 치고, 수가 너무 많잖아.”

수연이 국민적으로 알려진 유명인도 아니고, 일면식도 없는 놈들까지 몰려 왔다. 요즘도 그런 식의 공개구혼이 먹 히는 세상인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 진 않았다.

“수연 양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이죠.”

“그래도 이건 좀 심하잖아.”

“안 심해요.”

이놈, 왜 이렇게 갑자기 단호박이 됐 어.

예상외로 진지하기까지.

“어째서?”

“수연 양만 해도 어디에 내놔도 빠지 지 않습니다만, 더 큰 메리트는 소대장 님의 동생이라는 겁니다.”

정우는 혀를 찼다.

과거나 현재나 변하지 않는 게 있었 다. 집안 배경이 좋으면 만사형통이라 는. 순수하지 않다고 욕할지는 몰라도, 결혼은 현실이다. 수연의 외모도 = 한 편이고, 배경이 월등히 좋으니 사내 들이 안달 나는 게 당연했다. 남녀불문, 배경이 곧 그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평가 기준이 된 각박한 세상이었다.

“무모한 도전이기는 해도, 이해는 되 네.”

“이해가 된다고요?”

“넌 아니냐.”

“사랑하는 사람하고 결혼을 해야 행 복하지 않을까요.”

“의외로 낭만적이구나.”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다 해서 탓하 지는 않는다.

정우는 옳고, 그름의 차이는 없다고 봤다. 사랑해서 결혼한다고 해서 행복 하고, 배경 때문에 결혼했다고 해서 불 행하다고 보지 않는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미래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 한다.

“자, 내 동생과 결혼하고 싶은 놈은 와라. 최선을 다해 주마. 너희들도 예외 는아니다.”

이왕지사 시작했다면, 보여 주면 된 다.

정의로운 마법사로 소문이 났지만, 동 생은 별개의 문제임을 새겨 줄 것이다. 그토록 원한다면 도전해도 된다.

단, 생사는 불문이다.

“……죽일 건가요?”

“그 정도 각오는 해야지, 인생을 거저 먹어서야 쓰나.”

웃고 있는 정우.

차선후와 대원들은 소름이 돋았다. 솔 깃한 마음도 약간 있었지만, 다른 이들 과 달리 정우의 성격을 그들은 알고 있 었다. 농담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늦은 시각.

예견된 초대를 받았다. 지부에서 은밀 하게 나와 접선 장소로 향했다. 검은색 세단이 대기하고 있었다. 시간은 통보 를 받았지만, 약속 장소는 비밀이었다.

세단의 뒷좌석에 앉은 정우는 눈을 붙였다. 내부는 물론 외부까지 차단막 이 설치되어, 볼 수가 없는 특수 제조한 세단이었다. 가기 전 눈가리개를 착용 했다. 특수한 눈가리개로 빛이 전혀 들 어오지 않으며, 투시까지 막았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깨워.”

“알겠습니다.”

세단에는 두 명의 사내가 타고 있었 다. 평범해 보이는 인상이지만, 유니크 7급으로 꽤 높았다. 육체의 단련도도 상당해서 가볍게 여기진 않았다.

‘7급의 유니크가 알려지지 않을 정도

라 이거지.’

그 점이 더 놀랍다.

상위 등급의 유니크는 혼자서도 일반 인은 꿈도 꾸기 어려운 액수의 돈을 만 진다. 그런 자들이 알려지지 않은 음지 에서 활동한다면, 과연 충성심으로만 포장할 수 있을까? 상식이 있다면 납득 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유니크 연합이 무문연합에 비해 부족 해 보이기는 하나, 단일 문파로 비교하 면 얘기가 달라진다. 숨겨진 능력자가 없다고 단정을 짓진 않았다. 오히려 없 다고 하는 게 더 이상했다.

30분.

목적지까지 오래 걸리진 않았다. 인천 지부를 감안하면 서울과 인천의 경계쯤 되었다. 예상대로 과거 케이브 오픈으 로 피해를 입었던 지역이었다. 은밀히 활동하는 데 이보다 적합한 장소는 찾 기 어렵다.

“다 왔습니다.”

“공장 기름 냄새가 나는 것도 같고, 아닌가?”

눈가리개가 소용없다는 사실에 두 사 내의 표정이 경직되었다. 가급적 위치 를 노출시키지 말라고 했었다. 신경을 썼고, 감각을 방해하는 기파를 보냈었 다. 그럼에도 알아내다니, 대마법사의 역량을 과소평가했다.

“따라오십시오.”

이 일대는 황량했다. 불빛이 들어오는 다른 지역과는 동떨어진, 인공위성으로 찍으면 남한과 북한처럼 대조되었다. 케이브 오픈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지 대 중에 하나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 준 다.

‘가상 케이브일 수도 있겠지.’

정리한 케이브를 활용해서 사람이 접

근하지 못하도록 수를 썼을 공산이 크 다.

정우는 두 사내를 따라 목적지에 당 도했다. 문이 열리는 미세한 기계음이 들리고, 안으로 들어선다. 불이 들어오 면서 긴 통로가 보였다.

“지하에 비밀기지라도 만들어 놨나, 이거 청와대 밑에 로봇이 있다는 소문 도 사실 아냐. 기간트라든지.”

두 사내는 훈련이 잘되어 있었다. 필 요한 말을 제외하면 말수를 극도로 제 한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많을 해서 정보를 노출시키지 않았다. 그렇다면 국가기 밀요원으로서의 훈련을 마쳤을 가능성이 크다.

“좋네.”

경치를 감상하듯, 감탄사를 연발하며 둘을 따라 들어갔다.

넓은 공간이 나왔다. 곳곳에 설치된 최신 설비가 눈에 들어왔다. 영화에서 특수공작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 비밀 아지트를 연상케 한다.

‘돈이 썩어 나는군.’

단순한 아지트로 보면 오산이었다. 정 밀한 설계를 통해 상당한 수준의 방어 력을 갖추었다. 특히 일정 수준 이상의 유니크가 꽤 있었다. 유니크 연합에서 여러 장비분만 아니라 인재까지 빼돌린 것이다.

정우가 들어선 회의실, 미리 와서 앉 아 있는 사람들의 면면이 보였다. 회의 실은 긴 탁자를 중심으로 의자가 가지 런히 놓여 있었다.

다만 의자의 수에 비해 인원은 3명에 불과했다.

두웅

정우가 자리에 앉자, 의자에서 빛의 입자가 모여들더니 홀로그램 영상이 완 성되었다. 그들의 면면은 꽤나 익숙했 다.

‘전임 국장과 현임 차장, 고문에 간부 들까지.’

12명의 인원.

면면의 경력이 화려했다. 전임과 현임 모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력 인사들이다. 유니크 연합의 연례행사 때마다 일장연설을 했었다. 국가와 국 민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조직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선언을 무색하게 만 들었다.

“다시 만나서 반갑네.”

“그 아비에 그 아들이군.”

“여기선 그 건방진 말투는 자제해야 하네.”

“난 남 비위 안 맞춰, 배알이 꼴리거 든.”

홀로그램이 아닌 자 중에 본부의 인 사과장 채남호가 있었다. 그가 반갑게 아는 체를 하지만, 정우는 시큰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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