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장
등급보류의 신(新)마물 (4)
후아앙!
엄청난 기운의 소용돌이가 결계를 마 구 두드렸다.
만약 결계 없이 저 엄청난 충돌의 여 파를 직접 받았다면 이 공간에서 살 수 있는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무시무시한 기파였다.
“그나마 잘됐다고 해야하나?”
“잘됐당께요, 해체했으면 꼼짝없이 죽 었을 겁니다!”
전투요원들은 식겁했는지 폭포수 같 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순간적이지만 전립선이 이상을 느껴 오줌보가 움찔움 찔했었다.
차 소령의 두 눈이 깊어졌다.
놀라고만 있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저 마물은 8급이 아닌, 9급일 공산이 컸 다. 회백색의 육신이 검게 변하면서 믿 지 못할 파워-업을 했다. 일반적인 상식 을 불허하는 경이로운 전투현장이었다.
‘저 나이에 9급이라고?’
차 소령은 기가 차서 말문이 막혔다.
말이 되어야 납득을 하지, 하 이병은 이십대 초반에 불과했다. 저 나이엔 불 가능해야 마땅하다. 일반적인 상리를 벗어났다. 그렇다는 건 8륜이 아닌 9륜, 절대마법사에 이미 올라섰다는 뜻이 된 다. 그야말로 국가의 경쟁력을 좌지우 지할 전략병기의 위치에 오른 것이다.
‘대통령께서 9급이라던데, 우연인가?’ 하 이병과 이 대통령의 인연이 적지 않았다.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뭔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마법과 무공, 딱 봐도 선이 나뉜다. 평생 무공만 판 이 대통령이 마법에도 능통하기를 바라긴 무리였다.
상념이 길었다.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 다행히 강 소 위가 주변을 빠른 시기에 차단해서 외 부에 알려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가만.”
그러고 보니 뭔가 잊고 있었다.
하 이병이 먼저 간다고 했을 때, 뒤를 맹렬히 쫓았던 녀석. 주목을 받고 싶어 안달이 난 놈, 기억이 나지 않았다.
“설마?”
아니겠지.
9륜을 개방한 정우의 마법은 권능에 근접했다. 언령이 곧 형태를 구현해 파 괴력을 자아냈다. 같은 수식의 마법이 라도 절대급의 마력이 개입하면 위력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지옥의 광염(狂炎)!
-신성의 빙격(氷擊)!
■대지의 천*e戰)!
마법도 속성을 가리지 않았다.
정우의 마법은 딱히 원소마법으로 한 정되지 않았다. 형태가 없다고 봐도 무 방하다. 윤정에게 받은 아토믹 컨트롤 과 리차드 교수에게 얻은 오피셜 컨트 롤을 융합하여 완성된 뉴에이지 컨트롤 의 장점이었다.
그야말로 새로운 영역에 도달했다.
불의 바다에 이어 혹한의 세례, 연달 아 허공을 치솟아 오르는 날카로운 대 지의 습격이 한 호홉이 채 가기도 전에 펼쳐졌다. 마법이란 영역의 신세계를 보여 주고 있었다.
-혹마투갑극의 멸절멸화.
-흑룡의 분노!
올칸의 전투도 일반적이지 않았다.
촉수를 쓰지 않고 직접 투기를 발산 하여 접근전을 펼쳤다. 마법이 접근전 에서 불리하단 사실을 파악했다. 혹마 투기를 극대화하여 화염과 빙격을 분쇄 한 후, 가속하여 거리를 뛰어넘었다.
두둥
정우의 제공권이 열렸다. 가속마법을 발휘하기에는 늦었다. 하는 수 없이 공 간 이동을 펼치려고 했다.
스왁!
타이밍이 또 늦었다.
정우의 육신이 사선, 수평, 수직으로 마구 갈렸다. 감추고 있던 촉수가 그제 야 모습을 드러냈다. 실상 사라진 게 아 니라 투명화를 이루었다.
그럼에도 올칸은 승리를 장담하지 못 했다.
환영?
배후가 열린다.
-9륜, 뇌신의 포효.
마법이라고 하여 항상 정해진 틀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정우는 금강문주의 뇌격을 마법으로 구현하여 완성했다. 물론 같다고 보면 오산이다. 발전이 없는 표절은 되놈들 이나 하는 짓, 모방을 통한 창조의 영역 이다.
쩌어어엉!
뇌격이 올칸의 등을 거세게 가격, 강 력한 뇌전이 육신을 파고들었다.
크윽!
신음 한번 내지르지 않은 올칸의 입 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이전까지와는 달랐다. 하물며 육신을 통제하는 거대 한 흐름이 있었다. 구현된 마법은 하나 가 아니다. 그 짧은 사이에 3개의 마법 이 준비되어 올칸의 정신을 흔들고, 육 신을 가두었다.
“이제 끝내지.”
뇌신과 광염의 융합, 마법속성을 결합 하자 전혀 다른 위력을 자아낸다.
단, 위력이 강한 만큼 시간이 약간 필 요했다. 절대레벨에 오르긴 했어도, 정 우의 진신은 무공이다. 10단의 현천공 을 배제했기에 완벽하다고 보긴 어렵 다.
-뇌신광염, 소멸!
궁극의 마법을 결정타로 선사해 주었 다.
쿠아아아앙!
정우의 손에 실린 뇌신광염이 올칸의 육신을 파쇄했다. 완전히 분해한 후, 불 태워 버릴 심산이었다.
푸스스스!
가루가 홀날렸다. 제아무리 대단해도 먼지가 되어 버리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것이 일방적인 생명체였다.
푸욱
승리를 확신하고 돌아선 정우의 가슴 에 촉수가 꽂혀 있다. 돌아선 공간, 흩 날리던 미세먼지보다 작은 알갱이들이 모여들더니 올칸이 되었다.
반전의 반전을 선사.
이쯤 됐으면 끝나야 하거늘, 올칸은 승리를 자축하지 못했다.
스 ggg|
가슴이 뚫린 정우가 연기처럼 사라졌 다. 이어서 곳곳에 정우가 형성되었다. 삽시간에 수백, 수천에 달하는 정우가 올칸을 포위했다.
“닌:, 지지 않는다!”
올칸의 촉수가 이전보다 더 빠른 속 도로 뻗어 나가 환영을 모조리 다 격살 해 버렸다. 놀랍게도 그럴수록 환영은 수를 늘려 갔다.
“결계가 쳐질 때부터 게임은 끝난 거
다.”
결계에는 정우의 의지가 깃들어 있었 다. 이 일대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가능했다. 그야말로 전지전능한 영역에 도달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따위 결계, 날 막을 수 없어!”
부술 순 있겠지.
한데, 어쩌나.
많이 늦어 버렸다.
멈칫, 추욱
올칸의 촉수가 나아가지 못한 채 끊 어진 실처럼 무너져 내렸다. 전력을 끄 집어내도 도통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제야 올칸은 본인의 상태를 파악했다. 내부에 파고든 정우의 권능 이 올칸의 의도를 막아섰다.
“……나에게 마력을 심었군.”
“자책하진 마라, 충분히 어려웠으니 까.”
올칸의 육신은 미세먼지보다 작은 알 갱이로 되어 있었다. 알갱이는 하나하 나의 의식을 지녔다. 그 의식이 모여 하 나가 될 때도 있고, 각자의 의지대로 움 직일 수도 있었다. 그러니 소멸시키려 고 해도 간단치가 않았다.
정우는 올칸의 배후에서 마법을 구현
했을 때 의지가 담긴 마력, 마인드컨트 롤을 사용했다. 물론 미세먼지보다 작 은 알갱이 전부를 쇠뇌하진 않았다. 굳 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전체가 아닌 일 부를 차곡차곡 쌓아, 삼분지 일이 되었 을 때 권능을 발휘한 것이다. 올칸으로 서는 부자연스럽게 변한 육체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컨트롤이 안될거다.”
“……이런다고 우릴 죽일 순 없다!”
“우리가 아니라 너지.”
u
미세먼지의 알갱이들이 조합을 이룬
완성체.
그 안에 증심을 잡고 있는 왕이 있었 다. 올칸은 단일체처럼 보여도, 전체라 고 해야 마땅했다. 이를 유기적으로 조 합하고, 운용하는 중심체가 있어야 한 다.
“금속은 다 치웠다.”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주변의 금속을 녹여 한쪽으로 모아 놓고 결계를 쳐 버 렸다. 올칸은 유기체가 아닌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금속이다. 권능인지 아 닌지는 모르지만, 어떤 금속이든 융합 할 수 있었다.
“확실히 미세먼지보다는 강해.”
정우가 다가가고 있음에도 을칸은 무 방비였다. 육신의 통제가 되지 않았다. 영악하게도 인간은 자신의 육신을 완전 히 장악하는 대신 통로가 되는 부분을 차단해 버렸다.
스윽!
코앞에 당도한 정우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올칸의 육체가 맥없이 뚫린다. 마치 손님을 응대하기 위해서 길을 터 준 둣.
“?…"안 돼!”
정우의 손안,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한 알갱이가 빛을 내었다. 살기 위해 발 버둥을 치지만 벗어나지 못할 공간에 갇혔다.
“이걸 어쩐다.”
그냥 부술까?
그러기에는 아깝다.
“항복!”
“네 말을 어떻게 믿어?”
“난 한 입으로 두말 안 한다.”
“개소리.”
“아니다, 진짜다.”
정우는 그 말을 순순히 믿지 않았다. 세 살배기 어린애도 아니고, 항복한다 고 무조건 살려 줄 만큼 호락호락하게 봤다면 오산이다. 하물며 통제력을 잃 지 않으려는 올칸의 꼼수가 눈에 보였 다.
“호박씨 까는 주제에 살려 달라고?”
“……난 유용합니다, 원하는 형태로 변화도 가능하고, 병기나 갑옷으로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나를 살려 주는 편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겁니다!”
이 새끼 말 많네!
여태 호박씨 제대로 까고, 묵직한 척 한 거잖아. 표리부동의 전형적인 태세 전환을 보여 주었다. 이길 것 같을 때는 온갖 센 척을 다 하더니, 막상 패가 다 까발려지니 살고 싶어 안달이었다. 금 속 생명체 주제에 이렇게도 살고 싶어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더더욱 믿을수 없지.”
단 유용성에 관해서는 인정해야 했다. 그 점을 높이 평가해서 현천공과 마법 을 융화, 마인드컨트롤을 극한으로 끌 어올렸다.
“?안 돼!”
“저항하면 고달플걸.”
정우는 이번 기회에 전생을 업그레이 드하기로 결정했다. 금속과 융화하는 올칸의 성질이면, 전생의 짝으로서 유 용할 것이다.
흡수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무리는 깔끔하게.
‘아!’
뭔가 잊고 있었다.
끝나고 나서야 기억이 났다.
‘호오.’
결계의 구석.
보이지도 않는 가장자리에 누군가가 웅크리고 있었다. 정우가 다가서자 긴 장이 풀렸는지, 속절없이 널브러져 버 리고 말았다.
“살아 있었네.”
차선후는 정우보다 앞서서 능력을 선 보이려고 했었다. 그러나 따라가기도 바빴다. 간신히 도착했을 때, 마침 정우 가 펼친 결계의 충격파에 튕겨져 나가 쭈구리가 되고 말았다. 그걸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살기 위해서 신성을 극한 으로 쥐어짜 내야 했다.
“너…… 대체 뭐야?”
“어쩐다, 너무 많은걸 알아버렸어.”
“……날 죽이려고?”
“살인멸구가 손쉽긴 하지.”
“살려 줘!”
“쫄았냐?”
당연 쫄지, 그 무지막지한 광경에 쫄 지 않을 인간이 존재할까? 하물며 이대 로 죽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살아 갈 나날이 아깝다. 세상의 관심을 제대 로 받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죽긴 싫었 다.
“뻥인데.”
“뭐?”
“내가 살인마도 아니고, 엄한 사람을 죽이긴 왜 죽여.”
“?…”정말?”
“농담이라고 해 줄까?”
“아냐!”
정우는 차선후를 인정해 주었다.
운이 좋았던 측면도 있었지만, 신성의 방어력을 입증했다. 9급 마물과의 격돌 에서 살아남은 바퀴벌레보다 질긴 생명 력은 놀라웠다. 방어력 하나는 아주 탐 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