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61화 (461/500)

제 3장

등급보류의 신(新)마물 (3)

벗어날 수 없다.

이 마물은 이제까지 등장하지 않았던 전혀 다른 종이었다. 또한 등급조차 구 별이 되지 않았다. 5급의 전투요원을 단 몇 수로 조각내 버리는 전투력을 감안 하면 최소 등급이 7급이었다.

꽈아아앙

가공할 화염이 폭발했다.

강호성과 요원들은 후방으로 밀려나 가 버렸다. 바닥을 볼품없이 나뒹굴었 지만, 그들은 탓하지 않았다. 어찌 되었 든 살아 있었다. 마물의 영향력에서 벗 어난 것이다.

“……어떻게?”

의문은 곧 풀렸다.

어느새 결계가 쳐졌고, 거구의 사내가 서 있었다.

그를 확인한 강호성과 요원들을 안도

의 한숨을 쉬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요즘 숱한 화제를 몰고 다니고 있는 유 니크 연합의 신성, 화염의 마도사 하정 우 이병이었다.

소위가 돼서 이병을 보고 안도하는 장면이 이상할지 모르지만, 생명의 은 인이란 감투는 시기와 질투심마저 가분 히 억눌렀다.

홈.

등급 게이지가 표시하지 않는다. 이마 저도 무작위일까? 달리 보면 등급 게이 지의 한계치를 넘었을 수도 있었다. 일 전의 9급 케이브보다 상위등급이라면 가설은 성립된다. 현재까지 나온 등급 평가 시스템이 상향된 케이브를 따라가 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어쩌면 유니 크 연합에서 지원되는 등급 게이지가 업그레이드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무한루팅에 OS업그레이드를 해주지 않 는 핸드폰처럼.

“광염포에도 멀쩡하네.”

구현된 마법은 어마어마한 화력을 과 시했지만, 알루미늄캔을 친 듯 느낌이 별로 없었다. 그걸 증명하듯, 마물의 찌 그러졌던 부분이 펴졌다. 사실 펴졌다 기보다는 원래대로 돌아갔다고 봐야 무 방했다.

스윽!

마물이 정우를 돌아봤다. 좀 전과 달 리 표정이 묘하다. 마치 계산된 범위를 벗어났다는 기묘함을 담는다.

“대화가 가능한 놈이군.”

마물의 지성이 높아지기는 했어도, 사 념으로 각인된 의식을 넘어서지 않았다. 반면에 눈앞의 마물은 이 세상의 언어 가 아닐지는 몰라도 언어를 사용한다.

번역기를 돌리듯, 마법을 발현.

-통역 (외계어一한국어).

소통은 바라는 바다.

마물의 실체에 다가선다면 그것 역시 도 소득이었다.

“흥미롭다, 넌 강하다.”

“전투력을 가늠할 줄아는군.”

“난 을칸, 이 세상을 지울 위대한 존 재다.”

“어째서지?”

“내 세상을 위해서다.”

전에도 이런 말을 한 마물이 있었다. 절대 사라지지 않겠다고, 발버둥을 쳤 었다. 그러고 보면 시간을 두고 전 세계 에 비슷한 형태의 마물이 동시다발적으 로 나타나곤 했다. 그리고 점차 마물의 등급이 높아진다. 인간의 전투력이 상 향된 만큼, 시험을 하듯 마물도 강해졌 다. 그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확인 하게 했다.

‘생존게임 같네.’

누군가의 시험, 지성체가 아닌 마물은 어쩌면 튜토리얼 모드였을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시험무대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설은 가설일 분, 마물이 하 는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진 않는다. 거 짓은 간혹 본인마저 속일 때가 있었다.

무엇보다.

‘기분 나브잖아.’

어떤 존재인지 몰라도, 감히 나를 시 험해.

그 무모함에 박수를 쳐 주마.

정우는 올칸을 좀 더 가늠하려고 했 지만, 더 이상의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 았다. 벙어리나 마찬가지였던 마물 중 에서도 대화만 가능했을 뿐, 하는 짓은 이하동문이었다.

‘알 필요는 없겠지.’

지성체가 되든, 더 강한 등급이든.

목적은 같았다.

마물은 마물일 분, 인간과의 공조는 불가능했다. 오히려 단순명료해서 알아 볼 필요도 없다. 사실 더 알고 있을 거 란 기대도 하지 않는다.

스U스스우수 I

1 r I r I ?'니『!

마물은 육체변형이 자유로웠다. 또한 물리적인 법칙을 벗어났다. 거리의 구 애를 두지 않는 데다가 질량의 변화마 저 자유자재다. 하나의 개체인지도 의 심스럽다. 마치 육신 전체가 오감을 초 월한 역할을 한다.

휘릭!

공간이 뚫린다.

가속마법을 시전한 정우를 빠른 속도 로 따라잡고 있었다. 끝은 창과 같이 날 카롭고, 동선은 부드러운 천처럼 곡선 과 직선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촉수처 럼 뻗어 나와 다양한 궤적을 그린다. 그 러면서도 촉수는 계산적으로 공간을 차 단한다. 마치 회피할 동선을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파아아앙!

정우의 방향을 예측한 촉수가 방어막 을 두드렸다. 격렬한 파공성이 울리며 결계 전체를 흔들어 놓았다.

이어진 날카로운 촉수는 예상을 상회

했다.

스왁!

견고했던 정우의 2중첩의 방어막을 갈라내 버렸다. 처음의 공격보다 그다 음의 공격이 더 강했다. 그 짧은 시간 방어막의 방어력을 계산해서 그보다 강 력한 수를 썼다.

‘습득이 빨라.’

효율적인 궤적.

방어막에 소모된 마력이 7륜에 이르 렀고, 만약을 대비해서 중첩시켰다. 그 런데도 속도를 따라잡고, 방어막을 단 숨에 잘라 버렸다.

-8륜 개방.

하나의 마법이 아닌 가속, 방어, 환영 을 한꺼번에 운용했다. 동시에 지옥의 광염을 연속적으로 발출했다.

아까보다 마력을 집중시켜 관통력을 배가시켰다.

슈슈슈슝,화르르르!

전후 사방으로 속도를 내자, 촉수의 공격속도와 숫자가 증가했다. 마치 무 한으로 늘어나듯 머리카락처럼 얇가진 촉수가 공간 전체를 꿰뚫었다.

퍼퍼퍼펑!

방어막과 부딪치며 폭발했다.

‘물리적인 타격분만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 마력계열의 공격도 가능하단 말이 지.’

전투센스가 놀랍도록 기민했다.

일반적인 마물의 단순한 패턴과 달리 전투상황에 따른 공수가 능수능란하다. 특히 마지막까지 본인의 장기를 드러내 지 않아, 방심까지 유도했다. 물리적인 공격 이외에도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 다.

푸아아앙!

마법사의 전투답지 않게 속도가 상당 했다. 눈으로 쫓는 단계는 벗어났다. 강 화마법과 가속마법을 운용하여 속도 대 결에서 밀리지 않았다. 촉수의 궤적을 계산하여 밀어내며, 빈틈을 만들었을 때 마법을 가했다.

-지옥의 광염, 폭우(暴雨).

백색의 빛이 장마 때의 빗방울처럼 쏟아져 내린다. 손가락 마디보다 작은 구슬 같은 광염이 촉수에 둘러싸인 올 칸을 노렸다.

푸0}아아앙!

이전과 같은 지옥의 광염이라고 해도 8륜의 마력이 담겼다. 1단계의 차이라 고 본다면 오산이다. 결계가 펼쳐지지 않았다면 주안역 광장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고도 남을 강렬한 화력이었 다.

-마법연계, 염라지옥!

하나가 아닌 멀티, 연계하여 마법을 궁극에 이르도록 했다. 한 번 터지고 끝 나지 않았다. 초고열의 화염이 지속적 으로 폭발하여 온도를 상승시킨다. 결 계 안의 온도가 급상승하여 수증기가 발생했다.

:之 O O O O j

건물과 대지는 물처럼 녹아내린다.

후아앙

강력한 화염풍이 휩쓸고 나간 공간은 폐허보다 더한 잔혹함이 남겨진다.

정우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 다.

“강기막을 형성했군.”

올칸의 촉수가 수도 없이 궤적을 그 리자, 은백색의 막이 형성되어 정우의 대화염 마법을 막아냈다. 보통은 흔적 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려야 마땅하 거늘, 9급의 마물임을 증명했다. 일반적 인 수법은커녕, 비슷한 수준의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투득!

파상공세를 막아 낸 올칸의 얼굴이 무섭게 변해 있었다.

이전까지 없었던 표정이 생겨났다. 마 치 생사대적을 마주한 듯 살의가 끓어 오른다. 막아 내기는 했어도, 공격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았다. 육신을 뒤 덮고 있는 자체방어막이 타격을 입었다. 조금이라도 공격이 강했다면 서 있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강해, 반드시 죽이겠다.”

幻]음가짐은 훌륭하나, 그걸론 안 될 거다.”

“알아.”

“그런데 날 죽이겠다고?”

“그래.”

단순한 호기나 오기와는 다르다. 기존 의 마물과 달리 올칸은 타고난 전투센 스를 바탕으로 전투력을 효과적으로 운 용했다.

두드드드!

정우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광경이 벌 어졌다.

을칸의 육체가 변화를 하더니 새로운 형태로 바뀌었다. 마치 날갯짓을 하기 위해 변태를 마친 번데기와 같이 순식 간에 갑옷의 형태로 육신을 변화시켰다.

회백색이었던 표면이 무광의 검은색을 띠었다.

“혹마투갑을 연 이상, 넌 살수 없다.”

“말만 번지르르한 건 아닌가 보군.”

겉모양만 변하지 않았다. 외부로 발현 되는 기운은 똑같으나, 내재된 잠재력 이 조금 전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통 상 잠재력은 내재된 힘으로 실전에는 쓰지 못한다. 반면에 올칸은 잠재력을 원하는 때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우우응!

그 증거로 올칸이 의지를 일으키자

일대가 잠식당한다. 그가 원하지 않으 면 그 어떤 존재도 서 있을 수 없도록 강요했다.

씨익!

정우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이거 재밌네.”

보통은 아닐 거라 봤지만, 이 정도로 대단한 녀석일 줄은 몰랐다. 이제는 마 물로 취급하지 않았다. 한 명의 대적자 로 대해 주었다.

“전력을 드러내라, 아니면 죽는다.”

“거기까지 알아본 거냐.”

기존의 마물이 본인의 강함만 믿고

설쳤던 걸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차이다. 일전의 칼날 사마귀완 차원이 다르다.

‘문주님이 아시면 청와대에서 뛰쳐나 오겠는걸.’

어찌 되었든 위험 등급 이상의 마물 이다. 진의를 드러내야 했다. 케이브 등 급이 얼마나 올라갔는지를 시험하는 무 대가 될것이다.

스윽!

정우의 눈빛이 바뀌자, 올칸의 잠식된 기운이 흔들린다.

움찔!

을칸도 느꼈다.

이전과 다르다는 것을.

구사일생.

강호성과 살아남은 20명의 대원들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조 금이라도 늦었으면 주검이 된 결계사와 다르지 않은 처지가 되었을 것이다. 그 만큼 마물의 전투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정확한 등급을 알 수 없지만, 최소한 7 급 이상이다.

“그렇더라도 저럴 수가 있는 건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강호성은 두 눈을 믿지 못했다. 화염

의 마도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유니크 중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이를 초월한 능력자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이토록 무지막지한 대 결은 상상도 못했다.

“8륜의 마법사는 다 이러냐?”

“그럴 리가요!”

대원들이 고개를 격하게 저었다.

서양과 달리 동양이 마법을 도외시하 고 수준이 낮기는 해도, 결계 안에서 초 월적인 능력을 선보이는 마법사는 서양 에서도 드물 거다. 저런 괴물 같은 마법 사들이 득실거리면 벌써 세계를 지배했 어야 했다.

“저 녀석이 강한 거지?”

“딱 봐도 음청! 강하당께요!”

흥분했더니 안하던 사투리까지 튀어 나왔다.

강호성과 대원들은 온전히 감탄만 할 순 없었다. 함께 일했던 동료가 죽었다. 한숨이 나오는 처참한 현실이다. 시신 이라도 온전히 회수하고 싶으나, 결계 가 가로막고 있었다.

그렇다고 결계를 해제하랄 수도 없다.

해제하는 즉시 저 엄청난 대결의 여 파가 이 일대를 송두리째 날려 버릴 것 이다. 현재까지 입은 피해는 아무것도 아닌 조족지혈이었다. 타이밍이 조금 더 빨랐으면 금상첨화였겠지만, 마법사 의 발 빠른 대처에 이나마 온전할 수 있 었다.

“넋 놓지 말고 주변을 차단해.”

“예,강소위님.”

죽은 동료에 대한 안타까움보다 피해 확산을 방지해야 했다. 그래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었다.

다행히 전투요원이 도착했다.

“어떻게 됐나?”

“하 이병이 마물을 상대하고 있습니

다.”

“미물 등급은?”

“등급이 나오지 않은 걸로 봐서, 최소 8급 이상일 가능성이 큽니다.”

현장 전투를 지휘하는 인물은 차인철 소령이다.

소위에서 시작해 수년 만에 소령으로 진급한 케이스로 엘리트다. 정우에 대 한 주변의 관심이 크기에 능력 있는 인 물을 배치한 것이다.

“……엄청나군!”

차 소령은 결계 안에서 격전을 벌이 고 있는 하 이병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도 유니크 연합에 몇 없는 최상위 의 유니크지만, 저런 전투는 처음 보았 다. 일견 무식해 보이는, 그야말로 파워 게임과 같았다. 그러나 언뜻언뜻 비쳐 지는 흐름은 정교한 합을 맞춰 놓은 듯 짜임새가 있었다.

“혼자 싸우게 할 순 없지.”

마냥 지켜보고 있진 않았다. 이등병만 달랑 들여보내 놓고, 손 놓고 있었다는 소문이 번지는 날엔 유니크 연합은 두 고두고 씹힐 안줏거리를 제공한 셈이 된다. 설령 하 이병이 이제까지 존재하 지 않았던 절대급 유니크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차 소령은 이병에게 전적으로 모든 걸 맡겨 둘 만큼 무책임하진 않았다. 한 편으로 먼저 가겠다고 했을 때, 말리지 못했다는 자책이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다행이나.

“뚫을수가없습니다.”

“어째서?”

“저희들이 개입할 영역이 아닙니다.”

“너희들로도 안 되는 거였어?”

“7급이라도 무립니다.”

결계사의 급이 높으면 효과적이지만, 부족한 영역은 속성융합으로 해결했다.

10명의 6급 결계사면 어떤 결계든 파고 들 수 있었다. 한데 못하겠다고 앓는 소 리를 한다. 시도해 볼 여지조차 주지 않 는다는 뜻이다.

“힘으로라…… 첩!”

마물과 하 이병의 전투가 또다시 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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