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59화 (459/500)

제 3장

등급보류의 신(新)마물 (1)

-진짜로 하네.

-사기꾼들 클 났다.

-이제 군대 얘긴 못 하겠다, 군부심이 내 유일한 낙인데.

-이제야말로 진정한 양성평등의 시작

인 거지, 난 지지한다.

-법 잘 지켜라, 20년이다!

-이건 인권탄압이라고, 독재야!

청와대로 출근한 이호극.

출세했다.

이제 대통령이다.

제1공약으로 내세운 법률의 강화를 실행했다. 사회적으로 만연한 이해하기 어려웠던 판결을 순리대로 돌리겠다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걸 강조했 다. 법이 기득권의 대변인이 아닌 만인 에게 평등하며, 가해자를 두둔하지 않 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법률 확립과 강화는 일사천리로 가결 되었다.

금강무적당의 의석수가 과반이 넘기 에 이호극이 건의하면 그대로 통과된다. 물론 사법권의 독립을 주장하는 사법부 가 불만을 표했지만,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야 제대로 돌아가는구나.

-그래, 이래야지. 법이 개 같으니까 사람들이 안 지키는 거라고!

-우리는 애를 낳잖아, 군대를 왜 가?

-누가 군대 가래, 병역비를 내라는 거 잖아.

-애 낳고 싶어도 못 낳으면 어쩔 건 데?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은, 여성차 별이 여전히 만연한 거 안 보여!

-다들 지킬 건 지키면서 권리를 주장 하자고!

-지금이 선진국으로 갈 절호의 기회 같다.

여론과 SNS에서는 갑론을박이 격하 게 일어났다.

특히 군대라는 예민한 사안을 건드리

자, 남녀가 반으로 갈리면서 분쟁의 빌 미를 제공했다. 여자로서 하지 않아도 되었던 병역비나 사회봉사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여성단체에서 들고일어났다 .

사회적 약자인 여자의 권리를 존중해 야 한다고 외쳤다. 우리나라에서 여자 로서의 삶이 무척이나 힘들고 위험하다 는, 사회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으니 병 역의 의무에서 배제되는 것이 당연하다 고 했다. 무엇보다 출산으로 인한 고통 과 경력단절, 임금차별에 대한 보완이 선결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시작부터 골치 아프네.”

“예상했던 일이잖아요. 조용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죠.”

다들 알고는 있을 거다. 법이 평등하 게 적용되고, 양성평등이 확립되는 방 향이 옳다는 것을. 그러나 하지 않아도 되었던 걸 하게 되었을 때의 반발은 인 간의 당연한 본능이다.

모두의 이해관계를 만족시키는 방안 이 되면 좋겠으나, 어떤 정책을 펼쳐도 반대는 있기 마련이다. 정책은 타협과 협상도 중요하지만, 해야 할 때는 과감 해야 했다.

“이런데 노점상까지 건들자는 거냐?”

“세금 내고 장사하는 분들의 권익을 보호해야죠. 그들도 엄밀히 따져 보면 우리가 아는 서민입니다.”

“맞는 말이긴 한데, 가만있겠냐. 무작 정 달려들면 쳐 낼 수나 있지, 죽겠다고 누워 버리면 그땐 답 없잖아.”

노점상 철거는 예전부터 해 왔다.

적극적으로 시행하지 못했던 원인은 워낙에 강력한 반발 때문이다. 밥그릇 이 달렸으니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목 숨을 걸고 투쟁해 왔다. 그러다가 사고 라도 나면, 정책을 시행한 책임자에게 질책이 향한다. 강압적인 철거가 옳다 고 볼 순 없어도, 불법을 관행처럼 봐주 다가는 한도 끝도 없었다. 그럼 세금을 내며 장사하는 일반 서민이 피해를 보 게 된다.

“하나씩 숨좀돌리며 하자.”

“초반에 승부를 봐야 해요, 시간이 많 지 않습니다.”

강성노조는 합법적인 절차 안에서 신 중히 정리할 예정이었다.

정부 주도의 압력이 들어가면 노조 탄압이라는 주장이 나올 것이다. 실상 노조는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지나친 강 성노조는 여러모로 사회적인 반발을 사 고 있었다. 중소 하청 노동자나 비정규 직도 노조에 가담시켜 모두에게 합당한 대우를 받도록 노력한다면 모르겠지만, 대기업 위주의 정규직에 한해 필요 이 상으로 과도한 요구를 한다면 제재가 있어야 한다. 일례로 노동조합 내의 뒷 거래가 있는지를 확인해 볼 요량이다.

“노동자들이 들고일어나면 어쩔 거 야?”

“핵심 인물들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 졌습니다.”

“사업가를 위한 정책 같은데.”

“벵땅 못 치게 하면 납득할 겁니다. 기업이 어려울 때 나 몰라라 한다면 결 국 모두에게 손해가 갑니다. 그리 따질 거면 기업이 이익을 냈을 때 성과급을 달라고 해선 안 됐습니다. 손해와 이익 을 공조해야 올바른 구도가 이루어진다 고 봅니다.”

입장에 따라서 정부가 기업가의 편에 섰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사전에 공금 횡령과 부당이득에 대한 법률을 강화한 것이다. 세법으로 빠져나갈 변수를 차 단해 기업가와 노동자의 올바른 방향을 지향했다.

“벌써부터 야단법석인데, 나를 욕받이 로 쓰려는 게냐.”

“문주님이 욕 좀 먹는다고 물러설 분 이신가요. 그리고 하나 더, 정책을 실현 하려면 윗물이 맑아야 합니다.”

시작은 많이 폼이 났다. 사내로 태어 나 한 나라의 수장이 되어 보는 것도 나 브지 않다고 생각만 했었다. 한데 정우 는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 버렸다. 지금 도 대통령이 됐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 다.

“대통령 괜히 한 거 같다.”

“평양 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라고 했으니, 결정은 대통령의 손에 달렸습 니다.”

“안 말려?”

“예.”

“이제 와 그만두면 내 입장이 뭐가 돼.”

“그거야 문주님이 알아서 하실 일이 죠.”

“너 호칭 통일 안 할래!”

“자꾸 그만둘까, 말까 그러니까 그러 죠!”

법률 강화는 위아래의 구분이 없어야

한다.

누군 봐주고 누군 벌주는 불평등한 상황을 만들어선 안 된다. 또한 예민한 사안일수록 법체계를 공고히 해서 투명 성과 공정성이 보장되어야 했다. 무조 건적인 노조탄압은 지양^야 하며, 합 리적인 의사결정이 되도록 수정과 보완 은필수다.

“이왕 할 거 낡은 것들 다 쳐내 버리 자.”

“유후! 그러실 줄 알았어요.”

“욕하고 싶으면 하라지.”

“오래 살고 좋죠.”

여론의 악화와 지지율의 하락을 무서 워해 정작 해야 할 과업을 수행하지 못 한다면, 과연 올바른 일이라 할 수 있을 까.

이호극은 남의 시선을 두려워해 본 적이 없었다. 고작 그런 걸로 돌아서면 쪽팔린다.

정우도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보진 않는다.

정책 실행의 시행착오는 필연이다. 그 러한 착오를 어떤 식으로 효과적으로 발 빠르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했다. 지 금 당장의 인기보다 우리나라의 수백 년 대계를 위한다면 썩은 환부를 도려 낼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것이 한 나라의 수장이 해야 할 사명이다.

“유니크 연합은 어쩌려는 게냐?”

“비리를 척결하는 김에 처리하려고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감투가 필요해요.”

“상 달라고?”

“대통령 표창이면 더 좋고요.”

“그래서 평소 하지도 않는, 그 난리를 치고 있는 거였어?”

“절차를 무시할 성과가 필요하거든 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었다.

내 인맥이 이처럼 대단하니, 알아서 행동 똑바로 하라는. 눈 밖에 난 자들일 수록 초조해질 수밖에 없을 거다. 그 빈 틈을 노릴 예정이다. 지금은 조사를 한 다 해도, 간단치가 않았다. 한번 당해 봤으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나저나 청와대 좋네요. 침대도 세 개씩이나 있고, 변기도 최신식이네요.”

“전임이 쓰던 건데, 버리기도 아깝고 그냥 놔뒀다. 내가 여기서 잘 것도 아니 고.”

고가의 침대와 가구가 떡하니 자리하 고 있었다. 혼자 쓰기보다는, 주변을 꽤 나 배려한흔적들이 많다.

아니면 말고.

“여기 국수가 끝내준다, 먹고 갈래?”

“아까 요리사 표정을 보니, 죽을 맛이 던데요.”

“ 엄살은?”

엄살일까?

간식으로 내온 국수그릇이 150개나 되었다. 앉은자리에서 호로록! 해 버린 것이다. 이호극이 청와대에서 먹어 치 우는 한 달 식비가 상당했다. 국가예산 으로 처리되기에 거리끼지 않고 식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국수라서 망정이지, 고가의 한정식이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후일 예산 편성할 때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반대여론을 조성하려는 자들이 식비를 빌미로 내세우면 코미디 같지만, 액수를 보면 마냥 웃지 못할 수도 있다.

“조만간 일본이 정상회담을 하자고 할 거예요.”

“그런데?”

서로 간에 껄끄러운 관계이면서도, 정 치경제적으로 연결성이 높았다. 한일 정상회담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각자 국민의 눈치를 보며 해야 할 말만 지껄이다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물 론 공론화되었을 때나 그렇다. 비공개 일 때는 자기 이익을 위해서 졸속 처리 도 한다. 그래서 국민들이 들고일어났 었다.

“과거사를 청산해야죠.”

“그놈들이 들어는 준대냐?”

과거사에 대한 양국의 이해관계는 물 과 기름처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 과를 하고 보상해라, 이미 했고 보상했 다. 과거 정권에서 작은 이득에 취해, 일본과의 협상을 제대로 하지 않아 빌 미를 준 꼴이다.

“이번에도 들어주지 않으면 꽤나 시 끄러울 거예요.”

“지난번에 끝장낸 거 아니었어?”

“끝을 왜 내요.”

“그럼 뭐 하러 간 거야‘?”

“약 치러 갔죠.”

“독약도 약이냐.”

“쓰기에 따라서 다르죠.”

정우는 해결하고 오지 않았다. 오히려 불씨에 기름을 부어 놓았다.

일본을 지배하고 있는 12개의 가문이 일치단결한다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어 가겠지만. 네즈미가는 정우의 입김 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사이비 신 성을 지닌 신녀가 전폭적인 신뢰를 보 내고 있으니, 조금만 건드리면 알아서 터져 줄 것이다.

네즈미가 독단으로 과거에 대한 바른 인식과 사죄, 진정성 있는 보상을 하자 고 주장한다면? 남은 11개의 가문이 ‘우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순순히 받 아들이겠는가.

“가는 곳마다 분란을 잘도 일으키는 구나.”

“죄를 뉘우치고, 정당한 보상을 한다 면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 다.”

정우는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뿐이다.

딴죽은 환영.

얼마든지 받아 줄 준비가 되어 있었 다. 솔직히 얌전히 받아들이면 정우로 선 굉장히 곤란하다. 그런 일은 예상을 못 했기에 심적 타격이 클 수 있었다.

“쓰나미에 원자력이 다 터져도 일어 나지 않을 거다.”

“물 흐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순리대 로 풀어갈 거예요.”

“음흉하게 웃으면서 초탈한 척하지

마라.”

흉계를 꾸미는 전형적인 악당의 얼굴 을 하고 있었다. 그런 주제에 공명정대 한 세상을 바란다고 떠들면 과연 신뢰 가 갈까? 그러나 알면서도 빠져나가기 가 어렵다. 명백한 잘못을 했지만, 오랜 시간 거짓으로 일관했으니 하루아침에 바뀌기란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모든 걸 부정해야 한다.

‘내가 나쁜거아니잖아.’

그럼 된 거다.

정우의 결계 보조로서의 역할은 능력

의 낭비라는 주장이 돌았다. 반론도 있 었다. 군인을 위험한 현장에 전투요원 으로 투입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국가에 대한 헌신은 군인으로서 당 연한 의무입니다.

정우는 지극히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 았다.

말 몇 마디지만 이기적인 세태가 만 연한 요즘 같은 시대에 귀감이 되었다. 근래에 벌어졌던 무문과 길드의 파벌 싸움으로 국민들의 시선이 불편했다. 그러한 부정적 시각을 해소하는 데 일 조했으며, 상당한 파급력을 이끌어 냈 다.

현장 전투요원에 배치된 정우는 이전 보다 더 자유로웠다.

위험한 현장에 투입되는 만큼 혜택을 주었다. 목숨 걸고 일하는데 딴따라와 같은 대접을 받는다면 그것도 불공정한 대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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