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57화 (457/500)

제 2장

진정한 강자는 개미의 도발

에도 방심하지 않는다 (4)

신성결계는 마물과 극 상성을 띠기에 자신이 있었다. 소닉 플라이가 광범위 하게 퍼지기 전에 막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속성 개방.

-신성결계, 신의 가호!

횡금색 휘광이 차선후의 육신에서 물 결처럼 번지며 그물망을 형성한다. 가 로세로 20미터에 달하는 케이브의 입구 가 황금색 휘광으로 겹겹이 뒤덮였다.

만약을 위해서 신성을 증폭시켰다. 극 대화된 신성이 철벽을 이룬다. 마냥 잘 난 체만 한 게 아니라, 상당한 실력을 갖추었다. 신성을 이용한 의지의 구현 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예를 들면 내공을 검형으로 완성하는 경지는 되어야 한 다.

휘이이잉!

퍼덕거리는 날개의 소름 돋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입구로 소닉 플라이가 맹 렬히 질주해 온다. 인간의 냄새를 맡은 소닉 플라이는 광기에 휩싸여 있었다. 신성결계가 쳐진 입구를 봤음에도 주저 하지 않았다.

소닉 플라이는 군집성이 강했다. 그들 의 뇌는 마치 하나의 관으로 연결된 듯, 영성이 일치되어 있었다. 하나의 객체 지만, 전체라고 해야 마땅했다.

스와아악!

신성결계와 부딪친 소닉 플라이가 녹

아내린다. 결계의 견고함을 여실히 증 명하고 있었다. 6급이지만, 마물에게는 그 이상의 효력이 있었다.

“잘한다, 차 이병!”

“그치, 실력은 있구나!”

“난 널 믿었다!”

병장들의 응원에 차선후는 기분이 좋 아졌다. 이제야 제대로 굴러가고 있었 다. 한편으로 묘하게 쳐다보고 있는 정 우가 거슬렸다.

‘그런다고 달라질 것 같아!’

차선후는 신성을 쏟아 내며 결계를 견고히 했다. 소닉 플라이가 6급 마물 이기는 해도, 신성결계를 뚫을 순 없었 다.

-죽어라, 소멸하라!

그때.

차선후의 뇌리를 파고들어 오는 강력 한 사념이 있었다. 죽어가는 소닉 플라 이의 광기에 들어찬 살의가 여과 없이 투영되었다. 하물며 케이브에선 소닉 플라이가 끊임없이 진격했다. 속도를 가속시킨 소닉 플라이는 예리한 창이 되어 결계에 처박혔다. 죽음을 알면서 도 도외시한, 자폭공격이었다.

푸아아앙!

연이은 거친 공세에 결계가 출렁거린 다.

‘잘하네.’

정우는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며 칠 전부터 조급해하는 차선후를 봤다. 그 간절함을 받아들여 판을 깔아 줬다. 이제부터 원하는 만큼 날뛰면 된다. 시 간은 얼마든지 있었다. 이럴 줄 알고 준 비를 해 놨다.

“확실히 신성은 대단하네요.”

“잘난 체만 하는 녀석은 아냐, 능력은

있어.”

한데, 휘광이 옅어지네요.”

“에이, 설마... 진짜네!”

차선후의 신성이 혼들리고 있었다.

파고드는 마물의 사념에 포함된 살의 가 일반적이지 않았다. 살기 위한 최후 의 발악처럼 처절했다. 맹수도 아닌 마 물의 포효는 겪어 보지 못한 공포를 각 인시켰다.

설상가상으로 소닉 플라이의 개체수 가 평상시보다 훨씬 많았다. 끝도 없이 입구로 몰려들어 질리게 만들었다. 마 치 좀비 떼가 인간을 보고 달려드는 것 처럼, 쉴 새 없이 부딪친다.

‘언제 끝나는 거야?’

시간이 흐를수록 차선후는 초조해졌 다.

차츰 유니크 연합의 전투요원이 오기 를 바라야 했다. 한순간이라도 혼들리 면 결계가 무너질 테고, 소닉 플라이의 한 끼 식사로 전락한다. 그러자 처음으 로 죽음의 공포가 뇌리를 스쳤다.

부르르!

고려하지 않은 죽음의 공포가 확산되 어 갔다.

다행히 차선후의 속성은 신성이다. 믿

음을 기반으로 한 신성은 공포를 억제 시킨다. 아드레날린을 연속으로 처맞은 것처럼, 두려움을 불식시켰다.

그와는 별개로 결계는 거센 파도에 밀리듯, 거칠게 출렁거렸다.

-죽어라, 소멸하라!

강력한 사념은 점점 더 증폭하여 확 장되었다.

주변의 병사들까지 영향을 받아 공포 가 육신을 잡아챈다. 결계가 부서지면 자신들도 광파리의 먹이로 전락하게 된 다. 마물에게 생채로 잡아먹힐 수도 있 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분위기가 얼추 무르익어 갔다.

“제 주변으로 오세요.”

정우는 의지를 일으켜 공간을 통제했 다.

조율된 영역으로 들어온 대원들은 공 포에서 가뿐히 벗어났다. 마치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 완벽한 밀폐공간에 들어선 기분이다. 씻은 듯이 사라진 공 포에 어이가 없는 표정들이다. 이래도 되나 싶었다. 입구를 막기 위해 안간힘 을 쓰는 차선후가 불쌍해 보였다.

“결계를 친 거야?”

“언제?”

“지금요.”

“이렇게 쉽게?”

“별거 아닙니다.”

결계를 치는 일이 쉬웠으면 벌써 끝 냈을 거다. 그러 대충 친 결계일까? 또 그렇지는 않았다. 결계는 사념파를 막 아주고 있었다.

임 병장을 비롯한 병사들은 질린 기 색이 완연했다. 천재의 영역이었다. 범 재가 들여다본들 이해하기 어렵다는 걸 깨닫게 해 준다.

“뚫리겠는데요.”

“어쩌지? 지원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시간을 보니 지원이 올 때가 되어 갔 다. 답답하게도 케이브 파동으로 인해 송수신이 되지 않고 있었다. 이러다간 자칫 차선후가 봉변을 당할지도 모른다. 잘난 체가 심하긴 해도, 죽을죄를 짓지 는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우는 느긋하다.

“하는 수없죠.”

“?포기하는 거야?”

대원들은 아찔했다.

정우가 포기하면 답이 없다. 그렇다면 자신들도 도망을 염두에 두어야 했다. 개죽음을 당하고 싶진 않았다. 병장이 라고 해 봤자 고작 이십대 초반에 불과 하다.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 가. 삶에 대한 욕망은 인간의 당연한 본 능이었다.

푸아아앙

결정을 내리기도 전, 결계가 박살 났 다. 신성결계가 버티지 못한 것이다.

반진력을 고스란히 받은 차선후가 튕 겨 나갔다.

“저런!”

“위험해!”

속성 소모가* 심했던 차선후는 반진력 을 견딜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배후 로 벽이 가로막고 있어 충격이 클 것이 다.

휙!

정우가 손짓했다.

튕겨져 나갔던 차선후가 방향을 선회 하여 결계 안으로 쏘옥! 들어왔다. 마치 밧줄로 감아서 힘차게 잡아당긴 모양새 다. 찰 나간 벌어진 거짓말 같은 사태에 다들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휘이이이잉!

신성결계가 사라진 입구.

시커먼 파리 떼가 입구에서 쏟아져 나온다. 막혔던 하수구 구멍의 머리카 락을 제거했을 때와 비슷하다. 시원하 게 잘 나오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에도 불구하고 겹치지 않는 걸 보면 열은 잘 맞추었다.

후아아앙

소닉 플라이의 보이지도 않는 날갯짓 에 광풍이 불었다. 입구를 빠져나간 파 리들은 인간을 향해 사방팔방으로 날아 간다.

“……어떡하지?”

임 병장과 대원들은 넋이 나갔다.

이대로 가면 대규모의 유혈사태는 불 을 보듯 자명했다. 인천의 역사, 아니 우리나라의 역사에 회자될 대참사가 벌 어질 것이다. 살고자 하는 욕구와 함께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치열하게 치고 받는다.

인간의 당연한 반응이다.

영웅이 될 것인가, 아니면 평범한 소 시민으로 만족할 것인가?

-대마법 결계, 불의 방패.

정우의 의지가 퍼져 나가자, 삽시간에

결계가 완성된다.

화르르르, 푸스스스!

일대를 장악한 불의 방패가 공간을 차단해 버리자, 소닉 플라이는 불속으 로 뛰어든 불나방에 지나지 않았다. 부 딪치는 즉시 화염이 발동하여 소닉 플 라이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휘발유를 뒤집어쓴 것도 아닌데, 불이 아주 잘 붙 는다.

푸스스스!

하늘에서 잿더미가 떨어져 내리는 광 경에 다들 어안이 벙벙했다. 조금 전까 지 치열한 고민을 했건만, 쓸모없는 심 력 소모가 되는 순간이다. 괜한 고민은 노안(老顔)의 지름길이었다. 이십대 초 반의 대원들에게서 사십대 아저씨가 보 였다.

“숫자가 많네요.”

많다고 하고선, 긴장감이 전혀 없다.

-마력 중첩, 지옥의 광염(光超).

입구를 정조준한 정우의 마법이 조합 을 이루어 기염을 토한다. 직선으로 뻗 어 나간 광염이 뻔질나게 나오고 있는 소닉 플라이를 무시하고 뚫고 들어가 버렸다.

“아직도 많네.”

상관없다는 뉘앙스다.

지옥의 광염은 얼마든지 있으나, 오든 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는 무심함이다. 일거에 치고 나왔던 소닉 플라이가 증 발하자, 뜸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옥의 광염, 연사.

마력이 남아도니 헌납하겠다는, 마력 기부자渡方寄附者) 정우의 헌신이 돋보 인다.

나오는 족족 전멸하자, 소닉 플라이를 지배하는 여왕이 케이브에서 멈칫거리 고 있었다. 순식간에 소닉 플라이가 사 라져 버렸으니, 여왕은 다시 낳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산고의 고통이 느 껴진다. 알에서 깨어 나와 부화하기까 지의 시간이 짧아 생산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케이브 안으로 포화된 화염이 공간 전체를 집어삼켰다.

-지옥의 광염, 폭화(爆火).

-염라지옥(閣羅地獄).

마법연계, 하나의 마법으로 다양한 형 태의 변수를 완성한다. 통로를 찌르고 들어간 지옥의 광염이 폭발하며 불지옥 을만들었다.

케이브가 염화 속에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화르르르르!

정우는 굳이 확인하지 않았다.

“남은 것들을 정리해 볼까.”

불의 방패에 갇힌 소닉 플라이를 바 라보는 정우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표정이 보이진 않지만, 마물과 인간이 바뀐 뉘앙스가 풍긴다.

크어어어어!

여왕을 잃은 소닉 플라이가 분노했다.

하나, 그걸로 끝이다.

-불화살(자동추척가동).

불화살이 살아 있는 소닉 플라이를 따라가며 요격해 모조리 다 격살해 버 렸다. 떨어져 내린 소닉 플라이는 재만 남았다.

헐!

순식간에 정리가 된 현실.

임 병장과 대원들은 망연히 일대를 감상해야 했다. 다 죽었구나, 포기하던 찰나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벌어 져 버렸다. 비록 7급의 유니크라고 해 도 이제 막 들어온 신병이다. 그 신병이 대수롭지 않게 마물을 정리했다. 누가 보면 마물이 별거 아닌 쭉정인 줄 착각 할 수도 있겠지만, 속성소모로 정신마 저 흐릿한 차선후의 상태를 보면 그렇 지도 않았다.

‘……말도 안 돼!’

차선후는 가물거리는 동공에 맺힌 정 우의 무지막지함에 질린 기색이 완연했 다. 누구 못지않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 고 자부했거늘, 하늘 밖의 하늘이었다. 너무 압도적이라 감히 질시의 감정도 생기지 않는다.

인정을 해야 했다.

그래야 더 발전을…… 응?

“똥파리들 따윈 식은 죽 먹기지.”

대수롭지 않은 발언, 차선후의 속을 비수로 콕콕! 찔렀다. 목숨을 위협했던 마물이 한순간에 밥상 위를 돌아다니는 똥파리로 전락해 버렸다.

그럼 뭐이?

자신은 하찮은 똥파리에 고전한 별것 도 아닌 잡것이란 뜻이잖아.

‘……인정 못 해 두고 봐, 너한테만은 안 져’

정우는 뒤에서 씩씩대고 있는 차선후 를 느끼며 히죽였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사내대장부가 벌써부터 자괴감을 느 끼면 쓰나. 정우는 계속 판을 깔아 줄 요량이었다. 차선후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서게 될 거다.

왜냐고?

사실 이 일대를 혹금단과 청금단이 봉쇄하고 있었다. 전투요원이 늦게 온 게 아니라, 도증에 지연되었다고 봐야 무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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