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56화 (456/500)

제 2장

진정한 강자는 개미의 도발

에도 방심하지 않는다 (3)

“신수가 훤해지셨네요.”

“그러는 너는 시작부터 화려하더구

나.”

“오자마자 부를 줄 알았는데 너무하

세요.”

“아는 체는 오늘까지다.”

“쩝, 공과사는 뚜렷하시네요.”

정우는 오전 근무시간에 지부장의 부 름을 받았다.

현 유니크 연합 인천지부의 대장은 박상원이다. 금강문주의 유일한 불알친 구이기도 하다. 현장 전투요원에서 지 부장이 되었으니 감개가 무량할 만도 했다. 동네의 아파트 단지 주민을 모아 개천에 용 났다고 잔치를 벌였다나.

“그보다 너 정말 7급이냐?”

“그 이상일걸요.”

대다수는 7륜의 마법사라고 하면 놀 라기 일쑨데, 박상원은 덤덤했다. 워낙 무지막지한 친구를 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그 녀석이 괜히 탐내는 게 아니구 나.”

“전 말뚝 박을 생각 없습니다.”

사전차단에 박상원은 입맛을 다셔야 했다.

그의 입장에서 정우는 탐나는 인재다. 현임 대통령이자, 친구가 사위 삼고 싶 어 안달이 나 있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 이렇다면 앞으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 했다. 유니크 연합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다.

길드는 박살이 났지만, 무문연합이 나 날이 팽창하는 중이다.

그에 반해 유니크 연합은 수는 늘어 도, 최상급 유니크의 부재가 심각해지 고 있었다. 7급 이상은 대부분 공무원이 아닌, 무문이나 길드를 택했다.

이는 현실적인 문제다. 연합에서 뼈 빠지게 노력해 봐야 1년에 3억을 벌기 가 어려운 반면, 무문은 10억이 우습다. 수익구조에서 안전성은 확보되지만, 일 확천금을 바라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그러지 말고, 고민이라도 해 보거라. 너라면 유니크 연합의 수장이 될 수도 있어.”

“제 연봉이 500억입니다.”

“..2”

그것도 꽤나 많이 줄인 거다.

위화감 조장할까 봐.

하물며 무인은 무엇이 됐든 6할은 숨 겨야 한다고 했다. 가진 걸 전부 까발리 는 짓은 어리석다 할 수 있었다. 물론 정우의 위치가 되면 그딴 시답지 않은 것들은 무시해도 되지만. 나름 어른에 대한 배려였다. 하루 종일 노동으로 월

3백을 버는 친척 어른이 훈계하는데, 본인은 개인방송으로 한 달에 2천씩 번 다고 자랑할 순 없잖아.

“하이퍼팩토리 지분의 절반이 제 겁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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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은 80퍼센트지만.

적정 수준으로 줄여 주었다. 여하튼 뜻은 분명하다. 이 수준으로 맞춰 주어 야 유니크 연합에 말뚝 박을지 말지를 고민이라도 해 보겠다는. 그러나 유니 크 연합의 수장이 되어도 정우만큼 벌 지를 못한다.

“끄응, 알았으니 그만해라.”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할 줄 알았는 데, 예상외로 시원하시네요.”

“나도 양심은 가지고 산다, 이 녀석 아.”

연 수백억, 아니 수조를 운용하는데 그 앞에서 말뚝 박으라고 할 순 없었다. 박상원도 그 돈 받을 수 있으면 지부장 때려치운다. 지부장 월급이 일반 유니 크 요원보다 높기는 해도, 수백억을 만 져 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이 나이에 새로운 일자리를 잡는 것도 귀찮고.

정우는 슬슬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 다. 지부장이 부르리란 예상이 되었다. 오기 전에 문주님한테 언질을 주었다.

낚시의 미덕은 미끼를 던진 후, 기다 림이라고 했다.

“생각보다 지부 시설이 낙후되었네 요.”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얌전히 있 다 제대나 해라.”

떡이 아무리 맛있고 보기 좋아도 먹 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박상원에게 정우는 그런 존재였다. 마 음 떠난 놈을 붙잡아 둘 만큼 절박하지 도 않았다. 세가 무문연합에 비해 약하 긴 해도 일자리가 없어지진 않는다. 연 금이 동나도, 국가에서 지급 보장되었 다.

“군수물자를 빼돌리는 행위가 예상보 다 더 심각한가 보네요.”

“어허, 네가 나설 일이 아니래도.” 박상원도 그 점에 관해서는 답답함이 있었다.

유니크 연합의 예산은 국방비에서 차 출된다. 국방비가 한 해마다 꾸준히 오 르고 있지만, 시설과 지원에서 부족했 다. 하지만 이 분야를 건드리기가 굉장 히 힘들다. 수십 년의 세월, 비리가 방 대하게 퍼졌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 신부터 목이 달아날 수 있었다. 정권이 계속 바뀌고 있음에도 비리를 밝혀 내 진 못했다.

“지금부터라도 조심하세요.”

“조심하라니, 내가 왜?”

“문주님, 아! 실수. 대통령께서 비리 저지르는 놈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 거든요.”

박상원의 목소리가 떨렸다.

다른 녀석이면 친구 좋다는 게 뭐냐 고 타협하겠는데, 이호극은 애초에 그 런 관점으로 나가선 안 되는 재앙이었 다.

“?정말이냐?”

“거짓말 같나요?”

“아니.”

그 미친 인간이라면 유니크 연합을 박살 내는 한이 있더라도, 밀고 나갈 환 장할 뚝심을 가지고 있었다. 주변에서 만류할 수도 없을 거다. 무엇보다 금강 무적당의 당원 수가 과반 이상이라, 의 결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을 거란 장담이 흔들리고 말았다. 이러다간 진짜로 쫓겨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저도 금강문 소속이거든요. 참고로 호법 입니다.”

“……설마, 연합 내 비리를 조사하려 고 침입한 거냐?”

“국민의 의무를 수호하고, 겸사겸사 죠.”

정우는 그냥 대놓고 말했다.

대통령께서 박상원은 믿을 수 있으니 개입시키자고 작당모의를 해 놓은 상태 다. 일단 말해 놓으면 본인도 양심에 찔 려서 빼도 박도 못할 거라고 했다. 불알 친구이기에 서로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겉으론 티격태격해도 여 태까지 관계를 끊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니, 무서운 놈이네.”

“빡빡하게 굴지 말고, 깨끗한 세상을 만들어 보자고요.”

“그런 무서운 일에 개입시키지 마, 난 가늘고 길게 살 거라고!”

“세상이 맘대론 안 되죠. 그렇다고 오 래 산다는 보장도 없고요.”

“……잔인한 녀석!”

박상원은 괜한 욕심을 부렸다는 후회 가 밀려왔다.

-그 녀석 간 보지 마, 그러다가 혓바 닥이 아니라 인생 꼬인다.

아직 어리니 적당히 구슬려 출셋길에 보탬이 되려고 했으나, 되레 낚이고 말 았다. 이호극이 정우를 건드리지 말라 고 신신당부한 이유를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이용은커녕 탈탈 털리게 생겼 다.

‘갑자기 그놈이 생각나네.’

유치원에서 이상한 복장을 하고 그린 골을 때려잡았던 정체불명의 미친놈.

당시 지부장이 찾아내라고 닦달을 했 지만, 미친놈은 상종하지 말자고 차일 피일 미루었었다. 실제로 조사를 착수 한다 해도, 기대는 하지 않았다. 흔적이 라도 남아 있어야 뭘 해 보지.

“너도 그 유치원나왔지?”

“접니다.”

그냥 해 본 말인데, 갑자기 서론본론 을 건너뛰고 결론에 도달해 버렸다.

“……뭐라는 거야?”

“제가스마트레인저 1호입니다.”

박상원은 멀뚱히 앉아 있어야 했다.

그때 그 이상한 복장을 한 조그만 놈. 솔직히 복장만으로 나이를 판단하진 않 았다. 특이 속성을 가지고 있는 유니크 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정우라면 얘 기가 달라진다. 벌써 16년이 지났다. 그 때 이미 정우는 마물을 때려잡을 괴물 이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속성도 없을 때잖아.”

“그린골이야 하급마물 중에서도 허접 한 축에 속하니까요.”

허접해도 일곱 살이 때려잡올 수 있 으면, 성인은 다들 병신이란 거냐!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태연히 하니 허파 에 바람만 들어찬다.

그렇다 치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백을 왜 해

“지금 와서 밝히는 이유가 뭐냐?”

“같이 일 할 분이신데, 비밀이 있으면 안 되잖아요.”

“……누가 한다고 했어!”

“할 거면서, 하하하하.”

“……웃지 마! 새꺄!”

조용히 살려다 코가 꿰인 박상원은 울고 싶어졌다.

사실을 밝혔으니 우린 이제 비밀은

없다, 라고 웃어넘기긴 개불! 빠지면 가 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이 담긴다. 애초 에 이호극과 협의가 되었다고 했으니 빼도 박도 못한다. 유니크 연합의 수장 도 대통령의 명령을 받는다. 현재의 자 리를 유지하려면 말 잘 들어야 했다.

“한 번쯤 1등도 해 봐야죠? 친구가 대 통령인데.”

“난 10등 정도가 딱 좋단다.”

“안일하게 행동하시면 아예 등수 밖 으로 밀려날 수도 있어요.”

“나에 대해서도 조사했구나!”

“작년 이맘때 석모도에 텃밭을 하나

샀죠. 거기가 세계 최대의 온천 관광지 가돼서 꽤 비싼데.”

“알았다, 이놈아! 하자! 하면 될 거 아 냐!”

텃밭은 건들지 말라는 소심한 압박을 해 보는 박상원이다. 힘이 많이 빠져 있 었다. 케이브에서 나오는 광물을 조금 씩 처분해서 산 텃밭이었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유니크 연합 요원들이 하는 일이다. 그러나 작은 광물이라도 소속 된 상태에서 얻은 부산물은 정부의 자 산이다. 작정하고 파고들면 횡령죄가 되었다.

“텃밭 대신 섬 하나 드리죠.”

“됐다, 이놈아!”

그거 먹고 체할 게 분명하다.

엮이면 엮일수록 피곤해질 텐데, 미쳤 냐

‘어느 정돈 먹어도 됩니다.’

지나치게 옥죄면 운용이 되지 않는다. 예산을 짤 때 딱딱 맞아떨어지면 좋겠 지만, 새어 나가는 부분을 포함하는 이 유가 있다.

인천 문화회관역 인근 주차장, 6급 케 이브가 열렸다.

유니크 연합의 전투요원이 출동하기 전, 지원 3과가 순찰 중이라 가장 먼저 도착했다. 지부의 지원병과는 시간마다 정해진 구역을 돌며 랜덤 케이브가 열 렸을 때 응급조치를 해야 한다. 전투요 원, 무문, 길드의 유니크가 올 때까지 인근을 신속히 통제하는 게 주 임무다. 대부분은 보조만 하면 그만인데, 전투 요원의 차출이 늦어지고 있었다.

“인원 통제하고 결계부터 쳐.”

“젠장, 전투요원은 언제 오는 거야?”

“우리가 막아야 되는 상황은 아니겠 지.”

“이 인원으로 어떻게 막아.”

임 병장, 오 병장이 병사들을 통솔해 사람들을 통제하며 결계를 칠 준비를 했다. 그러나 인근을 채 통제하기도 전, 케이브에서 마물이 나오려 했다. 다른 때보다 속도가 빨랐다. 하물며 랜덤 케 이브의 오픈 시점이 빨라지고, 마물도 예전에 비해 훨씬 강해졌다.

임 병장은 케이브의 등급과 마물의 종류를 검색했다.

“소닉 플라이가 맞지?”

“그런 것 같은데.”

“제기랄, 막을수 있을까?”

“속도가 붙으면 위험하잖아.”

소닉 플라이, 일명 광(光)파리로 불리 는 마물이다.

크기는 150센티미터에 불과하나, 속 도가 붙으면 따라잡기 힘들다. 게다가 개체수가 다른 케이브에 비해 압도적으 로 많았다. 결계를 치지 않으면 사방으 로 퍼져 나갈 테고, 대규모 인명피해는 불을 보듯 자명했다.

일반인에겐 등급의 높낮이가 중요하 지 않았다. 어차피 마물은 유니크가 아 니면 상대가 불가능하다. 오히려 이런 식의 개체수가 많은 마물이 일반인에겐 훨씬 위험했다.

휘이이잉!

벌써부터 소리가 들려왔다. 케이브의 통로를 빠르게 진격해 오고 있었다. 이 러다간 결계를 완성하기도 전에 마물이 튀어나올 것이다.

“제가 입구에 신성결계를 치겠습니 다.”

“그래, 부탁한다.”

돌아선 차선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 다.

씨익!

우연치 않게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 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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