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진정한 강자는 개미의 도발
에도 방심하지 않는다 (2)
?■유니크 연합 인천지부.
배속이 된 유니크 신병은 최소 한 달 은 부사수로서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실전 투입이 되더라도 현장에서 떨어져 있다. 대부분은 케이브 일대를 봉쇄하 거나, 사람들을 통제하는 소임을 맡는 다.
정우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랐다. 훈 련소 역대 최고?점을 맡고, 7급의 유니크 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 능력자를 케 이브 봉쇄나 인력 차단에 쓰는 건 낭비 였다. 지부에 오자마자 여기저기서 난 리가 났다.
같이 온 신병은 병풍이 된 채 얼어 있 고, 정우 주변만 북적인다. 관심에서 멀 어진 훈련병은 우물쭈물거리며 눈치만 보고 있다. 제아무리 유니크라고 해도, 어딜 가나 새로 오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네가 그 소문이 자자한 신병이라며!”
“벌써 7급이면 나중에는 9급도 되겠 다!”
“잘 부탁한다, 하 이병!”
“누가 개미핥기 아니랄까 봐, 벌써부 터 로비하는 거냐!”
정우에 대해서 모르는 이가 없는 만 큼, 줄을 대려는 이들이 가득했다.
7급의 젊은 유니크는 메리트가 컸다. 지금이 아니라 미래를 본다면 능히 한 국 최고의 유니크가 될 잠재력을 가졌
다. 역대로 그런 재능을 지닌 유니크는 최소 무문의 문주와 길드의 마스터까지 올라갔다. 하물며 정우는 하이퍼팩토리 후계자로 금강문과 연줄이 있었다. 금 강문주와 사이가 각별하다고 알려졌다. 차기 대통령과 연관이 있으니, 연합 소 속의 유니크는 함부로 대하지도 못했 다.
“편하게 대해 주십시오.”
“훈련소에서 들린 소문과 달리 겸손 하네. 거봐, 직접 보지 않으면 모른다니 까!”
“제가 멀티핸드(겸손) 빼면 시쳅니다,
하하하하!”
“……농담이구나, 아주…… 재밌네.”
순간 찬물을 끼얹은 혹한기가 시작되 었지만, 사회생활을 오래한 소속 유니 크 요원들은 태연히 웃어넘겼다. 이럴 때 웃어 주는 게 상하수직이 명료한 관 료주의의 미덕이었다.
“어려운 일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
“고맙습니다.”
정우는 굳이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알지만, 나무 랄 이유가 없었다. 라인을 잘 타는 것도 재주다. 독불장군처럼 제 갈 길만 가고 싶다면, 라인을 타지 않아도 될 실력이 있어야 했다. 저들 나름대로의 살기 위 한 자구책을 비하하지 않았다. 물론 라 인을 타기 위해 남을 짓밟으려 한다면 책임은 반드시 져야 한다.
‘선은 지켜야겠지.’
의도가 있는 배려는 차단했다.
지부 내에서의 언행이 언론에 알려질 소지가 다분하다. 사소한 행동 하나하 나가 오해의 빌미를 제공해 전혀 다른 의미가 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고, 하나 둘씩 안면을 트 던 소속 유니크들과 내무실로 들어섰 다.
“이병 하정우입니다.”
“이병 윤상현입니다.”
“이병 백종득입니다.”
“이병 채성우입니다.”
이하 4명은 자대배치를 명받았다고 한 후, 자리에 섰다.
선임들 중 일부는 눈에 무게를 잔뜩 주었다. 특히 정우를 바라보는 곱지 않 은 시선이 있었다. 4주 먼저 신병교육을 마치고 배치된 내무반의 에이스 차선후 이병이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냈 다. 자신이 지부에 올 때보다 환영행사 가 더 길었다.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 았다. 한 하늘 아래 관심병사는 하나로 족했다.
당연히 말투가 곱지 않았다.
“네가하정우냐.”
조금 전 관등성명을 말했고, 가슴엔 이름표가 부착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다시 묻는다?
속이 뻔히 들여다보였다. 시작부터 넌 찍혔으니, 앞으로 두고 보겠다는 의도 였다. 모두의 관심을 받고 자란 놈일수 록, 관심에서 멀어질 때의 시기와 질투 는 필수옵션이었다.
정우는 보잘것없는 개미의 재롱에 화 를 내진 않았다. 이런 식의 도발에 직접 적으로 부딪치는 건 애송이나 하는 짓 이다.
“그렇습니다.”
“오기 전부터 꽤나 설친 모양인데, 여 긴 훈련소와 달라. 멋모르고 나대다간 큰코다치게 될 거야.”
“조언 감사합니다.”
“내가 두고 보고 있다는 걸 명심해!”
“알겠습니다.”
웃기는 짬뽕일세.
상-병장이 가만히 있는데, 이등병이
설치고 있으니. 내무반 분위기가 좋을 리 만무했다. 다들 할 말은 많지만, 차 선후의 실력을 알기에 침묵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7} 지나친 행동까지 참아 주 진 않았다. 병장이 병신같이 보여도, 짬 밥 무시하면 큰코다친다.
“차선후, 그쯤 해.”
“예.”
내부반의 최선임 임창석 병장이 나서 자 차선후는 물러섰다.
단, 맘에 들지 않는 눈빛은 여전히 거 두지 않았다. 주변을 불쾌하게 만드는 데 재주가 있었다. 난 혼자서도 잘하니, 어울릴 필요 없다는 봉쇄력이 상당하 다.
‘세상물정 모르는 게 아니라, 개념이 없네.’
부모가 보는 시선과 남이 보는 시선 의 차이가 극명했다.
자기 자식은 세상을 겪어 보지 않아 작은 실수를 했을 분이라고 하지만, 남 이 보기에는 그냥 가정교육 똑바로 받 지 않은 개차반이었다. 주고받음의 수 평적 미학이 아닌, 규범과 규칙을 무시 하는 행위는 전체 분위기를 흐리기 마 련이다.
‘혼자 놀고 싶다면, 그리하게 해 주 마.’
정우는 부탁을 받았지만, 버릇없는 놈 을 갱생시켜 줄 만큼 한가하진 않았다.
내 사람도 아니고, 잘되든 못되든 사 실 관심 밖이다. 하지만 또다시 날 선 태도를 보인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주는 수밖에.
‘겸손해야지.’
누가 누구한테?
정우는 상대가 싫어하는 걸 너무나 잘 안다. 짜증이 날 정도로 잘 알아서 빡치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했다. 이는 남녀노소 국적을 막론한다. 지금까지 박살 난 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답은 뻔히 나온다.
임 병장은 인상을 풀며 신병을 부드 럽게 대해 주었다.
“7급이라니, 부럽다. 비결이라도 있는 거냐?”
“운도 따랐고,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자기만 아는 부류는 속이 뻔히 보인 다. 그런 부류를 상대하려면 겸손도 한 방법이다. 같은 방식으로 나가 봤자 통 쾌함이 덜하다.
“부탁은 우리가 해야지, 잘 부탁한 다.”
“미력하나마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 습니다.”
오만함에서는 누구도 따르지 못할 정 우이거늘, 오늘은 반듯한 이등병을 완 벽히 흉내 내었다. 상황에 따른 카멜레 온 같은 적응력이다.
‘헐!’
훈련소에서 같이 온 윤상현, 백종득, 채성우는 기가 차서 헛바람만 마셔야 했다. 저럴 녀석이 아니라는 걸 훈련소 내내 경험해야 했다.
-쉽다, 쉬워.
-이것도 훈련이라고, 놀이터가 따로 없네.
-이렇게 하면 되니까, 너희들도 해 봐.
-나처럼 해 봐, 간단하지?
모든 훈련에서 만점+a를 받았던 정우 다.
말분이 아니라 실력이 있으니 암말 못 했을 뿐이지. 교관, 조교, 훈련병 전 부를 가뿐히 기죽였다. 교관과 조교도 정우가 나서면 앞에 나오기 싫어했다. 하물며 본인의 훈련법을 공유하겠다고 풀어놨지만,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 아 니, 못했다고 봐야 정확했다.
-기암절벽을 손가락만으로 짚고 오르 면 손힘이 나만큼 강해지지. 이후 익숙 해지면 발가락만으로도 가능해. 근력 단련에는 절벽 오르기보다 좋은 게 별 로 없다니까. 전신 운동도 되고. 간간이 경치도 구경하고.
허세인 줄 알았거늘.
훈련소 인근에 절벽이 있는데, 진짜로 손가락만으로 올라갔다. 그것도 양손 검지만으로 사분히 올라가는데 다들 할 말을 잃었다. 마법사가 저래도 되나 싶 을 지경이었다.
-어때, 쉽지?
신체 능력이 뛰어난 훈련병이 오기로 나서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즉사할 뻔했 다. 당시 정우가 마법을 발휘해 참사는 당하지 않았다. 단, 지면과 1센티미터를 사이에 두어 오줌 지리는 광경을 연출 했었다. 그날 이후로 실성한 훈련병이 밤새 이불킥을 했다는 전설이 생겼다.
‘저놈은 원래 이런 놈이 아니라고요!’
‘다들 속고 있다니까!’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억하심정은 없지만 약은 올랐다. 그럼 에도 신병 중 누구도 사실을 밝히지 못 했다.
훈련소에서 정우에게 밉보인 놈들은 다들 고생하다 훈련을 마치지 못하고 퇴소해야 했다. 거의 3주를 훈련했는데, 다시 4주를 더 해야 하는 개떡 같은 현 실과 마주한 것이다.
한 명이면 우연일 수도 있다. 열 명이 되니 그땐 우연으로 취급하지 못했다. 우연은커녕 범인이 분명하다. 그러나 정황만 있을 뿐 증거가 없으니 잡을 수 가 없었다. 당한 놈들도 누구한테 당했 는지 모르는데, 어쩌겠나. 괜히 신고했 다가 무고죄로 역관광이나 당하지 않으 면 다행이었다.
“오늘은 제가 쏘겠습니다.”
“됐어, 인마. 지금나가지도 못해.”
“굳이 나갈 필요 없습니다.”
“지부 내 매점은 질린다. 그리고 염치
가 없어도 그렇지, 신병을 삥 뜯지는 않 아.”
신병이 오면 밖에 나가 외식하는 것 이 내무반의 전통이었다. 당장은 늦었 고, 내일 일정이 끝나는 대로 데리고 나 갈 예정이다. 연합 내 숙소에서 기거하 지만, 외부 출입은 자유로운 편이었다.
정우는 선임들의 의견을 뒤로하고 아 공간을 열었다.
-양식 코스 오픈.
허공이 좌우로 벌어지며 새로운 공간 이 나온다.
육해공 최고급 재료로 조리한 양식이
시야를 집중시킨다. 꺼내기 전까지 아 무런 냄새가 나지 않았지만, 꺼내기가 무섭게 향기가 내무반을 가득 채운다. 눈이 호강하고 코가 횡재했다. 이젠 입 이 마무리를 할 때다.
“식탁에 의자까지.”
“나이프와 포크도 장난 아니잖아.”
“평소에 이런 걸 가지고 다니는 거 야?’,
“이거 어이없는 녀석일세.”
평소 격식을 따지진 않았지만 폼은 났다. 식탁에 진수성찬이 차려지자 분 출하는 침샘으로 목구멍에서 꿀꺽 소리 가 연거푸 나왔다.
“드세요.”
시각과 후각에 이어 미각을 테스트한 선임들은 혀를 차야 했다. 입에 들어가 기가 무섭게 고기가 녹는다. 평소 먹어 보지 못한 맛은 아니다. 그러나 아는 맛 이 더 무섭다는 말처럼, 고기의 질감과 육즙, 양념까지 삼박자가 리듬감을 타 며 맛을 잘 살렸다. 평소 아는 맛의 몇 배로 업그레이드했다.
“오늘 같은 날 술도 한잔 드리고 싶지 만, 이쯤에서 참겠습니다.”
고기에 술, 최고급 와인이 빠지면 섭
섭하지 않을 수 없다.
정우가 꺼낸 50년산 프랑스 최고급 와인은 시선만 집중시켰다가 퇴장당하 기 직전이었다. 향기라도 맡고 싶으나, 눈만 갑자기 높아졌다.
툴툴!
고기를 먹지 않고 구시렁거리는 차선 후가 신경이 쓰였다.
정해진 시간 외의 식사는 규율위반이 나 권고사항일 뿐이지만, 술까지 마시 면 그땐 얘기가 달라진다. 딱 봐도 차선 후가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게 보였다. 어 지간한 일은 대충 무마하면 그만이지만 공론화하면 피곤해진다. 군대라는 조직 은 융통성이 없는데다가, 외부에 알려 지면 과거의 형평성은 무용지물이 된 다.
“아쉽네요. 알다시피 이거 한 병에 천 만 원입니다.”
천만 원을 호가하는 와인, 그야말로 돈지랄의 극치였다.
정우에게는 그다지 와 닿지 않는 액 수지만, 다들 입맛을 다시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 뭔 맛인지 몰라도, 한 모금은 마시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공짜로 준다는데 싫다고 할 사람이 얼마나 있 을까.
“오늘은 그렇고, 외출하면 그때 드시 죠.”
“하아, 하는 수없지.”
원래 모든 음식은 먹고 싶을 때 먹어 야 가장 맛있다. 아무리 맛있어도 기름 진 고기만 먹게 되면 술이 당기기 마련 이다. 하다못해 최고급이 와인이 아니 더라도, 소주가 당기는 타이밍이었다.
스읍!
입맛만 다셨다.
다음 기약을 기대하며 차선후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봤다. 다들 동참할 때 같 이해야 단결력이 높아지는데, 꼭 삐딱 선을 타는 녀석이 있었다.
“제가 뭘요? 원래는 음식 반입도 안 되는 거잖아요!”
차선후도 모르지 않았다.
먹지도 않고 구경만 하다가 눈초리까 지 받자, 울컥한 나머지 본심을 밝히고 말았다. 다른 놈도 아니고, 신경 쓰이는 녀석이 선임들 환심 사려는 행위도 마 음에 들지 않았었다.
더더욱 약이 올랐다.
‘천재라 해도 애송이지. 크크크!’
주변에서 뛰어난 성취에 칭송만 받으 며 살아온 녀석일수록 관심에서 멀어질 때의 생소함을 견디지 못한다. 하물며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판단이 되면 경쟁 심리가 발동하게 된다.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으면 적당히 물러서는 것도 한 방편이나, 정우는 분 란을 싫어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적당 히 물러서면 저런 녀석들 대부분은 겁 먹은 줄 알고 의기양양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즐거운 날 이러면 제가 불편해집니 다. 나중에 화끈하게 쏠 테니 이쯤 하시 죠.”
“우리 정우가쏘는데, 화가왜나.”
“우리라고 하신 건가요, 벌써부터 한 식구가 된 기분입니다.”
“벌써는 무슨, 이미 넌 우리와 한 형 제다.”
내부반의 선임들에겐 우리 정우가 되 어 버렸다.
단순히 돈만 많아서라고 보기는 어렵 다. 아공간을 열 수 있다면 당연히 6레 벨의 마법사란 의미가 되었다. 돈보다 실력을 인정했다. 하물며 선의로서 물 량공세를 취하고 있었다. 이를 마다할 사람은 많지 않았다. 물론 눈치 빠른 선 임들은 정우와 선후의 기 싸움을 읽었 다. 둘 중 어디에 줄을 대야 편안할지 견적을 냈고, 정우에게 손을 뻗었다.
‘아비를 대신해서 세상의 쓴맛이란 쓴 맛은 다 맛보게 해 주마.’
마치 어른이 아이를 훈계하는 뉘앙스 지만, 밑바탕에 밴댕이 소갈딱지보다 저열한 정우의 아량이 깔려 있었다. 감 히 누구 앞에서 겁도 없이 이빨을 드러 냈는지, 사심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겉으로는 대의적인 관점으 로 위선된 포장을 즐겼다. 진강백도 이 러지 않았을까? 간혹 고민을 해 봤다. 뼛속까지 정의롭다면 정말 인생 답답하 게 사는 놈이 아닐 수 없었다.
‘흥, 두고 봐! 내가 아니면 어떻게 되 는지!’
차선후는 내무반의 중심에 밀려나자, 전의를 불태웠다.
실상 현장에 투입되어 꽤 활약을 했 기에 본인의 능력을 믿고 있었다. 실전 에서 누구를 따라야 하는지 보여 줄 상 황을 기대했다. 그때 돈지랄하는 놈의 콧대를 박살 내 주리라. 현장에선 돈보 다 실력이 더 중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