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54화 (454/500)

제 2장

진정한 강자는 개미의 도발

에도 방심하지 않는다 (1)

-나훈련소에서 하라 남친 봤다.

-진짜로 군대 갔나 보네. 꼬시다. 크 크!

?좋아하지 마, 너희들하고 비교가 안

-갑자기 웬 개소리야!

-훈련소 초토화시켰단다!

-이미 7급 유니크래.

-헐, 대박! 완전 능력자네!

훈련소 영상은 외부 유출이 금지되었 지만, 꼭 하지 말라면 하는 변종들이 있 었다.

정우의 활약상을 담은 영상이 SNS에 유출되었다. 압도적인 역량을 보여 주 며 훈련소 역사상 최고의 점수를 받았 다. 완성된 7급 마법사란 소문이 번졌 다. 시작지점부터 7급 이상의 유니크는 주목을 받기 딱 좋은 소재였다.

-저 나이에 7급 유니크면 무문이나 길드의 수장급 재능이네.

?돈도 많은 놈이 재능도 넘치잖아!

-그거 유니크 과외 받아서 그런 거야, 역시 돈이 최고지!

-말 같지도 않은 개소리한다! 루저 새 끼

유니크가 되려면 일단 재능부터 남달 라야 한다. 최상급 유니크의 잠재등급 이 최소 5급 이상이기 때문이다. 우수 한 유니크를 통해 과외를 받으면 성과 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능력이 일 취월장하진 않는다. 그런 게 가능하면 무문이나 길드의 후계자는 모두 최상급 유니크가 되어야 한다. 호부 밑에 견자 는 존재해선 안 되었다.

-나 이 녀석이랑 동창이다, 쟤 잠재등 급이 3급이었어, 이거 레알.

구라 치네! 그게 말이 되냐!

-나도 봤어, 잠재등급 3급 맞아!

-거의 최하등급이나 마찬가진데 유니

크 7급에 이른 거야!

-이거 실화면 우린 칼 물고 자살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인터넷과 SNS에 때아닌 난리 통이 되었다.

최하등급으로 최상급 유니크가 되었 다는 건 혹독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했 다. 검증해야 한다고 여기저기 들고일 어났고, 정우에 대한 정보가 새어 나갔 다. 하지만 학교 정보를 확인해 잠재력 이 3급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들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차라리 재능충 이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일이나, 최하등급으로 저 자리까지 왔다는 사실 에 자기반성을 해야 했다.

“팩트엔 적당한 양념만 쳐도 화려한 맛이 나는 법이지.”

정우는 언론의 특성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매일 올라오는 자료를 다 찾아봤다. 그리고 혹막을 동원해서 반대논리를 퍼 뜨렸다. 물론 허위사실, 조작, 왜곡을 하진 않았다. 사실을 기반으로 해야 확 장성이 커진다. 직접 본인들이 확인한 후에도 믿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자기 의 주장이 부정당하는 걸 원지 않기 때 문이다. 이럴수록 팩트에 기반을 두고 지속적인 세뇌를 시켜야 한다.

-와, 단순한 금수저가 아니잖아!

-엄청난 노력형인데.

-끈기도 재능이거든!

-아이큐 50으로 서울대 간 건데, 이 걸 재능이라고 해야 하냐!

-이기적인 자식이네! 그냥 재능충이 나하라고!

-끝까지 까고 싶은 거냐, 그래서 발전

을 못하는 거야!

-막말로 쟤는 태생부터 금수저도 아 니라고, 하이퍼팩토리가 성공한 시기를 보면 견적 나오잖아.

이쯤 되니 아무리 찾아봐도 깔 게 없 어져 버렸다.

콩은 까야 제 맛이라는, 시시콜콜 들 들 볶았던 소셜 네트워크가 청정구역으 로 변해 버렸다. 그쯤 되니 흥미를 곧 잃어버렸다. 뜨겁게 끓어오른 물처럼 빠르게 식어 버렸다. 화제성이 있어야 하는데, 연예인의 일과를 온종일 추적 해도 김치 볶음밥만 먹은 격이다. 방탕 하게 놀거나, 사건사고를 일으켜야 오 래간다.

“하아, 훈련을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 구나.”

“그런 것치고는 한숨이 의미심장하네 요.”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한 줄 알 아.”

“자리 한번 알아볼까요?”

“됐다, 이놈아.”

4주간의 훈련이 끝나고, 인천 유니크 연합 지부로 배치받았다.

출발하기 전에 차 교관과 독대를 했 다. 신경전이 있기는 했어도, 악감정을 가지진 않았다. 훈련소 역사상 최고점 을 받은 유니크의 탄생에 축하해 주었 다.

“현실에 자만하지 말거라.”

“제 사전에 자만이란 단어는 없습니 다.”

“잘난체도 줄이고.”

“감추기만 해선 알아주지 않는 세상 입니다.”

훈련하는 동안 정우를 지켜봤기에 성 향을 파악했다. 오만이라고 하기에는 훈련을 대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빈틈 이 없다. 했다 하면 만점은 기본으로 깔 고, 그 이상의 옵션이 달린다. 여타 훈 련생과의 차이가 지나치게 커서 비교 대상이 없었다. 잘난 체로 치부하기에 는 압도적인 실력이었다.

“이기려고만 하지 말고, 질 때도 있어 야지.”

“내기는 공정해야 합니다.”

승부의 마왕에게 패배는 없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를 교관과 조교에 게 가르쳐 주었다. 내기를 하는 족족 탈 탈 털어 주었다. 개평도 주지 않는다고 앓는 소리를 했지만, 선을 딱 그었다.

“세상에서 제일 치사한 게 군인 월급 탐하는 거다.”

“훈련병 월급은 괜찮고요?”

“돈도 많은 놈이.”

“원래 있는놈들이 더합니다.”

부자라고 해서 돈 막 쓰고 다닐 것 같 지, 그건 세상의 단편적인 부분만 봐서 그렇다. 있는 자들이 어떻게 그 자리까 지 올라갔는지를 안다면 관점이 달라질 것이다.

부자들의 씀씀이가 일반적인 규모가 아니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걸 보고 자괴감을 느끼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현실은 냉혹하다. 현재의 빈부격차가 해소될 거란 기대를 해선 곤란하다. 인 류의 역사가 시작되고 오늘까지 격차가 완전히 해소된 적이 있었나, 돌이켜 봐 라. 아니라는 걸 본인도 잘 알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최소한의 보 장을 해 줄 수만 있다면 성공한 세상이 었다.

“자식이 맘대로 안 되나 보죠.”

“그걸 어떻게……?”

정우는 딱히 정보력을 숨기지 않았다. 훈련소에 들어오기 전에 사전조사를 해 봤다. 군대를 편하게 다니려면 꼼꼼 한 정보 수집은 필수였다. 훈련소 내의 교관과 조교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 흑 막이 자료를 건네주었다.

“너 대체 뭐냐?”

“군대 오기 전 사전조사는 필수죠.”

“그래도 그렇지 이게 말이 된다고 생 각해?”

“제 위치쯤 되면 정보는 알아서 들어 옵니다.”

“……그러냐!”

재벌의 삶을 알지 못하기에 차 교관 은 수긍하고 말았다. 그러나 어딘지 모 르게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건 인지상정 이었다. 개인적인 생활을 탈탈 털리고 서도, 아무렇지 않다면 정신감정을 받 아 보는 편이 이롭다.

‘협박용으로 쓰라고 줬지, 아마.’

조사를 따로 시키진 않았다.

박찬균의 자발적인 충성심에서 나온 선의였다. 가지고 있다가 이유 없이 괴 롭히는 놈이 있으면, 요긴하게 쓸 수 있 을 거라고 했다. 괜찮은 방식이기는 했 다. 직접적인 타격보다 주변 환경을 압 박해서 자생적 갱생을 유도할 수 있었 다. 물론 불필요한 일에 인력과 시간 낭 비하지 말라고 사소한 경고를 해 주긴 했다. 충성심이 도가 지나치면 상황이 꼬이는 수가 있었다.

‘정보수집 능력이 몇 배로 늘기는 했 어.,

혹막과 도수집단이 융합하면서 이전 보다 정보운용이 수월해졌다. 박찬균도 어느 정도는 테스트의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이분인가, 하오문과의 연계를 통해 대륙과 반도의 정보가 일원화되어 가고 있었다.

“내 자식이지만, 천재다.”

“그래서요?”

“아직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것 같아 서 말이지.”

“햇병아리가 세상물정 아는 게 더 이 상한 일이죠.”

“너보다 선임이다, 이놈아.”

차우진의 하나분인 아들인 차선후는 인천지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정확히 정우보다 4주 먼저 훈련소에 입소했다. 지금쯤 현장 전투에 투입되어 활약을 펼치고 있을 것이다.

차선후의 경우 최상급 잠재등급인데 다가 극소수인 신성을 타고났다. 마물 과는 상극의 속성이기에 신병임에도 인 정받고 있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고?

말 그대로 천재의 단점, 잘난 체가 심 하다. 재능을 드러내고 싶어 안달이다. 본인보다 뛰어난 자는 없다는, 세상을 아주 쉽게 살아왔다는 반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신성은 등급이 낮아도 상대 하기가 굉장히 까다롭다. 회복과 재생 도 뛰어나고, 공력과 마력을 파훼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남의 자식은 교육 잘 시키면서, 자기 자식은 못 시켰네요.”

“내 아들이 잘못됐다는 게냐!”

아들 욕하니 바로 발끈하신다. 평소 훈련 교관으로서의 근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모습을 다른 훈련병들이 봤 다면 신뢰가 가진 않을 거다. 독대를 신 청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부탁하는 태도가 영 아니시네요.”

“너도 자식 가져 봐, 맘대로 되나.”

부모의 교육이 자식의 성격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는 하나,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진 않는다. 그랬다면 자식농사 제대 로 짓는 게 부모의 평생대업이라고 하 진 않는다. 자식이 부모를 선택하거나,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처럼.

“원하신다면 신명나게 짓밟아 드리 죠.”

“조용이 타이르라는 거지, 밟긴 누굴 밟아!”

정우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복잡한 심정을 느꼈다. 재능이 충만해서 좋기 는 한데, 자만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럼에도 다른 자식이 욕하거나, 밟으 려고 하면 또 화가 난다. 차 교관이 일 반적인 부모의 마음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여하튼 그의 부탁을 반드시 들어줄 의무는 없다. 편하게 짓밟아 버리면 되 는 일을 어렵게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남의 자식의 인생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이해가 된단 말이야.’

전생이었다면 과연 차 교관의 근심을 고민이라도 했을까? 쓸데없는 소리 한 다고 타박하지 않았으면 다행이다.

“다 오빠 때문이라고!”

“왜 그래, 오빠 불쌍한데.”

“불쌍하긴 뭐가?”

“군대 가셨잖아, 이참에 면회 준비나 하자.”

“면회는 개불! 쉬다 온다고 했거든.”

수연은 오빠로 인해서 모태솔로를 탈 출하지 못했다. 비밀로 하고 만나면 되 지 않느냐고? 그런 수작이 통할 상대면 고민 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오빠의 훈련을 통해서 수연의 육체는 192센티 미터에 달하는 육체를 지녔다. 이 몸뚱 이가 남자로 하여금 거부감을 일으켰다. 지금이라도 당장 유가신술을 익혀야 하 는데, 들키면 오빠가 가만두지 않을 거 다.

“그런 무지막지한 일합을 어떻게 받 으라는 거야!”

“1 할이라며?”

“그 1할에 나도 죽을 뻔했다고.”

“그게 바로 오빠의 매력이긴 해.” “지금 불난 데 부채질하는 거야!” 수연은 솔직히 10퍼센트의 공력과 손 발을 쓰지 않으면 일합은 버틸 줄 알았 다. 웬걸! 오빠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 있었다. 얼마나 강한지, 측정이 되 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오빠의 마 수魔手)에서 영영 벗어나지 못한다. 하 물며 오빠의 일합을 받으려면 최소한 금강문주님을 데리고 와야 하는데, 연 령대 차이가 너무 컸다. 연상연하 커플 이 유행한다지만, 비슷한 나이와 혼인 을 해야 맞는다고 본다.

“이게 다 저 자식 때문이라고!”

“철수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널 좋아하는 마음에서 기인한 거잖아.”

“병신! 하려면 끝까지 하든가.”

“너도 안 되는 걸, 어쩌겠어.”

“소영아, 너 정말 남의 얘기처럼 말한 다.”

수연은 멀찍이 떨어져서 힐끔힐끔 쳐 다보는 철수를 보고 있자니, 부아가 더 치밀었다. 궁상맞게 저게 대체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다가오려면 오고 아 니면 아닌 거지, 우물쭈물 답답한 짓을 했다.

‘약속 못 지켜서 죽은 귀신이 달라붙 었나!’

화는 나는데 철수가 신경이 쓰인다. 본인 딴에는 잘하려고 애를 쓰는데 안 되니 답답할 수밖에. 철수도 포기하지 는 않았다. 훈련 양을 배로 늘려서, 몸 이 녹초가 될 때까지 훈련을 했다. 그럼 에도 일합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있으니, 자신만큼이나 철수도 답답한 심정일 것 이다.

‘내가 미쳤지.’

오빠는 더 미쳤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