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53화 (453/500)

제1 장

3이번 훈련병 (3)

“진짜로 갔네.”

“그러게 말입니다.”

“총관은 갈 줄알았어?”

“몰랐습니다.”

“총관이 돼서 그런 것도 모르고 뭐했

어.”

“나라고 다 압니까!”

“총관이 원래 그런 거 하는 거잖아.”

“그러는 문주님은요?”

이호극과 김 총관은 대선과 총선의 승리로 밀려들어 오는 축하 인사를 받 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회 곳곳에 잘 모 르는 단체까지도 연줄을 대려고 손을 벌린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여당이 되 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 주었다.

기존의 여당과 야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말았다. 최소 20석을 확보해 야 하는데,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대선 과 총선의 완벽한 패배로 정당의 존립 마저 위태로웠다. 겨우 당선된 의원들 도 금강무적당에 가입할 시기를 재고 있는 상태였다.

“언론이 잠잠하네. 지지고 볶을 줄알 았는데.”

“그것도 어느 정도 비벼 볼 여지가 있 어야 가능한 일이지요. 지금 그랬다가 는 남아나지 않을 겁니다. 나 같아도 몸 사리겠습니다.”

본격적인 행보는 현 대통령과 국회의 원이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지만, 판은 뒤집혀 버렸다. 언론플레이를 하려고 해도,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여야가 비슷하게 균형이라도 이룬다면 적당한 선에서 언론을 부추길 수도 있다.

지금은 90퍼센트 이상의 지지율과 더 불어 독자여당을 구축했다. 잘못 끼어 들었다가 박살 나기 십상이었다. 그나 마 있는 선들도 정리하고, 노선을 바꿔 타려고 난리였다.

“여기저기 돈 주겠다고 아우성치던데 요.”

“받은 거 아니지‘?”

“날 어떻게 보고! 이 나이 먹을 때까 지 한 점의 부끄러움이 없이 살아왔다 고!”

순간 분기가 치솟았는지, 김 총관은 본분마저 잊고 반말로 지껄였다.

금강문주도 평소 있어 왔던 일이라 딱히 신경 쓰진 않았다. 나이도 많고, 오랜 시간 함께한 시간이 있으니 인정 하는 분위기다.

“총관 그렇게 안 봤는데, 제 얼굴에 금칠 잘하네.”

“팩트니까.”

“팩트 좋아하는 거 보니, 정우 닮아 가네.”

“넌 아니냐.”

“문주한테 너는 심하지.”

법률 강화로 사회가 한바탕 술렁이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 나올지 변수를 예 측하기 어렵기는 해도, 파격적일 거란 사실은 인지했다. 하지만 선을 그었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시기부터 법률을 강화하겠다고,

“그나저나 일을 산더미처럼 만들어 놓고 군대를 가 버리면 어떡하자는 거 야. 이런 무책임한놈을 봤나.”

“왜요, 그거 외우기도 귀찮은 겁니 까?”

“누가 그렇대, 나 그런 사람 아냐.”

“그런 사람 맞습니다, 아니라면 일전 에 준 부분을 읽어 보시든가.”

크홈.

노려보는 김 총관의 시선을 보고 있 자니, 이호극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뻘쭘함을 모면하기 위한 주먹이 자동반 사적으로 나갈 뻔했다.

또 치면 총관직도 때려치우겠다는 김 총관의 엄포가 있었다. 산적한 일거리 와 살인적인 업무량을 감안하면 김 총 관의 역할이 중요했다. 하물며 정우가 자기 편하자고 군대로 도망치는 바람에 김 총관의 비중이 더 늘었다.

여기서 김 총관이 그만두면 대통령도, 정당도 유지하기 힘들다.

“거, 농담 좀 했기로서니 뭘 그렇게 노려보는 거요.”

“직언과 충언은 귀가 애달픈 법이지 요. 그렇다고 귀 닫고 살면 독재자밖에 더 되냐고. 진정 폭군이 되고 싶은 겁니 까?”

“큰일 날소리좀 하지 마쇼.”

“그럼 마저 외우세요, 이따가 정우한 테 보고해야 합니다.”

군대 간 놈이 별걸 다 챙기네.

좀 전까지 무책임하게 군대로 도망갔

다고 심술부렸던 이호극은 곧바로 태세 를 전환했다.

짜증나기는 해도 해야 하는 일이다. 대통령이 돼서 일자무식(一字無識)이라 는 말을 들을 수도 없고, 매번 수첩을 들고 다닐 수도 없잖아.

주변에 귀를 기울이 돼, 소신을 가지 고 있어야 합니다.

정우는 보조적인 역할을 자처했다.

본인이 증심이 돼서 국정을 농단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런다고 비 중이 축소되진 않을 게 분명하다. 금강 무적당의 당원 전부를 정우가 봅있다. 순전히 그들의 자질과 성향을 보고 봅 아 주었다. 가진 자를 위해서가 아닌, 공정한 세상을 위해 노력할 인재를 봅 았다.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요약해 놓았으니, 읽어 보십시오.”

“알았어, 알았다고!”

정우는 선거를 치르기 전부터 당의 목표를 밝혔다. 계획대로 진행되려면 일절의 의혹도 있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검열을 할 것이고, 적발이 되면 각오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단순한 협박하고는 다 르다. 걸리지만 않으면 상관없다는 안 이함을 철저히 경계했다.

“그나저나 군 생활 잘하고 있으려나.”

“좀 걱정이 됩니다.”

누가 누굴 걱정해, 정우가 맞고 다닐 녀석인가.

말도 안 된다.

“걱정할 정돈 아니지, 훈련병 나부랭 이들이 위협이 되겠어.”

“누가 그렇답니까, 정우 성질 건드릴 까봐 그렇죠.”

“맞을 놈은 맞아야지.”

그걸 말이라고.

김 총관은 문주의 이분법적 사고에 한숨이 나왔다. 본인들이야 몇 대 친다 고 죽지 않겠지만, 일반 유니크는 저승 가기 딱 좋은 케이스다. 괜히 선임이랍 시고 군기 잡다가 초상 치르는 수가 있 었다.

“게다가 자기 군대 간다고, 다 군대 보내려고 한다니까요.”

“군대야 애들 놀이터지.”

법안을 실행하는 순간, 반발이 예상되 었다. 한바탕 난리가 날 게 분명하다.

순순히 인정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특히 딸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에선 가 만있다 날벼락을 맞은 격이다.

이분인가?

기업의 배임, 횡령은 물론 강성 노조 와 노점상 등의 단속을 강화하는 법안 을 내놓을 예정이다. 사회적 파장이 미 치는 범위가 상당했다.

4주간의 훈련 중 벌써 3주가 흘렀다.

김 총관과 문주의 걱정과 달리 정우 는 적응을 잘하고 있었다. 실상 하루 만 에 모든 훈련에서 배제되어 할 일이 별

로 없었다. 청소와 정리를 할 때도 마법 으로 후딱 해치워 버리기에 한적한 시 간을 보내고 있었다.

“군대 좋네.”

밥도 잘 나오고.

이런데도 오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거 보면 한심하단 말씀이야. 이번 기회 에 누락된 신병들까지 재검과 치료를 통해 현역으로 복귀시킬까 고민 중이 다.

“시간도 빨라.”

오랜만에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그동안 열심히 해서 휴가를 받은 느

낌이랄까. 눈앞에서 요리조리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는 훈련병들과는 대조적 이었다. 하지만 초반에 보여 준 압도적 인 화력으로 같은 중대의 누구도 불평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격이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아공간 오픈.

공간을 열어 쉬는 시간에 먹을 간식 을 꺼냈다.

훈련하는 동안 먹으려고 보존마법을 걸어서 저장해 놓았다. 아공간엔 산더 미처럼 쌓인 최고급 요리와 간식이 보 기 좋게 정리되어 있었다. 조리가 된 완 성품이라, 꺼내서 바로 먹으면 된다. 열 기가 필요하면 화염마법으로 적당히 데 워 먹으면 그만이다.

정우는 차우진 교관의 옆에 딱 붙어 있었다. 아무래도 혼자 동떨어져 있기 보단, 교관과 함께 있는 편이 분란 제거 에 효과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차 교관 이 알아서 잘 차단해 주고 있었다. 여러 모로 도움이 되는 분이다.

“드실래요?”

“너군대온 거냐, 소풍 온 거냐?”

살다, 살다 이토록 노난 놈은 처음 본 다.

다른 장소도 아니고 군대에서.

“쉬는 시간엔 부식 먹어도 된다면서 요.”

“그래도 그렇지, 이건 아니잖아.”

차 교관은 시간이 지날수록 뻔뻔해지 는 301번 훈련병으로 인해 골치가 아파 왔다. 그렇다고 훈련에 끼워 넣자니, 부 대의 사기진작에 좋지 않았다. 6급의 마 물을 단 일격으로 처리해 버렸다. 그 덕 에 쉬운 줄 알고 달려들었다가 낭패를 당하는 훈련병들이 속출했다.

‘초대형 해파리의 약점을 정확히 요격 했어.’

힘을 거의 들이지도 않았다. 보기엔 쉬워 보여도 절대 쉽지가 않았다. 초대 형 해파리는 촉수괴물로 몸 전체를 채 찍처럼 사용하는데다가 돌기처럼 단단 해지기도 한다. 하물며 돌기의 끝에서 는 치명적인 독과 전기뱀장어처럼 전격 을 발출했다.

초대형 해파리의 약점은 내부에 있는 사람 머리통보다 작은 심장이었다. 이 걸 정확히 요격해야 하는데, 심장이 때 에 따라서 움직이기에 단숨에 처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화만 돋우게 된다.

“열외 풀까요?”

“작작 해라.”

차 교관은 저 얄미운 놈이 대단하다 는 걸 인정했다. 솔직히 훈련조교보다 훨씬 뛰어나다. 이미 현장에 투입한 요 원들도 상대가 되지 않는 실정이다. 흔 련병은 물론, 훈련조교들까지 자괴감이 들게 했다.

그래서 꼼수를 살짝 부렸다.

마법사의 경우 육체적인 능력이 거의 일반인에 가깝다고 했다.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육체전공에 비해 약한 신체를 지니고 있었다. 일부러 탱 커계열 훈련장으로 데려가서 육체단련 을 시켰다. 그냥 시키면 이상하게 볼 걸 우려해 마법사도 육체단련을 해야 한다 는 조항을 갖다 붙였다.

‘그걸 한 손으로 들면 어떡하란 거냐.’ 힘을 측정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 중 에 하나가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것이다.

301번 훈련병은 1톤부터 10톤까지 공깃돌처럼 들어 올렸다. 마법을 썼는 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 마법사를 조심 스럽게 초빙했거늘, 고개를 저었다.

망할, 마법사는 사비였다.

출혈이 상당했다.

이분인가?

펀치력 테스트를 위해서 설치한 펀치 볼을 박살 내 버렸다.

평균 점수가 300에서 400 사이를 넘 지 않거늘. 3이번 훈련병은 툭! 쳤더니 펀치볼이 버티지 못하고 지면에 박혀 있던 나사가 박살 나며 가장자리로 날 아가서 처박혔다.

-내구력이 약하네요.

뭔 놈의 마법사가 육체변환 유니크보 다 펀치가 강해.

요즘 마법사는 다 저런 거냐.

차우진분만 아니라 그때 있었던 교관 과 훈련병은 다들 넋이 나가고 말았었 다. 마법사가 저러면 자신들을 대체 뭘 하란 건지, 정체성에 심각한 오류를 경 험하고 말았다.

이후로 다들 오버페이스를 하는 바람 에 훈련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되 었다. 다들 저만큼 해야 한다는 유니크 로서의 승부욕이 발동했지만, 현실의 높은 벽에 좌절하고 말았다.

달리기, 높이뛰기, 포환던지기를 비롯 한 모든 훈련을 했더니 나온 결과가 역 대 최고치를 가뿐히 넘어서 버렸다.

그 전까지 세운 기록과 차이가 너무 커서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비교하 면 과거 100미터 기록이 9초대였을 때, 1초대로 끊었다고 하면 아주 적당하다.

-애들 장난 같은데, 진짜는 어디 있는 겁니까?

실전에선 다를까 기대했거늘, 철갑 고 릴라를 단 3방으로 고철덩어리로 만들 었다. 육체든 마법이든 다 강했다. 능력 치가 7급에 이르렀다. 평생 속성 훈련 을 해도 6급을 넘지 못하는 유니크가 허다한데, 시작점부터 남달랐다. 솔직히 7급도 최소한이다. 검증 내내 여유가 철철 넘치다 못해 제 안방이 따로 없었 다.

“마법사가 원래 그런 거냐?”

“아뇨,제가특별한겁니다.”

그래, 너 특별하다. 너 잘났다.

다알아.

그래도 그렇지 대놓고 말하냐!

“학교에서 겸손하라고 하지 않더냐.”

“겸손과 자만은 한끝 차이라고 배웠 습니다.”

차 교관은 고개를 저어야 했다. 대화 를 해 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도 현장 생활을 했었던 6급의 유니크였다. 이만하면 어디 가서 빠지지 않았고, 실 전 경험을 보태면 대우받을 만했다. 하 지만 이 괴물 같은 3()1번 훈련병은 6급 은 쳐주지도 않는 듯했다.

“규정만 아니면 내보내고 싶구나.”

“규정은 준수해야지요.”

차 교관이 답답해하는 게 바로 이거 다.

차라리 어느 정도 농땡이를 피우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열외에서 제외되면 항상 최선을 다하고 지랄이었다. 그럴 수록 훈련소에 배정된 예산만 감각상각 제대로 해 주고 있었다. 새로 산 벤틀리 가 하루 만에 고철이 된 심정과 비슷하 다.

“너 대체 얼마나 강한 거냐?”

“9레벨입니다.”

≪..

마법은 9레벨까지 있다고 들었다.

국내에서 7레벨만 돼도 최상위 마법 사로서 대우를 해 준다. 마법의 사각지 대,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상위 마법사란 굉장히 귀한 대접을 받는다.

한데 이놈이 9레벨이란다.

“적당히 해라.”

“지옥의 불길 한번 보실래요?”

“됐으니까, 그만해.”

“그러죠.”

차 교관은 3()1번 훈련병과의 말 한마 디, 한 마디에 짜증이 치밀었다.

상급 마법사란 사실만으로도 대단하 거늘, 저 나이에 절대레벨의 마법사라 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잘한다고 칭 찬을 했더니, 자만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본때를 보여 줘, 세상 무서운 줄 깨닫게 해 주고 싶으나, 현실은 냉혹했다. 훈련소에서 3()1번 훈 련병을 훈계할 유니크는 존재하지 않았 다.

망할 놈의 3이번 훈련병이다.

‘어디서 이런 돼먹지 않는 녀석이!’

어이구, 내 팔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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