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 장
3이번 훈련병 (1)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남자는 군복무 를 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유니크도 예외 대상이 되진 않는다. 다만 일정 등급 이상의 유니크에게 일 반 복무는 효율적이지 않았다. 능력에 맞게 저비용, 고효율을 고려해 유니크 연합 소속으로 복무했다.
예전에는 군대 내 유니크를 배치하도 록 했지만, 실용성에 의문이 생겨 3년 전 개정했다. 막말로 인간의 범주를 벗 어난 유니크를 진지공사나 위병소 근무 에 동원할 순 없잖아. 차라리 그럴 바에 는 유니크 연합 소속으로 운용하는 편 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상위 등급의 유니크를 고용하려면 최 소 수억 이상의 고비용이 소모되는 반 면, 군복무 기간에는 1년 1,200만 원으 로 운용이 가능했다. 비용대비 최저시 급도 안 되는 연봉으로. 유니크로선 무 료봉사나 다름이 없다.
단, 유니크 연합 소속 전투병과(戰聞 兵科)에 들어가면 개인적인 활동이 일반 병과보다는 자유롭다. 그 이유는 현장 전투에 직접적으로 투입되기 때문이다. 일반병과는 케이브 오픈 시 사후지원과 피해복구와 같은 보조적 역할을 수행한 다.
복무 중인 유니크를 상위 등급의 케 이브에 투입하진 않겠지만, 위험성이 없다고 보긴 힘들다. 그에 따른 일종의 혜택이다.
?유니크 신병 교육 훈련소.
유니크 연합에 입소한 인원 대다수는 학교를 다니거나, 졸업할 시기의 학생 들이다. 평균연령이 20~25세가 대다수 다. MM 통해 마물 퇴치를 배웠다곤 해도, 현장과의 괴리감이 존재한다. 보 다 원활한 현장 투입을 위해 4주간 연 합 소속의 현장 전투요원에게 실전교육 을 받는다.
스피커를 쩌렁쩌렁 울리는 훈련교관 의 목소리가 꽤나 날카롭다.
사회가 아닌 군대에 왔음을 실감하게
해 준다. 자유는 단속되고, 시간은 제한 받고, 움직임은 통제된 장소였다.
하나, 환경은 하다 보면 극복이 된다. 원치 않은 사람과 한 공간에 있어야 한 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왔다.
-현장 전투는 학교에서 배웠던 것과 다르다, 한순간의 방심이 본인분만 아 니라 전체를 위험에 처하게 한다. 그러 니 교육을 성실히 수행해 주기 바란다.
훈련은 혹독하다.
현장에 직접 투입할 수도 있기에 일
반병과와 달리 군기가 강한 축에 속한 다. 목숨이 오고 가는 현장에서 개인의 돌발적인 행동은 용납하지 않았다. 혼 자 병신 짓 하다 뒈지면 자업자득이나, 단체가 몰살당하면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 훈련은 최대한 병신 짓 못 하도록 규제함과 동시에 반복 훈련을 통한 숙 달을 위해서다.
_속성별로 맡은바 임무가 주어질 것 이다. 모든 전투는 현장 지휘자의 결정 에 따르니, 항명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선임자의 결정에 반기를 들고 독단적인 행동을 한다면 엄중한 처벌이 있을 것 이다.
4주간의 교육에 정우도 참여하고 있 었다.
현장 투입에 적합한지를 검증한 후, 속성 테스트를 단계적으로 높여 실전에 유용한 방법을 찾아갔다. 속성 분류의 대부분은 공격기와 방어기 즉, 탱커와 딜러로 크게 분류했다.
정우의 속성은 마력이기에 공격기의 후방 딜러로 투입이 된다. 세분화하면 교란, 분산, 치료도 분야별로 들어갈 수 있었다.
“관등성명.”
“301번 훈련병, 하정우입니다.”
“속성은?”
“마력입니다.”
“등급 테스트를 할 테니, 저 앞으로 가서 가장 자신 있는 걸로 펼쳐 보도 록.”
“예.”
검증은 실제 능력을 위주로 한다.
현장에서 통용이 될지는 현장 전투요 원의 평가에 따라 갈린다. 4주간의 훈련 에서 적합판정을 받지 못한 자는 행정 병이나 일반병과로 빠진다. 그럼 차라 리 빠지는 편이 꿀 빠는 거 아니냐고 반 박할 수도 있다.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사회는 그렇게 녹록하 지 않다. 유니크 소속 병과에서 행정병 이나 보직 변경을 당하면 무문이나 길 드에 취직할 시 불리하다. 누구나 다 하 는 훈련조차 마치지 못했다는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닌다.
-쌔애행!
정우의 시선이 정면을 향했다.
100미터의 거리를 두고, 자동화 속성 테스트기가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 었다. 일반인은 눈으로 따르기 어려울 정도로 스피드가 상당하다. 얼핏 보면 보병과의 자동화 사격장을 연상케 하는 데, 그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되었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하기란 사격현장에서도 수월치 않 은 일이었다. 6.25 당시 10만 발당 1명 이 사망했다는 보고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만 사격을 위한 PRI와 같은 뻘짓은 하지 않는다.
“저 앞에 있는 마물 표지판을 맞히면 된다. 속도는 테스트 등급별로 높아질 테니 당황하지 말고 집중하도록.”
덤덤한 정우의 태도에 훈련교관인 차 우진은 속으로 웃었다.
고속이동하는 목표물을 맞히기란 예 상과 달리 어렵다. MT를 통해 실전 경 험이 있다고 해서 만만히 봐선 곤란하 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쉽다고 간과하 다가 난처한 상황에 처하곤 한다.
매번 실수라고, 한 번 더 하면 잘할 수 있다고.
물론 한 번 실수했다고 해서 바로 탈 락시키진 않는다. 단지 마음을 다잡지 않고 방심했다는 걸 깨우쳐 주어야 했 다.
‘당황하는 모습이 눈에 훤하군.’
4주간의 훈련에서 탈락하는 경우는 혼치 않다. 그러나 훈련은 가볍지 않았 다. 정교한 테스트를 통한 등급 분류를 위해서 최대치까지 끌어올린다. 스피드 를 맥스로 올려서 통과한 훈련병은 역 대로 손에 꼽는다.
-마력개방.
-불화살(추적기능활성).
정우는 화염계열 마법을 사용했다. 리 차드 교수의 제자로서 화염 마법을 사 용하는 편이 설득력 있었다. 서류에도 화염마법이 특기로 나왔으니 이상하지 않았다.
슈우웅, 슈우웅
마법 발현과 동시에 마물 표지판이 고속으로 움직였다. 최소 시속은 100킬 로미터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 100킬로 미터가 그다지 빨라 보이지 않겠지만, 외부에서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눈으로 쫓기도 전에 자동차는 앞 으로 나아가 있을 것이다. 하물며 마물 표지판의 동선은 랜덤이었다. 발출계열 테스트 증에서도 난이도가 초급에 해당 하기는 해도, 만만치 않았다.
“?아니?”
차우진이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나고 말았다. 보고두 믿어지지 않는 광 경이 펼쳐졌다. 이런 경우는 혼치 않았 다.
‘……꿰뚫어 버리다니!’
속성 사격 테스트는 집중력과 스나이 퍼로서의 재능을 찾기 위해서다. 단순 히 위력만 강하다고 해서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최적의 점수를 받으려면 마물 표지판의 중심을 정확히 맞추어야 하며, 격살할 파괴력을 실어야 한다.
그렇다 해도 테스트에서 마물 표지판
의 정중앙이 꿰뚫리는 경우는 본 적이 없었다. 표지판은 단순하지 않았다. 유 니크의 속성을 견뎌 내도록 특수 제작 한 금속을 이용했다. 어지간한 파워로 는 홈집도 내기 어렵다.
차 교관은 덤덤했던 정우의 태도가 방심이 아닌, 자신감에서 비롯됐음을 깨달았다. 훈련병이라고 얕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두 배로 속도를 높여봐.”
“예!”
차우진의 명령에 사격장 관리병도 당 황한 기색이 완연했다. 속도를 단숨에 두 배로 높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슈우웅, 슈응!
속도를 높인 후 시험이 계속되었다.
정우의 불화살이 발출되었다. 빗살처 럼 뻗어 나간 불화살은 새로 단 마물 표 지판의 미간을 정확히 꿰뚫었다.
허
여기저기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결과 다. 훈련교관으로서 경력이 오래된 차 우진도 불신을 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속도를 800킬로미터, 맥스까지 끌어올 렸다. 유니크 6급의 실력자도 정확히 맞추기 어려운 스피드다. 하물며 관통 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고속이동에 유혹되지 않는 집중력과 마지막까지 힘을 잃지 않는 타격 능력 까지, 혼하지 않은 마법사로서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허 대단한 녀석이군.’
간혹 천재적인 역량을 갖춘 유니크가 입대를 하곤 하지만, 이 정도로 훈련을 압도하는 녀석은 처음이다. 굳이 찾자 면 4주 먼저 나간 신성을 쓰는 놈이 있 기는 했지만, 비교 대상을 넘어선다.
차우진은 정우의 점수를 최고치로 내
주었다.
당장 실전에 투입해도 훌륭한 서포터 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오랜만 에 뛰어난 후배 유니크가 배출되었다는 사실에 흡족했다.
‘응?’
차우진의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 더 있었다.
꿰뚫린 마물 표지판을 재사용하진 않 았다. 망가지는 경우가 흔하진 않아도 다시 사용하기는 힘들어졌다. 원인은 마물 표지판을 꿰뚫었다는 것이 아닌 혼적이 없다는 사실에 있었다.
‘뭐, 이런!’
첫발 이후로는 마물 표지판만 정확히 꿰뚫었다.
처음에는 위력이 지나치게 강해 관통 하여 뒤쪽까지 뚫어 버렸었다. 한데 두 번째부터는 정확히 마물 표지판만 깔끔 하게 뚫어 냈다. 실로 기가 막히는 집중 력과 강약의 배분이 정교한 속성 활용 이었다.
‘……괴물이구나!’
단순히 파괴력만 자랑했다면 이토록 놀라지 않았다. 마물 표지판을 뚫어 낼 정도로 강력한 속성을 이토록 완벽하게 통제하는 훈련병은 듣도 보도 못했다. 이는 현장에서 특급으로 분류되는 7급 유니크와 맞먹는 설정이었다.
“너 대체 뭐 하는 녀석이냐?”
“301번 훈련병, 하정우입니다.”
뭐 하다니, 군대 와서 뺑이치고 있는 훈련병이거늘.
쉬워 보여도 군대는 군대다.
“누가 그걸…… 아니다, 됐다. 훌륭하 다.”
“감사합니다.”
정체를 숨기고 들어올 만큼 유니크 연합이 대단하진 않았다. 굳이 그럴 이 유도 없다. 돈이나 명예, 능력을 검증받 고 싶으면 무문연합이 훨씬 낫다. 현 대 통령도 무문연합 소속이니 날개를 달기 에 충분했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하잖아.’ 완성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단순히 스나이퍼로서의 역할만 특출하다고 보 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그일례로.
광역기 테스트에서 경악을 금치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불? 불 꺼!”
속성력의 맥스를 끌어내는 광역기 테
AH
일정 영역을 폭파시키지 못하면 점수 를 받지 못한다. 한데 이놈이 최대점이 얼마냐고 물어보더니 훈련장 절반을 불 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화염이 약하기 라도 하면 또 몰라, 다가서지 못할 화력 이었다. 만약을 대비해 설치한 외벽까 지 녹여 버리는 바람에 훈련장은 엉망 진창이 되었다.
차 교관을 비롯한 조교들까지 허둥지 둥댔다. 뭘할수 있어야 하지, 물을 붓 는다고 꺼질 화력이 아니기에 안절부절 못했다. 이러다가 훈련소 전체로 불이 번져 대형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 었다.
속성 개방, 소화.
광역기로서 불바다를 시전하고, 대단 위 소화마법을 펼쳤다. 그러자 조금 전 까지 활활 타올라 훈련장의 온도를 끌 어올렸던 화염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 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