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50화 (450/500)

제 9장

국민의 의무 (2)

휘이잉!

모든 궤적을 완수한 정우는 멈춰 섰 다.

그 주변으로 원을 그리듯이 튕겨 나 가 버린 지존십객과 태왕십수가 쓰러져 있었다. 꿈틀거리고는 있지만, 원래 상 태로 복구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장무상과 진고원은 믿기지 않는 현실 과 조우했다. 태왕십수와 지존십객이 합공에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것만으로 도 놀라울 지경인데, 극반전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그야말로 촌음지간에 벌 어진 대형 참사다. 그래서 더더욱 납득 이 가지 않았다. 파워와 속도를 올릴 때 만 해도 전투의 흐름이 바뀔 거라 예상 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이냐?”

“수작이든, 아니든 중요한 건 아니 지.”

저들이 보기에 수작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실제로 꼼수가 살짝 가미되기는 했다. 10분간의 공방에서 태왕십수와 지존십 객의 육신에 현천기를 조금씩 새겨 놓 았다. 권능이 실린 현천기가 필살기를 날리는 순간 궤적을 알려 주고, 의식하 지 못하는 사이 빈틈을 만들었다. 정우 는 미리 정해 놓은 현천기의 위치를 따 라 지존십객과 태왕십수를 제압했을 뿐 이다. 그야말로 완벽한 연출로 이루어 낸 결과다. 하지만 보는 사람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저 기적이 일 어났다고만 생각하겠지.

“그래서 말했잖아, 후회할 짓은 하지 말라고.”

“건방진, 다 이긴 줄 알고 우쭐하지 마라!”

진고원과 장무상의 안면이 흉신처럼 구겨지며 살기를 붐어냈다. 비록 수하 들이 다 쓰러지기는 했지만, 자신들은 온전히 남아 있었다.

“애들이 쓰러질 때까지 아무것도 못

한 병신들 주제에 잘난 체는.”

“……빠드득! 살아 있는 걸 후회하게 해 주마!”

정우의 말은 비수가 되어 진고원과 장무상의 심기를 어지럽게 했다. 반박 하기 어려운 팩트 폭력이기에 진고원과 장무상은 속이 쓰렸다. 태왕십수와 지 존십객이 쓰러지기 전에 손을 썼어야 했다. 타이밍이 늦어 버리는 바람에 눈 뜬 병신이 되고 말았다.

화르르!

진고원과 장무상의 분노와 살기가 뒤 섞여 광풍을 일으켰다. 길드 마스터를 화투 쳐서 따지는 않았다. 격렬한 기의 파장이 원을 그리며 퍼져 나가 공간을 장악한다.

정우의 제공권과 부딪치며 스파크를 일으켰다. 칼을 맞대고 있지 않음에도 칼날이 교차하고 있는 것처럼 간극 싸 움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꿈틀!

제공권을 이용한 영역 다툼에서 승기 를 잡지 못하고 팽팽하자, 진고원과 장 무상의 안색이 또 변했다.

“네놈, 실력을 숨겼구나!”

“그럼 보이는 대로 다 까발리냐? 언제 까지 병신 같은 소릴 할 셈이야.”

촌철살인과 같은 정우의 반박이었다. 부들부들!

진고원과 장무상은 의도치 않게 부들 충鑛)이 되고 말았다. 말로써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물며 그 짧은 시 간에 모든 걸 계산하고 전략을 짠 놈의 심기가 여간내기가 아님을 직시하게 되 었다.

푸슥!

진고원과 장무상의 배후로 낙엽이 부 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둠 속에서 누 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자신만만해하더니 신통치 않군.”

“그러고선 우릴 그렇게 까댄 건가‘?”

“오랜만에 밖에 나왔으니 대접해 줘 야겠지.”

낯설지 않은 목소리에 진고원과 장무 상은 미간을 찌푸렸다. 만약을 대비해 서 사람을 더 썼다고 했지만, 설마 저들 이 올 줄이야.

‘빌어먹을!’

저들이 나타나기 전에 혹금단주를 사 로잡았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리니 무능력함을 드러내 고말았다.

‘반드시 놈을 제압해야 한다.’

진고원과 장무상은 저들이 개입하기 전에 흑금단주를 제압하기로 결심했다. 공력과 속성을 융합, 전력을 끄집어냈 다. 태왕십수와 지존십객이 당한 이상, 일반적인 수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지 존도(至尊刀)와 태왕갑(太王甲)을 꺼내 들었다. 지존혈광도법(至尊血光刀法)과 태왕신권(太陽神호)의 극의로 결판을 낼 것이다.

스륵!

지척에 이른 기운이 갑자기 빨라진다.

찌릿!

진고원과 장무상은 본능적으로 위험 을 감지했다. 신속히 돌아서며 반격하 지만, 기습이 더 빨랐다.

꽈아0}0}앙'!

격렬한 파장을 일으키며, 공간을 진동 시켰다. 진력이 남아 있는 공간이 뜨겁 게 달아올라 열기를 발산했다. 10m의 공간이 박살 나며, 흙더미가 시야를 가 리다가 흩어진다.

부르르, 쿨럭!

기습을 당한 진고원과 장무상은 극심 한 타격을 입고 선혈을 토했다. 어지간 한 수는 방어해 내는 전신기공과 속성 이 무력화되었다. 전혀 의식하지 못했 기에 완벽하게 당했다.

“네놈들이 어째서?”

“우린 개과천선했거든. 앞으로 착하게 살려고.”

“……개소리를!”

“믿고 안 믿고는 자유이지만 사실。] 다.”

기습한 자들은 삼방신 길드의 길드장 창왕 유선엽, 투왕 주지태, 적왕 백명진 이었다. 그들은 감옥에 있으면서 재기 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윗선과 연결되어 나오게 되었다. 조건은 흑금 단주를 제압하는 데 힘을 보태고, 앞으 로도 종종 도움을 준다면 이전의 죗값 을 줄여 주겠다고 했다.

‘병신 같은소리지.’

‘저 괴물을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지금도 손발이 다 떨리네.’

삼왕은 현재 제혼금침대법과 폭착충 에 제압되어 있었다. 그들의 인생에 있 어 정우는 대악마(大惡魔)다. 금강문주 도 저 괴물에 비하면 착한 새끼였다. 그 런 괴물을 또 상대하라니, 그냥 감옥에 더 있고 싶을 지경이다.

‘전투력만 괴물이 아니라고!’

‘이 상황을 유도한 것만 봐도.’

‘건드릴 사람이 따로 있지!’

정우는 삼왕이 이번 일에 관여하도록 유도했다.

실제적으로 무문연합을 금강문이 주 도하고 있다. 그나마 대적할 집단은 길 드연합이 유일하다. 하지만 길드연합이 온전했을 때의 이야기다. 그러는 가운 데 대선의 향방이 기울어 가고 있었다. 흐름을 반전시킬 카드를 꺼내 들어야 했고, 완벽한 일 처리가 필요했을 것이 다.

‘이놈들분이지.’

외인(外人》을 쓰기에는 시간도 없고, 위험도 따랐다. 수족으로 적당히 사용 하고, 거리를 두기에 옥살이를 하고 있 는 삼왕만큼 적절한 대상은 없다고 봤 다. 아니나 다를까, 삼왕에게 연락이 왔 고, 계획대로 역공을 펼쳤다.

“그러게 조심 좀 하지.”

“……네놈이 ……알고 있었구나!”

“그림이 좋잖아.”

“……네놈만은 죽여 버리겠다!”

“등 뒤에 적을 두고 날 상대하려고? 나야 좋지.”

진고원과 장무상은 치를 떨며 이를 갈지만, 정우에게 닿지도 않았다. 삼왕 이 그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멀쩡한 상 태였다면 모를까, 기습으로 전력이 반 이상 날아가 버렸다. 이리되니 정면에 는 혹금단주가, 배후에는 삼왕이 버티 는 고립무원의 처지가 되고 말았다.

‘ 어쩌다가!’

‘괴물 같은 놈!’

진고원과 장무상은 혹금단주의 심기 에 치를 떨어야 했다. 애초에 놈은 자신 들을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태왕십수 와 지존십객만 쓰러뜨리면 끝나는 게임

이었던 것이다. 자신들의 심리를 이용 해서 철저히 실리만 챙겼다. 소름 돋는 심계다. 정치권에서 어째서 혹금단주를 사로잡으려고 했는지 깨달았다.

“하지만 이대로 끝나지 않는다!”

진고원과 장무상도 호락호락하진 않 았다. 그러나 삼왕은 당한 게 많았다. 그간의 억울함으로 따지면 진고원과 장 무상의 원한은 애교였다.

격돌했다.

꽈아아앙

의미 없는 대결이기는 해도, 길드마스 터 간의 우열은 가릴 수 있을 거다.

정우는 느긋하게 대결을 관전하는 걸 로 손을 털었다. 이번 사건만 잘 해결되 면 삼왕의 형량이 줄어들거나, 집행 유 예를 받을 수도 있다.

“전투의 묘미는 차도살인이지.”

“아무렴요.”

옆으로 양용익이 다가왔다.

“다‘ 찍었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편집은?”

“제가 이쪽 분야에도 일가견이 있습 니다.”

“내일 풀어.”

사채업을 하기 전 어렸을 때부터 캠가스터로 두각을 나타냈던 양용익이다. 시원시원하게 얼굴도 잘 드러나게 확실 하게 잘 찍고 다녔었다.

태왕길드와 지존길드의 습격은 아침 이 되기 무섭게 인터넷에 올라왔다. 동 영상을 첨부한 파일이 대대적으로 풀리 면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결과는 폭 발적이다. 각종 언론사에도 미리 영상 을 보내 확인을 마쳤다. 그걸 본 언론사 는 게임이 끝났다는 걸 깨닫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 아니냐!

-세상 무섭다.

-금강문주가 당선되는 게 겁나는 거 지.

-그래도 그렇지, 납치는 너무하잖아.

-권력의 무서움이지.

편집이 됐다 해도 영상의 내용이 또 렷했다. 혹금단주를 납치하기 위해서 태왕길드와 지존길드의 주력이 움직였 다. 이를 미리 알아채고 함정을 파지 않 았다면 혹금단주는 납치를 당할 수도 있었다.

-저 나이에 최상위 길드원의 다구리 를 박살 냈네!

-상황을 유도하는 심기도 쩐다.

-사전에 신고했으면 될 일 아닌가?

-그럼 윗선에서 연락받고 말 돌렸겠 지.

-말로 하면 믿었을 것 같냐, 빼박이 아니면 안 믿잖아.

공개되자마자 하루 종일 시끄러웠다. 유니크 연합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숨죽이고 있어야 할 길드에서 또다시 사고를 치는 바람에 유니크에 대한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지 않게 홀 러갔다. 더욱이 대선 판도에 영향을 줄 대형 사고였다. 만일 혹금단주가 대처 를 잘 못 했다면 대선 지지율이 완전히 갈렸을 수도 있었다.

유니크 연합은 검경과 합동으로 수사 를 천명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낱낱 이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 미 사건의 윤곽은 언론에서 그려 내고 있었다. 서너 살배기도 사태의 본질을 알만했다.

“일을 이따위로 만들어 놓으면 어떡 해?”

“……죄송합니다! 최대한 수습하겠습 니다.”

“수습하려면 실패하지 말았어야지, 언 론은 어쩔 거야?”

“설마 그들이 배신할 줄은…… 크악!”

당 대표인 표인수가 던진 재떨이에 이재경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이 마가 찢어지면서 선혈이 튀었다. 그럼 에도 표인수는 화를 누그러트리지 못했 다. 평소 그의 근엄하고, 강직했던 모습 만 봐 왔던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충격 적인 장면일 것이다.

드륵!

문을 열고 비서관이 들어왔다.

“큰일 났습니다!”

“뭔 일이야?”

“압수 수색이 들어왔습니다!”

“뭐야, 어서 막아!”

막으려고 해도 유니크 연합과 검경 합동 조사단이 쳐들어왔다. 당원이라고 해봤자 일반인이다. 유니크를 막진 못 한다.

“수상한 행동 하지 마십시오. 공무 집 행 방해로 연행할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은 면책 특권이 있다는 거 몰라!”

그들은 닥치는 대로 자료를 수거했다. 당파의 의원들과 경호원이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법원에서 압수 수색 영장 이 떨어졌다. 이는 야권도 비슷했다. 같 은 시간에 합동조사단이 파견되어 탈탈 털고 있었다. 작금의 사고분만 아니라, 이전에 있었던 일들까지 파헤치려는 것 이다.

정치권에 큰 폭풍이 불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사태와 연결되

었다. 납치 영상은 물론, 지존길드와 태 왕길드의 자백을 확보했다. 그럼에도 여야의 수뇌부는 면책 특권을 내세우며 연행을 거부하고, 이번 사태와 관련이 없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감옥에 있어 야할 삼왕이 납치 계획에 동원되는 바 람에 윗선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중론 이었다.

* 대선 지지율 조사.

-금강무적당 90%

-금강문주 95%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고 사건이 하나 둘씩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지지율이 급락할 거란 예상이었지만 무색하게 만 들었다. 지지율은 대선과 총선 10일 전 까지 지속적으로 올라, 공산당 수준에 이르렀다. 표를 까놓고 투표하는 방식 으로 착각할 만한 지지율이었다. 이토 록 높은 지지율은 나오기 힘들었다.

정우와 문주는 금강문 내에 마련한 대선 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지지율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놈들이 끝까지 네 뒷조사를 하면 어쩌려고 그랬냐?”

“사실대로 말하면 되죠.”

“일곱 살에 날 이기고, 마물을 때려잡 고 다녔다고 말하란 거냐?”

“예.”

이호극은 헛기침이 나왔다. 사실인데 아무도 믿지 않을 일이다. 일곱 살이면 유치원생이다. 지금도 강하지만, 이호극 은 당시에도 강했다.

“시간이 있다면요.”

정우의 신분은 만들어졌다.

완벽하게 준비를 했다고 해도, 파고들 려고 했으면 미심쩍은 부분이 발견됐을 거다. 하지만 여야는 지금 그럴 정신머 리가 없었다. 대선 구도를 바꾸기 위해 서 사람을 납치하려고 했었다. 길드가 동원되는 바람에 대선은커녕, 본인들부 터 살고 보아야 했다. 현재로써는 대선 과 총선, 면책 특권을 이용해서 버티고 는 있지만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근데 후보자는 나오게 해 줘야지.”

“죄를 짓지 않으면 되는 일이에요.” 정우는 여야에서 후보자를 내놓을 때 마다 팩트 폭격을 날리고 있었다. 사전 에 혹막을 통해 조사한 내용을 은밀하 게 풀었다. 그 결과 후보가 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가뜩이나 여야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아 후 보가 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제 어쩌지?”

“그거야 문주님이 결정하실 일이죠.”

“내 맘대로 하라고?”

“예.”

“날 믿냐?”

“쪽팔린 짓은 하지 않으실 거잖아요.”

욕먹을 짓이 아니라, 쪽팔린 짓이라니. 폼만 잡고 살라는 건가. 이호극은 고개 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히 머 리만 복잡해지고 있었다. 이럴 때는 시 원하게 한판 당겨야 한다.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금강무적당이 지역구와 비례 대표를 포함해서 270석을 확보했다. 총 의석수 가 300석인 걸 감안하면 말도 안 되는 수였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의석 확보 였다.

당연히 금강문주는 당선되었다. 전국 투표율 88%에서 96%의 지지를 받고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역대 정권 누구도 이루지 못할 몰표다.

-이거 레알 실화냐!

-조작해도 이러지는 않겠다!

-조작을 하려면 적당히 하겠지, 지금 이 유신 시대냐!

-그럼 적당히 찍어야지, 이건 완전 독 재잖아!

-그렇다고 병신들을 찍냐!

압도적인 대선 지지율을 바탕으로 공 약을 내세운 법률의 강화와 공정한 상 생 경쟁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대다수였지만, 독선이 되지 않을까 걱 정하는 반응도 꽤 있었다.

금강문에서는 대선과 총선의 승리를

자축하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정우는 자리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었다.

후륵!

식사를 하고, 차를 마셨다. 기분이 들 뜬다고 술을 마시는 우를 범하지 않는 다.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하라야.”

“왜‘?”

“나, 군대 간다.’

“.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