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48화 (448/500)

제 8장

선거 공세 (3)

토론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열기가 고 조되는 정도를 넘어 폭발적이다.

금강문주의 발언이 상당히 과격하다 는 말이 나왔지만, 법치가 지켜지지 않 는 현시점을 꼬집고 있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성립하지 않는 모두에게 평 등한 법의 적용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이 깊이 파고들었다.

-토론이 원래 이렇게 재밌는 거냐?

-완전 카리스마 쩔더라, 다들 얼어서 말도 못 하던데.

-맞는 말이야, 내가 봐도 이상한 판결 들 많았어.

-되놈들이 우리나라에서 설치는 꼴도 보기 싫고!

-그래, 이렇게 가야지,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고!

-법은 완벽하지 않아. 사람이 하는 거 야

-그러다 억울하게 옥살이하면 참 좋 겠다!

금강문주는 대통령도 법률에서 자유 롭지 않은, 법치주의에 입각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집권 여 당과 야당은 법을 무기로 한 폭압과 인 권 탄압으로 몰아갔다. 인터넷상에서도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잖아, 그럼

된 거 아냐!

-법 너무 좋아하지 마라, 법 믿다가 큰코다친다!

-대기업 총수나 국회의원들은 요리조 리 잘도 빠져나가던데, 이거부터 해결 해야 하는 거 아냐!

-책임정치를 실현한다던데, 발의한 내용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그럼 누가 발의를 하겠냐. 아무도 안 할걸!

-그 정도의 책임도 지지 않으면 뭐 하러 국회의원이 된 거야!

금강무적당은 법률의 강화와 책임정 치의 실현을 과제로 두었다. 공약을 발 의만 해 놓고, 나중에 잘못되면 나 몰라 라 했던 몰지각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정책의 현실 가능한 범위를 철두철미 하게 조사하여 발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제까지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기에 현 실적으로 불가능한 공약임에도, 환심을 사기 위해서 발의해 왔다. 공약 남발에 의해 공약 이행률이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당의 공약이 발표되고 나자, 금강문주

의 지지율이 또다시 고공 행진을 했다. 여야는 두고 볼 수가 없게 되었다. 길드 를 통해 조사한 내용의 사실 확인을 대 충 마치고, 발표했다. 네거티브, 혹색선 전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금강문과 하북팽가가 사돈을 맺었다 던데, 국가 안보는 괜찮은 거야?

-짱깨국하고 가까이하지 말라고! 천 조국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_우리의 주적은 북한이고, 중국하고 는 정치적으로 거리를 두어야 해

-이번에 대출 자금이 일본 가문에서

홀러나왔다고 하잖아.

-그것도 좀 문제인데!

하북팽가와 사돈지간이 되었다는 발 표에 전국이 술렁거렸다.

미국 정부에서도 한국과의 우호 관계 에 의문이 있다는 발언을 쏟아 냈다. 거 래가 있었는지, 설령 있었다면 어떤 내 용인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적개심이 형성되었다. 더군다나 금강문을 통해 거래된 은행의 자금이 일본 자금이라 해도 대출 이자를 대폭 완화했다. 국가 에 이득이 되는 거래였지만, 시중 은행 이 타격을 입게 되었다.

“건드렸겠다.”

정우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이쯤에서 정당한 선거 유세와 공약 선전을 했다면, 굳이 더 나아가지 않았 을 것이다. 공정한 선거를 통한 패배라 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대통 령이 되면 계획했던 일들을 보다 빠르 게 실현할 수 있겠지만, 시간문제였다.

“찬균아, 작업 끝났냐?”

“그렇습니다.”

“흔적은 안 남게 하고.”

“청소까지 싹 다 마쳐 놓겠습니다.”

흑색선전과 네거티브로 나간다면 이 쪽에서도 원색적으로 나가 주는 게 인 지상정이지 않은가. 흑막이 이쪽 분야 에서는 최고의 엘리트로 평가받고 있었 다. 또한 흑막을 유지하는 동안 보관해 온 자료의 양도 상당했다. 임수철과 도 수들이 준비해 온 자료와 섞어 놓으니 제법 그럴싸한 그림이 된다.

“나도 이쪽이 편하지.”

좋은 게 좋은 거 아닌 세상이다.

정우는 인간의 본성이 착하다고 보지 않는다. 인류가 만들어 놓은 법칙이 있 기에 본성을 억누른다고 생각한다. 만 약 법과 규범이 없다면 인간은 본능적 으로 행동할 것이다.

“그럼 미담왕자를 만들어 보실까?”

네거티브는 포지티브가‘ 있어야 대비 가 더 강력하다.

일단 시중에 떠도는 의문점을 해소해 야 했다. 하북팽가와 사돈 관계를 맺어 얻어 낸 이득을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 내었다.

“이러고 보면 가만히 내버려 두지는 않아. 안 그러냐, 찬균아?”

“제 주제를 깨닫게 해야지요.”

“하오문에서 연락 오면 친하게 지내

봐.”

“알겠습니다.”

혹막의 수장, 박찬균은 바람처럼 제자 리를 찾아 사라졌다. 임수철과 도수들 을 붙여 주었더니, 일의 능률이 한껏 높 아지기는 했다. 여기에 하오문과 연계 한다면 중국과 한국의 정보 공유가 가 능해진다.

-국부유출 오지네!

-친일매국노들이 판을 치는구나!

_똥 묻은 개가 지적질은 잘하네!

-발정 난 개새끼도 아니고, 싸지르기 는

-이러고도 아니란다, 우리가 썩은 동 태눈이냐!

-아주 흥이 넘치더라. 세상 행복해!

-정치 잘한다, 아주 칭찬해!

여야를 막론하고 한바탕 난장판이 벌 어졌다. 인터넷으로 여야의 의원들이 벌인 행적들에 관한 각종 증거가 쏟아 져 나왔다. 단순한 네거티브가’ 아닌 증 거 사진과 동영상까지 첨부되었다. 특 히 별장에서 여자들을 불러 놓고 발정 파티를 벌인 의원의 얼굴이 적나라하게 찍혔다.

여야는 영상과 사진을 차단하고는 있 지만, 벌써 퍼질 대로 퍼졌다. 뒤늦게 조작 영상이라고 반박 의견을 냈으나, 여론은 악화될 대로 악화되었다. 이제 는 뭔 말을 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게 되 었다.

여야의 수뇌부가 비밀리에 모였다. 회 동을 가진다는 사실이 외부로 유출되면 그것도 곤혹이었다.

“관리를 했어야지요.”

여야의 당 대표인 표인수와 김중선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연루된 인원만 해 도 당원의 절반이 넘는다. 다들 쉬쉬하 다가 사태가 더 커지고 말았다. 언론을 막는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 시대가 되 었다.

“금강문이 벌인 짓이 분명합니다.”

“맞습니다. 금고에 있던 자료를 일반 인이 빼 가진 못합니다.”

자료를 꽁꽁 숨겨 놓았던 의원들이다. 그들이 바보도 아니고, 외부에 유출될 여지를 남겨 두겠는가. 경비가 삼엄한 집 안의 비밀 금고에 놓아 둔 자료였다.

“증거는?”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증거 없이 금강문 을 밀어붙이란 소린가!”

“죄송합니다.”

언론 플레이를 하려면 최소한의 정보 가 있어야 했다. 조급함에 어설프게 대 응했다가 조목조목 반박하는 바람에 입 장이 더욱 난처해졌다.

“금강문주의 옆에 뛰어난 조력자가 있었습니다.”

“누군지 알아봤나?”

“혹금단의 전호경이라는 자입니다.”

“전호경?”

흑금단은 들어 봤어도, 흑금단주에 대 해서는 금시초문이었다. 다들 누군지 아리송해하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금강 문주를 수행할 때 항상 붙어 다녔다. 단 순 경호가 아닌, 자문 역할까지 한다고 하니 놀라웠다.

“하북팽가와의 협상도 이자가 성공시 켰다고 합니다.”

“거물을 몰라봤군.”

이제 갓 서른을 넘은 것으로 아는데, 예상 밖이었다. 그분인가? 하북팽가는 물론 오대세가와 협상을 타결해 중국내 수출의 물꼬를 다시 텄다. 중국 정부에 게 수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약속까지 받아 냈다. 국가의 원수도 해내지 못한 일을 금강문의 일개 단주가 해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한데, 수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닙니 다.”

“무엇이?”

“그자의 신상 명세가 뚜렷하지 않습 니다.”

“출생의 비밀이라도 있다는 겐가?”

“젊은 나이임에도 상당한 실력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무문에서 그와 견 줄 무인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 자 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고 보진 않습 니다. 하물며 금강문주의 신망이 굉장 히 두텁습니다.”

확실히 의심 가는 부분이 많았다. 대 외적인 행사는 물론, 은밀하게 행해지 는 행사에 혹금단주가 나섰다. 어려운 일임에도 척척 해결하는 추진력과 이를 받쳐 주는 무력과 두뇌까지 갖추었다. 실로 완벽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 형제가 있음에도 차기 금강문의 후 계자가 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어쩌면 금강문주를 움직이는 실세가 그자일지도 모릅니다. 혹, 숨겨둔……

“조사해 볼 필요가 있겠군.”

“어중간한 자들로는 무립니다.”

“그렇겠지.”

“하오면, 일전의 그자들을 써 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고민하던 당 수뇌부는 대선 지지율의 격차에 결단이 필요하단 것에 동감했다. 이대로는 정치 일선에서 아예 배제된 채 물러나야 한다. 권력은 혈육이라도 물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만큼 권력 의 단맛에 오랜 시간 물든 인간의 욕망 은 상상을 초월한다. 자리가 사람을 괴 물로 만드는 것이다.

“가급적 도박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하는 수없지.”

“뒤탈 없이 깔끔하게 처리하겠습니 다.”

허락을 받은 이재경은 곧장 일어섰다. 수뇌부는 결단을 내리고, 그는 실행하 는 자다. 여당 대표가 휘두르는 칼인 만 큼 굉장히 날카로웠다.

정우는 금강문의 연무장에서 동작을 점검하며 깨달음을 구현해 나갔다. 스 피드와 궤적은 지극히 평범했다. 실전 이 아니라 마치 시연을 하듯 움직였다.

드륵!

문을 열고 두 사람이 연무장에 들어 섰다.

헙!

강현과 강우는 강력한 지배력에 온몸 이 땀으로 젖어 갔다. 무지막지한 장악 력이다. 연무장의 중앙에 선 정우의 통 제 하에 있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잖아.’

‘괴물 같은 녀석! 언제까지 강해질 거 냐!’

강현은 신룡의 탈을 벗어 버리고 완 숙한 경지에 도달했다. 뇌력광마신공도

10성에 올라,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 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이 정우가 되면 한없이 초라해진다. 욕심을 내지 말고 만족해야 하거늘, 인간인 이상 초연해 지기 어려웠다. 차라리 나이라도 많았 으면 이해라도 하지, 어린 녀석이 형들 을 부끄럽게 만든다.

한데, 그리 따지면 우리나라에서 부끄 럽지 않은 무인을 찾기도 어려울 거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까진 아무것도 못느꼈어.’

강현이 놀라는 원인은 단순히 공간의 지배력에 기인하지 않았다. 연무장의 문을 열고 들어서기까지 의식조차 하지 못했다. 지배력을 넘어서는 실로 완벽 한 통제력이다. 지정한 영역을 능수능 란하게 컨트롤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 다.

하아.

한숨이 토해지고.

공간에 제압되었던 강현과 강우는 운 신이 가능해졌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 듯이 정우의 의지가 사라져 버렸다. 능 히 권능이라고 불려도 손색없는 의지의 강력함이었다. 같은 무인으로서 탄복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그렇게 강하면서 또 훈련을 해? 우리 보고 죽으란 거냐. 좀 적당히 평등하게 좀 살자! 강한 놈들이 더한다니까!”

“훈련을 일상처럼, 일상을 훈련처럼이 란 말도 있잖아.”

강우는 질렸다는 기색이 완연했다. 정 우의 강함은 일반적인 범주를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 따라가는 사람의 심정 도 고려하지 않고, 지 혼자 이기적으로 독주했다. 아버지의 등살과 밀려오는 자존감 상실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우에 게 있었다. 정우만 제외하면 어딜 가도 대접이 달라졌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뜬금없이 앞뒤 자르면 내가 어떻게 알아.”

“너에 대해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정확 히 말하면 네가 세탁한 전호경이라는 신분이 의심을 받고 있어.”

“괜찮아.”

답답한 마음에 강우의 언성이 커졌다.

“네가 아버지의 숨겨 둔 자식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해. 대체 어떤 새 끼들이 그따위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을 내는 거야?”

“소문은 소문일 분, 일희일비하지만

않으면 돼.”

“태평한 소리 한다. 벌써 믿는 사람들 도 상당히 많다고!”

강우는 사태를 심각하게 보는 반면, 강현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소문의 진위를 떠나 혹금단주라는 신분을 파고 들면 분란의 소지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도 정우는 고민하기는커녕, 담담 해 보였다.

“소문, 네가 낸 거냐?”

“역시 형은 눈치가 빨라.”

“대체 왜?”

“주목 좀 받고 싶어서.”

강현과 정우의 대화에 강우는 갸우뚱 했다. 돌아가는 정황이 이상해졌다. 혼 자서 딴소리한 게 되었다. 무엇보다 주 목을 받기 위해 혼외 자식이 되겠다니. 상식적으로 납득할 범위를 벗어났다.

“일단 강천이를 보냈으니, 형들도 일 선에서 잠깐 후퇴해 줘야겠어.”

“너 설마, 문주가 되려고?”

강천과 세경의 혼인을 앞당긴 것도 목적이 있었다는 듯이 들린다. 금강문 에서 빼서 데릴사위로 하북팽가에 던져 준 것과 마찬가지로, 본인들은 아니라 고 하나, 북경으로 신혼여행을 가서 돌 아오지 않고 있으니 의심은 당연했다.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잖아.”

강우는 정우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걸 알지만, 금강문은 큰형이 이끌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정우가 별달리 욕심을 부리지 않아 의심하지 않았었다. 갑자기 배신감이 밀려왔다.

“좋다, 한발물러서 있으마.”

“형까지 왜 이래?”

“이번 기회에 우리도 여행이나 다니 자. 인생 길지 않다.”

“하아, 맘대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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