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장
선거 공세 ⑵
금강문과 하이퍼 팩토리 간의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정우는 기다렸다는 듯, 하이퍼 팩토리 의 세무 자료를 공개해 버렸다. 영업 비 밀이라고 하여 감추던 영역까지 낱낱이 공개하고, 사원들의 증언까지 확보했다.
그 결과 하이퍼 팩토리가 기술력만으 로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섰음을 재차 홍보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임금 착취는 물고 늘어질 충 분한 사유를 제공했다.
“발표할까요?”
“아니, 좀 더 기다려.”
다음 대선 토론이 열리기 전까지 여 야가 파상 공세를 하도록 내버려 두었 다. 지속적으로 제보자와 접촉을 시도 했고, 인터뷰를 따 냈다.
“사실대로만말하면 된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알고 싶은 건 그게 다일 테지.”
“속이 뻔히 보이던데요.”
정우는 더 이상 거추장스러운 신분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주변에 대한 경 호가 완벽하게 준비되었다.
‘잘 생각해 보고 선택해야 할 거다.’
정당의 후보자 중 지지율이 높은 5명 이 방송 토론에 참석하기로 되었다. 대 선 지지율에 따라 자리가 배치되기에 금강문주가 중앙을 차지했다. 딱 물어 뜯기 좋은 위치였다. 금강문주의 좌우 로 집권 여야의 후보자가 앉아 있었다.
토론 1시간 전까지 금강문주의 지지 율은 가파르게 하락했다. 그러면 각 후 보자들은 표정이 좋아야 하는데, 그렇 지 않았다.
와 반전 쩐다.
-양아치 쓰레기 인생이었네!
-무공을 가르쳐 주고, 갱생까지 시켜 줬는데.
-절정고수라며, 통수 제대로 쳤네!
-그래도 노동법은 지켜야지!
-한번 양아치는 영원한 양아치라고!
혹금단의 월급이 만천하에 공개되었 을 때만 해도 반응이 이렇지 않았다. 무 인에게 160만 원의 월급은 너무하다는 평이 컸다. 하물며 절정의 무공을 가지 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유니크가 되어 서 받은 월급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 다.
혹금단의 과거 이력이 밝혀지면서 반 전되었다.
사채업을 하며, 감방을 들락날락했던 건달들이 사람이 된 것이다. 무공까지 가르쳐 주었으니, 사제지간일 수도 있 었다. 흑금단이 된 후의 이력이 지나치 게 깨끗했다. 일대의 사채업을 정리하 고 바른 길로 인도했다는 평이다.
-내가 양아치라서 보태 준 거 있어? 내가 뭘 잘못했다고! 돈 좀 더 벌겠다는 데 그게 잘못이야! 씨발! 내가 예전이면 억대는 우습게 벌었다고! 이거 왜 이래!
혹금단의 막내에서 갓 벗어난 강만호 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경찰서로 연행되어 가는 장면이 보도되었다.
전형적인 양아치, 스승의 등에 칼을
꽂은 후레자식.
비록 최저 임금보다 못한 돈을 주었 지만, 실상 연금 형식으로 막대한 자산 을 쌓아 놓고 있었다. 정우가 가지고 있 는 자산 대부분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후일 연금식으로 주기로 약속하였다.
-이거 안 놔! 이 새끼들이 미쳤나 내 가누군줄 알아! 다죽고 싶어 강만호는 세상 양아치로 분해 있었다. 세상의 양아치는 나야 나라고 외쳤다. 나만큼 양아치스러운 놈도 없다고 고래 고래 소리를 질렀다.
-겁대가리 상실한 새끼들, 다 나와!
허위 사실 유포와 명예 훼손으로 경 찰서로 연행하는 과정에서도 난동을 부 리는 바람에 굉장히 시끄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무공을 익히고 있어, 어지간 해서는 제압이 되지 않았다.
때마침이랄까.
금강문주가 등장해 난동을 피우는 강 만호를 제압해 경찰에 인도했다. 경찰 서에서 씁쓸히 돌아서는 금강문주는 클 라이맥스를 장식했다. 1시간 전부터 동 영상이 올라와서 뉴스의 메인을 차지하 고, 실시간 검색어 1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1. 대박통수
2. 양아치!
3. 금강문주
제보자의 허위 사실 유포와 명예 훼 손, 공무 집행 방해가 올라오면서 공세 를 취했던 여야는 난처한 지경에 처했 다. 연관이 없다고 둘러댈 시간적인 여
유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여야에서 돈을 주고 시킨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 돌았다.
“어떻습니까?”
“연습많이 했나봐.”
“평소 훈련이 중요합죠.”
“잘했다.”
정우의 뒤로 양용익과 강태산이 서 있었다.
사전에 강만호에게 제보자가 되라고 한 후, 예전 모습을 보이라고 했다. 그 러면 한 몇 개월은 구치소나 감옥에 있 을수 있었다.
‘부러운 자식!’
‘나도잘할수있는데.’
양용익과 강태산은 경찰서로 연행되 는 강만호가 굉장히 부러웠다. 나중에 들어온 놈이 호사를 누리고 있었다. 그 래서 인생은 복불복이라고 하는 거다. 우리 중에서 가장 연기가 되는 녀석이 강만호였다. 다들 이런 분야에서는 일 가견이 있지만, 강만호가 그나마 현역 에 가까웠다.
“쉬고 싶냐?”
“아닙니다!”
“눈치 빠르네.”
“기본이지요, 헤헤!”
정우의 대수롭지 않은 물음이었지만, 양용익과 강태산은 방심하지 않았다. 괜한 말을 했다가는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했다. 영원히 쉬면 좋겠지만, 단주는 절대 그런 호사를 누리도록 놔두지 않 는다. 우리가 모르는 방법으로 언제든 최악을 선사해 주었다.
“여야의 동향은?”
“길드를 통해 유니크를 급파한 모양 입니다.”
“정신능력자겠지?”
“그렇습니다.”
제보자가 나오고 난 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각 정당도 바보가 아닌 이 상 이상하다는 걸 파악했을 테고, 정신 감정을 하기 위해서 유니크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알아낼 거란 기대는 하 지 않았다. 혹금단의 정신 금제는 정우 가 손수 새겨 주었다. 어설픈 수작은 통 하지 않는다.
“받았으면 돌려주는 게 인지상정이겠 지.”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일전에 혹금단에 합류한 도둑들에 대 한 교육이 끝났다.
임수철을 필두로 한 우리나라 최고의 도수 집단이 탄생했다. 맘만 먹으면 어 디든지 털어 낼 수준이 되었다. 여기에 비마(飛魔)의 절기를 전수받았다. 전생 의 수하 증에서도 가장 빠르고, 은밀했 던 녀석이다. 특히 그가 펼치는 암천비 환술(暗天飛幻術)은 어둠에서는 천하무 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좋겠네.”
“예?”
“월급이 올랐잖아.”
“……그렇습니다.”
혹금단의 월급이 500만 원으로 인상
되었다. 하나, 공식적으로 올랐을 분이 다. 200만 원을 제외하고 300만 원은 고스란히 단주의 저금통으로 직행했다. 나중에 모아서 주겠다는 연금 형식이라 털어도 먼지조차 나오지 않는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야.’
양용익과 강태산은 탄복을 금치 못했 다.
문주님의 선거 유세를 하면서, 본인의 개인 자금을 몇 배로 늘렸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계책이었다. 손도 안 쓰고, 금강문의 금고를 합법적으로 털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침부터 김 총관이 인 상을 찌푸리고 있는 것만봐도 알수 있 는 대목이다. 공식적으로 알려졌으니, 돈을 올려 주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甘중에 내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지급 보장을 해 주시는 겁니까?”
“아니.”
“……알겠습니다.”
토론이 시작되고 여야의 후보자들이 금강문주를 공격했다.
그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어설프게 수를 쓰다가 오히려 당하고 말았다. 금강문주의 지지율이 이전보다 더 가파르게 수직 상승했다. 실시간으 로 검색 지표가 금강문을 상징하는 황 금색 휘광으로 물들어 갔다. 반전시킬 만한 카드가 필요했다. 그 일환으로 금 강문주의 토론 실력을 만천하에 까발리 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경제와 복지 분야에 관해서는 기존 과 다르지 않은데, 이에 대해 이호극 후 보자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경제와 복지는 저의 중점적인 목표 가 아닙니다.”
새천년당의 후보, 김명재는 쾌재를 불
렀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복지의 사각지대 가 두드러졌다. 이런 민감한 사안을 두 고 고민하지 않았다는 발언은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었다.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목 표도 세우지 않고 대선에 나오신 겁니 까?”
“김명재 후보님의 말씀대로 무책임한 발언입니다. 대선 후보는 국가의 미래 를 설계하고 실현하는 자립니다. 대선 출마를 어찌 그리 가볍게 보시는 겁니 까!”
“하면 경제와 복지보다 중요하게 여 기는 게 뭔지 말씀해 주시지요!”
먹잇감을 던져 주자 개떼처럼 물어뜯 는 후보자들이다. 강경 노선일수록 과 격한 발언이 난무했다. 본인들의 피알 도 해야 하기에 질문이 날카로웠다.
스윽!
이호극이 주변을 무심히 돌아보았다.
움찔!
열변을 토하며 몰아붙이던 후보자들 은 멈칫거리다가 마른침을 삼켰다. 기 회가 와서 쏘아붙이고는 있는데, 상대 는 금강문주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작 정하면 피바다는 따 논 당상이다. 일반 인들은 몰라도 그들은 고급 정보원을 가지고 있었다.
‘무문의 개차반이라던데!’
‘말이 안 통하는 돌아이잖아!’
‘설마주먹질하는거아니지?’
조사를 할수록 그들로서는 껄끄러운 상대다. 그도 그럴 것이 육체부터가 일 반인과는 규격 차이가 천양지차다. 저 덩치로 정장을 입고 있는데, 거대한 산 이 불쑥 솟아 있는 느낌이다.
“제 목표는 공정한 경쟁과 사회 정의 의 실현입니다. 간단히 말해 맞을 놈은 맞고, 죽일 놈은 죽이자는 겁니다.”
공정한 경쟁과 사회 정의 실현에 대 한 과격한 발언이 이어졌다. 그야말로 파격적이 고도 무시무시했다. 범죄자의 갱생보다는 징벌의 의미가 강하다.
“그런 방식은 폭압입니다.”
“피의자가 잘사는 꼴은 못 봅니다.”
“그렇다고 죽이자니요. 인권 탄압이자, 민주주의의 도태입니다!”
“범죄자에게 인권은 사치입니다.”
강력 범죄자의 인권보다 피해자 위주 로 수사를 하겠다는 뜻이다. 말만 들어 봐서는 지나치게 협소한 공약 같지만, 범위를 넓히자 사회분만 아니라 경제까 지 포함되었다.
죄를 지으면 빠져나갈 구멍부터 만드 는데, 원천 봉쇄하겠다는 선언이다. 그 런 걸 할수 있는특권 계층에 의원들까 지 포함한다. 뇌물을 받아도, 공권력을 남용해도 처벌은 미미했다. 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늘리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아래에서부터 위로 누구도 봐주지 않습니다. 법은 남녀노소 공평해야 합 니다.”
학교부터 시작해서 강력 범죄와 관련
되어 있다면 처벌에 차별을 두지 않겠 다는 선포를 했다. 예를 들어 단순 학교 폭력으로 끝나는 경우도, 발본색원하여 징치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학교는 교화와 교육이 목적입니다.”
“교화와 교육, 말은 좋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입니까?”
학교는 학생의 교육과 교화를 담당하 게끔 되어 있다. 바르게만 돌아간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은 어 떠한가. 학생은 학생이라는 신분을 교 묘히 이용하고 있었다. 실제로 담배를 사는 학생은 처벌되지 않고, 판 사람만 처벌을 받는 구조다. 말도 안 되는 불합 리함이다. 양쪽 모두 처벌을 받아야 합 당했다.
“저를 독재자라고 생각한다면 뽑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제가 당선된다 면 반드시 실현할 겁니다.”
실로 파격적이고, 강력했다.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구조를 바꾸 어야 경제든, 복지든 바꿀 수 있다는 의 미가 담겼다. 여론을 의식한 보여 주기 식 공약은 암만 떠들어 봐야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토론이 끝났다.
“잘하셨습니다.”
“입 맞추느라고 혼났다. 한데, 괜찮겠 냐‘?”
“아니면 말지요.”
“네가 그럴 놈은 아니지만, 시원하긴 하다.”
정우와 문주는 방송 중 심어(心語)로 의사를 주고받았다. 마지막 발언의 대 부분은 정우의 의사가 피력되었다고 봐 도 무방하다.
“사실 구태의연하기는 합니다.”
“미래가 아닌 현재를 바꾸겠다는 거 구나.”
“이러시면 제가 할 일이 없는데요.”
“이놈이 날 아주 호구로 봤구나. 나도 그 정도는 알아!”
“누가 뭐랍니까. 괜히 제 발 저리시 네.”
정우는 오늘 이후로 세상이 시끄러워 질 거라는 걸 안다. 기득권의 입장에서 가장 무서운 변화는 보편적인 법의 적 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