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장
선거 공세 (1)
10단의 깨달음을 완전히 소화하기 위 한 정우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 었다. 강자는 꾸준함에서 기인했다. 하 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가시가 돋친 다는 도마 안중근 의사의 말씀처럼 무 공도 같은 이치다.
무인은 항상 수련을 해야 한다. 깨달 음의 경지가 높아졌다고 육체의 단련을 게을리하면 감각이 무뎌진다. 감각이야 말로 실전에서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 다. 같은 경지라고 해도 전투 감각의 차 이로 인해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허다 했다.
“동생아, 이 오라비는 매우 기쁘다.”
“됐고, 10%로야.”
손발 금지, 공력 10%로 제한.
그럼에도 정우는 수연이 기특했다. 먼 저 찾아와서 비무를 신청한 적이 언제 였던가. 벌써 까마득히 아득한 옛날의 일처럼 다가왔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 매우 흡족하다. 오빠에 대 한 동생의 마음을 외면하지 않았다.
“시작한다.”
“호오, 7단에 완전히 올라섰구나.”
수연은 현천공의 7단에 올라섰다. 절 대의 경지 초입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 었다. 저 나이에 오르기 힘든 경이로운 성취다. 이대로만 간다면 9단도 머지않 았다. 물론 10단에 오르려면 조금 고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먼저 개척한 오 빠가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물 심양면으로 도움을 줄 테니.
‘대견한 녀석.’
정우는 오빠로서 순수하게 기뻐했다. 이게 바로 스승이 제자를 바라보는 심 정일까? 참고로 혹금단 이하는 노예로 보고 있었다. 딱히 스승으로서의 만족 감과 감흥을 주진 않았다.
어쩌면 피의 무서움일지도.
베드득!
수연은 이를 악물었다.
어설픈 수작은 통하지 않았다. 기교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일 초식을 버틸 수 있는가가 관건이었다. 과연 어느 정도 나 오빠와의 간격을 좁혔을까? 아니지, 상념은 위험하다. 오로지 한 가지만을 생각해야 한다.
슈아앙
현현보의 극의가 펼쳐졌다. 속도의 개 념을 벗어나는, 그야말로 광속이다. 수 연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였다. 이어 서 정령합신을 통한 현천삼도의 일보전 광을 망설이지 않고 뻗었다. 융합된 정 령기(精靈M)가 도강(刀剛)의 파괴력을 일취월장시켰다.
꽈아0}0}앙’!
타격점에 이르자, 폭발이 일어났다.
기의 파장이 거대한 너울을 형성하며 일대를 크게 혼들어 놓는다. 개세적인 파워의 층돌이었다.
꾸웨웩!
돼지 멱따는 소리는 다행히 묻혔다.
여인의 감성은 소중하니까.
쿠다다당!
수연은 바닥을 힘차게 내리굴렀다. 지 면에 끝도 없이 긴 흔적을 남겨 주었다.
정우는 느긋하게 따라붙으며 바닥 청 소를 하고 있는 수연을 관전했다.
기특한 건 기특한 거고,
대결은 대결이다.
설령 동생이라 할지라도 봐주는 건 없다.
바르르르!
무려 1km를굴렀다.
반진력에 튕겨 나간 수연이 경련을 일으키며 치를 떨었다. 다가오는 오빠 는 지저에서 올라온 악마에 비견되었다. 전력을 기울였음에도 흠집도 내지 못하 는 경이로운 수준 차다. 실상 이해가 되 지 않는다. 전력의 1할에 불과했다. 아 무리 오빠가 현천공의 극의에 도달했다 고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대체 몇…… 단이야?”
“근래에 깨달음이 있어 좀 더 강해졌 지.”
“……
“네 정성을봐서 더 강해지마.”
“……(제기랄!).”
기절하기 직전의 수연은 절망했다. 오 빠는 얌전히 기다려 주지 않았다. 지금 도 말도 못 하게 강한데, 더 강해지겠다 니. 이게 동생한테 할 소린가. 철수의 앓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동생 도 봐주지 않는. 봐주기는 했는데, 봐준 것 같지 않은? 아, 몰라! 개떡 같은 현 실이다. 철수의 자괴감을 알 것도 같다.
우웩!
수연은 피를 거하게 토하고 기절해 버렸다.
두둥!
정우는 그런 동생을 허공섭물로 정성 스럽게 들어 올려 내외공을 회복시키고, 복원마법으로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헉!
기절했다 1초 만에 다시 일어난 수연 은 멀쩡한 내외공에 허탈한 표정을 지 었다. 조금 전 충격으로 기경8맥과 12 정경이 손상을 입었다. 하루 이틀 만에 회복하기 불가능한 증상이다.
“어떠냐, 훌륭하지?”
이걸 또 자랑하고 있는 오빠를 보고 있자니, 수연은 울화통이 터졌다. 이 빌 어먹을 오빠가 동생이 모태솔로로 늙어 죽기를 소원하고 있었다. 철수가 아니 라, 철수 할아비가 와도 불가능한 도전 이었다.
“요새 그놈은 왜 안 오냐? 벌써 포기? 하아, 보면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어.”
“……그걸 말이라고!”
오빠도 요즘 애들이거든?
“그래도 네 성장을 보고 있자니 부듯 하구나.”
흡족해하는 오빠의 대견스러운 시선 에 수연은 재차 절망했다. 저 앞에서 아 니라고 하기 겁났다. 화가 나지 않아도 이 정돈데, 화가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감히 추측이 되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그놈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걸 염두에 두고 혹금단을 붙였단 다. 걱정하지 말거라. 귀찮게 하는 일은 없을 테니.”
“……
그나마 같은 또래에서 가능성이 있는 애는 철수뿐인데, 수연은 영희가 되지 못할 팔자인가 보다. 괜한 말로 로미오 와 줄리엣이 되어 버렸다. 이래서 주둥 이는 함부로 나불거리는 게 아니다. 가 만히 있었으면 중간은 갔을 텐데, 오해 가 눈덩이처럼 커져서 되돌릴 자신이 없다.
“정 안 되면 쥐도 새도 모르게 묶어 버리마.”
“오빠, 하지 마!”
“농담이다.”
“그런 살벌한 농담이 어디 있어!”
대선 지지율이 공표되었다.
공?] 발표되기 전 지지율이 일반적
인 상식을 초월했다. 금강무적당의 당 지지율이 60%를 넘어갔고, 금강문주의 지지율은 70%에 육박했다.
현재 여야를 나누고 있는 정당의 지 지율이 10%에서 15%를 밑돌고 있어 대한민국이 세워지고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금강무적당, 이름부터가 호쾌하잖아.
-난 지금 너무 고구마만 먹어서 사이 다가 필요해.
-그래도 금강문주는 지나치게 사이다 아니냐?
-이제까지 누가 됐든 집안 살림이 좋 아진 것도 아니잖아.
-그놈이 그놈이면, 금강문주 같은 사 람도 필요하다고 봐.
-그리고 은근히 귀여우시잖아.
-방송에 속지 마, 다 짜고 하는 거라 고!
대선 출마가 시작되면서 언론 플레이 가 가동되었지만, 대다수는 금강문주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그가 보여 주었던 여태까지의 행적이 신뢰를 형성했다.
본격적인 대선 토론이 시작되면 어찌
될지 모르지만, 보수 진보의 여야는 발 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단순히 금강 문의 지지율뿐만 아니라 당 지지율에서 도 금강무적당이 압도적이었다. 전통적 인 보수, 진보의 텃밭에서조차 극명하 게 갈리고 있었다.
여야는 개털 되겠다는 심각한 위협을 느꼈다.
“이러다가 대권은 물론 의석수를 확 보하기도 힘들게 되었소이다.”
“이제 막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었을 분입니다. 너무 앞서가지 마시지요.”
집권 여야의 수뇌부가 한자리에 모였
다.
집권 여당의 이름을 바꾼 새천년당의 표인수 대표와 열린민주당의 김중선 대 표를 비롯한 당내 수뇌부가 비밀리에 회동을 가졌다. 현재의 대선 분위기가 여야를 막론하고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는 반증이었다.
그간의 계파 싸움을 접고 합심해야 할때였다.
“금강문을 흔들어 보는 건 어떻습니 까?”
여당의 문상재 의원이 의견을 말하다 가 당 대표가 노려보자 입을 닫았다. 가 만히 있을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어쩌나, 이미 내뱉은 말이거늘.
“자네 미쳤나! 금강문은 우리나라 최 강의 유니크 집단이야, 하물며 무문을 대표한단 말일세. 잘못 건드리면 어찌 되는 지 알기나 아는 건가!”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계산을 못 했 습니다.”
금강문의 위상이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었다. 공식적으로 건드렸다가 아닐 경우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다. 무엇보 다 금강문은 무문 집단이다. 어설프게 벌집을 건드리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재수 없으면 죽는다.’
권력과 명예, 돈이 중요하기는 해도 목숨보다 소중하진 않았다. 무인이라는 자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어떤 짓을 할지 예상이 되지 않는 부류다. 하 물며 금강문주는 한국 최강의 무인이었 다. 그 무지막지한 인간이 분노해서 달 려든다고 상상해 봐라, 경호원이 있다 고 살아남을까? 하물며 무인은 암습에 도 능했다. 자다가 비명횡사하지 않는 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건드 리기가 굉장히 껄끄럽다.
그럼에도 정치적인 입지가 위험했다.
흐름을 반전시켜야 하기에 어느 정도 의 모험은 어쩔 수 없었다. 최대한 선을 넘지 않으며, 금강문주에 대한 지지율 을 하락시켜야 한다.
“무인이면 마물이나 잡으며 살 것이 지 왜 정치를 한다고 설치는지, 원!”
“정치가 아주 만만한가 봅니다.”
대선 출마 전까지만 해도 각 당의 영 입 1순위였던 금강문주이지만, 창당을 하고 대선 후보로 나오자 불만이 가득 했다. 사람 마음이 이렇듯, 여반장이었 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이 되는 것 처럼, 정치의 패러다임을 보여 주고 있 었다.
“길드는 어떻게 됐습니까?”
“길드는 현재 숨 고르기를 하고 있습 니다.”
남아 있는 길드가 몇 개 없다. 사방신 길드가 해체된 이후 지속적으로 길드와 물밑 접촉을 하곤 있지만, 무문연합을 정면으로 대적하기엔 무리가 따랐다. 일전의 일도 있고, 길드연합이 본격적 으로 나서도 여론이 좋지는 않을 것이 다.
“하면 금강문과 연관된 기업을 파 보
는 것이 어떠신지?”
“대한그룹은 위험해.”
재계 서열 1위로 올라선 대한그룹의 유 회장이 버티고 있었다.
그 옹고집 늙은이의 괴팍한 성정을 알기에 파헤치기가 껄끄러웠다. 하물며 정부에서 원하는 자금을 순순히 내주었 다. 그럼에도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거론하면 유 회장이 보내온 자금의 사용처에 대해 해명을 하게 될 테고, 이 증에 그로부터 자유로운 자들 은 많지 않았다.
“유 회장은 지금을 대비해서 준비를
한 게 분명합니다.”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겠지.”
수천억을 대가도 없이 내놓기란 간단 하지 않았다. 자금 흐름을 보니, 개인 자금에서 빼놓았다. 그룹 차원의 횡령 에서도 자유로웠다.
“하이퍼 팩토리라면 괜찮지 않겠습니 까?”
“방법은 있고?”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기업은 없습 니다.”
금강문과 대한그룹, 하이퍼 팩토리가 협력 관계임을 모르는 이들은 없다. 상 생 관계를 맺고, 수출의 역군으로 활동 하고 있었다. 표면적으론 대한그룹이 주도적으로 나가고 있지만, 실제로 하 이퍼 팩토리의 영향력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기에 이상한 점이 많았다. 하이퍼 팩토리의 성장이 지나치게 빨랐다.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있습 니다.”
“말해 봐.”
“금강문이 소속 무인의 월급을 착취 한다는 제보입니다.”
“확실해‘?”
구미가 당기는 정보다. 금강문을 직접
적으로 공격하지 않으면서 자체적으로 분열시킬 수 있었다.
“국세청에 신고된 자료를 보면 확인 이 가능할 겁니다.”
“어서 알아봐.”
신고도 없이 일방적인 세무 조사의 강행은 불법이다. 정확한 제보와 물증 이 있어야 세무 자료를 열람할 수 있었 다. 하지만 국세청도 정부 소속이고, 편 법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표적 조 사라는 비판이 있겠지만, 선거의 판도 가 바뀐 후일 것이다.
언론 플레이가 진행되었다.
공약을 바탕으로 한 선전이 올바른 방법이나, 현실에서는 네거티브 정책이 효과적이다. 알려지지 않은 거짓 뉴스 도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이에 대한 처 벌이 강화되었음에도, 일단 지르고 봤 다.
-하이퍼 팩토리에서 막대한 지원을 받았다는 증거가 포착되었다.
-하이퍼 팩토리는 독점 사업권을 따 내 시장을 선점했다.
-금강문은 소속 문파의 무인에게 최
저 임금도 되지 않는 월급을 주고 무력 을 착취했다.
-금강문이 방송국에 알력을 행사해 방송 분량을 조절했다는 제보가 들어왔 다.
뉴스에 나온 내용의 사실 여부가 밝 혀지기도 전 정부에서 하이퍼 팩토리에 대한 세무 조사를 일사천리로 진행했 다.
금강문과 하이퍼 팩토리 간의 거래는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소속 무인의 무 력 갈취는 민감한 사안이었다. 임금 착 취와 갑질 논란에 관한 국민 정서의 반 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실 에 대한 소득 격차, 계층 갈등이 컸다.
-금강문주도 어쩔 수 없네, 다 그 나 물에 그 밥이지.
-물타기 하지 마, 아직 밝혀진 것도 없잖아.
-선거는 시작도 안 했는데, 하이퍼 팩 토리를 걸고넘어지는 건 아니지 않나!
-부려 먹었으면 월급은 줘야지, 무인 을 최저 임금도 안 주고 고용하냐!
-와,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쪼잔하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