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장
공약 (3)
?공정한 경쟁과 상생을 통한 소득 증 대.
-기본적인 사회적 안전망 확립.
-피해자 중심의 인권과 법률의 강화.
-국가의 경쟁력과자부심의 증대.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서 각 당에서는 차별적인 공약을 내놓 았다.
금강무적당도 대선 공약의 중심이 되 는 골격을 발표했다. 사실 대선 공약의 대부분은 취지가 좋은 편에 속한다. 이 를 이행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당선 이 되고서도 공약이행률이 5% 미만으 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대선과 총선이 벌써부터 고조되는 양 상이었다.
대선 토론이 잡혔다.
대선 후보자는 중점 공약을 설명하고, 이에 대해 집중 토론을 하기로 되어 있 었다. 첫 토론은 녹화 방송이기에 걱정 할 필요가 없었다. 공약 내에서 미리 준 비한 대로 설명하면 되었다.
정우와 김 총관은 공약을 최종적으로 정리했다.
선거전에서 잘못 내뱉은 단어 하나에 도 중대한 의미가 담기기도 한다. 선거 는 물고 늘어지면 한도 끝도 없다. 실제 로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래도 되는 거냐?”
“뭐가요?”
“3번 공약은 좀 과격하지 않냐‘?”
“전혀요.”
정우는 대선 공약의 차별성을 위해 경제보다는 보편적 법률의 강화에 중점 을 두었다. 국가의 기본은 첫째가 국민 이고, 둘째가 법률이다. 법률이 바로 서 지 않으면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회의 부조리는 법률의 허점 을 이용하는 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 다.
“사기는 한 사람이 아닌 불특정 다수 의 여러 사람을 죽이는 연쇄 살인마입 니다. 그런 자들이 활개를 치는데도 형 량은 고작 3년을 넘지 않습니다. 공정 한 사회 정의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피 해의 범위에 따른 형량의 강화는 이루 어져야 합니다.”
“그래도 한 사람당 3년이면, 10명 이 상이면 30년이잖아.”
“10명의 인생을 무너뜨렸으면, 당연 히 책임을 져야지요.”
산술적인 계산을 범주에 넣겠다는 발 언, 솔직히 파급력이 상당할 수밖에 없 었다. 사기는 단순히 개인의 범위를 넘 어 기업 경영도 포함된다. 기업의 총수 가 공금을 횡령하거나, 다단계 회사를 차려 사람을 모집한 후 개인 파산 시킨 경우도. 기존의 법률에서는 대부분 5년 이상의 형을 받지 않는다. 설령 잡혀도 자금을 회수하기도 힘들고.
“사기와 조금이라도 연관되면 그 주 변까지 모든 자금을 묶어 두고 조사를 할 겁니다.”
“기업의 반발이 장난 아니겠는걸.”
“사모펀드나 만들어 삥땅하지 않으면 됩니다.”
“맞는 말이긴 한데, 사업하다 보면 어 쩔 수 없는 일도 있잖아.”
“법의 허용 범위 내라면 현미경의 잣 대를 들이대지는 않습니다.”
회사를 차려 놓고, 명의를 가족으로 돌려놓으면 우리나라의 현실 상 자금 회수가 어렵다. 이것을 개정하여 자금 이 흘러 들어가면 개인 파산을 하지 못 하도록 강제할 계획이다.
“살인, 강간을 비롯한 강력 범죄의 형 량도 대폭 강화하고, 처벌 연령도 낮출 겁니다.”
“열 살짜리 꼬맹이도 형량을 채우라 는거냐?”
“초등학생 이하는 성년이 된 이후 형
량을 받도록 하는 겁니다. 나이가 어리 다고 죄가 없는 세상은 아니잖아요. 안 타깝게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 다.”
“반발이 만만치 않을 텐데, 인권 단체 가 난리 칠 수도 있고.”
“피의자의 인권 따윈 밟아 버릴 겁니 다. 단, 억울한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견제 방안을 마련해야겠지요.”
살인을 저지른 자에게 일률적으로 사 형을 내리긴 어렵다. 나중에 증거가 발 견되어 범인이 아니라는 게 밝혀질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봐도 강 력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보호하진 않는다.
심신 미약, 알코올 중독, 정신병이 있 다면 사회적으로 영원히 격리하는 제도 도 마련할 것이다. 정말로 정신병이 있 다면 사회 격리가 최우선이다. 원한다 면 얼마든지 가둬 둘수 있도록그와관 련된 모든 비용은 국가에서 대도록 한 다.
“케이브를 감옥으로 활용하는 겁니 다.”
“평생 그 안에서 살라고?”
“마물물의 밥으로 던져 주지 않은 걸로
감지덕지해야지요. ”
정우는 한 마리의 비뚤어진 양을 위 해 백 마리의 양이 희생하는 걸 원치 않 는다. 백 마리를 위해서 과감히 한 마리 를 발본색원해 버리는 편이 효율적이라 고 본다. 어차피 쓰레기는 교화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이런 공약으로 표를 얻을 수나 있는 게+?”
“요즘 사람들은 보편성과 형평성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도 국제 규약으로 인해 단죄하지 못하 는 시스템을 봐 왔다. 이는 한국인으로 서의 자부심까지 잃게 만든다. 국제적 으로 갈라파고스가 되면 위험하겠지만, 국제 호구도 되지 말아야 했다. 적정한 선을 지켜 가며 자부심과 중립성을 지 켜 나가야만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 와 자부심이 생기게 된다.
투득, 투득
한창 공약을 정리하고 있을 때 문주 가 총관실로 들어왔다. 찌부듯한 몸을 풀 때마다 뼈마디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린다.
“준비는 잘되어 가냐?”
“그럭저럭요.”
“뭘 어렵게 생각해, 죄지은 놈들은 싹 다 쓸어버리면 그만이지.”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문주는 언제나 단순 명쾌했다.
정우도 문주의 의견에 반대하진 않았 다. 죄를 짓지 않으면 되고, 사회적으로 허용한 범위 내의 안전망을 확립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둘 중 어느 부분 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공평함은 이 세 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최선의 방 법을 찾는 데 주력할 뿐이다.
“일단 확인해 보세요.”
“또 외우라고?”
“일전의 내용에 비하면 적은 편이잖 아요.”
“그냥 주먹으로 결정했으면 편할 텐 데.”
“너무 쉽잖아요.”
“하긴, 허약한 놈들을 괴롭히는 건 나 도 사양이다.”
한국에서 금강문주를 일대일로 싸워 이길 수 있는 유니크는 세 손가락도 많 았다. 숨겨진 강자들까지 포함해도 그 정도다. 하물며 일반 국회의원이 금강 문주를 대적하기란 이란격석이란 표현 도 부족하다.
“손발 묶고, 공력 10%만 사용할게.”
“너무하시네요.”
이호극의 발언에 정우는 심하다고 야 유를 보냈다. 유니크나 무인이 아닌, 일 반인을 대상으로 한 양학이었다. 물론 수연의 조건은 예외였다. 오빠로서 동 생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을 분, 멋진 오 빠의 표본이었다.
‘더욱 수련해야겠군.’
수연이 오빠의 품을 원하니, 수련의 동기 부여가 확실했다. 오빠로서 가족 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 동생을 외면 하지 않을 것이다.
“천이는 신혼여행 잘 갔겠죠?”
“그렇겠지.”
강천과 세경이 혼인을 올렸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행사임에도 관심 밖이었다. 성대하게 치러 주기는 했지 만, 정우의 기억 속에서 오래가지는 않 았다. 행사를 치르고 곧바로 하북팽가 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강천의 역할은 하북팽가에서 금강문의 삼남으로서 이 름을 널리 알리면 된다. 오대세가 내에 서 영향력이 커질수록 목적 달성이 수 월해진다.
“총관님, 애들은 어때요?”
“그럭저럭 잘 버티는구나.”
“소속은요?”
“백금단에 집어넣었다.”
“아, 그렇구나.”
정우는 취준생의 고민을 들어 줬을 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 망가지 않고 버티고 있다니 부듯했다.
인권과 패밀리는 눈앞에서 펼쳐진 참 상에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금단 에 소속되었을 때만 해도 소속감이 생 기며 울컥했었다. 하지만 문주의 본래 성격을 안 후, 금강문이 어떤 단체인지 알게 되었다. 금강문이 어째서 한국 제 일의 무문이 되었는지 납득했다. 현존 하는 최악의 무인이자 유니크인 문주의 폭압을 버텨 내려면 강해질 수밖에 없 다.
한데, 문주보다 더한 악귀들이 있었 다.
출장을 간 후 돌아온 혹금단이 바로 그 악귀들이다. 흉악한 인상대로, 성향 도 흉악했다. 인간이 어찌 그리 잔혹할 수 있단 말인가. 백금단에 소속되어 강 해졌다고 생각했지만, 혹금단의 전투는 살벌했다.
기간트에 몸이 반 이상 짓밟힌 백금 단주, 천호가 인권 패밀리를 보며 말했 다. 입에서는 피가 콸콸콸! 흘렀다.
“……뒤를 맡기마!”
“..
막내이기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인 권 패밀리는 도망도 못 쳤다. 원을 그리 며 흑금단이 겹겹이 포위했다. 그야말 로 독 안에 든 쥐 꼴이다.
“이거 젖살도 안 빠진 애송이들이네.”
“크크크, 이때가 딱 좋지. 야들야들하
고.”
“왜 애들을 겁 줘?”
“농담한 거야.”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이건 악몽이야.”
“……이럴 순 없어!”
“……나다시돌아갈래!”
“……이 개객기를!”
누군가에 대한 원망이 하늘에 이른다.
정우는 하이퍼 팩토리로 가서 리차드 교수를 만났다.
마법학과 학생이 취업해 분업화가 되 면서 리차드 교수도 한숨 돌릴 수 있었 다. 그는 설계만 하고, 공정과 수율은 중급 마법사가 관리했다. 현세대 마도 공학 시스템보다 한 단계 위의 마력 설 계 회로를 만들어 냈기에 수주가 급격 히 늘어났다.
“8나노 공정이라고요?”
“그래.”
“그럼 뭐가 달라지나요?”
“크기가 작아지고, 효율이 높아지지.”
“그렇군요.”
“굉장한 거라고, 현재까지 마력회로는
10나노 공정이 최고였어.”
반도체 회로 공정과 비슷하지만, 마력
회로가 본격적으로 개발된 기간은 10년 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10나노 공정 까지 따라붙은 걸 감안하면 굉장히 빠 른 속도였다. 기간트의 전투력을 비약 적으로 상승시키고, 낭비되는 마력을 줄일 수 있었다. 이분인가, 실생활에 사 용하는 모든 제품에 마력회로가 들어간 다. 현재까지 미국과 대만, 일본이 이 분야에서 앞서고 있었지만, 하이퍼 팩 토리가 세계 1위로 올라서는 순간이었 다.
“4세대기간트는 완성됐나요?”
“궁금한 건 따로 있었구나.”
“현대전은 유니크와 기간트의 싸움이 될 테니까요.”
“전에도 언급했지만, 미국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
격변의 세상은 유니크가 국력으로 인 정을 받는다. 핵의 파급력을 경시하진 않지만, 시스템적으로 핵을 전술적으로 이용하기에는 제약이 많다. 핵을 감지 하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굳이 미국의 핵우산 협정에 들지 않아도 되었다.
실제적으로 유니크는 핵을 정통으로 맞지 않는 이상, 죽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국은 오랜 동맹국인 미국과 전략적으 로 협약을 해 오면서 병기를 수입했다. 기간트는 그중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 었다.
“우리 기술보다 뛰어난 성능의 병기 라면 당연히 수입해야 합니다. 그러나 강압적으로 나온다면 얘기가 달라지겠 지요.”
“큰일날 소리를 하는구나.”
리차드 교수는 정우를 만류했다.
미국은 중국, 일본, 러시아와 다르다. 과거에는 경쟁 상대였을지 몰라도, 미 국과 대적한 국가는 엄청난 피해를 봐 야 했다. 일본이 80년대까지 초고속 성 장을 하며 미국의 경제력을 넘봤지만, 그 결과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해야 했 다. 미국은 따라오는 것은 허락해도, 추 월은 용납하지 않는다. 자유주의 국가 의 표준이라는 미국의 무서움이었다.
“다른 국가는 건드려도 미국은 건드 리지 말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누가 건드려선 안 될 상대인지 매우 궁금하네요.”
“네 녀석의 호승심 때문에 한국이 위 험해질 수도 있어.”
“알았어요, 정 그렇다면 일단 보류할 게요.”
정우가 일보 후퇴를 선언했음에도 리 차드 교수는 께름칙했다.
순순히 물러설 녀석이 아니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하물며 압도적 인 무공과 마법을 지녔다. 비교할 대상 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미국은 개인이 아닌 전 세계를 아우르 는 거대한 국가다.
“그래도 윤정이가 도와 달라면 친구 로서 차마 외면하진 못하겠네요, 이놈 의 정이 뭔지.”
“너 설마?”
현재 윤정은 가문의 대공녀로서 앨런
가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그러나 그때 부터 험난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나이 를 초월하여 7레벨 이상의 마법을 구사 하지만, 앨런가는 절대 레벨의 마법사 가 있었다. 가문 내 파벌 싸움에서 세력 이 없기에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처지 다.
“교수님의 제자이기도 하고요.”
“하아, 이것까지도 염두에 둔 것이구 나.”
리차드 교수는 소름이 돋았다. 윤정의 처지를 감안하면 외면하기도 어렵다. 제자의 위험을 모른 척할 스승은 흔치 않으니. 정우는 그것까지도 계산했다.
‘이놈의 머릿속에는 대체 뭐가 들어 있는 거야?’
정우가 중국과 일본을 가장 먼저 파 고들어 간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전술 적으로 한반도는 미국이 동아시아의 지 배력을 강화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 중국, 일본의 입장에서 한 반도의 통일은 반갑지 않은 일이 될 것 이다. 한데, 중국과 일본이 한반도에서 손을 떼게 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 질까?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무기 로 중국이 압박을 가하고, 일본이 협력 하는 구조를 설계한다면 우리나라로서 는 금상첨화다.
‘어떻게 나올지 심히 궁금하군. 크크 크.’
미국이 평화를 위해 손 놓고 있을까, 아니면 자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서 훼방을 놓을까? 어느 쪽이 되었든 정우로서 손해나는 일은 아니다. 다만 후자가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러지 마라, 정우야.”
“제가 뭘요?”
“조용히 좀 살자.”
“제가 이래 봬도 평화주의잡니다.”
“개소릴……(아차!) ……아니다.”
리차드 교수는 저도 모르게 본심이 튀어나와 당황했다. 곧바로 모른 체하 고 마도공학 연구실로 들어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