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41화 (441/500)

제 6장

척하면 척이지 ⑴

백금단의 일정은 훈련이 주(m 이 루고, 경호가 부(部)를 이룬다. 혹금단주 께서 돌아오시기 전에 했던 말이 있었 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그 말을 믿고, 기량을 갈고닦았다. 하 지만 훈련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단순 경호만으로 훈련 에 버금가는 실전을 경험할 수 있을까, 노파심이 생겼었다.

명백한 오판이었다.

문주의 경호는 일반적인 상식을 요구 하지 않았다. 엄청난 인내력과 강인한 신체, 굴복하지 않는 불굴의 신념을 지 니고 있어야 했다.

그러 다들 그리 생각할 것이다.

신변 경호만큼 힘든 직업은 많지 않 다고. 한데, 틀렸다. 신변 보호는 경호 임무에서 배제되다시피 했다. 막말로 어떤 미친놈이 국내 최강의 유니크인 문주를 습격할까? 자살폭탄 테러를 해 도 끄떡하지 않을 강인한 신체를 가지 고 있는 문주다.

경호 임무에서 가장 힘들었던, 목숨을 걸어야 했던 원인은 문주다.

전투력 테스트를 한답시고 주먹을 휘 두르는데, 그날 멀쩡한 단원이 아무도 없었다. 어디 한 군데 부러지는 건 약과 다.

-오늘은 날씨가 좋지, 한판 할까?

-오늘은 날씨가 구리네, 한판 할까?

-오늘은 그냥 그러네, 한판 할까?

-황 단주의 아내가 임신했다더군, 한 판할까?

-이런, 오는 길에 개미를 밟았네, 한 판할까?

차라리 이유라도 그럴듯하면 이해라 도 하지, 이건 그냥 싸우고 싶어 환장한 인간이었다.

백금단은 살기 위해서 강해져야 했다. 어지간한 수는 통하지 않았다. 사생결 단, 생사 필승. 목숨을 걸어야 그나마 숨이 붙어 있었다. 문주의 한 방, 한 방 은 진정한 살인병기였다. 대충 치는 것 처럼 보이지만 맞는 입장에서는 생사(生 死)가갈렸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단 한 번의 실 전 훈련으로 능력치를 정확히 파악했다. 금강문주는 무식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 리, 전투에 관해서는 천재였다.

-좀 늘었네, 아직은 죽기 좋아.

-그대로네, 죽여 줄까?

-호오, 노력했구나, 숨은 붙어 있겠 다.

-친다고 다 맞아, 좀 피해라.

간극을 정확히 조절은 한다. 진짜 숨 한 톨만 붙여 놓았다. 더 나아갔다면 분 명 요단강에서 물놀이하는 걸로 끝나지 않았을 거다. 그럼 실력 향상도 되고 좋 은 거 아니냐고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 만 그 간극이란 게 잠재력까지 포함해 서다. 기량이 늘지 않으면 진짜로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런 와중, 문주는 방송에 출현했다.

-짜증이 확! 솟구치네!

-암 걸릴 것 같다, 풀고 가자.

-얄밉네, 때릴 수도 없고.

-그나마 너희가 있어 다행이구나.

다행은 개불, 동네북 신세다. 찢어져 서 폐기 처분되지 않기 위해서는 매일 혹독한 훈련의 연속이었다. 강해지지 않으면 문주의 등살에 배겨 나지 못한 다.

방송에 유하라의 등장은 설상가상의 끝판왕을 보는 격이었다. 그녀의 말 한 마디에 문주의 표정이 변할 때마다 백 금단은 심장이 오그라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겉으론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백금단은 그간의 경험으로 문 주의 얼굴만 봐도 오늘 기분이 어떤지 를 예측하는 경지에 다다랐다. 백날 틀 리는 일기 예보보다 훨씬 정확하다.

모진 시간.

결과적으로 백금단은 강해졌다.

과거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장이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매너리즘에 빠져 시간을 낭비했다는 죄책감마저 들었다. 20년의 훈련보다, 백금단에서의 짧은 기간에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

이제 누가 와도 상대가 되지 않을 만 큼 강해졌다는 확신이 섰다. 문주의 경 호는 여전히 힘에 부치기는 해도, 금강 문의 무력단으로서 당당히 이름을 알리 고싶었다.

때마침 혹금단주가 돌아왔다.

바늘 가는데 실이 오기 마련, 혹금단 의 귀환을 의미했다. 문주의 경호를 하 기 전 훈련 교관 역할을 했던 흑금단이 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하늘과 땅 차 이다. 문주의 등장을 이겨 내며 정신과 육신은 강해질 대로 강해졌다.

“호오, 이거 봐라. 그동안 등 따시게

놀고먹었나? 때깔들 좋아졌네.”

“놀고먹다니요, 말씀이 과하지 않습니 까!”

“허, 지금 말대답한 거냐?”

“당신들 못지않게 우리도 험로를 겪 었다 이거요.”

“다다다다……당신! 그동안 혓바닥이 꽤나 용감해졌구나.”

백금단의 기세가 상당했다. 이전에 맥 없이 처맞았던 철모르던 때의 무인이 아님을 보여 주었다.

혹금단은 오랜만에 돌아왔기에 적당 히 넘어가려고 했지만, 백금단의 열렬 한 환영 행사를 모른 척하지 않았다. 예 로부터 말 안 듣는 후배는 하루에 10번 씩 두드려 패야 한다고 했었다.

며칠 못 봤다고 얘들이 정신을 못 차 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선배로서 그에 합당한 훈계를 내려 주는 것도 미덕이 다.

“얘들아, 조져.”

“새끼들, 죽었어!”

혹금단의 동공에 살기가 감돈다. 백금단도 지지 않고 눈을 부라렸다.

“옛날의 우리가 아니다!”

“선배면 다야, 밟아!”

충돌은 어차피 정해진 수순이었다.

혹금단이 정우 앞에서나 얌전한 고양 이이지, 다른 이들에게는 성난 호랑이 였다. 백금단도 그동안 문주에게 쌓인 억하심정을 풀 데가 필요했었다. 실력 향상을 보여 주고 싶기도 하고 무인인 이상 강해진 만큼 시험해 보고 싶은 호 승지심은 당연했다.

하나, 백금단은 오판을 하고 말았다.

혹금단은 정정당당과는 거리가 먼 개 잡종들이다. 전투라고 판단이 들면, 항 상 최선의 방식을 사용한다.

-기간트 소환.

실전과 같은 전투라는 말을 했지만, 백금단은 당황했다. 설마 했는데, 최종 병기 기간트를 꺼내 들 줄, 누가 상상이 나 했으랴.

“?치사한!”

“전투에 치사한 걸 따지다니! 아직 멀 었구나, 애송이들아!”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하지 않습 니까”

“억울하면 너희도 기간트를 소환하든 가.”

오대세가와의 전투를 치른 혹금단의 기간트 전투술은 상당히 발전해 있었다.

어색한 부분이 사라지고, 전투에 최적 화를 이루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우린 강해졌다고!”

“그래, 지지 않아!”

백금단주, 천호는 이를 악물었다. 기 간트를 꺼냈다는 건, 반대로 백금단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뜻이 되었다. 위협 을 느끼고 있으니, 최종 병기를 꺼내 들 었다고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보여 주 면되었다.

“금강무적진을 펼쳐.”

“오케이, 단주!”

문주의 폭압을 견디기 위해서 완성한

금강?무적진(金剛無敵陣)을 신속히 펼쳤 다. 안타깝게도 흑금단은 그보다 더 빨 랐다.

-기간트 전용 삽법 극의, 스카이 콩 콩

“..아

되놈들 학살 전용으로, 학살의 기간트 라는 악마의 병기로 불리기도 한다. 오 대세가의 병신들이 기간트만 보면 오줌 을 질질 쌌었다. 그 정도로 혹금단은 악 랄했으며 집요했다. 무공의 고하는 큰 의미가 없었다. 약점을 파고들어 가 양 학을 해 버리는데, 되놈들로서는 환장 할 일이었다.

“……삽 날아온다!”

“?…”피해!”

“?난 ?늦었다!”

혹금단은 가차 없이 밀어붙였다. 금강 무적진인지 뭔지, 상관하지 않았다. 기 간트가 밀고 들어가 진의 축이 되는 부 분을 박살 내 버렸다. 그다음부터는 흑 금단의 무자비한 일방적인 구타가 진행 되었다.

“새끼들, 선배 알기를 아주 x 같이 봤 구나!”

“선배는 하늘, 너희는 발가락의 때만

도 못 하다는 걸 알아야지!”

“그간 편했으니 이제 죽었다고 복창 해라!”

백금단의 비명에는 한국의 민족적 정 서인 한(恨)이 서려 있었다. 그러나 기간 트건, 아니건 전력의 차이는 극명했다. 혹금단은 단체전에 특화되어 있었다. 백금단이 ‘문주의 시련’ 코스를 밟아 강 해지기는 했어도, 아직 햇병아리였다.

크아아아악!

날 잡았다.

혹금단은 미처 날뛰고, 백금단은 유혈 사태를 맞았다.

그시각.

케이브 안에선 정우과 이호극이 거하 게 한판 붙었다. 대형 케이브 중에서도 단단하기로 소문난 8급 크리스털 케이 브다.

대결이 시작되자마자 케이브의 한 축 이 박살 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장소 가 되었다. 현천공과 뇌력광마신공의 격전이 자아낸 진풍경이다. 케이브 전 체가 영향을 받을 만큼 무시무시한 파 워다.

휘이잉!

광풍에 홑날리는 먼지는 크리스털의 가루다. 빛에 반사되어 형형색색으로 변화되어 아름답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논할 만큼 평화롭지 않았다. 인간의 경 지를 아득히 초월한 무적자의 격돌에 걸맞은 광경이다.

큰 소요에 이은 소강상태에 정우와 이호극이 마주 섰다. 생사를 초월한 대 결 속에서도 홍이 살아 있다고 해야 하 나, 격돌에 어울리지 않는 훈훈함이 있 다.

“오대.”

“예?”

“나뒤.”

이거 뭐 하자는 거지?

대화가 전혀 안 된다. 정우는 문주가 무슨말을하는지 납득못한채 의아함 을 비추었다. 저런 단어는 생전 처음 들 어 봤다. 밑도 끝도 없으니 예측이 불가 능하다. 아는 체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 시간이 흐른다. 웃고 있는 문주를 보고 있자니, 뒤처진 기분이 들어서 불쾌하 다.

“너도 모르는구나.”

“모르긴 뭘 몰라요?”

“오대 몰라?”

“오대산 아닌가요?”

아차, 가만히 있을걸.

괜한소리를!

이호극이 검지를 까딱거리며 혀를 찼 다.

“쯧쯧, 젊은 녀석이라 세대 차이 나네. 오대, 오랜만에 봤는데도 여전히 대단 하다는 칭찬이다.”

“..2”

“나뒤는 나이도 어린 녀석이 시대에 뒤처졌냐는 타박이고.”

“설마 말을 줄인 겁니까?”

“어때, 나도 요즘 세대 같지?”

정우는 고민이 되었다.

‘그렇게 깊은 뜻이?’

전혀 몰랐다. 그런 뜻이 있는 줄 상상 도 못 했으니까. 문주도 아는데 자신이 몰랐다는 사실이 심경의 불편을 가져온 다. 인터넷 검색을 실시간으로 계속했 어야 했다. 시대에 뒤처지다 보면 버릇 이 되고, 안주하게 된다. 항상 최신의 신조어를 받아들이고, 세대 차이를 극 복해야만 한다.

“훌륭하시네요.”

“소통하려면 보통이지.”

“한데, 대체 어디서 나온 말입니까?”

“내가만들었다.”

M Q99

문주가 신조어 허브를 자처한 것이다.

정우는 순간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난감했다. 진짜로 몰라서 의문이 들 었다. 그나마 다행이기는 한데 왠지 모 르게 당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이도 아 니고 문주에게 제대로 한 방 먹고 말았 다.

“어떠냐?”

“깨톡도 그렇고, 소질이 있네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놀아 보자.”

“죽여 드리지요.”

“원하는 바다.”

이호극은 빼지 않았다. 설령 이대로 죽는다 한들, 전력을 다할 분. 그것이 그가 사는 인생의 낙이다.

우우웅!

정우는 현천공을 10단까지 개방했다. 그러자 기세가 하늘 높이 승천하며 전 체를 장악해 버렸다. 일찍이 실전에서 열어 본 적이 없었던 극강경지다.

화르르!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끝을 모르고 승천한다.

찌릿찌릿!

뇌력광마신공을 초월하여 새로운 경 지에 도달한 이호극이지만, 압도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물러서기보다 앞으로 내딛는다. 증폭 속성까지 극한으로 끌 어내며 뇌신이 되어 있었다. 뿜어져 나 간 뇌기가 닿을 때마다 케이브가 쑥대 밭이 되었다.

“죽어맛!”

“뒈져맛!”

싸울 땐 위아래도 없는 정우와 이호 극이다. 그야말로 끝장을 보기 위한 사 투다. 둘 중 누가 되었든, 온전한 형태 로 케이브를 나가지는 못한다.

쿠아아앙

번천지복.

천지개벽.

케이브7} 뒤집어지며, 공간이 뒤틀리 다 깨져 나갔다. 상상 그 이상의 살벌함 이 휘몰아쳤다. 불구대천의 원수도 이 렇게까지 싸우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 만 정우와 이호극의 표정은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였다. 한계를 넘어설 때 마다 희열에 가득 찬, 전투부심(戰聞負 心)의 변태들이었다.

후아아앙

소닉붐으로 인해 크리스털 산맥이 박 살이 나며, 일대에 지진이 형성되었다. 중구난방, 치열한 격전이 지속될 때마 다 흔들리는 케이브가? 안쓰럽게 다가왔 다.

파파팟

정우와 이호극은 권능의 영역에 도달 했음에도 박투를 벌이고 있었다. 근접 전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 치열한 사투 를 벌인다.

기본적인 전투 역량에서 그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10단의 정우는 이 전에 이호극이 만나 본 그 어떤 상대도 초월했다.

푸악!

얼굴을 처맞은 이호극이 비틀거린다.

강철보다 단단한 얼굴이 찢겨 나가면 서 광대뼈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것 도 양호해 보이는 설정이다. 보통은 얼 굴 자체가 박살이 나서 흔적도 남지 않 았을 것이다.

퍼퍼퍼퍼퍽!

정우는 멈추지 않고 이호극의 전신 사혈을 두드렸다. 전력을 집중, 파워를 극대화했다. 처맞는 이호극도 그대로 당하진 않았다. 찢긴 얼굴이 흉신악살 처럼 일그러지면서도, 반격을 해 왔다. 자신을 돌보지 않는 동귀어진의 수를 마다하지 않는다.

‘왼쪽.’

왼쪽으로 돌아선 이호극은 정우의 권 격에 처맞았다.

‘오른쪽.’

재빨리 반대쪽으로 돌아섰지만, 이호 극은 정우의 제공권에 있었다. 이후에 도 같은 상황이 지속되었다.

그제야 이호극은 깨달았다.

“너……날유도했구나?”

“어때요, 꼭두각시가 된 기분이?”

“제기랄…… 죽어맛!”

“그것도 유도한 겁니다.”

정우는 일단 지르고 봤다.

아니면 말고다.

하나, 실로 믿어지지 않는 권능이다.

정우는 9급에 이른 이호극을 컨트롤 했다. 물론 완벽하다고 보긴 어렵다. 그 럼에도 전무후무한 영역이었다. 감히 대적할 존재가 없는 미개척의 영역에 도달한 것이다. 실상, 이호극이 당할 정 도면, 그 이하는 미생물이나 다름없다.

쿠아앙

허공에서 권격에 당한 이호극의 신형

이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며 유성화를 이룬다. 원을 그린 크리스털이 박살이 나며 범위를 넓혀 갔다. 지평선 끝까지 균열이 번져, 개세적인 위력을 과시했 다.

“제가 곰도 아니고, 죽은 척해 봐야 소용없습니다.”

“……망할 녀석! 빈틈이 없네!”

이호극은 쓰러져 있다가 허점을 노리 려고 했지만, 그런 하찮은 수에 당할 정 우가 절대 아니다. 마치 그마저도 알고 있었다는 듯, 무형도강의 폭우를 선사 했다.

쿠아0껑

범위를 산정하지 않아 파괴력이 분산 된 걸로 보이나, 실상은 다르다. 강기의 파편조차도 정우의 통제력 안에 있었다.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갔던 강기들이 응 집되어 부메랑처럼 지속적으로 돌아온 다.

푸악!

이호극은 호흡으로 파고들어 온 정우 의 기운에 여러모로 제약을 받았다. 일 대가 모조리 다 통제되어 방법이 전무 했다.

“……떠그럴!”

“기권은 안받습니다.”

“……역모다!”

“배신은 역사의 순리입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배신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왔다. 승자는 혁명이 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했을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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