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39화 (439/500)

제 5장

금의환향(錦衣W) (2)

“가주!”

공식적으로 내상을 입어 치료 중이던 팽우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와 다 르지 않지만, 어딘지 모르게 위화감이 있었다.

그 옆으로 공연화가 나란히 섰다.

“길 막지 말고 비켜.”

“예.”

정우가 신경질을 부리자, 팽우경과 공 연화는 두말하지 않고 회의실의 양옆으 로 가서 섰다. 마치 회의실을 경호하는 보디가드처럼 공손히 자세를 잡았다.

헐!

가주가 대호법에 의해 제압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꼭두각시 인 형으로 전락할 줄이야.

놀람과 동시에 씁쓸함이 회의실에 감 돌았다.

팽우경의 그릇된 판단으로 가문이 대 호법의 손아귀에 들어갔다고 해도, 그 는 팽가의 가주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 만 해도 대륙을 호령한 패주主)였거 늘, 지금은 노예가 되어 버렸다.

“말을 잘 듣더라도.”

정적이 흘렀다.

말을 듣지 않으면 팽우경처럼 될 수 있다는 협박처럼 들렸다. 대호법은 층 분히 그리하고도 남을 성격이었다. 인 간으로 대접을 해 줄 때는 접점이 없을 때나 가능하다. 일단 칼을 들이대면 돌 이키지 못한다.

‘역심이 생기면 난 자살할 거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배신하지 않겠 어’

‘대호법은 진정 인간이 아니구나!’

팽우경의 표정에서 적개심이 사라져 버렸다. 대호법의 이름만 들어도 역정 을 냈던 과거와는 천양지차였다. 순한 고양이가 되어 층실히 명령에 따랐다.

“강시라도 생강시이니까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아. 게다가 무공도 업그레이 드되었고, 육체의 회복력도 훨씬 뛰어 나지. 강해지고 싶으면 말만 해.”

“아닙니다!”

모두는 고개를 저었다.

가주의 전투력이 일취월장했을지 몰 라도, 강시가 되고 싶진 않았다. 강시로 강해진들 무슨 의미가 있다고. 주인의 의지를 따르는 전투 병기에 불과했다.

“당가타에서의 활약을 봤어야 했어. 굉장했거든.”

팽우경과 공연화 둘이서 당가타를 제 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계와 기관, 독으로 막으려고 해도 강시가 된 팽우경과 공연화에겐 통하지 않았다. 이뿐인가, 생강시였던 오소녀(五少女)까‘ 지 합세하면서 당가타를 수월하게 정리 했다.

“참고로 내가 만든 강시는 절대 안 풀 려. 천혈강시는 좀 어설펐거든.”

오소녀는 강시가 되었음에도 금제에 서 풀렸다. 금제 자체는 강력했지만, 빈 틈이 있었다. 반면에 정우가 제조한 팽 우경과 공연화는 절대 금제가 풀리지 않았다. 혹시라도 풀리게 되면 자폭 스 위치가 개방된다.

헙!

다들 마른침을 삼켜야 했다. 가벼운 언행과 기행을 일삼지만, 본질은 그 어 떤 존재와도 비교를 불허한다. 오대세 가는 진정 건드려선 안 될 악마를 상대 한 것이다.

스륵!

정우는 공연화를 매만지며 흡족해했 다. 팽우경도 뛰어난 병기이지만, 공연 화가 지닌 속성에 비하면 부족함이 있 었다.

‘전투를 치를수록 강해지고 일석이조 이지.’

공연화의 전투력은 처음과 또 달라져 있었다.

공력은 최소 3배가량 늘었고, 속성 능 력이 10개나 되었다. 불사체에 가까운 신체를 가지고 있어서 어지간해서는 죽 지도 않는다.

이번 중국 원정에서 가장 큰 소득이 라면 공연화라는 병기의 업그레이드였 다. 원체 바탕이 좋아서인지 몰라도 스 펀지처럼 전투하는 족족 빨아들였다.

‘경지가 높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고.’

전투력만 만렙으로 꽉꽉 채운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족했 다. 병기가 생각이라는 걸 가지면 사용 자 입장에서는 귀찮아진다. 병기는 병 기답게 주인의 의도대로 한 치의 오차 도 없이 수행하면 된다. 그 이상을 바라 진 않았다.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구먼.’

중국 출장은 순조로웠다.

이렇게까지 분탕질을 한 이상, 도중에 변수가 튀어나올 거라 판단했었다. 암 중세력은 예상보다 더 신중한데다가, 꼬리를 내놓지 않았다. 어쨌든 1 대 1 의 구도가 아닌, 대륙삼분지계가 확립 되었다. 보이지 않는 적과 드러난 적, 소모된 아군이 대륙을 혼란의 구렁텅이 로 빠뜨릴 것이다.

“세기야.”

“예, 대호법!”

“결혼해야겠다.”

“예?”

팽세기도 돌아가는 정황은 알고 있었 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자신의 차례가 올 줄은 몰랐다. 당연히 거절은 불가능 하다. 대호법이 하라고 하면 해야 한다. 그것이 설령 공연화가 될지라도.

“창천검화가 네 짝이다.”

“알겠습니다.”

“싫지는 않은 모양이야?”

“과분합니다.”

“주제는 아네.”

창천검화 남궁란. 오대세가의 미녀 랭

킹에서도 수위를 다툰다. 팽가의 후계 자가 아니었다면 팽세기에겐 기회가 오 지 않았을 것이다. 바퀴벌레보다 끈질 기다는 비아냥거림에도 버티고 있으니, 이런 날도 왔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 이 좋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부릅!

안심하다, 팽우경과 시선이 마주친 팽 세기는 움찔했다. 굳이 노려보지 않았 음에도 양심에는 찔렸다.

‘죄송해요.’

생강시가 되어 버린 아버지를 보고 있자니, 팽세기는 내색할 수 없었다. 아 버지와 사이가 좋지는 않았어도, 마냥 좋아할 순 없었다. 어떤 놈들은 목적을 위해선 부모와 자식마저 수단으로 이용 한다지만, 자신은 그렇게까지 모질지 못했다.

“정략결혼이니 감정이 개입되면 꽤나 고달플 거다.”

“그래도 살 붙이고 살면 달라지지 않 을까요?”

“가문보다 여인이 더 중요하단 말처 럼 들리는군.”

“출가외인이잖아요.”

이극과 하북삼도는 오대세가의 통합

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세가의 직계 혈족으로 묶이고 있었다. 세력이 약화된 오대세가로서는 불가항 력이었다. 분열된 힘을 통합하고, 협력 할 명분을 얻기에 최적화된 방법이 아 닐 수 없었다.

이극은 현재 팽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를 거론했다.

“적금단과 세가의 무인들이 충돌했습 니다.”

“ 결과는?”

“양쪽 다 피해를 입었습니다.”

“당했나 보군.”

적금단은 방계와 협력 중소 문파에서 봅은 무사 집단이다. 내부적으로 마찰 을 빚을 수밖에 없다. 대호법이 안휘성 으로 떠나고 쌓여 있던 감정이 폭발했 고, 양쪽다 피해를 봤다.

“자칫 가문 내 분열을 조장할 수 있습 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나. 실력 도 안 되면서 정통성만 믿고 설치는 쭉 정이는 걸러 내야지.”

대호법의 의지가 확고하여 이극과 하 북삼도는 이쯤에서 멈추었다.

한편으로 대호법의 구상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금단과 기존 무력대 의 마찰은 예상이 되었다. 하지만 드러 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이로 인해 적 금단은 완전히 대호법의 전투병단이 되 고 말았다. 실력 향상을 눈으로 봤고,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했으니 당연한 귀 결이었다.

“세력이 약해졌으니 힘을 키워야겠지. 다른 세가들도 곧 무력단을 창설하게 될 거야.”

그리되면 오대세가의 고질적인 병폐 인 순혈주의는 무너지고, 대호법의 독 자적인 세력 구축과 감시 체계가 생긴 다. 직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천대받았 던 방계와 중소 문파로서는 절호의 기 회이니만큼, 충성심은 기본 옵션이었다. 적금단의 대호법에 대한 두터운 신망만 봐도 충분히 예상이 되었다.

“혹、다른 세가의 무공도?”

“당연한 소린 하지 좀 말자.”

정우는 가볍게 오대세가의 진신무공 을 보여 주었다. 딱 봐도 그 가문의 무 공인 걸 알 만한 무공으로만 선별했다.

“제왕검형!”

“천독강기!”

“천왕삼권!”

“대천성검법!”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는 광경이 다. 일전에 팽가의 절기를 보여 주었을 때와는 또 다른 충격이 밀려온다. 단순 히 무공만 높은 게 아니라, 무공에 대한 이해와 깨달음이 상상을 초월했다. 그 들도 나름 수재라 불리고 있었지만, 대 호법에 비교하면 태양 앞의 반딧불이었 다.

“이쯤 했으면 얼추 끝난 것 같으니 난 이만가 보겠다.”

돌아간다는 말에 모두는 깜짝 놀랐다.

대호법이 행한 파격적인 행사에 이방

인이라는 사실마저 잊고 있었다. 한편 으로 이만큼이나 일구어 놓았으니, 실 질적으로 오대세가를 다스리며 대륙을 호령할 줄알았다.

“이후의 일정은 어찌하시려는지?”

“중요한 사안만 골라서 보고해.”

“알겠습니다.”

“조심해야 할 거야. 언제 뒤통수에서 비수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정우는 구파일방은 물론 제3 세력에 대해서 일러 놓았다. 본격적으로 움직 이기 전에 분명 징조가 있을 테니, 단단 히 준비하라고 했다.

“병기는 남겨두마.”

“감사합니다!”

팽우경을 병기로 내어 주었다. 기본적 인 명령은 따르도록 조치해 놓았다. 그 러나 팽우경의 주인은 정우다. 수상한 행위를 하거나 역심을 품게 되면 병기 는 주인의 의지를 따르게 된다.

‘실패해도 상관없지.’

정우로서는 목적을 달성했다.

딱히 대륙을 지배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처럼 혼란을 야기하고, 힘을 집중 시키지 못하게 하면 그만이다. 내부의 혼란을 외부로 돌리려고 하면, 오대세 가를 이용해 방해하면 된다. 사사건건 훼방을 놓고, 간섭하면서 시간만 질질 끌어도 대성공이었다.

“자기야, 진짜로 가는 거야?”

“나도 가고 싶지 않아.”

“그동안 보고 싶으면 어떡해? 이렇게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데.”

“걱정 마, 네가 어디에 있든 내가 꼭 찾을게.”

“기다릴게. 우리의 사랑은 천년 후에 도, 만년 후에도 영원할 거야.”

별리의 슬픔을 위로하는 커플,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둘의 화끈한 덩치만 아 니라면 조금은 애절해 보일 텐데. 덩치 만 봐서는 사내를 연상시켰다. 근육으 로 무장한 육체를 서로의 팔로 간신히 감싼다.

‘이것들이 지금 뭐 하는 거지?’

누가 보면 영영 헤어지는 줄 알겠다. 한 달 후면 정식으로 혼례를 올리게 될 강천과 세경이다. 결혼 준비를 서둘러 야 하기에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무 려 1시간 동안 울며불며 갖은 생쇼를 다 하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주먹을 부 르기도 어려울 텐데, 꼴 보기 싫은 짓만 골라서 했다.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퇴 화하는 더러운 기분이 들었다.

‘분가시키고 말 테다.’

저 더러운 꼴을 계속 보고 있으려니 화가 치민다. 성격 많이 좋아졌는데, 다 시 더러워지기 전에 눈앞에서 치워 버 리는 편이 낫다고 봤다.

어차피 대선이 치러지는 동안 강천은 팽가에서 지내야 한다. 가문의 행사에 서 배제되는 그림을 만들어 놓았다. 중 국출장으로 얻은 소득도 일정 부분 공 개할 예정이었다. 문제의 소지가 될 테 고, 궁지에 몰린 쥐새끼들을 유인할 계 책이다.

“유가기공은 포기한 거냐?”

“세경이한테 왜 그래, 난 이 모습이 더 좋다고.”

“다른사람들도 생각하자.”

“외모 비하는 나쁜 거야!”

사랑에 눈이 멀면 뭘 해도 예뻐 보인 다지만, 정우는 믿지 않았다. 착각일 분 이다. 그런다고 현실이 바뀌지는 않았 다.

‘짚신도 짝이 있기는 있구나.’

맘 같아서는 시력 보호를 위해 깨 버 리고 싶지만, 강천과 세경을 축복해 주 기로 했다. 모진 시련과 고난을 겪고도 헤어지지 않고 버텨 내는 걸 보니 대견 은 하다. 나름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난 잘 모르겠다.’

과연 하라가 세경처럼 변하면 관계가 지속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다섯 번 의 전생에서 겪어 왔던 감정의 변화보 다, 이번 생의 감정 변화가 훨씬 더 방 대하고 다양했다. 자신이 이렇게나 변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원래 내가 엄청 착한 건지도?’

……그건 아니겠지.

차마 그렇게는 말 못 하겠다.

중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다.

정우는 곧장 집으로 가서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김 여사에겐 원하는 선 물 목록을 보내라고 했고, 적정선에서 구입해 왔다. 관세청에 신고를 해서 세 금은 완납해 놓았다. 아버지와는 하이 퍼 팩토리와 연계한 중국 내 사업 진출 계획을 협의했다.

“수연이는요?”

“요번 MT에서 우승을 해서 회식한다 더라.”

정우는 수연을 걱정하지 않았다.

동생 강화 프로젝트의 성과로 계획대 로 착착 강해지고 있었다. 물론 원하던 195cm에는 이르지 못한 점이 옥에 티다. 여하튼 미진한 부분이 있기는 해도, 학 교 MT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당연했 다. 동년배 중에서 수연을 능가할 인재 는 없다고 자신한다.

‘이 오빠를 믿어라.’

반드시 여성 최강의 무인이자 유니크 로 만들어 줄 테니까.

현재로써는 무공보다 속성 능력인 정 령 강화에 힘을 써야 할 듯싶었다. 고작 최상급 정령을 가지고 뭘 할지, 조금은 답답했다. 최소한 정령왕 세 마리는 부 릴 줄 알아야 했다.

“저, 금강문에가볼게요.”

“너무 늦지는 말고.”

“보고만 올리고 올 거예요.”

“그래.”

정우는 짧은 시간 여독을 풀고, 금강 문으로 공간을 이동했다.

슈융!

절대마법에 오르면서 마력에 의한 파 장이 극한으로 제어되었다. 마법을 사 용한 흔적을 알아차리기도 힘들다. 금 강문의 누구도 정우의 공간 이동을 감 지하지 못했다. 공간을 이동해 을 걸 염 두에 두고 내부에 결계를 쳤음에도 무 용지물이다.

‘발전했군.’

본인이 쳐 놓은 결계를 꾸준히 시험 하는 정우다. 레벨이 오른다고 해도 실 제로 운용했을 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깨달음과 훈련을 병행하면서 완 벽함을 찾아 가는 중이다.

정우는 사각을 제어하면서 총관실로 향했다.

총관실로 걸어가는 동안 정우를 감지

하기는커녕, 투명 인간으로 취급했다. 극도로 제어된 공간 장악력이다. 감각 은 물론 인식의 범위마저 제어했다.

찌릿!

감각을 찌르고 온다.

정우의 입꼬리가 얄팍해지면서 살짝 올라갔다.

“반갑다, 정우야.”

“저도요.”

미친 듯이 질주해 오는 자, 이호극이 다.

그가 전력으로 치고 들어와 죽방으로

반가움을 표현했다. 뇌력광마신공은 극

한을 초월하여 뇌신경에 도달해 있었다. 진력이 고스란히 실린 일로금강, 기본 이자 전력이다. 그간의 성취를 고스란 히담았다.

꽈아아0 앙!

정우와 이호극의 주먹이 접점에서 부 딪쳤다.

인사치레라고 하기에는 무시무시한 파괴력이 집중되었다. 사방으로 사나운 기운의 파장이 번지며 거센 진동을 일 으킨다. 하지만 그분, 그 이상의 파장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우와 이호극은 맞 부딪치는 동시에 파장까지 회수해 버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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