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36화 (436/500)

제 4장

암제(暗帝) ⑵

“네놈이 감히!”

“소리 지르지 마, 귀 안 먹었으니까.”

“죽일 테다!”

“말로만 떠들지 말고, 할 수 있으면

해봐.”

당가타에 당문의 전부가 들어 있었다. 본가가 무너져도 당가타만 온전하면 언 제든 복원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해킹 을 방지하기 위해서 별도의 백업을 해 놓은 장소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당가 타가 사라지면 당문은 빈껍데기만 남는 다. 당문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으니 재 건은 불가능할 것이다.

부르르!

당지독은 평생을 살면서 이런 지경에 처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끓 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기 힘들었다. 놈을 갈가리 찢어 버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당가타를 인질로 잡고 있 었다.

후우우!

한 번의 심호흡으로 당지독의 사나운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분노할 때보다 더한 살기가 전 해진다.

“네놈이 무인이라면 정정당당하게 나 서라.”

“당문의 가훈답지 않네.”

“끝까지 치졸한 수를 쓰겠다는 것이 냐?”

“유리하면 훌륭한 전략이 되고, 불리

해지면 치졸한 수가 되면 병법은 왜 만 드는 거야? 암기와 독공을 쓰는 당문이 내로남불 해서야 쓰나.”

당지독은 지독한 자충수에 걸렸음을 직감했다.

형편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데다가, 말 로도 놈에게 밀리고 있었다. 어느 방향 으로 가도 막다른 길목이었다. 하지만 방법을 찾으려면 굳이 어렵게 가지 않 아도 되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 남아 있으니까.

“산송장으로 만들어 주마.”

“과연, 쉽지 않네.”

이쯤 했으면 충분히 먹힐 줄 알았는 데 암제는 굴복하지 않았다. 어떤 선택 이 그에게 최선인지를 깨달았다. 항복 을 한들, 당가는 놈의 굴레에서 벗어나 지 못한다. 그럴 바엔 모든 걸 뒤엎고 새로 시작하는 편이 나았다.

“끼어들지 말도록.”

“호오, 판단이 빨라.”

당지독은 자신이 직접 훈련을 시킨 암혈대(暗血隊)를 뒤로 물렸다. 당문 최 강의 무력대라고 해도 손색이 없으나, 그들이 나서면 복잡해진다. 저 악랄한 놈은 암혈대를 동원하는 즉시 당문의 무인을 전면에 내세울 게 분명하다. 제 아무리 비정한 아버지라도 혈족을 죽。] 고 싶지는 않다.

“날 화나게 한 죄,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그러는 넌, 얌전히 벌레를 먹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될 거야.”

암제의 의지가 공간을 장악했다.

정우가 제공권과 부딪친다.

:之o o OI

제공권이 격렬한 사투를 벌이며 스파 크를 일으켰다. 시작도 하기 전에 개세 적인 파장이 장원 전체를 들썩인다. 이 넓은 장원이 협소하게 느껴지는 장면이 었다. 파장의 범위를 짐작하기 어렵다.

사나운 기운의 파장과 소용돌이가 범 위를 넓혀 가고 있어 모두를 당황스럽 게 만들었다. 상상을 불허하는 기세 싸 움이었다. 전투가 시작되었다지만, 직접 부딪치지도 않았거늘 일반적인 상식을 불허했다.

‘9급이군.’

공무원 9급이면 말단인데, 유니크 9 급은 최상이다.

정우로서도 이호극을 제외하고 9급에

이른 속성 능력자는 처음이었다. 과연 어느 정도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호승지심이 꿈틀거린다.

“휘말린다, 모두 물러서!”

암제와 정우의 격돌은 애초에 다른 이들이 간섭할 수준을 넘어서 있었다.

혹금단이야 워낙 무덤덤하다 보니 대 수롭지 않게 최적의 반응을 했지만, 당 명천과 당명희를 비롯한 당문의 무인들 은 큰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

‘이렇게나 강하셨다니!’

오무제라곤 해도 지나가 버린 과거다.

괴물과 대적하기 어려울 거라 봤다. 혼 자서 오대세가의 가주를 가지고 놀았던 혹금단주였기에 더더욱 회의적이었다 . 하지만 전력을 드러낸 암제는 오랜 세 월 발톱을 숨기고 갈고닦은 호랑이였 다.

후아앙

거친 소용돌이가 형성되며 장원을 휩 쓸고 있지만, 정작 암제와 정우는 미동 도 하지 않았다. 서로의 온전한 전력을 확인하듯, 탐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놈, 강하다!’

당지독은 구석구석 파헤치듯 찌르고

들어오는 기세를 읽었다.

조금만 방심하면 언제든 허점을 파고 들었다. 그 미세한 틈을 이토록 세밀하 게 조준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장원 을 흔들어 놓은 기파는 속임수에 불과 했다. 진짜는 세밀하게 조정된 정교한 기세였다. 날을 세운 의지는 예리한 칼 을 가분히 능가했다.

‘천독공을 완성한 후 적수가 없다 여 겼거늘.’

오무제는 과거의 산물이 되었다. 그 시절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았지만, 실 상 막 각성을 한 시기였다. 주목을 받기 도 전 오무제의 화려했던 시절은 뜬구 름처럼 사라졌다. 좌절도 했었다. 더 이 상 발전하기엔 나이가 걸림돌이었고, 성장 속도도 뒤처졌다. 그래서 독인을 연구하기 위해 당가타에 은거 아닌 은 거를 하게 되었다.

독인의 제조는 당지독에게 기연을 제 공했다. 수십 년의 적공으로도 깨닫지 못했던 천독공의 진의를 완성할 기회가 생겼다. 극한에 도달한 천독공은 천하 무적이었다. 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다 여겼다. 한데, 저 앞에 자신에 비견되는 자가 있었다.

‘죽인다!’

암제는 살의가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나이도 어리고, 중화인도 아닌 오랑캐 가 자신과 견줄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차 대륙을 위협 할 거대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었다. 그 전에 처리해야 했다.

우우웅!

암제의 천독공은 그 자체로 무형지독 이자 심독이었다. 당명희도 천독공을 익히고 있지만, 차원이 다르다.

꽈아아앙

격렬함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폭발이

일어났다. 휘몰아치는 기파의 범위가 장원 전체로 향한다.

그러나 진짜는 따로 있었다.

일반적인 강기폭환(剛氣爆九)이 아닌, 독강(毒剛)이었다.

주르르!

천독강기에 닿은 장원이 물처럼 녹아 내리며, 진득한 독기를 뿜어낸다. 상리 를 벗어나는 천독강기의 무시무시한 파 괴력이다.

-천독공 극의, 천독무(天=.

속성 개방, 공간 제어.

-피해량 가속, 극대화.

독무에 닿기만 해도 녹아 버리고, 흡 입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고수조차 삽 시간에 죽여 버리는 극독이었다. 하물 며 공간을 제어하고, 피해량을 증폭시 켰다. 호신강기조차 무력화하는 천독강 기는 대단했다.

“月에겐 안통해.”

독무 안에서 정우가 현현보를 밟았다. 극속의 신형이 발휘되자, 공간에서 사 라져 버린다. 감각을 따돌리는 현현보 의 놀라운 속도였다.

쌔애앵!

직선과 곡선이 조화를 이루자 곳곳에

잔상을 새긴다.

속도의 우위로 반격의 기회를 잡은 정우의 칼이 벼락같은 강기를 줄기줄기 뿜어냈다. 휘둘러지는 속도가 극점에 다다르자, 강기벽이 형성되었다.

슈슈슈숭!

강기벽은 촘촘하다 못 해 완벽한 밀 폐 공간을 완성했다. 전후 사방을 완벽 히 가리고, 독기를 녹여 냈다.

스왁!

푸아0}앙!

강기벽이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고막 을 관통하는 대폭발이 일어났다.

당지독도 가만히 손 놓고 있지 않았 다. 천독강기가 최적화를 이룬 그의 육 신이 정우의 신형을 쫓으며 연거푸 독 장(毒掌)을 뿌렸다.

퍼퍼퍼펑!

연사되는 강기벽과 독장의 충돌은 살 벌했다. 놀랍게도 접점에서 틈이 없다. 독장과 강기는 상당한 공력의 소모가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시간 차가 존재 하지 않았으며, 굉장히 빠르다.

꽈아아앙

여기저기 중구난방으로 격전이 벌어 졌다. 그럴 때마다 장원은 쑥대밭이 되 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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