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33화 (433/500)

제 3장

모로 가도 베이징만 가면

되잖아 (2)

“……먹지 않겠다면……!”

“차라리…… 죽여라!”

제갈천과 황보신황은 금제를 당할 바

에야 죽음을 택하기로 했다. 반도의 오

랑캐에게 고개를 숙이면서까지 살아가 고 싶지 않았다. 오대세가의 가주로서 자존심을 지켜야 했다.

위협에 굴하지 않는 용기, 정우는 감 탄을 금치 않았다.

“맞아, 굽히지 않는 소신 있는 자세가 중요한 거지. 그 마음, 세가가 사라지더 라도 변치 않았으면 해.”

말투만 들어 보면 지나가다 오가는 인사처럼 대수롭지 않았다. 한데 내용 은 무시무시하다. 세가에 딸려 있는 식 솔까지 감안하면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간다. 그들을 전부 찾아내서 손수 죽여 주겠다는 협박이다.

“그런 짓을…… 하고 무사할 성……싶 으냐?”

“무사하겠지, 여기 있는 놈들을 제외 하면 쭉정이들이잖아.”

정우의 팩트 폭격은 언제나 예리했다.

사실을 기반으로 하기에 더더욱 뼈아 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팩트 로도 남을 가르치려고 들면 욕먹기 딱 좋으니 때와 장소는 가려야 한다.

오싹, 부르르!

제갈천과 황보신황은 독조차도 몰아 내지 못한 채 항거 불능이었다. 하지만 독에서 해방된다 해도 저 괴물을 대적 할 자신이 없어졌다. 하물며 세가에 남 아 있는 전력으론 혹금단주는 물론, 혹 금단도 감당하지 못한다.

‘이토록 말도 안 되는 전력을……!’

‘모두를…… 속였구나?!’

황보신황과 제갈천은 깨닫게 되었다.

남궁세가가 무너지고, 당문이 복종하 고, 하북팽가의 대호법에 올라섰다. 이 일련의 과정이 과연 우연히 이루어졌을 까? 살아 보면 안다. 우연이 여러 번 겹 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물며 혹금단 주는 모든 인과를 쥐락펴락하고 있었다.

또한 그 모든 걸 넘어설 압도적인 무력 을 지녔다. 과연 저자와 맞설 무인이 대 륙에 있기나 할까? 사라진 마교의 천마 나 당대의 천하제일인 불성(佛聖)이 아 니고선 견줄 자가 없을 듯하다.

“다 죽을래, 아니면 그나마라도 건사 할래?”

“우릴 다 죽인다고 해서…… 네놈 뜻 대로 되지…… 않는다! 구파일방에서 가 만히 있을 것 같……으냐!”

“사실이 새어 나가면 그렇겠지만, 오 대세가 간의 공멸이면 달라지겠지. 주 인이 사라진 무주공산의 터인데, 같은 정파라고 해서 순순히 양보할까? 만약 그리된다면 난 깨끗하게 손을 씻을게.”

구파일방이 법력과 도력만 닦고 산다 면 모를까, 다들 각 성의 세력을 형성하 고 있었다. 그런 자들이 딱 봐도 넝쿨 째 굴러들어 온 호박인데, 무시하고 지 나갈까? 인간인 이상 땅바닥에 만 원이 떨어져 있으면 가져가고 싶은 심리가 발동한다.

“……무슨짓을 하려고?”

“저 밖에 남궁세가도 와 있거든, 그림 이 아주 아름답지 않아?”

남궁세가까지 합류하면 오대세가가

완성된다. 안휘성의 패주인 남궁세가가 개입하고 황보세가와 제갈세가가 멸문 을 당한다면 완벽한 알리바이와 명분이 생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남궁세가 는 안휘성 내의 다툼에 관여할 권리가 있었다.

“팽가와 남궁세가가 손을 잡고, 당문 이 합류했다면 얼추 균형이 맞겠지.”

“……그래도 싫다면?”

“다 죽는거지.”

“그럼 네놈은 아무것도 손에 넣지 못 한다!”

“딱히 얻을 필요가 있나, 이대로 그냥

두어도 되는데. 이후의 천하 정세가 꽤 나 시끄러울걸?”

오대세가의 수장들과 핵심 전력을 지 워 버린 후, 온전하지 못한 남궁세가만 남는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설 상가상, 첩첩산중은 기본 옵션이다.

정우는 집으로 가는 길에 천혈강시와 독인까지 공개할 계획이다. 생강시가 되어 버린 팽우경은 독까지 품고 있었 다. 강시에 독, 구파일방으로선 마다하 지 않을 완벽한 떡밥이었다. 평화로운 시기이기에 탐욕을 고스란히 드러내게 될 것이다.

“몸 성히 죽지도 못할 거다. 금제와 독, 벌레까지 사용할 거니까. 너희가 미 쳐 날뛰면 구파일방도 좋아하겠지.”

“……악마 같은.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냐?”

“어째서라니, 난 분명 선택의 기회를 줬어. 그것도 세 번씩이나! 기회를 발로 걷어차고 들어와 놓고선 그냥 물러서겠 다고? 네놈들의 눈엔 내가 호구나 대인 으로 보이는 거냐? 까놓고 말해서 반대 의 입장이었으면 살려 줄 것도 아니잖 아.”

사람은 언제나 역지사지를 고려해야

한다. 본인이 당할 걸 염두에 두지 않는 것만큼 이기적인 결단도 없다. 지금 와 서 징징대는 것도 쿨! 하지 못한 행동이 었다. 물론 목숨이 걸린 중대사안에서 대범하기란 어렵지만.

“그리되면 네놈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것이다!”

“무고한 사람, 누구? 혹시 너희 가문 을 말하는 거면 개소리 지껄이지 마. 성 공하면 누릴 것 다 누리면서 실패하면 모르쇠로 일관하는 건 무책임한 행위잖 아.”

황보신황과 제갈천의 심지가 흔들렸

다. 놈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무림은 무고한 자라고 해서 살려 두지 않는다. 승자와 패자가 나뉘고, 승자는 모든 걸 가진다. 패자의 의견은 온전히 묵살된 다.

정우는 시간을 더 주지 않았다.

선택이 길어지면 어떤 사태가 발생하 는지 깨달을 필요가 있다.

가혹할수록 효과는 만점이지.

“황보무진과 제갈성을 죽여.”

당명천과 당명희는 기어이 천권과 천 기수사를 제압해 무릎을 꿇렸다. 당문 의 금제술에 걸려 육신의 통제를 잃었 다.

..설마‘?”

“?…”잠깐.”

그러나 늦었다.

당명천과 당명희의 수도가 그들의 머 리를 박살냈다. 허연 뇌수와 붉은 선혈 이 튀며 잔인한 광경을 만들어 내었다.

“장로들이 20명이나 남았네.”

나에게는 아직 20명의 생목숨이 달려 있다는.

히죽이는 정우의 미소에 황보신황과 제갈천은 분노조차 마음대로 터뜨리지 못했다. 화를 내면 낼수록 피해는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놈은 절대 타협 이나 협상을 하지 않았다. 복종이 아니 면 죽음이었다.

“부럽다!”

“그냥 부러운 게 아니라 개부럽다!”

“그래도 대가리가 터지면 죽네?”

“원래 사람은 대가리 터지면 죽어.”

“아, 그렇지.”

불사수라기공을 극성으로 익힌 흑금 단은 머리가 부서지면 어떻게 될까? 고 민하고 있었다. 팔다리는 여러 번 잘려 나갔음에도 멀쩡히 재생되었으니, 마지 막 검증만 남았다. 대가리가 터져도 살 면, 이번 생으로 영원불멸할지도 모르 겠다.

‘미친놈들!’

‘제정신들이 아니야!’

당명천과 당명희는 천권과 천기수사 를 죽이기는 했지만, 고민이 되었다. 이 들을 무작정 죽이면 반발이 심해질 수 도 있었다. 한데, 이놈들은 애초에 이후 의 사태에 관해서는 1도 관심이 없었 다.

“望래, 말래?”

정우는 시간을 끌지 않았다.

슈숭!

손가락에서 뻗어 나간 지풍이 제압된 장로들 5명의 이마를 관통했다. 머리가 꿰뚫린 장로는 죽음을 인지하기도 전에 육신이 차갑게 식으며 바닥에 고꾸라졌 다. 죽은 고깃덩어리는 살아 있을 때의 신분과 체통을 가리지 않았다.

15명 남았다.

“이러면 시간을 더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겠지.”

“……먹겠소!”

제갈천과 황보신황은 깨달았다.

이놈은 다음이 없다. 이번에도 답하지

않으면 전멸시킨 후, 세가까지 뭉개 버 릴 위인이었다. 설령 여기서 손을 뗀다 고 해도 세가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무림은 힘을 잃어버린 문파를 얌전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시간문제일 분, 정 도를 지향하는 구파일방도 본색을 드러 낼 게 분명하다.

“어。], 이제나와 봐.”

정우가 말하자 장원에 숨어서 지켜보 고 있던 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남궁세가의 가주와 장로들이 다.

‘..저자는 악마다!’

남궁세가의 대장로가 된 남궁수의 안 면은 두려움에 젖어 있었다.

전투가 벌어지기 전부터 그들은 명명 백백하게 지켜보아야 했다. 장원에 왔 을 때만 해도 가주가 그에게 고개를 숙 이자 배신감이 들었다. 남궁세가의 가 주가 폭압을 견디지 못하고 자존심을 버렸다고 생각했다.

‘터무니없는, 하늘이 어찌하여 저런 자를’

남궁수는 젊은 가주를 원망할 수 없 었다. 저 괴물을 상대로 버텨 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그도 그럴 자 신이 없다. 가주와 대공녀로선 불가항 력이었을 것이다. 저항했다면 남궁세가 는 격류에 휩쓸려 멸문을 면치 못했을 터.

“자, 다 모였으니 그림이 좀 되네. 오 대세가의 미래를 위해서 노력해 보자 고.”

태연히 웃는 정우.

그들은 오싹한 전율에 휩싸였다. 하북 팽가는 열지 말。}야 할 판도라의 상자 를 열어 버린 것이다.

헐!

여운랑은 이걸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눈으로 보고도 동공에 이상이 없는지 수차례나 비벼야 했다. 그럼에도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인지 부조화의 끝장판을 보고 있었다. 정신 나간 귀신이 쓰이지 않고서야 믿 어지지 않을 광경이다.

빠악!

있는 힘껏 풀 스윙(Full-Swing) 했다.

쿠웩!

덩달아 넋이 나가 있었던 공명추가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산서지부장의 뚝심으로 간신히 견뎌 냈다. 남자의 상 징, 허리에 힘을 바짝 준 결과다. 어쨌 든 문주의 손맛이 맵다는 사실보다, 왜 때리냐는 어이없는 표정이 먼저였다.

“공 지부장은 작금의 현실이 믿어지 나요?”

“믿어지진 않지만, 그걸 꼭 제 머리로 검증해야 하는 겁니까?”

굳이 때리지 않아도 현실은 현실이다. 발 저리다고 코에 침을 바르는 것처럼, 꼬집고 때리는 행위도 미신에 불과했 다.

“숙녀의 머리는 소중해요.”

“제 머리는요?”

“자, 지금부터 고민해 보자고요.”

“말…… 돌리다니!”

계급이 깡패다.

공명추는 속으로 불만을 삼켜야 했다. 막말로 작금의 현실을 곧이곧대로 말해 봤자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일까? 공명추는 문주의 결단력에 탄복 을 금치 못했다. 만약 저자의 반대편에 서 있었다면 어찌 되었을지? 상상만으 로도 오금이 저려 왔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이다지도 와 닿기는 처음이었다.

“갖고 싶다, 저 남자!”

오늘 나온 따끈따끈한 신상 백처럼.

“맨몸으로 달려들어서라도 자빠뜨리 십시오!”

공명추는 응원했다.

문주님의 훌륭한 몸뚱이가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해 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떡두꺼비 같은 자식이 나오면 하오문으 로서는 최대의 수혜였다. 자고로 혈통 은 무시 못 한다. 저자의 유전자는 장차 하오문의 역사를 바꿔 줄 소중한 인재 가 될 것이다. 콩 심은 데 콩이 나지 않 더라도, 반의반만 닮아도 남는 장사다.

‘문제는 취향인데.’

틈이 없단 말씀이야.

빠악!

어떻게 하면 자빠뜨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공명추의 동공에 별이 번쩍 였다. 왜? 라는 의문을 품기도 전 그는 눈을 내리깔아야 했다. 감추고 싶은 치 부를 들킨 여인마냥, 눈을 부릅뜨며 노 려보는 하오문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녀 앞에서 못 하는 말이 없네요. 제가 그렇게 하찮아 보이나요?”

“그럴 리가요. 문주님은 하오문의 기 둥이십니다.”

“전 헤픈 여자가 아니에요. 저분이 첫

남자이니까요.”

“……물론입지요.”

갈아 치운 사내만 30명 이상으로 알 고 있는데, 공명추는 기가 찼다. 그것도 자신이 알고 있는 수이지, 그 밖의 이들 까지 포함하면 그 이상이다. 하지만 기 술 하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문주 님한테 당한 사내는 결코 잊지를 못한 다.

‘몸도 훌륭한 기술이지.’

천하지 않다, 편견일 분.

하오문은 원래부터 그래 왔다. 딱히 몸을 쓰는 데 거부감을 가지지 않았다.

정보 수집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몸도 허락해 왔다. 순결이나 정조에 얽매이 지 않았다. 말단조직원부터 문주도 예 외대상이 아니다. 하오문은 조직 내 서 열이 높다고 해서 자기 몸을 사리는 자 를 용납하지 않는다.

‘우린 그렇게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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