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자, 벌레 묵자 (4)
찌릿!
위험을 감지한 제갈천이 신속히 시공 초월을 썼다.
-시공 초월!
8급의 속성이 공간을 장악하게 되면
정우도 시간이 느려진다. 하지만 같은 수에 또 당하진 않는다. 은밀히 공간에 마력을 뿌려 놓고, 마법을 시전 했다. 절대 레벨에 도달한 마력은 주문의 영 창이 필요하지 않았다. 권능이 곧 마법 으로 실현되었다.
파아앗
칼은 불사지체로 화한 황보신황의 육 신에 선명한 도흔을 남겼다. 흉갑처럼 단단했던 가슴이 좌우로 벌어지며 선혈 이 뿜어진다.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정우의 칼은 궤적을 달리하며 검형을
휘두르는 제갈천의 옆구리도 잘라 냈 다.
크억!
교묘하게 맞아떨어졌던 합이 붕괴하 면서 제갈천과 황보신황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속성을 극대화해 팽팽한 전력 을 유지하나 했더니, 점차 붉은 선혈이 육신을 장악하고 있었다.
“어째서?”
의문이 꼬리를 잇는다. 분명 시공 초 월을 썼다. 시간상 회피할 궤적이 만들 어져야 했다. 한데 상흔이 생겨나고 깊 어지고 있었다. 뼈까지 베이면서 충격 이 상당했다. 결정적인 충격이 육신을 뒤덮었다.
스와와악!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무형 의 도기가 공간 전체를 메웠다. 제갈천 이 시공 초월을 사용하고, 황보신황은 육신을 강화해 피해를 최소하려고 했 다.
크아아악!
비명이 터졌다.
제갈천과 황보신황은 자리에서 굳어 버리고 말았다. 육신의 통제력을 잃어 버린 것이다. 곧이어 가느다란 혈선이 빼곡하게 자리하더니 핏물이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절대고수의 무지막지한 회복 력도 이때만큼은 무용지물이었다.
“……이건 대체?”
“……말도 안 돼!”
궤적 상 이렇게까지 정통으로 맞을 순 없다. 최소한의 피해를 예상했건만, 최악이 되고 말았다. 연유를 모르기에 답답함도 쌓인다.
“별거 아냐, 중간에 마법을 좀 썼거 드 ”
“?마법?”
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속성이 마법
이라도, 황보신황은 감각이 극대화되어 있었다. 흐름을 읽어 냈어야 한다. 그럼 에도 눈치 채지 못했다면, 일반적인 수 준의 마법은 아닐 것이다. 무공만 해도 괴물 같거늘, 마법까지 마스터급이라니. 불합리함의 극치였다. 도저히 믿기 어 려웠다.
“도대체 언제?”
“중간중간에 마력을 좀 뿌려 놓았지.” 매개체로서.
정우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 실상 사용된 마법은 허술하지 않았다. 팽팽 해 보이는 것과 달리 정우는 여유가 있 었다. 모내기를 하기 위해 씨앗을 부리 는 농부의 마음으로 공간, 공간에 마력 을 심어 놓았다.
그리고 펼친 마법은.
-앱솔루트 홀드(Absolute-Hold).
시간이 정지되는 타이밍에 거미줄처 럼 부려 놓은 마력을 집중시켰다. 황보 신황과 제갈천은 전투에 집중하고 있었 기에 마법의 발현을 알아차리기 힘들었 다. 홀드와 시공 초월이 맞물리니 결과 적으로 동등한 타이밍이 형성되었다. 상처가 생겨났을 때 눈치챘다면 좀 더 빠르게 대처했겠지만, 정우는 시간을 주지 않고 밀어붙였다. 팽팽함을 가장 한 속임수를 쓴 것이다.
“이런다고 쓰러질 것 같으…… 아니?”
“……이런, 제기랄!”
황보신황과 제갈천은 육신에 파고들 어 온 이질적인 기운이 공력을 분해하 고, 회복력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음 을 깨달았다. 그것은 일반적이지 않았 다. 절대고수에겐 독이 거의 통하지 않 는다. 하물며 만약을 대비해서 독에 저 항력을 갖도록 면역 체계를 꾸준히 완 성했다. 한데 스며든 독은 그 모든 저항 력과 면역 체계를 무력화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독은 육신을 잠식했 다.
쿨럭, 주르르!
운기행공을 하려고 하자, 식도를 타고 솟구치는 선혈이 입을 통해 뱉어졌다. 핏물이 더 이상 붉지도 않았다. 검붉게 탈색되어 버린 선혈은 황보신황과 제갈 천의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육체가 죽 어 가고 있다. 살기 위해 공력과 신력을 운용하나, 독은 지독했다.
“……비겁하게 독을 쓰다니……
“네놈이…… 이러고도 무인이더…… 냐!”
황보신황과 제갈천이 분노했다.
당문의 독이라고 해도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거늘, 허망하게 육신의 통 제력을 잃어버렸다. 냉철한 이성이 둑 이 무너지듯 박살 나자 본심이 튀어나 오고 말았다.
“독이 어때서? 효율적이고 좋은데. 그 럴 거면 당문하고도 거리를 두고 오대 세가에서 제외했어야지.”
적을 상대함에 수단 방법을 가리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었다. 하물며 황보 세가와 제갈세가는 협공을 하고, 수적 인 우위를 점했었다.
“……이따위 독에…… 무너질 성싶 ..으냐!”
“이 독은 꽤나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 야.”
마의가 개발한 신독을 현대의 기술로 발전시켰다. 사실 신독은 독이라면 독 이고, 아니라면 아닐 수도 있다. 상대방 의 신체 능력에 따라서 독이 변화를 일 으키며 최적화한다. 해독을 하려고 해 도, 독이 아닌 척하기에 환장할 독이기 도하다.
“슬슬 끝나가는 모양이네.”
“……저주받을 놈……. 절대…… 편히
죽지 못할 것이……다!”
“맘대로 해. 그럴수록 안타까운 목숨 만 더 죽어 나갈 테니까.”
“……천인공노할!”
그제야 황보신황과 제갈천의 시야에 가문의 무인들이 들어왔다.
수적인 우위는 지금에 와서 많이 퇴 색되었다. 싸우는 동안 흑금단과 부딪 친 제갈세가와 황보세가의 무인은 절반 으로 줄어들었다.
-기간트 전용 삽법 궁극오의, 스카이 콩콩
무지막지한 삽강을 두르며 전장을 콩
콩! 뛰어다니는 기간트는 흡사 홍콩할 매귀신을 연상케 해 속수무책이었다. 검진은 인간을 대적하기 위해 만들어졌 지, 기간트는 예외였다. 하물며 순수 전 투 역량과저도 혹금단이 앞섰다. 양학 에 최적화된 혹금단은 기세를 타자 아 무도 말리지 못했다. 말릴 수 있는 사람 은 정우가 유일했다.
크아악, 나 살려
장로들의 절반이 죽어 나갔다.
기간트의 궤적이 큰 행동반경을 뚫고 들어가 약점을 공략하려고 했지만, 후 방에 있는 혹금단이 이를 허용하지 않 았다. 기간트 사이의 빈틈은 배후의 흑 금단이 활약할 공간이었다. 적의 행동 패턴을 오랫동안 연습해 온 것처럼 흑 금단은 딱딱 맞았다. 자칫 동선이 맞물 리면 기간트와 부딪쳐 아군이 당할 수 도 있거늘, 0.01血의 오차도 없다. 실로 완벽한 동선이다. 기계라도 저 정도가 되면 오차가 발생하기에 당하는 입장에 서는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었다.
‘……죽음이 두렵지도 않단 말인가!’
아무리 훈련을 받는다 해도 기간트의 무지막지한 살법의 투로 속에서 거침없 이 행동하고 있었다. 당하고서도 믿어 지지 않는 광경이었다.
“흥, 우릴 뭐로 보고!”
“동료는 죽이지 않아!”
“반드시 살려야지!”
흑금단의 철칙이다.
훈련하는 동안 팔다리가 잘려 나간 적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결코 죽지는 않았다. 친절히 잘린 사지를 들고 와 붙 여 주는 다정함이 있었다. 혹시나 동료 의 사지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내 몸처 럼 노심초사했다.
카아0}앙!
혹금단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연
수합격에 황보세가의 최고장로인 붕산 장(胡山掌) 황보패는 붕산패왕력(胡山敗 王方)을 출수했다가 삽면에 강타당해 손 바닥은 물론 팔뼈가 아작 나고, 어깨가 탈골되어 튕겨 나가고 말았다.
“이게 바로 삽장이란다!”
“……말도 안 되는 짓을……!”
의식을 잃어 가는 황보패는 억울했다. 삽의 옆면으로 냅다 후려쳤을 분인데, 평생을 수련한 붕산패왕력이 허무하게 깨져 버렸다.
그러고서 한다는 말이 삽장이란다.
“날로 치면 삽강이고, 면으로 치면 삽
장이지 별거 있냐!”
“그렇고말고요, 부단주님!”
양용익과 단원들의 삽법은 실용성에 최적화되었다. 현란하고 아름다운 형과 는 거리가 멀다. 그저 사용 가능한 최선 의수를 쓸분이다.
“확실히 삽이 좋아, 파기도 좋고.”
“보여 드릴까요? 한 삽이면 충분한 데.”
“됐어, 어서 죽이기나 해.”
“옙!”
먹방의 방장이 한 젓가락으로 잔치국 수 곱빼기를 먹는 장면을 따라 해 보고 싶어진 흑금단이었다. 이래서 방송 콘 텐츠의 위력이 무섭다. 아무거나 다 따 라 하려고 해서 상대방을 당혹스럽게 했다.
“짜식들, 잘하는군.”
정우는 군대를 가지 않아서 삽의 효 용성을 다 알지 못했다. 확실히 군대를 제대한 녀석들이라, 삽 쓰는 방법이 뛰 어났다. 보기에 따라서 만병지왕은 검 이 아니라 삽일지도 모르겠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쩝.”
정우의 시선이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입맛이 별로다.
황보무진과 제갈성을 상대하는 당명 천과 당명희 남매의 결전이 갈수록 치 열해지고 있었다. 승부는 아주 팽팽했 다. 누가 더 우위에 있다고 하기 어려울 만큼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었다. 황보 무진과 제갈성도 눈은 장식이 아니었다. 승패가 기울고 있다는 걸 뻔히 알고 있 다. 하지만 맘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당 명천과 당명희는 그들이 여태 상대했던 자들과 차원이 달랐다. 독왕과 독봉이 라는 별호가 아깝지 않았다.
‘과연 대단하구나!’
‘그러나 지지 않는다.’
당명천과 당명희도 상대가 만만치 않 음을 알기에 전심전력을 부리고 있었다. 이때까지 당한 빚을 모조리 다 돌려주 기 위해 독공을 극대화했다.
대결은 경천동지했다.
무인으로서 다다르기 힘든 경지를 보 여 주었다. 절대급 고수의 격전으로 장 원이 맥없이 부서져 나갔다.
그러나 그들의 입장일 분, 정우는 시 큰둥했다.
“버러지들을 상대로 오래도 싸우네.
쯧쯧.”
혼잣말이다.
다 들려서 문제지만.
정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 별것도 아 닌 것들끼리 시간을 끄는 게 맘에 들지 않았을 분이다. 그래 봤자 가주 아래의 잔챙이들에 불과했다.
‘저 자식이!’
‘망할 놈!’
네 사람의 속을 동시에 긁었다. 특히 혀를 차는 소리가 비수가 되어 심장을 찔렀다. 독왕과 독봉, 천권과 천기수사 는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러니 더더욱 팽팽하고 치열했다.
찰나의 실수가 승패를 좌지우지할수 록 조급한 쪽이 불리해지기 마련이다. 사태를 체감한 황보무진과 제갈성의 손 발이 흔들렸다.
당명천과 당명희는 빈틈을 놓치지 않 았다.
푸악!
독장과 독강을 허용한 황보무진과 제 갈성이 나뒹굴었다. 일격의 허용이 치 명상을 가져왔다. 이어지는 파상 공격 을 막아 내지 못하고 승패가 결정되었 다.
“거봐, 하면 되잖아.”
정우의 응원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 았다. 말을 하면 할수록 당명천과 당명 희는 일개 하수인이 된 엿 같은 기분을 맛보아야 했다.
“?우릴 ?어쩔 셈이냐?”
황보신황과 제갈천은 통제력을 잃어 버렸다. 놈이 사용한 독은 일반적이지 않으며, 정신에 의해 작용하였다. 그 말 은 심독지경(心毒之境)에 도달했음을 의 미했다. 당문의 역사에서도 독성(毒聖) 의 경지에 든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있 다면 전대 가주인 암제분일 것이다.
“알~면서아”
알긴 뭘 알아!
황보신황과 제갈천은 알고 싶지도 않 았다. 그러나 다가올 거대한 암운은 외 면한다고 변하지 않았다.
“자, 벌레 묵자.”
정우의 손에 들린 작고 가는 미세한 생명체들.
꼬물거리고 있는 작은 벌레들이 사랑 스럽게 춤을 추고 있었다. 월세살이에 여기저기 옮겨 다녀야 했던 벌레들은 이제 정착할 보금자리를 찾았다. 내 집 마련에 환호를 보내고 있는 것처럼 느 껴진다.
정작 보금자리로 전락한 대상들은 묵 은 똥 씹은 것처럼 얼굴이 점점 구겨진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