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30화 (430/500)

제 2장

자, 벌레 묵자 (3)

“피했네.”

제갈천의 배후를 노린 도격이거늘. 속 도에서 따르지 못하기에 최소한이 중상 이상의 타격을 받았어야 했다. 빗나가 버린 예측이 되었다.

“거리, 속도, 반응, 피해 규모를 계산 해 보자. 호외 천분의 1초, 시간을 정 지시키는 속성이구나.”

“……네놈, 쿨럭!”

제갈천은 심장이 가라앉는 기분이다.

찰나간 8급의 속성을 최대한으로 발 휘했었다. 최소 1초 이상의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웬걸, 속도를 늦 추기가 무섭게 가공할 반발력이 형성되 어 타격을 주었다. 시간 속성을 길게 끌 었다가는 되레 타격을 받을 것 같아 공 간을 벌리는 데 역점을 두었다. 그럼에 도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타격을 입고 만 것이다.

“죽어맛!”

별안간 정우의 제공권을 파고들어 오 는 기운이 있었다.

황보신황이다.

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시간을 끄 는 멍청한 짓을 하진 않았다. 속성인 신 속(神速)과 공간 도약을 동시에 사용했 다. 단숨에 거리를 뛰어넘은 후, 신속을 이용해 속도를 배가시킨다. 이어서 내 지르는 천왕삼권(天王三筆)의 천왕강림 (天王降臨)이 포효한다.

푸아아앙

완성된 권형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정우의 제공권을 거칠게 두 드렸다. 그러나 제공권은 하나로 이루 어지지 않았다. 강타당한 제공권은 끌 어들이기 위한 미끼다. 실제로는 하나 더 있었다. 황보신황의 권형을 끌어들 인 후, 반원을 그리며 비틀어 내었다. 휩쓸리는 와류기는 단단한 강철도 엿가 락처럼 우그러뜨린다.

휘청!

권형을 빨아들이는 가공할 홉입력에 황보신황의 신형이 크게 흔들렸다. 마 치 자맥질하려다가 소용돌이에 휩쓸리 듯, 잡아당기는 힘이 만근(萬斤)의 거력 을 능가했다.

‘……위험하다!’

경각심이 황보신황의 뇌리를 강하게 울렸다. 이대로 빨려 들어가면 육체가 분쇄기에 넣고 돌린 아몬드처럼 가루가 되어 버릴 것이다.

속성 개방, 육체 변환.

-신력 증폭.

워낙 기골이 장대한 황보신황이다.

기본적으로도 체력이 뛰어나지만, 8급 의 속성까지 발휘하면 타이탄에 비견되 는 신력을 얻는다. 이분인가, 육신의 기 맥이 단단해지면서 수미천왕신공의 한 계를 뛰어넘는다.

우우웅!

삽시간에 증폭된 신력과 공력이 완벽 한 조화를 이룬다. 강력한 흡입력을 차 단하며 물러섰다. 동시에 천왕삼권의 천왕천격(天王天擊)을 기관총처럼 발출 했다.

퍼퍼퍼펑!

포탄이 폭발하듯 뿌연 연기구름이 형 성되어 공간을 가린다.

황보신황은 전력을 기울였다. 조금이 라도 방심하면 황천길로 직행할 수도 있었다. 천왕천격에 이은 천왕삼권의 최후절초, 천왕신멸(天王神滅)이 발출되 었다. 황금색 휘광을 두른 기의 폭우(暴 雨)가 사방으로 퍼졌다가 단숨에 집중시 킨다.

후아아앙!

인위적인 태풍이 공간을 휩쓸었다. 바 람에 실린 기세가 일반적인 수준을 벗 어난다. 반경 5m가 영향을 받는다. 절 대고수의 격전치고는 범위가 좁았다. 하지만 그만큼 권공이 중첩되어 파괴력 을 집중시켰다.

주르륵!

거리를 벌린 황보신황, 입술을 타고 가는 선혈이 흘렀다.

치가 떨리는 현실과 마주했다. 신을 멸하는 황보세가 최강의 권공인 천왕신 멸이 튕겨 나왔다. 그분이면 말도 안 한 다. 반진력에 내상을 입었고, 옆구리가 꿰뚫렸다. 당하고 나서도 믿어지지 않 는다. 육체를 진화시키고도 낭패를 면 치 못하다니,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격이 다르다.’

황보신황은 수미천왕신공을 대성한 이후로 적수가 없다고 자신했다. 제갈 세가와 협상을 한 것도 전력 손실을 줄 이기 위해서였을 분, 오대세가의 누구 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 남궁세가의 검 제와 검왕도 상대로서는 부족하다 여겼 다. 그런데 저놈은 대체 뭐란 말인가? 갑자기 튀어나와 격이 다른 강함을 과 시했다.

버}드득!

황보신황은 분노와 살기가 뒤섞인 복 잡한 감정을 표출했다. 항상 위에서 내 려다보며 살았고, 비루한 인생들과 자 신은 관계없었다. 오늘 천외천(天外天) 이 저 앞에 있었다. 평생 느껴 보지 못 했던 질시가 폭발했다. 하물며 중화인 도 아닌, 소국의 오랑캐였다.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살의가 오늘처럼 끓어오르기도 처음 이다.

불타오르는 살의와 마주하는 기세는 흔들림이 없다. 그저 작금의 현실을 복 기하며 인과를 분석했다.

“속성은 참 방심 못 할 무기야.”

정우는 손에서 빠져나간 먹이를 무심 히 바라보았다. 무공만으론 실력 차이 가 분명하거늘, 속성이 발휘되면 예상 을 뛰어넘었다. 격이 다른 경지라고 해 서 방심이 허용되지 않았다.

“전투란 언제나 예외성이 있지. 그래 서 재밌는 거고.”

“건방진, 곧 후회하게 해 주마!”

정우의 여유가 몹시 거슬린 황보신황 과 제갈천이다.

그들은 합격을 하고서도 이득을 취하 지 못한 현실에 화가 치밀었다. 이 굴욕 적인 대결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야 했다. 내려다보는 대상은 저놈이 아니 라 자신들이어야 한다.

“더 보여 줄 게 남아 있나 본데, 다 꺼내 놓지 않으면 후회는 내가 아니라 너희가 할거다.”

사족이 길어지면 전투의 재미가 반감 된다.

현현보를 밟았다.

속도가 빠른 만큼, 파공성도 커진다. 반면 정우의 보법은 속도에 의한 마찰 마저 벗어나 버렸다. 귀신과 같은 움직 임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이 정지되었다고 할 만큼 빠르다.

황보신황과 제갈천의 제어된 공간을 뚫고 들어왔다. 속도와 융화된 이상적 인 칼의 궤적에 가공할 압박이 생성된 다. 둘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투로였다.

그들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진 않았다. 속성 개방, 시간 정지.

-극의, 초월시공(超越時空).

제갈천으로서도 개방해 본 적이 없는 속성의 극대화였다. 그러나 하지 않으 면 안 되었다. 칼이 그리는 궤적의 끝에 자신의 목이 대기하고 있었다. 피하기 에는 늦었다. 시간을 벌어야 했다.

트득!

정지된 시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일거 에 깨져 버리면서 끊어졌던 시간을 이 어 붙였다. 제갈천은 그야말로 간발의 타이밍으로 검을 휘둘러 막아섰다.

‘젠장, 빠르다!’

황보신황도 대비하고 있었다.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나 단독으로는 대적불가의 괴물이었다. 무공과 다중 속성까지도, 밑천을 꺼내야만 승산이 있었다. 공격이 올 타이밍을 계산하고 전력을 퍼부을 계획이었다. 그럼에도 계산을 벗어난 스피드다. 속도를 더 올 렸다는 의미가 된다. 제갈천이 시공 속 성을 쓰지 않았다면 타이밍이 어긋났을 것이다.

속성 개방, 육체 변환.

-극의, 신력 증폭.

?육체 진화, 불사지체.

신력은 단순한 체력의 극대화가 아니 라 육체의 기능을 수배로 확장시킨다. 육체를 구성하는 근력, 근골, 장기, 신 진대사, 감각 기관을 증폭시켜 기능을 활성화한다. 그러나 육체가 강해진 만 큼 통제력의 상실은 필연이다. 그에 대 한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그럼 에도 신력 증폭을 극한으로 쓰면 컨트 롤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했다. 등가교 환의 부작용이 크기에 불사지체를 활용 했다. 부서지더라도 회복되는 재생력이 속성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게 한다.

“죽여 주마!”

육체 변환이 극한에 이르면 광폭화(狂 暴化)를 이룬다. 황보세가의 순혈을 이 어받은 자만이 가지는 야수성이었다. 그로 인해 일반적인 상태보다 홍분하게 된다.

“꽤나 골치 아픈 속성으로 변화했네.”

전생에 겪어 본 적이 있는 육체와 비 슷하다. 남만의 지배자인 야수왕(野獸王) 이 야수지체를 타고났다. 공력보다 신 력이 뛰어나고, 육체만으= 능히 절 정고수를 대적했다. 공력에 내성을 가 지고 있어서 내가고수일수록 상대하기 가 굉장히 까다롭다.

“그래 봤자 매 앞에는 장사 없지만.”

정우에게 걸린 야수왕은 뒈지게 처맞 고, 회복하고를 반복했다. 10일 동안 쉬 지 않고 죽지 않도록 패는 정우나, 굴복 하지 않고 개기는 야수왕이나 지독하기 는 마찬가지였다. 옆에서 보고 있던 철 마도 혀를 내둘렀으니, 야수왕의 독기 를 능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문제는 정 우도 독기에서는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 다.

-열흘 더 할까?

...?

그땐 야수왕도 못 버텼다.

인간적으로 그만큼 때렸으면, 차라리 죽일 것이지 죽이지도 않았다. 무지막 지한 회복력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자살하지 못하도록 평소에는 사지를 만 년한철로 된 쇠사슬로 묶어 놓았었다. 생리 현상만 해결하도록 호스로 연결해 놓았을 때, 수치심에 죽고 싶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크아아앙

정우의 미소에 황보신황이 야수성을 폭발시킨다. 당연히 야수성에만 의존하 지 않았다. 가문의 절세무공으로 단련 된 육신은 야수성과 결합하여 완벽함을 이룬다.

파아앙, 화르르!

권각에서 불을 붐는다.

일권일각(一筆一脚)이 허투루 사용되 지 않았다. 황보세가의 정교한 초식에 강화된 육신이 조화를 이루었다.

꽈아앙!

정우의 칼과 부딪치며 거친 파공성이 쉬지 않고 울렸다.

유형화된 공력의 포화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내재된 파괴력은 충분히 위협 적이다. 둘 다 공력이 외부로 발현되는 수준을 최소화하면서 타격 시에만 집중 시킨다. 부딪칠 때마다 공간이 찢겨 나 가며 거센 저항을 일으켰다.

쩌어엉!

눈에 보이지 않는다.

공간의 활용이 완벽에 가깝다. 마치 정교하게 합을 맞춰 놓고 대결을 하는 듯 맞물렸다. 합격이 처음이라고는 믿 어지지 않을, 제갈천과 황보신황의 움 직임은 나쁘지 않았다.

정우는 두고 보지 않았다.

비슷해 보이는 교전 속에서 최적화된

투로를 찾아 나갔다.

휘릭, 파팟

전후좌우, 칼이 변화하며 요소요소를 찌른다. 그때마다 황보신황의 투로가 막히면서 휘청거렸다. 처음에는 비슷하 게 나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맥이 끊 어지면서 상처가 생긴다. 불사지체를 이룬 황보신황이라 어지간한 상처는 회 복이 되건만, 정우의 칼에 베인 상처는 회복이 더뎠다.

‘……이럴 수가!’

천왕삼권과 패권, 벽력신장까지 적재 적소에 발출하고 있음에도 도리어 허점 이 드러나고 있었다. 전투의 합을 이루 는 간격, 흐름, 세기, 강약에서 차이가 벌어진다.

한 단계 이상?

아니다.

격차가 점점 말도 안 되게 벌어졌다. 따라가려고 할수록 전력의 차이를 쫓지 못했다. 뱁새가 황새를 쫓다가 가랑이 가 찢어지듯, 소모되는 역량이 열어 놓 은 배수로처럼 빠져나간다.

스왁!

커억!

수평으로 가른다.

목적지는 목.

황보신황은 숨이 끓어지는 기분이었 다. 거리를 벌리거나, 권공을 사용해야 했다. 망할!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전 투의 흐름을 아래로 향하도록 유도한 후, 마지막 궤적은 목을 노렸다. 실로 교묘하면서도 소름이 돋는 전투 스킬이 었다.

-시공 초월

제갈천이 속성과 함께 대천성장(大天 星掌)을 발출, 황보신황에게 간격을 제 공한다.

간발의 차이로 목을 사수한 황보신황

은 물러서기보다는 간격을 더 좁혔다. 아무래도 병기보다 권각이 근접전에 유 리했다. 천왕보로 도가 회수되는 간격 에 파고들었다. 이어서 절정의 금나수 법인 일조편(一條勸과 태산중수(太山重 手)를 동시다발적으로 펼쳐 칼을 빼앗고, 손목을 타고 들어가 목을 잡아채려고 했다.

사사삭, 타앗!

황보신황의 금나수가 도를 잡아채려 는 찰나, 정우의 무릎이 손목을 쳐 냈다. 그와 함께 팔꿈치가 황보신황의 얼굴을 가격한다.

휘릭!

정우는 멈추지 않았다.

한번 탄력을 받은 육체는 목표물을 완전히 분쇄하기 위해 질주한다. 상체 가 휘청한 황보신황과는 칼을 사용할 최적의 간격이 조성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