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28화 (428/500)

제 2장

자, 벌레 묵자 (1)

다수 대 다수의 격전.

혹금단의 시야는 황보세가와 제갈세 가의 전투력에 있지 않았다. 외양, 말 그대로 겉치레만 보고 있었다.

‘이놈들도 슈트 좋네.’

‘와, 시계 보소!’

‘신발도 명품이잖아.’

탐욕에 찌든 무인은 말로가 순탄치 않다고 하는데, 혹금단은 예외다.

미래는 고민하지 않는다. 희망이 있어 야 미래도 꿈꾸지, 혹금단은 욜로(You only live once)다. 오늘만을 위해서 산 다고 보면 된다. 어차피 인생을 길게 즐 기고 싶지 않다. 단명하면 축복받은 삶 이다. 고로 미래가 개판이라고 욜로 짓 하면서 정부와 세상을 탓하진 않는다. 복지를 구걸하며 구질구질하게 살 거면 쿨한 척하지 말아야 한다.

슈아앙

공격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 혹금단이

돌진했다.

100기의 기간트가 최대 출력으로 나 아가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신속 정확한 선빵의 최적화.

다음 수를 위한 애병(愛兵)이 자동 조 립되었다. 조립품이 완성되면 멋이 사 라지기는 해도, 과정은 굉장히 쌈박하 다.

자동조립의 결과물이 삽이라, 적의 방 심과 허를 찌를 수도 있다.

.기간트 전용 삽법 !식, 찔러!

-기간트 전용 삽법 2식, 때려

기간트의 삽법은 군대제식을 기반으 로 두고 있다.

예비역이기는 하나, 총검술에 관해서 는 뒤지지 않는다. 이 분인가? 공력과 에너지 스톤이 결합하여 삽강을 이룬다. 삽질한다고 우습게 봤다가는 큰코다친 다.

쩌어어엉!

꽈아아앙

꿰뚫리고, 갈라진다.

전열을 정비해 기세를 끌어 올린 황 보세가와 제갈세가로서도, 혹금단의 초 반 전력 러시(Rush)는 예상을 벗어났다. 한 덩어리가 된 100기의 기간트는 제각 각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기에 천외천 의 파괴력을 갖추었다. 물론 협력, 협동, 협심과는 거리가 멀다. 다들 누구 하나 먼저 죽는 걸 방지하기 위한 최강의 조 합이다. 혹여, 제 몸을 아끼지 않고 동 귀어진을 할지 모르기에 필사적으로 막 기 위한구조다.

“……이 쳐 죽일 놈이!”

“말도 없이!”

정우와 대치 중인 황보무진과 제갈성 이 참혹한 파괴 현장에 분노가 폭발했 다.

기간트와 충돌한 무인 수백이 주검이 되어 사방팔방으로 찢겨 나갔다. 붉은 선혈이 장막처럼 일대를 포근하게 덮어 주며, 섬뜩한 광경을 자아냈다. 대지는 오늘 피칠갑으로 제대로 도배되어 갔 다.

“그러니까 선수는 아무 때나 양보하 는 게 아니라고.”

상대의 역량도 살피지 못하는 해태 눈깔을 달고 있으니 가솔이 고생하는 거다. 하물며 기간트는 발동이 걸리면 가속력이 생긴다. 추진력과 탄력을 받 기 전에 공격 루트를 차단해야 했다. 경 사진 언덕 위의 암반을 구르기 전에 막 지 않고, 가속이 붙었을 때 막은 것처럼 비효율적이다.

“반도의 더러운 오랑캐 놈! 죽여 달라 고 빌게 해 주마!”

직계 혈족에게만 전승되는 천왕보(天 王步)를 운용.

황보무진이 공간을 관통하여 흑금단 주의 정면을 장악했다. 철괴(M)처럼 각진 근육들이 일사불란하게 결합하여 힘을 집중시킨다. 다리에서 허리로 이 어진 회전력과 단전에서 시직되어 전신 을 주천한 공력이 팔에 전달되었다.

-파천육식 5식, 파천관혼(破天貫魂).

혼을 관통하는 전력을 다한 정권, 금 강문의 일로금강과 투로가 비슷하다.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파천육식 가 운데 5식이면 마지막 절기라고 봐도 무 방하다. 그럼에도 기본 정권을 마지막 에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 다. 기본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형 에 치우쳐 기본을 잊으면 제아무리 현 란하고 변화가 무쌍해도 타격을 주기 어렵다. 초식은 역량을 온전히 전달하 기 위한수단일 뿐이다.

퍼어어어엉!

고막을 파괴하는 격렬한 파공성이 울 렸다. 집중된 권형이 퍼져 나가면서 경 력이 공간을 휩쓴다. 웅혼한 공력의 층 돌에 휘몰아치는 소요가 장원의 내벽을 거칠게 두드렸다.

빠득!

이를 악무는 소리가 들렸다.

황보무진의 두 눈에 살기가 충만했다. 그러나 목표물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었 다. 그 앞을 다른 누군가가 막아섰다.

사천당문의 가주, 독왕 당명천이다.

그가 황소처럼 돌진해 들어오는 황보

무진을 당문의 비전, 삼양신장(三陽神掌) 으로 막아섰다. 권공과 장공이 부딪치 며 발생한 공력의 파장이 둘 사이를 갈 라놓고 있었다. 웅후한 경력에 중간 지 점이 움푹 파였다.

“당문의 가주가 오랑캐의 앞잡이가 되다니, 대륙의 무인으로서 부끄럽지도 않은가‘?”

“맘대로 지껄여라, 곧 깨닫게 될 테니 까.”

당명천이라고 좋아서 막았겠나, 안 막 으면 당문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혹금단 주의 무지막지한 협박이 있었다. 남아 있는 가솔이라도 살리고 싶으면 알아서 처신 잘하라고 했다. 당가타가 어찌 되 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달리 선택 할 방법이 없었다. 무엇보다 그 끔직한 고통을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난 상벌이 확실하거든.

당명천은 혹금단주의 의도를 파악했 다.

그는 오대세가를 원하고 있었다. 그것 도 완벽한 명분을 앞세웠다. 남궁세가 와 하북팽가가 넘어갔고, 당문도 벗어 나기 요원했다. 남아 있는 세가는 제갈 세가와 황보세가뿐이다.

현재로써는 흑금단주의 눈 밖에 나선 안 되었다. 그가 원하는 대로 따라야 했 다. 당문의 미래를 위해 와신상담(臥W 賞膽)을해야 할때였다.

-원한도 갚고 좋잖아.

워낙 막강한 원수에 가려져서 그렇지, 당문의 입장에서 황보세가와 제갈세가 도 원수이기는 매한가지다. 두 세가의 협공으로 당문의 정예 대부분을 잃었으 니, 원한이 없다면 거짓말일 테지. 당명 천은 황보세가와 제갈세가에 죽어 가는 가솔을 직접 목도했다.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서라, 오랑캐

놈아”

“어쩌나, 난 이놈되놈…… 아, 이독제 독의 수법을 선호하는 편이라서.”

정우는 당명천의 뒤에서 히죽였다.

동물과 인간이 다른 점이 있다면 도 구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편한 도구가 있는데 쓰지 않으면 인간답지 않은 행 동이다. 도구는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날이 잔뜩 들어서기 마련. 날이 녹슬지 않도록 갈아 주는 미덕을 발휘했을 분 이다.

“너희도 잘 쓰잖아.”

이이제이(以吏制W)라는 오랑캐를 오

랑캐로 다스린다는 전술, 되놈들이 자 주 쓰는 이간책이다. 당하는 입장에서 는 열불 터지는 최악의 수이지만, 쓰는 입장에서는 최선의 효율적인 계책이다. 그러면서 대국이라고 버기는 걸 보면 철면피가 따로 없다.

‘진정한 패도는 술책 따윈 쓰지 않아.’ 어설픈 패도로 위장한 쭉정이들과 놀 아 줄 마음이 전혀 없었다. 적당히 장단 을 맞춰 주면 예, 고맙습니다! 하고 넙 죽 엎드렸어야 했다. 귀한 시간을 할애 해 준 배려도 무-르..구,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쯧쯔 누가 저리 약을 을렸을꼬.”

제갈성을 성난 황소처럼 밀어붙이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당명천의 동생이자, 독봉 당명희다. 그녀는 천독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려 독수를 마구 부렸다. 날카로운 눈매가 표독스러움을 잘 표현했다.

‘……뻔뻔한!’

할 소리가 있고, 못 할 소리가 있지.

듣고 있던 당명천이 오히려 빡칠 뻔 했다. 평소 그의 성향을 안다면 다른 사 람으로 착각할 만큼, 감정의 변화가 다 양하다 못해 천변만화였다.

“잔챙이들은 잔챙이들에게 맡기고, 난 이만.”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속을 잔뜩 긁어 놓는다. 평생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 방법을 연구해도 이보다 못 할 것이다.

별안간 잔챙이가 되어 버린 황보무진 과 당명천은 소강상태에 놓이고 말았다. 속에서 열불이 터지는데, 정작 당사자 는 유유자적하니 더 열 받는다.

빠득빠득!

황보무진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살 면서 오늘처럼 열 받을 날이 있을 줄은 몰랐다. 독봉을 놓쳤을 때와는 또 다른 분노의 향연이었다. 저 얄미운 오랑캐 놈을 죽일 수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 라도 팔수 있었다.

“이따위 대접을 받으려고 오랑캐의 똥구멍이나 핥고 있는 것이냐!”

“날 욕해서 속이 시원하다면 얼마든 지 해라.”

당명천은 내려놓았다.

그에게 체면, 지위, 명예는 중요하지 않았다. 강자지존, 강자 앞에 약자는 바 짝 엎드려야 했다. 무의미한 저항은 고 통을 자초하는 지름길이었다.

“대체 왜?”

황보무진은 이해가 전혀 안 되었다.

한 수 재간이 있다 해도 신병이기에 의존하는 반도의 오랑캐다. 명색이 오 대세가의 한 축인 당문의 가주가 무엇 이 그리 아쉬워서 놈의 명령에 따른단 말인가. 설령 비참하게 진다 해도 무인 으로서 당당함을 보여야 했다.

“넌 아닐 것 같으냐!”

“나를 당신과 같다고 보지 마, 추잡하 니까”

“그렇다면 나를 넘어 봐라.”

“도망친 주제에 기는 살았군.”

황보무진은 당문의 가주라고 해도 두 렵지 않았다. 황보세가의 천권으로서 당문의 가주를 짓밟아 버릴 것이다.

퍼퍼퍼펑!

제갈성과 당명희는 격전 중이다.

당명희의 독수에 제갈성은 현원전단 신공(玄元全ffi 神功}을 운용한 원강신벽 (元强神壁)으로 받아쳤다. 일정 영역을 호신강기와 같은 형태를 유지할 수 있 었다. 그러나 당명희의 천독강기(天毒剛 氣)는 이중 삼중의 원강신벽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방어만 해서는 원강신 벽이 깨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 하자, 손목에 차고 있던 밴드를 변환시 켜 검을 휘둘렀다.

스와아악!

검이 낭창하게 좌우로 곡선을 그리며 환영을 일으켰다.

변화무쌍한데가 현란하다.

퍼퍼펑!

천독강기와 충돌하며 공간을 흔들었 다.

당명희의 예상과 다르게 충격이 있었 다. 가볍게 휘어지는 얇은 연검(軟劍)이 라 부서질 줄 알았거늘, 반발력이 상당 했다.

“평범한 검이 아니구나.”

“당연하지 않나.”

제갈성의 검은 8급 마물, 불가사리의 뼈로 제작되었다. 강력한 사기(死氣)와 반진력을 가지고 있는 불가사리의 속성 력을 고스란히 담았다. 검신(劍身)에 공 력이 실리면 그 어떤 기운도 잘라내는 절삭력을 지닌다.

-독성 증폭.

-소환 풍호.

둘은 속성인 독성 증폭과 소환술을 꺼내 들었다.

당명천과 당명희가 나서게 되자, 남은

당문의 무사들도 합류했다. 어정쩡하게 서 있었더니 혹금단주의 날카로운 시선 을 받았다. 밥그릇이라도 챙기고 싶으 면 보잘것없는 몸뚱이라도 거들라는 무 언의 압박이다.

쿠아앙

커어억!

장원은 전장이 되어 폭음과 비명이 교차하는 아름다운 광시곡을 완성해 나 갔다. 그야말로 정리되지 않은 난전, 엉 망진창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혹금단은 따로 노는 것처럼 보여도, 군계일학의 완벽한 합격을 이루고 있었

“전장은 역시 피가 흘러야 운치가 있 지.”

정우에게 있어 시산혈해는 익숙한 광 경이다.

피가 흐르지 않는 전장은 감홍을 주 지 않는다. 살이 찢어지고, 선혈이 난무 하고, 영혼이 끊어지는 치열함과 처절 함이 공존하는 전장이야말로 살아 있음 을 만끽하게 해 준다. 그래서일까? 생기 가 넘쳐흐른다.

슈우웅

멋모르는 객기도 공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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