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21화 (421/500)

제 8장

엉망진창 (1)

정보전이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진짜 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하도록 대량의 정보를 남발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제부턴 진실을 걸러내는 작업이 중 요해졌다.

-합비의 비서현에 당문의 가주가 도 착했다.

-황보세가와 제갈세가의 협업이 깨졌 다.

-당문이 본가를 칠지도 모른다.

-제갈세가와 황보세가가 비서현으로 향하고 있다.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에 확인 작업이 필요했다. 섣불리 움직였 다가 피해를 볼 우려가 있었다.

의외로 소강상태가 진행되었다. 당장

에라도 합비를 중심으로 세가 간에 치 열한 사투가 벌어질 거란 예상이 빗나 갔다.

그런 와중 가장 유력한 정보가 포착 되었다.

합비 쟁탈을 위한 당문의 주력이 비 서로 향했다는 것이다. 제갈세가와 황 보세가에는 화력을 집중시켜 비서를 공 략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동선이 읽히 지 않도록 은밀히 무력대를 집중시키고 있다고 알려졌다.

시일은 그날 밤 12시다.

정우는 장원의 주변에 기관진법을 꼼 꼼히 설치했다. 일전에 대충 설치했던 진법과는 수준이 달랐다. 시간을 들인 만큼, 침입이 용이치 않을 것이다. 마치 내가 이만큼이나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처럼.

“어때, 괜찮지‘?”

“기관진법에 능통하군요.”

대수롭지 않게 응수했지만 당명희는 내심 놀랐다.

단순무식한 행동과 달리 혹금단주는 굉장히 똑똑했다. 기관진법을 바로 앞 에서 확인했음에도, 파훼가 용이치 않 았다. 이분이랴, 주변에 심어져 있는 염 탐꾼들의 눈을 확실하게 속였다. 함께 할수록 혹금단주는 범상치 않았다. 본 인에 대한 강한 프라이드를 제외하면 약점이 딱히 없었다.

“기간트는 안 쓰나요?”

“결정적인 순간에 쓸 거야. 한데 가문 에는 연락이 된 거야?”

“이 일대에 전파 장애가 심해서 당장 은 어려워요.”

“시기가 참 공교롭네.”

랜덤 케이브가‘ 열리고 있었다.

최상급 케이브가 아니라서 중소 무문

만으루-두 막아내고는 있지만 전파에 영 향을 주었다. 그로 인해 일정 지역까지 송수신이 되지 않아, 오래 걸렸다.

“그래도 기대는 된다.”

“뭐가요?”

“신검과 권성 말이야. 도왕이나 검왕, 검제는 별거 아니었거든. 쭉정이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좀 제대로 된 무인을 만나보고 싶다고.”

“자신감이 지나친 거 아닌가요.”

“이건 자신감이 아니라 실력이야.” 당명희는 그의 오만한 자신감을 읽었 다.

이해가 되기는 했다. 저토록 젊은 나 이에 절대고수가 되었으니, 오만하지 않은 게 더 이상하다. 하물며 검왕과 검 제를 제압한 전력이 있었다.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더 위험 한 자이기도 하다. 대륙 무림의 안위를 위해선 반드시 제거해야만 한다.

“씨를 말려주겠어.”

흑금단주의 섬뜩한 발언과 희열에 찬 눈빛을 보자, 당명희는 소름이 돋았다.

‘이자! 즐기고 있어!’

독에 중독되어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데, 전투를 즐긴다? 그런 자가 과연 얼 마나 있을까? 싸움에 미친 자가 아니고 서야 불가능하다. 어쩌면 씨를 말리겠 다는 호언이 허풍이 아닐지도. 혈풍을 즐기는 자의 무시무시함이었다.

“이번엔 둘 다라며.”

“그럼 템도 두 배라는 소리잖아.”

“좋네, 다우리 거야.”

“부수입이 더 쏠쏠해.”

혹금단까지 가세하자, 당명희는 한숨 이 절로 흘러나왔다.

제정신이 아닌 건 전번의 일로 확인 이 끝났다. 혹금단의 존재 자체가 일반 적인 상식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황보 세가와 제갈세가가 전력을 집중해 쳐들 어올지도 모르는데 , 두려워하기는커녕 즐기고 있었다. 마치 전투종족으로 이 루어진 투귀(聞鬼}들 같았다. 마주하고 있으면 항상 어이를 가출시키고 있었 다.

‘도대체 어떤 수련을 하기에 저렇게 되는 거지?’

당명희는 궁금했다.

혹금단은 미친놈들이 분명하지만, 무 시하긴 어렵다. 그들 전부 가공할 무력 을 소유하고 있었다. 개개인도 강하지 만, 단체는 더 강하다. 1+1이 2가 아닌

10이 되는 기이한 집단이었다. 간혹 보 여주는 검진은 소림의 백팔나한진을 능 가할지도 모른다.

까딱, 까딱!

정우는 침입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데 12시가 넘어 새벽 3시를 향하고 있는데도 조용했다. 침입은커녕 인근에 개미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 야?”

“이럴 리가 없는데, 알아볼게요.”

“미적거리지 말고 빨랑 알아봐.”

“알았어요.”

당명희는 확인을 하기 위해서 당문의 수하들을 움직였다. 사태가 심상치 않 음을 감지한 것이다. 불길한 예감이 스 쳤다.

크크.

정우는 허둥지둥대는 당명희를 보며 웃고 있었다. 답을 모르니 답답할 수밖 에, 당황하는 건 당연했다.

“올 리가 있나.”

애초에 올 거란 기대는 한 올도 하지 않았다. 이 시간이면 전투는 결판이 나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우세할 거라 고 보진 않는다. 본진을 노릴 전력이면 당문도 허술하게 준비하지 않았을 것이 다.

“방해 전파는 이쪽에서도 보내고 있 으니까.”

당문은 황보세가와 제갈세가가 방해 전파를 보내고 있다고 확신하겠지만, 실상은 정우가 하오문을 통해 곳곳에 송수신 장애를 일으키도록 유도하고 있 었다. 진작 도착해야 할 정보들이 늦는 이유였다.

“엉망진창일수록 좋지.”

균형을 찾으면 힘의 집중이 이루어진 다. 난전일수록 힘이 분산되어 전력을 기울이지 못한다. 그럴 때야말로 빈틈 이 생긴다. 이는 고구려가 대륙을 공략 한 전략과 맞물린다. 아무리 고구려가 강성했다고 해도 통일을 이룬 대륙과 맞짱을 뜨기란 결코 용이치 않았다.

“반대로 당할 때도 있는 거고.”

님의 뒤통수를 치면 자기 뒤통수도 아작 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줄 필요 가 있었다. 돈 빌릴 때와 빌리고 난 후 의 적반하장을 모른 척하는 건, 살아보 니 예의가 아니었다. 충분히 그에 대한 이자까지 합쳐서 갚아주어야 한다. 내 돈이 소중하면 남의 돈은 더 소중하다 는 걸 알아야 했다.

“아름다운 밤이야. 크크크크!”

소식이 늦어지자 초조해졌다.

그러던 중 당명희는 마른하늘에 날벼 락 같은 소식을 받았다.

“……어떻게?”

무소식은 희소식이 될 수 없었다.

청천벽력이 되어 돌아온 소식은 냉철 한 성향의 당명희를 당혹스럽게 했다. 격정을 가라앉히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 렸다.

그만큼 충격적인 결과다.

-황보세가와 제갈세가의 협공에 당문 의 주력 궤멸.

-당가주 패퇴 후 비서현으로 도주.

-황보세가와 제갈세가 전력으로 추격 중.

당명희는 서둘러 당화운과 당무정을 불렀다. 혹금단주가 알기 전에 사태를 알려야 한다. 그가 안다면 어떤 짓을 벌 일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사실이오?”

“어찌 그런 참담한 일이!”

당화운과 당무정도 충격적인 소식에 정신 줄을 놓을 뻔했다. 그만큼 감당하 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하고 있었다. 최 악 중에 최악이 벌어지고 말았다. 당문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위기였다.

“도중에 정보가 샌 거 같아요.”

“도대체 누가?”

“어쩌면 우리가 황보세가와 제갈세가 의 정보력을 간과했을 수도 있고요.”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

“당분간 흑금단주가 이 사실을 알아 선안 돼요.”

“곧 소문이 퍼질 겁니다.”

“최대한 가짜소식이라고 둘러대는 수 밖에요.”

다행히 이 일대의 송수신이 차단되었 다.

흑금단주가 이용했던 팽가의 정보조 직과는 연결이 용이치 않았다. 시간을 제법 끌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혹 금단주도 머리가 돌아가는 자다. 시간 이 길어지면 수상하게 여길 것이다.

“진정 궤멸된 것입니까’?”

“전부 진실이란 법은 없어요. 황보세 가와 제갈세가에서 우릴 압박하기 위해 흘린 소문일 수도 있으니까요.”

가주께서 비서로 향하고 있고, 황보세 가와 제갈세가에서 추격중이다.

비서현을 수성하는 자신들을 압박하 는 카드로 궤멸을 언급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희망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 이가 크듯, 심리전도 훌륭한 전술이었 다.

황보세가와 달리 제갈세가는 전략전 술에서 뛰어난 가문이다. 둘이 협공을 했을 때의 시너지를 무시할 수 없었다.

‘가주께선 독인을 사용했을 거야, 그 런데도 당했다면 완벽히 허를 찔렀다는 건데.’

독인(毒人>은 당문의 총력을 기울인 최강의 병기다. 살아 숨 쉬는 독의 화신 이라고 볼 수 있었다. 독인을 완성하기 까지 무수히 많은 실패를 경험해야 했 다. 쏟아 부은 독물과 영약, 각종 부수 적인 비용까지 천문학적이었다. 이번 전쟁에서 자신감을 드러낸 이유가 독인 의 완성에 있었다.

‘저들도 피해가 적진 않았을 거야.’

독인은 단순히 독만 쓰지 않는다. 무 공의 고수이기도 했다. 강기에 독을 실 어 사용하고, 공기 중으로 독을 살포할 수도 있었다. 동류의 고수는 상대가 되 지 않는다. 여기에 속성 능력까지 강화 하여 사용한다.

“가주의 위치를 모르는 이상, 여기서 버텨야 해요.”

“가능하겠습니까?”

“저들도 피해를 입었을 테니 당가타 에서 지원이 올 때까지 버티는 거예요.”

이제는 잊힌 존재지만, 그분이야말로 당문의 상징이었다. 당가타에 계신 그 분이 전력을 이끌고 온다면 협상의 여 지가 생긴다. 저들로서도 전력 손실은 바라지 않을 테니까.

“시간싸움이 되겠군요.”

“그러기 위해서는 혹금단주를 최대한 이용해야 해요.”

갈수록 첩첩산중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천성으로 도주를 하자니, 가주를 버 리고 갈 수도 없는 처지다. 비서에 도착 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제는 이겨도 이긴 게 아니게 됐어.’ 당문으로서는 피해가 너무 컸다. 모든 걸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령 가주와 함께 사천성으로 돌아간다 해도 예전의 성세를 찾는다 장담하기 어렵 다.

청성파와 아미파가 비록 구파를 대표

하는 정도의 대문파이기는 하나, 이 기 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시작할 때만 해도 순조로웠다.

남궁세가와 하북팽가의 공멸은 천우 신조의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그러나 당문은 안휘성을 넘보지 않았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최악의 선택이 되었다.

‘하아, 지금와서 후회한들.’

의미는 없었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살아남아야 했 다.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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