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장
안휘풍운 (5)
와, 대박! X나 재밌다!
-조합이 안 될 줄 알았는데, 완벽하 다
-꿀잼 발라놨나, 뭐가 이렇게 재밌냐!
-배꼽 빠지는 줄알았다.
-난 오늘 실없는 놈으로 낙인 찍혔거 든
-시바, 괄약근 풀어진다. 내 괄약근 어쩔 거여?
강무진 피디의 진행으로 완성된 프로 그램이 방영되자 곧바로 화제성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금강문주와 국민 여동생의 조합은 꿀 조합이었다.
방송상에는 사사건건 맞지 않는다. 뭐 만 했다 하면 막아서는 조합이 신선함 마저 초월했다. 티격태격하는 다툼에 방송에서 보이지 않았던 이미지가 형성 되었다.
-진짜로 싸우는 줄알겠다!
-하라도 장난 아니던데, 몸놀림 봤냐, 날라댕긴다!
-확실히 유니크라서 그런지 일반적인 범주를 초월하네!
속 뒤집히는 소리 잘도 하더라.
-그날 금강문주님 보살인 줄!
-밉지 않게 하는 하라가 대단한 거야, 방송 짬밥을 우습게 보지 마.
-하긴 국민 여동생 어디 안 가더라,
그놈만 아니면 딱 좋은데.
-난 이 결혼 반댈세.
-너가 뭔데?
유니크라는 이점이 방송에서 확실하 게 피력이 되었다.
카메오로 출연해서 분량을 잡아먹는 귀신이 되어버린 하라는 단숨에 고정 출연자로 탈바꿈했다. 금강문주와 하라 가 메인을 잡고, 서브로 효린이가 거침 없는 활약을 해주었다.
물론 금강문주가 묵직하게 자리를 잡 고 있기에 가능한 시청률이다.
당황하는 모습마저 재미를 선사했다.
꿈틀, 꿈틀!
기사의 댓글을 확인한 정우의 검미에 신경이 집중되었다.
의도치 않은 한 방이었고, 그 성과가 제대로 나왔다. 반응이 좋다 못해 폭발 적이다. 하물며 중국에서도 난리가 났 다.
“……당했다!”
하라한테 한 방 제대로 먹었다.
카메오로 출현해 고정이 되는 것도 부족해, 시청률까지 잡아먹었다. 일전의 실패를 단숨에 반전시켜 버렸다. 하라 의 주가 오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 오고 있었다.
정우는 자존심이 조금 상했다.
볼까, 말까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보 지 않고 평가를 해선 안 되었다. 얼마나 재밌는지는 몰라도 내용을 봐야 판단이 선다. 댓글과 반응만으루.두 짐작은 가 지만, 마음 단단히 먹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날 웃기긴 쉽지 않을 거다.”
돈을 내고 영상을 샀다.
사람들은 유형의 생산품에 관해서는 돈을 쓰는데, 무형의 생산품에 관해서 는 유독 인색하다.
과거에 비해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중 국은 여전히 표절 대국으로서의 역할을 자행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뻔뻔하게 행동하는 걸 보면, 대국이라는 콘텐츠 가 아까웠다.
“내가웃을 줄알아!”
정우는 절대 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영상을 보는 내내.
실룩, 실룩!
하라와 금강문주의 오가는 대화와 몸 짓에 정우의 볼때기가 제멋대로 실룩거 리고 있었다. 웃지 않으려고 하다가 안 면근육이 마비될 것 같았다.
풀썩!
자리에 주저앉은 정우는 끝내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푸하하하하하!
너무 웃겼다.
이렇게까지 웃길 줄이야.
하라에게 이토록 놀라운 재능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본업이 탤런트가 아닌 개그맨이라고 해도 납득이 되었다. 국민 요정이라고 불릴 만큼 청순가련의 이미지임에도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주 작심하고 나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려놓음의 극치를 보여주 었다. 하지만 털털함과 더러움은 한끝 차이, 이를 적절하게 조절했다. 방송 경 력을 똥구멍으로 처먹지 않았다는 걸 체감했다.
허!
허탈해진 정우는 망연했다.
안 피웠던 담배가 생각날 정도다.
띠링!
하라에게 문자가 왔다.
-1 대 2.
- =1=1=1.
단순 명쾌하다.
정우의 가슴에 불을 지르기에는 충분 했다.
“두고 보자.”
이대로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 이다.
남자친구의 복수는 30년도 짧다고 했 다. 환갑 지나서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 다. 여하튼 완력 승부는 아름답지 않았 다. 완벽한 기획과 연출이 필요했다.
“핵노잼으로 만들어주겠어.”
방송을 어떻게 해야 망칠지 고민이 되었다. 안휘성 공략 계획은 뒷전으로 미루었다. 당장은 이보다 더 중요한 고 민이 없었다. 모든 일은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고, 안휘성은 남의 일이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저예요.”
“바빠.”
문전박대를 당한 여운랑은 뻘쭘했다.
문 앞에서 이걸 열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괜히 열었다가 화 내면 그땐 뒷감당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시가 급했다.
“당문의 가주가 안휘성으로 넘어왔어
요.”
“그게 뭐!”
“이쪽으로 올지도 몰라요.”
“지금 바브다니까.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알았어요.”
정우의 호통에.
여운랑은 문 앞에서 돌아서야 했다.
‘도대체 뭘 하기에?’
궁금하다.
당문의 가주를 뒷방 늙은이보다 못한
취급을 할 정도면 얼마나 대단한 계획 을 세우기에 저러는지, 궁금해서 미칠 것 같다. 하나 감히 허락도 없이 문을 열 만큼 배짱이 강하지 않았다.
그날의 무력시위를 보고도 개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게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사 람이라면 대호법을 두려워해야 했다.
“어떻게 약 올려야 잘 약 올렸다고 할 수 있지?”
특히 1 대 2라는 숫자가 아주 맘에 들지 않는다. 한 방은 기본이고, 세 방 을 더 먹여야 분이 풀린다.
황보세가와 제갈세가는 독봉이 이끄 는 무력대를 궤멸시켰다.
대부분이 죽고, 포로로 잡혔다. 하지 만 두 세가는 기뻐하지 못했다. 혈독수 와 암천대주, 독봉을 놓치고 말았다. 피 해가 적은 것도 아니고, 투입된 인원과 물량을 감안하면 아깝게 되었다. 그러 나 단순히 독봉을 놓쳐서 분위기가 심 각한 건 아니다.
“비서를 잃다니, 어찌 이런 일이!”
“장 장로와 명 장로까지 죽었습니다!” 장무기와 제갈명의 죽음은 두 세가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함정을 파고 기 다렸거늘, 일방적으로 당하고 말았다. 실로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우리가 반도의 오랑캐를 지나치게 얕잡아 본 것 같소이다.”
“대호법의 자리에 오른 게 운이 아니 었던 모양이오.”
방심했다 치더라도 그만한 전력이면 충분히 제압을 했어야 했다. 그래서 더 의구심이 들었다. 당문의 반응을 봐선 함정을 알아차렸다고 보기 어려웠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파 악이 되지 않았다.
‘장 장로의 몸에 난 상처는 분명 제갈 세가의 검인데.’
‘명 장로의 몸에 난 상처는 분명 황보 세가의 장인데.’
딱 봐도 서로를 이간질시키기 위한 놈의 계책이다. 그러나 의혹이 생기는 건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 이었다. 누가 봐도 전력상으로 상대가 되지 않았다. 결말이 반대로 되었어야 합당했다.
‘설마 딴 주머니를 찬 건 아니겠지.’
‘만약을 위해 대비하고 있어야 하나.’ 의심의 무서운 점은 쌓인다는 것이다.
차곡차곡 쌓이게 되고 나중에서야 터져 버리곤 한다. 그땐 후회를 해도 늦기 마 련이다.
제갈세 가와 황보세가로선 곤혹스러웠 다. 그렇다고 협업을 깰 수도 없는 노릇 이다. 하북팽가와 당문의 관계가 확실 하지 않은 현실이다. 이 와중에 반도의 오랑캐는 강함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대로 좌시할 수만은 없지 않소.”
“맞는 말이오. 공격해야 할 때요.”
사천을 근거로 두는 당문이 모든 전 력을 기울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 이야말로 힘을 집중시켜 당문을 몰아내 고, 팽가를 제압해야 한다.
‘양쪽을 견제하기는 어렵고.’
제갈명의 고민은 당명희가 한 말이 있어서다.
하북팽가가 독자적으로 계획을 세워 각 세가의 전력을 약화시키려고 했다면 딱딱 맞아떨어진다.
‘팽가도 처리를 해야겠어.’
황보무진도 같은 생각을 했다.
팽가를 이대로 놔두었다가는 뒤통수 를 맞을 수도 있었다. 그 전에 힘을 회 복하지 못하도록 제압해야 한다. 그러 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안휘성을 장 악해야만 했다.
장원에 도착한 허름한 차림의 인영.
그중 한 명은 독봉, 당명희다.
그녀는 비동에서 층격적인 패배를 당 하고 무인 대부분을 잃었다. 설상가상 황보무진과의 전투에서 부상을 입었다. 그 혼자였다면 상대할 수 있었지만, 조 력자가 너무 많았다. 천독공을 사용해 간신히 도망친 걸로 만족해야 했다.
그 뒤로 험로는 계속되었다. 연이은 습격으로 축적된 피해가 상당했다.
-비서에서 황보세가와 제갈세가를 막 도록.
비동에서 빠져나와 당문에 연락을 취 하자, 가주의 명이 떨어졌다.
팽가의 대호법이 비서에서 황보세가 와 제갈세가의 연합을 무너뜨렸다는 보 고가 알려진 다음이었다. 반대로 막대 한 출혈에도 비동을 장악하지 못한 당 명희의 무능이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되 었다.
당문은 베르게 결단을 내렸다. 당명희 를 비서로 보내 팽가와 함께 두 세가를 막는 것이 낫다고 봤다.
‘제기랄!’
노림수가 있었다.
설마 했거늘, 자신을 전략의 패로 사 용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가문의 선택 을 탓할 수만은 없었다. 주 전력인 암천 대와 혈수단을 잃었다. 승리를 확신한 전략3]기에 의외의 패배는 최악의 수로 다가왔다.
‘사실일 줄이야!’
당명희의 분노는 팽가의 대호법을 향 해 있었다.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는데, 본인은
이겼다고 장원에 틀어박힌 채 시간을 죽였다. 하지만 항의를 한들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었다. 대호법은 협상대 로 계약을 이행했다. 합비 전체에 사실 을 알려 중소문파를 규합한 것도 계획 대로였다.
장원 정문의 초인종을 눌렀다.
드륵!
문을 열고 나온 자가 당명희와 일행 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안사.”
두 번 말하지 않고 문을 닫았다.
휘이잉!
때마침 썰렁한 바람이 분다.
들어가지도 못하고 문적박대당한 당 명희와 일행은 잠시 동안 얼어 있었다. 생전 처음 당해보는 경험에 대처를 못 하고 말았다. 당명희 역시 당가의 무인 으로 살아오면서 겪어보지 못한 짜증나 는 생소함이었다.
부들부들!
화가 치민 당명희는 문을 박살내고 싶었다. 그러나 이 앞에서 소란을 피워 봤자 당문의 손해였다.
심호흡을 해 다시 불렀다.